탈환[recapture] - 고대문명의 유산[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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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환[recapture] - 고대문명의 유산[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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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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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5.12.31 16:12:13 조회: 281 추천: 0 |
에피소드[2] - 22
끼룩~ 끼룩~
여러 마리의 새가 창공을 비상하며 두 장의 날개를 부드럽게 펼쳤다. 그들은 목청껏 소리 높여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합창을 이루며 노래를 불렀고 이 음색에 바닷물도 감명을 받았는지 바닷물을 철썩이며 새로운 음색을 만들었다. 잔잔한 물결이 모래사장 위를 살포시 쓰다듬어 주었다. 바닷물은 물 밑이 다 보일 정도로 깨끗했다. 인간이 더럽히지 않는 자연환경 중 한 곳이었다. 이곳에 살며시 밀려오는 이불 삼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두 남녀가 있었다.
하나는 긴 흑색 장말에 미남자였는데, 그는 뭐가 그리 소중한지 한 여인을 자신의 품안에 꼭 끌어않고 있었다. 여성은 꽤나 미인 축에 속하는 이목구비였는데, 단정하게 묶인 머리카락이 격렬한 격전 끝에 모두 헝클어지고 피부엔 크고 작은 상처들이 육신을 뒤덮었으며 얼굴색이 새파란 게 안색이 많이 좋지 않아 보였다.
「끄윽······.」
이때 긴 흑발의 미남자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깊게 잠긴 두 눈을 살며시 뜨며 자신의 안광으로 비춰 들어오는 여명의 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살아··· 있는 건가?」
다행이도 목숨은 건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몸 전체가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몸은 움직일 수 있겠으나 검술은 펼칠 수는 없다. 또 한 번 무리했다간 정말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충 정신을 차린 후 자신의 품 안에 안겨있는 여인의 인상착의를 확인했다. 그리고 숨을 쉬고 있는지 안 쉬고 있는지 확인한 후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에 안심한 그는 근심 어렸던 마음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건 그렇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됐지?」
그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죽음 뿐. 솔직히 말해 기력이 모두 고갈된 상태에서 이 망망대해를 뚫고 목숨을 건진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자신들은 그저 운이 좋아 섬으로 밀려 온 것이었고 마지막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땐 근처 섬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따뜻하게 쉴 자리를 만들어야겠군.」
일어나자마자 앨런은 분주하게 바빴다. 지금 상태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는 바로 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앨런은 힘겹게 아이니를 들쳐 매고 햇빛이 잘 드는 따뜻한 모래 위에 그녀를 가지런히 눕혀놓았다. 목숨은 붙어있다고 하나 호흡이 불규칙했다. 그는 인명구조의 필수조건인 인공호흡을 시도하려 하였다.
「우선 아이니양의 기도를 확보.」
그는 우선 두부후굴턱거상법으로 기도를 확보한다. 그리고 엄지와 시지로 그녀의 비익부를 잡고 기도소통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입술을 포개어 조용히 숨을 불어넣는다.
후욱!
흡!
그리고 다시 한 번 불어넣는다. 호흡공기를 불어넣은 직후에 입과 아이니의 콧구멍을 막은 손가락을 떼고 시선을 아이니의 흉복부에 향함과 동시에 뺨과 귀를 아이니의 입, 코 부분에 가까이 대고 눈으로 아이니의 흉부가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지 확인한다.
「쳇! 아직 인가!」
꾹! 꾹! 꾹!
앨런은 오른손을 왼손 손등에 올려놓은 뒤 양쪽으로 볼록 솟아나있는 두 개의 봉긋한 가슴 사이에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절대 이 손이 좌측이나 우측으로 넘어가는 불상사가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그는 잡념을 떨쳐버리고 가슴을 압박하며 꾹 꾹 눌러주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와 입술을 포개어 숨을 불어넣었다.
후욱! 후욱! 후욱!
「푸학! 힘들군!」
포개어지는 키스와 이어진 가슴애무[?] 그리고?
「당연히 인공호흡 다음단계 시작이지!!」
그는 자신만의 룰을 구축하고 필사적인 인내심으로 인공호흡의 마무리 단계까지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러자 아이니의 입에서 적지 않은 양의 바닷물이 입 밖으로 분출되며 다시 원활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콜록!」
「아이니양! 괜찮으세요? 아이니양!!」
「애··· 앨런씨······.」
「이제 좀 정신이 드시나요?」
「예······.」
아이니는 지금 벌어진 일이 꿈만 같았다. 자신들은 분명히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상황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방법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나노머신이 풀가동 했더라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것은 하늘이 내려준 천운이라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처럼 값진 기적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아이니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앨런에 품에 쏙 안겨 어린아이처럼 징징거렸다.
「무서웠다고요!! 히잉!」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뭘~」
이 상황에 난처해하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앨런. 그녀는 한참을 그의 품속에서 어리광을 부리다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약간의 간격을 두고 주위를 둘러보며 이곳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그건 그렇고 이곳은 어디죠?」
「글쎄요. 저도 모르죠.」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앨런이 말하자 아이니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막 따지고 들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전 환자니까, 앨런씨가 한번 다녀보고 오세요.」
「예? 그런 막무가내가······.」
「거동이 불편한 제가 다녀오란 말씀이신가요? 앨런씨는 그렇게 잔혹한 분이셨나요? 흐흑! 지금 알았네요.」
움직일 수 있지만 가기 귀찮아서 저러는 것이 분명 할 것이다! 라고 생각한 앨런이었지만 그래도 레이디퍼스트란 말이 버젓이 살아있는 마당에 그리고 지금까지 지켜온 이미지를 위해 그는 솔선수범하여 그녀의 의사를 존중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굉장히 무지하게 귀찮았지만······.
「에휴··· 알았어요. 여기서 잠시 기다리세요.」
「네에~ 다녀오세요~ 먹을 것 잊지 마시구요~」
「네, 네. 알겠습니다.」
앨런이 일어나며 모래사장 위를 자유로이 뒹굴고 있는 검을 향해 손짓하자 크레이션과 디스트럭션이 보이지 않는 무형기로 인해 날아오며 앨런의 손에 가지런히 놓여졌다. 정말 훌륭한 허공섭물의 경지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네에~」
힘겹지만 그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배웅하는 아이니를 보며 앨런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귀찮은 일은 모두 자기가 다 떠맡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는 모래사장 위 암벽을 잽싸게 타고 올라 숲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숲은 대체적으로 큰 편이었다. 푸른 초목들이 태양의 정기를 이어받아 울창하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올랐고 푸른 잎사귀들은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흔들려 자기들 만에 정겨운 합창을 이뤘다.
햇빛도 잘 통하고 시야도 탁 트인 이곳은 자유를 좋아하고 모험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거의 낙원 수준이었다. 간혹 동물들도 보였는데, 외형이 다른 대륙에 서식하는 생물들과는 판이하게 틀렸다. 만약 연구를 좋아하는 학자들이 이 생물들을 포착한다면 연구에 정신이 없어 헤어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맛좋은 과일까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앞으로의 식생활엔 지장이 없을 듯 했다.
「우물우물······. 냠냠쩝쩝······. 이거··· 맛있네······.」
앨런은 굉장히 특이하게 생긴 과일을 한입 베어 물며 행복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발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눈에 보이는 건 자연의 신비였다. 습기도 적당하고 햇빛의 온도도 적당한 게 꽃이 서식하기엔 굉장히 좋은 터전이었다.
「음······. 이정도면 정찰 완료인가?」
앨런은 연신 과일의 맛을 음미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너무 정신없이 걷기만 해서 지금 자신이 어디까지 왔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보통 주변을 탐색하는 경우 자신이 확보해놓은 루트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앨런은 기본이 안 되어 있었다. 만약 아이니가 옆에 있었다면 따끈따끈한 꿀밤을 선물 받았을지도 모른다.
「뭐··· 돌아다니다 보면 찾겠지.」
너무 태평한 소리였다. 그렇게 결정한 그는 길도 모르고 정처 없이 숲을 해매기 시작했다. 정말 어리석고 바보같은 짓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손엔 여전히 맛나는 과일이 손에 들려있었다.
이때 아이니는 지친 몸으로 정찰나간 앨런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젯밤 격전으로 너무 진이 빠져 슬슬 배도 고팠다. 기절해 있는 사이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기에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공급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주위엔 먹을 것이 없었다. 신은 그녀를 버리는 것일까? 그녀는 고픈 배를 부여잡고 징그럽도록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배고파······. 배고파······.」
그녀는 힘겹게 상체를 들어 올려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러고 가만히 있다간 요즘 세상에 거지새끼도 걸리지 않는다는 영양실조에 걸려 사망할 것 같아서였다. 죽더라도 그렇게 꼴사납게 죽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그녀는 한발 한발 겨우 발을 내 뻗으며 걸음을 걸으려 하였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육신은 그녀의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털썩!
「지친 대다 배도 고프니 걸을 힘도 안 나네······.」
터벅터벅.
「응?」
「괜찮으세요? 많이 힘겨워 보이는데······.」
「아··· 예.」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지쳤다 한들 그녀의 뒤를 완벽하게 점하다니······. 그녀는 자신에게 내밀은 손을 응시하다 고개를 들어 손의 주인을 확인했다. 이목구비는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윤 지름이 넓은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복장도 꽤나 요란했다. 노란색과 초록색이 서로 어우러진 스카프와 허리 밑까지 덮는 노란색 로브. 바지는 통이 넓은 녹색 바지였다.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완전 통일한 패션이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가는 것이 목과 어깨에 걸쳐져 있는 줄이 달린 낡은 통기타.
「저기······.」
「쉿! 아무런 말도 하지 마세요. 무엇보다도 당신에겐 안정이 필요해 보이니까요. 이것 드시고 좀 쉬세요.」
「예······.」
아이니는 그가 자상하게 내준 이상하게 생긴 과일을 받아들었다. 외형상 그리 맛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인가? 그녀는 과일을 입으로 가져가 한입 눈 꽉 감고 베어 물었다.
「맛있어?」
「훗~」
그녀는 생긴 거와는 다르게 굉장히 달콤한 맛이 나는 과일을 먹으며 연신 진심어린 감탄사를 내뱉었다. 생전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과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허기가 진 탓인지 아이니는 과일 하나를 금세 해치워 버렸다. 이 모습에 통기타에 사내는 가방에서 같은 모양의 과일 하나를 더 꺼내어 그녀에게 주었고 아이니는 방긋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고는 과일을 덥석 물었다.
같은 시각 앨런은······.
「여긴 대체 어디냐!!」
절규와도 같은 음성. 그는 숲 전체를 활보하는 중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은 다 가보았으며 깎아내린 절벽 끝에도 가보았다. 하지만 길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자신이 이렇게 바보 같이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앨런은 다시 길을 떠나며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갔다. 만약 아이니의 총성 단 한방만 들어도 단박에 찾아 갈 텐데··· 라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무턱대고 총을 난사할 가능성은 0%. 자력으로 찾아야 했다.
「어쩔 수 없지. 길을 해매고 방황하는 어린양들을 인도하는 성스러운 불길.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을 여기서 선보일 수 밖에!!」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앨런은 크레이션을 쓱 뽑아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은 크레이션의 검신을 비추었고 빛으로 인해 크레이션의 검신은 평소와 다르게 더욱 예리해 보였다. 앨런은 자신 발 앞에 검 끝을 가지런히 지면과 입맞춤을 시켰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땠다.
스륵···
툭.
「저기군.」
정말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오는 방법이었다. 그가 실행한 방법은 코흘리개 아이들이 길을 잃었을 때 사용 한다는 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다는 허무맹랑한 작전이었다. 검을 지면위에 올려놓고 잡고 있던 손잡이를 땐다. 그러면 검은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게 된다. 이때 주의 할 것은 절대로 검을 뒤쪽으로 놓으면 안 된다. 뒤쪽으로 놓는다면 검은 앞으로가 아닌 뒤로 쓰러지게 되어 다시 한 번 이 귀찮은 작업을 해야 한다는 규제가 따라 붙는다.
「가자.」
앨런은 쓰러진 검 손잡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물론 크레이션을 챙겨가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렇게 그는 길이 막힐 때 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며 상황을 타개해 갔다. 그리고 억세게···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운이 좋아 그는 무사히 숲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장장 1시간 정도 길과의 사투를 벌인 앨런은 들고 온 과일을 다시 한입 물며 허기를 달랬다.
「우물우물··· 음··· 이제 아이니양에게 가볼까?」
그는 총총 걸음으로 아이니가 있는 곳까지 나아갔다. 수분과 영양가가 높은 과일을 많이 섭취한 탓인지 그의 얼굴엔 혈색이 돌아와 있었다. 게다가 완벽하진 않지만 일정량 마력도 회복되어 있었다. 이 못생긴 과일이 효과가 좋은 모양이었다. 그가 과일을 먹으며 아이니가 있는 곳으로 갔을 때······.
「응? 못 보던 사람인데··· 누구지?」
꽤나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앨런에 눈엔 아이니가 있는 곳이 확실하게 보였다. 지금 그녀는 생판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아이니를 간병하고 있는 듯 해보였다. 앨런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그래도 경계는 소홀히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는 먹던 과일을 허겁지겁 후딱 해치워 버린 뒤 두 개의 검 손잡이를 잡고 언제든 발도가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그리고 앨런이 이 둘 곁에 다가갈 때 쯤.
「아~ 앨런씨~ 지금 오셨어요?」
라는 반가운 아이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앨런은 “아~ 예.” 라는 간단한 대답과 함께 날카로운 눈으로 아이니의 옆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신원불명의 사내에게 취조하듯 물었다.
「그대는 누구 십니까?」
「아~ 저요? 그냥 지나가는 음유시인입니다.」
「지나가는? 이곳은 바다 한복판에 위치한 자그마한 외딴 섬인데······.」
「사실은······. 제가 타고 온 배가 난파되어서 이곳으로 떠밀려 왔지 뭐에요~」
그런 것 치고는 말하는 그의 얼굴이 굉장히 기뻐보였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는 앨런으로선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이런 외딴 섬에 그것도 정체모를 한 남자가 뭐가 그리 즐거운지는 완벽하게 모르겠지만 왠지 수상했다. 앨런은 다시 입을 열어 남자에게 물었다.
「솔직히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흠··· 의심이 많은 분이시네요. 우선 통성명부터 하죠. 이름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제 이름은 호네스트 폰 웰킵스 엠퍼입니다. 그냥 호네스트라고 불러주셔도 좋습니다.」
「제 이름은 크레이지 앨런입니다. 그냥 앨런이라 불러주십시오. 그럼 다시 한 번 묻죠.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에게 접근한 이유는?」
「간단히 답해드리자면 아까 전에도 말했든 배가 난파되어 이곳에 떠 밀려온 것입니다. 증명해줄 사람은 없지만 전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원래 그런 주의니까요.」
그는 여전히 웃으면서 답했다. 앨런의 신경은 많이 예민해져 있다. 피곤한데다가 언제 적의 습격이 있을지 모르는 와중에 잠자코 있다가 뒤통수 맞고 저세상으로 떠나버린다면 얼마나 아깝고 원통 하겠는가······. 그는 호네스트라 불린 인물에게 완전히 의구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아이니의 한 마디로 인해 경계심은 풀게 되었다.
「앨런씨 그만하세요. 그는 앨런씨가 정찰하러 가고 없는 그때 절 보살펴준 은인이라고요. 너무 취조하듯 묻지 마세요.」
「음······.」
그는 항상 새로운 동료나 사람을 만날 때 항상 긴장하고 경계한다. 그 이윤 과거 그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배신을 당한 적이 있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받은 상처가 지금까지 남아 다른 이를 쉽게 믿을 수 없다. 예전 팬지를 만났을 때도 그리고 지금 아이니를 만났을 때도 그는 항상 경계했다. 겉으로는 다 받아주는 척 알아주는 척 연기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 배반할 낌새가 보인다면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니를 믿을 수 있다. 그렇기에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사내는 믿을 수 없다. 그것뿐이었다.
「확실하게 믿을 순 없지만 아이니양을 보살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별 말씀을······. 어려울 땐 서로 도우고 살아야죠~」
그러고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이 모습에 앨런도 작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어쨌든 은인이다. 너무 깊게 의심하고 파고들면 상대에게 무례를 범하는 짓이 된다. 그렇기에 앨런도 적당한 선에서 그만 두었다.
「그럼 앞으로 뭐하실 생각이세요?」
호네스트가 뜬금없는 질문을 해왔다. 답해주지 못할 질문은 아니기에 앨런이 친절히 그 질문에 답을 달아주었다.
「남쪽으로 갈 겁니다. 제바로스왕국에 볼일이 있어서요.」
「오우~ 그래요? 저도 남쪽에 볼일이 있어서 그리로 가는 중인데······.」
「그런가요?」
「예! 그런데 가는 도중 시드드란이 나타나서 아까도 말했듯 저희 배가 그만······.」
「잠깐만요. 그 시드드란이란게?」
「알고 계시나요? 어제 당신들이 싸웠던 거대한 뱀이 시드드란입니다.」
앨런과 아이니는 경악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다니······. 그건 그렇다 치고 어제 그 뱀이 있던 곳엔 침몰한 크루즈함선 외엔 다른 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 사람도 그 배에 탑승했던 승객이란 소리다. 앨런은 그의 인상착의와 행색을 쓱 쳐다보았다. 범상치 않은 패션이긴 하나 그는 자기 입으로 그랬다. 음유시인이라고, 그렇다면 어제 자신의 귀에 울렸던 기타소리가······.
「한 가지 묻죠. 어제 기타를 치신 적 있으십니까?」
「예~ 있습니다. 당신들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말이죠~~」
「예에!?」
앨런과 아이니가 동시에 경악성을 터트렸다. 어제 자신들이 목숨을 내던지고 싸워도 생채기 같은 상처밖에 입히지 못했던 뱀을 바다 저편으로 되돌려 버린 장본인이 바로 여기 있다니······. 아이니도 마지막까지 정신 차리지 못했지만 정신을 잃기 직전에 현의 음률을 얼핏 들은 기억이 있었다. 앨런은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상세히 그에게 물었다.
「그럼 왜 저희들이 싸울 때 잠자코 계셨죠? 미리 손을 써서 배가 난파되는 상황을 막을 수도 있었잖아요!」
「아··· 그건. 전 한번 잠에 빠지면 바로 옆에서 살기를 내뿜어도 잘 모르거든요. 저도 배가 두 쪽으로 파괴 되었을 때 알았어요. 그리고 저도 나서서 빨리 도와주고 싶었지만 여러분들이 내뿜는 살기의 마력의 진동은 저로서도 쉽사리 감당하기 힘들어서 틈을 보고 손을 쓴 거죠. 저 나름대로 빨리 나온 거예요. 너무 뭐라 마세요.」
굉장한 잠보였나 보다. 대략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든 깨어나기 마련인데. 앨런과 아이니는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앨런은 다시 그에게 그 시드드란이란 존재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의 답은 아주 간략하게 호네스트가 답해주었다.
「뱀이죠.」
빠직!
「그건 보면 알아요!!」
「하지만 보통 뱀이 아니죠. 고대 창세기 아포칼립스의 바다를 주름잡던 존재인 걸요~」
「예?」
앨런과 아이니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창세기의 생물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리는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 궁금증은 호네스트가 모두 풀어주었다.
「말하자면······.」
그렇게 이어진 호네스트의 강의는 꽤나 들을 만 했다. 창세기 아포칼립스의 바다를 지배하던 모든 뱀의 왕, 독아신 시드드란은 신의 삼대 재앙으로 인해 소멸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 근래 온 바다를 휘저으며 실버드래곤을 먹이로 삼는 뱀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자신이 직접 크루즈함선에 위조공작을 펼쳐 잠입한 다음 바다로 나온 것이라 했다. 사실 혼자서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올 수도 있지만 시드드란을 조사하려면 무엇보다도 튼튼하고 거대한 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음유시인이면서 학자이기도 했다. 세상에 모든 것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학회에 보고하는 것이 그의 일상생활이었고 노래는 지루해 질 때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배웠다고 했다. 그도 처음에는 그냥 바다생물 서펀트가 어선을 습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파견나간 학자가 오브로 얻어온 정보를 확인하면서 그는 어선들을 습격하고 바다를 어지럽히는 존재가 서펀트가 아닌 고대 창세기의 생물 시드드란 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왜 지금 이 시대에 시드드란이 되 살아 났는지 조사하기 위해 몇 날, 며칠 밤을 세며 조사했다고 했다. 그 결과 알아낸 것이 <크와르>라는 비밀 어둠의 조직이 대량의 버너디움과 아포칼립스의 과학으로 과거 그와 거의 흡사한 시드드란을 재창조 시켰다는 이야기였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학회가 모든 인력을 동원해 알아낸 결과이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학자들은 <크와르>라는 어둠의 조직에 대해 알아냈다고 했다. 그 와중에 많은 인명피해가 생기고 심한 격전도 치러졌지만 피해는 자신들이 더욱 크게 입었고 얻어낸 결과도 너무 초라해 가설을 세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정보라 학회에서 가장 유능한 자신이 직접 파견 나와 조사해 정보를 얻기로 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장시간 이어진 그의 설명에도 앨런과 아이니는 졸거나 하품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앨런과 아이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경청했고 호네스트의 말이 다 끝나갈 무렵 앨런의 호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음이 감각을 타고 앨런의 전신에 퍼졌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응? 뭐지?」
앨런은 호주머니에서 울리는 물건을 꺼내었다. 바로 텔레파시스템이었다. 배에 있을 때 하그제백작 준 물건이었다. 이 물건은 하그제백작 외엔 연결이 되지 않기에 하그제백작이 죽는다면 이 텔레파시스템도 그냥 고철더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물건이 울었다. 그건, 아직 하그제백작이 살아있다는 증거였고 또 자신들의 돈이 아직 날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꾸욱!
「하그제백작님 이십니까!?」
<아··· 나네! 앨런군! 내 목소리가 들리는가?>
「예! 들립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나는 지금 다른 귀족들과 북쪽 해변에 피신중이라네. 자네와 아이니양은 괜찮은가?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예. 목숨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가? 그거 다행이구먼.>
텔레파시스템 너머로 들리는 하그제백작의 목소리엔 걱정이 많이 묻어있었다. 그 후로도 앨런과 하그제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라든가 지금 뭐하고 있는가 하는 것으로. 그 이야기를 끝으로 하그제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앨런도 지금 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의뢰를 완료하는 데엔 지장이 없겠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그 외엔 별다른 지장은 없습니다.」
<그런가? 그거 다행이구먼. 내 이번 일만 잘 해결된다면 보너스도 넉넉히 쥐어주지. 자네만 믿겠네. 잘 부탁하네!>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참고 기다려 주세요. 반드시 해결해서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 드릴 테니까요.」
<허허허. 그거 다행이군. 그럼 자네만 믿겠네. 그럼 끊네.>
「예.」
뚜뚜뚜--
텔레파시스템이 끊겼다. 앨런은 물건을 호주머니 안에 넣고는 그대로 모래사장 위에 엎드렸다. 너무 피곤했다. 우선 한 숨 자고 밤에 일을 도모해야 했다. 피곤한 상태에서 일을 해봐야 몸에 무리만 가니까.
「우선 좀 자고 일어나겠습니다. 너무 피곤하네요. 여러분들도 좀 눈 좀 붙이세요. 일을 시작하는 건 저녁시간이 되면 하도록 하죠.」
「예. 그러죠. 그런데··· 좀 추운데 좀 붙어도 되요?」
「뭐··· 그러세요.」
앨런이 뻗어놓은 팔에 아이니가 다가가 머리를 뉘였다. 딱 봐도 커플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에 호네스트는 중간에 껴서 초치는 짓거리는 하지 않았다. 그건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과 약간 떨어진 곳에서 몸을 뉘이고 모자로 얼굴을 덮고 따뜻한 햇살을 이불삼아 금세 잠에 빠져버렸다. 그건 앨런과 아이니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이들의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 밤이 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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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역시 편수때문에 흠칫흠칫 놀란다고나할까-_-;
"리플이 22개나?!" 하고서.....1초동안 놀랐음.... |
2005-12-31
19: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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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과 아이니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창세기의 생물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리는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다. 그런데 어떡해? 그 궁금증은 호네스트가 모두 풀어주었다.
에서..
어떻게? 가 맞는 것 으로 알고 있는데요 |
2005-12-31
23: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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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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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ㅎ 저도 리플이 22개나 달렸으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ㅋ
그래도 전 한 개 두 개 달려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 감사합니다.
주니//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
2006-01-01
00: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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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 어느새 =_=.. |
2006-01-01
15: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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