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난 도저히 용서 받지 못할 일들을 저지르고 다녔다. 광기에 미쳐 죄 없는 사람들을 도륙내고 심장을 꿰뚫었으며 그들의 피로 목을 축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는 누구를 막론하고 검을 휘둘렀다. 나로 인해 대륙은 피로 물들어 갔다. 나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의 나날을 지세야 했다. 나로 인해 인간들이 쌓아올린 조화가 무너져갔다. 난, 용서받지 못할 인간이다.
그런 날 광기라는 업화 속에서 구해준 사람이 있었다. 내 기억으론 그 사람은 여자였다. 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용서해 주고 함께 울어주었다. 아무리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이성을 잃었다 한들, 아무리 과거를 기억해내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다 할들 내가 한 일은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그녀가 용서해준다고 해도 난 내 자신을 용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결을 시도하려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정말로 용서 받고 싶다면 네가 죄 없는 사람을 죽인 수만큼, 그들이 앞으로 살아야 할 세월까지 그들의 몫까지 더 오래 살아서 죗값을 치르라고, 그리고 나를 위해 앞으로 더 살아가라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울었다.
너무나 고마웠다. 그때의 기억은 잊을 레야 잊을 수 없는 그녀와의 소중한 추억이다. 난 그녀를 위해, 그리고 나 때문에 죽어간 이들을 위해 더 이상 검을 들지 않기로 맹세했다. 내가 검을 들면 또 다른 희생을 초래 할 것 같아 무서웠기 때문이다. 검을 포기한 난 그녀와 함께 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게 꿈이라면 깨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만약 꿈이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 됐으면 했다.
하지만 세상은 나의 자그마한 행복을 빼앗아 갔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챈 각국의 수뇌들은 국가 최정예 기사들만을 모아 경기사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나를 죽이라 명령했다. 나의 자그마한 행복은 무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난 말했다. 난 어찌되어도 상관없으니 그녀를 살려달라고. 하지만 놈들은 나의 부탁을 들어주기는커녕 망설임 없이 목을 베며 잔인하게 죽여 버렸다. 그것도 내가 보는 눈앞에서. 놈들은 나의 소중한 여인을 장난감으로 여기지 않았다. 놈들은 죽은 그녀에게 침을 뱉으며 이렇게 말했다.
“암적인 존재 같으니.”
난 참을 수 없었다. 그 말을 듣고 난 더 이상 지금의 상태로 있을 수 없었다. 맹세. 두 번 다시 검을 들지 않겠다는 그녀와의 약속을, 난 깨버리고 말았다. 그때······ 난 과거의 모습인 마인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경기사단은 패배했다. 나의 검에 의해 모조리 목이 잘려 죽었다. 난 이미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녀의 시신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묻어주고는 그곳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