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라이프[impact life] 1~10화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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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라이프[impact life] 1~10화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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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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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4.08.09 13:44:22 조회: 209 추천: 1 |
임팩트 라이프[impact life]
1 장 Life Start
NO.1
대전에 위치하고 있는 거대한 학교. 아니 학원이란 이름을 가진 태명학원. (주)태명사가 후원하는 이 학원은 거대기업이 운영하지만 조금 특별한 점이 있었다. 이 학원엔 다른 대 기업이 운영하는 것처럼 특별한 영재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다른 국립 학교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학생들이 많았다.
대 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이 학교의 시설은 무척이나 뛰어났다. 그렇기에 모든 학생들이 태명학원을 가고 싶어하지만 태명학원의 최후의 관문. 면접에서 희망자들이 대거 탈락했다. 태명사의 회장은 학력보다 집안보다 사람을 우선시 했다. 어느 그 사람의 가능성과 그 사람됨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바로 그게 태명의 주인이 성공한 비결이다.
띵동댕!
오늘도 태명학원에 종소린 울렸다. 그리고 고요함.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을 가지고 있었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듯함. 쿵, 쿵, 쿵.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반복하여 들려왔다. 그리고...
두두두두두두
"으악!!"
"크아아악!"
"낙오자는 여기서 끝이다!"
"아, 안돼!!!"
엄청난 비명음과 그에 기뻐하는 소리. 무언가가 복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먼지를 뿌리며! 그것들은! 바로 학생들이었다! 그들의 눈엔 광기로 휩싸였고 침을 흘리고 달려도 몰랐다. 친구들이 쓰러져도, 밟혀도, 절규해도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오직 앞만 볼 따름이었다.
"크윽! 나의 '특별 소프트 크림 소시지 특제 빵'!!"
"흐흐 너의 그 '특별 소프트 크림 소시지 특제 빵'은 내가 먹어주지!"
"아니다! 그 것들 '특별 소프트 크림 소시지 특제 빵'은 오직 날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외쳐됬다. 그들의 외치는 무언가엔 강력한 욕망이 담겨있었다. 허나 그들의 욕망을 처참히 부서뜨리는 엄청난 괴성이 들려왔다.
"유청화님 납시오오!!!"
두두두두두!
엄청난 사람들이 뒤에서부터 튕겨 날라가기 시작했다. 으악과 크악이란 비명음은 끊이질 않았다.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기고, 이건 도저히 보통 인간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장면이었던 것이다.
“그 누가 나의 길을 막으리오!"
그의 외침에 그를 떠 받들고 있던 6명은 더욱 힘차게 바닥을 박찼다. 6명의 학생의 위에 앉은 체 주변을 둘러본 유청화라는 그 인물. '흠~'이라는 콧소리를 한번 내고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돌아보며 두려운 모습을 하던 선두들은 전방을 주시했다. 그리고 더없는 기쁨에 소리를 질렀다!
"이제! 이제 매점이 코앞이다!!"
"으악! 뛰어라!"
"마, 마지막 관문만 돌파하면!"
어느 한명의 말속에 들린 마지막 관문. 그 마지막 관문이란 것은 어떤 것이길래 달리는 그들에게 움찔함을 선서했는가? 그리고 달리던 그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엿보였다. 그리고 한 명이 뛰어오르더니 크게 소리질렀다.
"지금이다!"
"으아아아악!!"
달리던 사람들 모두 일제히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허나 타이밍을 놓친 사람들은 무언가에 걸린 듯 전부 엎어지며 괴명을 질렀다.
"나의 제군들이여! 힘을 모아! 파워 점프!!"
유청화의 외침에 6명은 일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청화는 그런 그들 위에서 양팔을 벌리고 높은 곳의 공기를 만끽했다. 허나...
퍽!
"꺼, 꺼억…"
청화의 눈은 뒤집혀 버렸다. 허나 6명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천장까지 뛰면서 엄청난 체력을 소비해 버린 줄 알았건만 아니었던 것이다.
근데 한가지 의심이 떠올랐다. 왜 학생들은 긴장을 풀지 않는 것일까? 아까 그것이 마지막 관문이 아니었던가? 그럼 뭐가 마지막 관문이지?
"아, 안돼!!"
맨 앞의 선두의 절규로 모든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닥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이 말한 마지막 관문이란 것은...아무리 봐도 그 것인 것 같다.
'특별 소프트 크림 소시지 특제 빵 매진'
그랬던 것이다. 그들이 강하게 욕망을 내뿜었던 대상은 너무나 그 수가 작았던 것이다. 그들은 아무 수확이 없는 체로 정면을 봤다. 매점의 유리문 너머로 한가롭게 빵을 뜯고 있는 그들. 그들은 자신들이 강력하게 원했던 '특별 소프트 크림 소시지 특제 빵'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애처로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매점 안에서 조용히 빵을 먹고 있던 그들은 왠지 알지 못 할 어둠의 기운을 느끼곤 매점 밖을 봤다. 엄청난 수의 눈들이 자신들의 손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아, 아니 이럴수가!!"
늦게 도착한 유청화. 그는 자신의 실수에 치를 떨었다. 그만 승부욕에 눈이 멀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간단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점으로 뛰어오면 될 것을 4층에서 1층에 있는 매점을 향해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왔다니.
"헙!!"
그리고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를 간단히 넘기고선 한 손으로 책을 보고 한 손으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고 있는 한 남자. 그는 자신의 죽마고우. 남궁준이었다.
그는 배신감과 열등감에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유리문에 바싹 붙은 그는 통탄의 울음을 뱉으며 유리문을 팡팡 치기 시작했다.
"으윽! 으악! 남궁준!!! 네 이놈!"
책을 보고 있던 남궁준은 특별하다는 그 빵을 한번 베어 물곤 '특별 할만 하네'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어디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아 앞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자신을 향해 입을 열고 있는 자신의 친구 유청화가 보였다. 우정이 각별한 남궁준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허나 유청화, 그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곤 혼자서 바닥을 뒹굴렀다.
"에, 에잇 그렇다면 '핫 카레 듬뿍 짱 듬직 빵'이라도 먹어야겠다!"
"크흑 빨리!"
"으악!"
오늘도 역시나 문틈에 끼인 그들은 매점을 향해 절규했다.
++++++++++++++++++++++++++++++++
"준아!"
"아 청화야"
남궁준은 유난히도 튀는 이름을 가진 자신의 친구 청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7살 때부터 알고 지내온 그는 그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 된 후 고1이 되기까지 한번도 클래스메이트를 놓쳐본 적이 없었다. 그런 만큼 그들의 우정은 특별했고 더욱 진했다.
"너 어, 얼굴이?"
"크흑..."
유청화는 점심시간 그 쓰라린 시간이 떠올라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그의 얼굴에 일자로 새겨진 그 무언가. 점심시간 목숨을 건 사투에서 당당히 얻어낸 영광의 상처. 그는 인기 순위2인 빵 '핫 카레 듬뿍 짱 듬직 빵'을 건졌던 것이었다.
"그래 벌써 헤어질 시간이네 안녕!"
"그래 청화야 잘가라!"
준은 청화와 골목길에서 헤어졌다. 얼마 전 17살이 되면서 그 전 까지 살고 있었던 고아원에서 자그마한 원룸을 얻었다. 그 고아원도 주 태명이 운영하던 고아원이었다.
청화와 그는 고아원에서 만났다. 7살. 준이 고아원이 들어 온지 1년하고 8개월이 지났을 때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작은 꼬마가 어떤 아저씨들과 들어오더니 대뜸 주변의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많은 아이들이 뒤에 아저씨들 때문에 겁먹어 뒤로 물러나고 있었지만 그 꼬마는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그만 두지 않았다.
그렇게 한 두 세 번 둘러봤을까? 그 꼬마는 창가로 걸어갔다. 창 밖만 보는 외로워 보이는 소년에게 다가간 그 꼬마는 대뜸 말했다.
"나랑 친구하자"
그게 인연이 되어 그와 그는 그 누구도 때버릴 수 없는 강한 친구가 되었다.
그런 특이한 자신의 친구를 다시 한번 떠올린 준은 고마운 미소를 띄우곤 건널목을 건넜다. 건널목을 지나다 무언가 빤짝했다. 준은 그 빤짝임에 한쪽 손으로 눈을 가렸다.
빵빵
"야이 자식아! 귀먹었냐? 비켜!"
분명 방금 전에 초록 불이었는데...
남궁준은 이상함에 재빨리 사과하곤 반짝였던 곳을 찾기 시작했다. 아까 그 곳. 거기엔 4개의 보석이 보였다.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검정색. 전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특히 검정색. 칠흑같이 빛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반짝반짝 거리는 게 마치 흑요석과 같았다.
준은 누가 이런 고가의 보석을 떨어뜨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저 앞에 파출소가 보였다.
그냥 삼키면 나는 나쁜놈이 되겠지?
남궁준은 4개의 보석을 들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세요.]
"응?"
뭔가가 자신의 귀에 웅웅거린 듯한 착각을 받은 준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버리지 마세요]
다시 한번 웅웅 거린 듯한 느낌. 남궁준은 갑자기 마음이 바 꼈다. 이 보석들. 마치 다른 누군가에게 건 내면 안 되는 아주 중요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주변의 누가 봤을 새라 빠르게 집으로 뛰어왔다.
"학…학……학"
결국은 해버렸네...
남궁준은 침대에 기대곤 숨을 헐떡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가지런히 모여있는 4개의 아름다운 보석들을 바라봤다. 그 보석의 표면으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다. 근대 이런 자신의 모습이 혐오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잘한듯한 느낌은 준에게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준은 숨이 고르게 되자 그 4개의 보석들을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피곤에 절은 몸을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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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
마치는 종이 들리자 준은 가방을 들고 빠르게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준아! 어디가!"
"아 미안!"
준은 너무 꺼림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 준은 빨리 뛰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헥헥 거려도 계속 뛰었다. 그렇게 속이 뒤집히는 느낌을 받으며 문을 열었다.
쉬이익 쾅!
엄청난 파공성이 들리더니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준은 신발을 벗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바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거기엔 괴기스럽게 생긴 무언가가 있었다.
머리엔 수많은 촉수가 달려있고 온몸이 쭈글쭈글한 검은 피부를 가진 그 무언가는 책상 위에서 어제보다 밝게 빛내고 있는 보석을 탐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 괴물은 준을 쳐다봤다. 그리고 준은 엄청난 고통이 몸을 엄습하기 시작했다.
NO.2
남궁준은 고통이 온몸을 덮어버리자 그 자리서 쓰러지더니 온몸을 움켜잡고 벌벌 떨었다. 그 검은 괴물은 천천히 남궁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남궁준은 미칠 것만 같았다. 차라리 기절 아니 죽고 싶었다. 온몸을 난도질하는 듯한 고통.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크헤헤헤헤"
그 검은 괴물은 놀랍게도 사람과 무척 흡사한 웃음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남궁준은 볼 수 없었다. 당장에 느껴지는 이 고통. 고통이 내 몸을 때리고 있는데 무엇을 알아볼 수 있겠는가.
"으아아아악!"
갑자기 괴명을 지르는 준. 고통이 느껴진 지 한참 뒤에 지른 비명이었다. 검은 괴물은 그 쭈굴쭈굴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더러운 미소를 보냈다. 어느새 몸을 뒹굴뒹굴 구르고 있는 준에게 온 그 괴물. 괴물은 뒹굴고 있는 준의 목덜미를 잡더니 그대로 들어올렸다.
"내가 준 선물은 어떤가?"
"……!"
놀랍게도 인간의 말을 하는 괴물. 남궁준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앞에 이 기괴하게 생긴 괴물이 말을 하고 있다. 전혀 인간 같지 않은, 징그럽고 혐오스럽게 생긴 괴물이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흐흐 죽고 싶지? 흐흐흐"
남궁준은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좋았다. 숨이 막혀 온몸엔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지금은 잠자기 전 같은 무척 포근한 느낌까지 들기도 했다.
"네가 들고 있는 4개의 보석! 내가 접수하마 흐흐흐"
그 괴물의 탐욕스러운 눈빛. 허나 그런 눈빛은 지금의 준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았다. 서서히 눈이 뒤집히기 시작한 준. 그런 준을 보고 그럴 순 없다는 듯 저 멀리 던져버렸다.
콰앙!
"크헉!"
어느새 그 온몸을 휩쓸던 고통은 사라졌고, 등에선 결코 가볍지 않은 괴로움만이 느껴졌다.
"이 보석들을 취하기 전에 여흥이나 즐겨볼까?"
그렇게 말한 괴물은 아주 여유로운 걸음으로 남궁준에게 걸어갔다. 준의 입에선 작은 핏줄기가 흘러나왔다. 흐릿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검은색의 무언가. 준은 괴로웠다.
"흐흐 재밌어! 재밌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정말 재밌어!"
그렇게 말한 괴물은 한차례 더 준을 던져버렸다.
콰앙!
아무런 비명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자리서 몇 번 콜록 되던 남궁준은 스르르 쳐 저버렸다. 괴물은 아직도 모자라 다는 듯이 고개를 까닥까닥 저었다. 콰앙! 콰앙! 콰앙!
이리저리 던져진 준의 모습은 이미 넝마가 다름 없었다. 너덜너덜한 준의 몸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었다.
이제...그냥 죽여달라고...
"크큭… 재밌군…이제 슬슬…끝내볼까?"
괴물의 몸에서 뿜어지는 거대하고 방대한 살기. 이미 혼미한 정신인 준의 몸이 움찔움찔 살기에 반응했다.
"흐흐…흐흐흐…엄청난 기운의 보석...내 것이다!"
"……!"
푸아아앙!
괴물이 준의 몸에 손을 뻗었을 때!! 놀랍게도 책상 위에 보석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퉁퉁 부은 눈 사이로 보이는 그 빛. 준에겐 그 빛이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마치 느껴본 적 없던 어머니의 품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따스한 느낌에 준은 스르륵 눈을 감았다.
"으…으음?"
뒤척이던 몸을 일으킨 준은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의 머리 속에 남겨진 마지막 기억 상으론 분명히 괴물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 헌데...이 광경은?
"이, 이럴수가!"
집엔 아무런 일 같은 건 없었다. 너무 이상한 일이다. 증거물이 없었다 증거물이. 파괴된 벽 부스러기도 흘렸던 피도!
그, 그럼 내 기억에 있는 것들은 뭐야!
남궁준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한참을 뒤구르다 준은 그 자리에서 뚝 멈췄다.
"그, 그래!"
너무 피곤해서 꿈을 꿨던 거야!
준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 앞에 가서 4개의 보석을 봤다. 책상에 놓여진 거울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
아, 아니 뭐지?
준의 눈은 놀란 토끼 눈이 된 듯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입고 있던 교복. 그 것은 이미 걸래 쪼가리가 되어있었다. 너덜너덜. 자신의 몸은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인가.
"그, 그럼 그, 그 일이 사, 사실?"
말을 더듬던 준은 4개의 보석을 의문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다 그 자리에서 픽 하고 쓰러졌다.
++++++++++++++++++++++++++++++
어제 밤에 급하게 교복을 산 준은 오늘 학교에서 빌빌 졸았다. 그것도 학교 내 최악의 명성을 자랑하는 '팔절사시미'라는 영어선생의 수업시간에 말이다.
"28번 남궁준. 일어나서 78페이지 읽어봐"
"……"
"28번 남궁준! 오늘 남궁준 안 왔나?"
"저어…선생님! 준이 자는데요!"
"뭐어? 남궁준 깨워!"
남궁준의 짝인 여학생이 엎드린 준의 등을 흔들었다. 웅웅 거리던 준은 한번 일어나더니 다시 엎드리고 누웠다. 그 여학생이 다시 한번 아까보다 강하게 흔들었다.
"으으응"
거부하는 듯한 그의 음성. 그 짝인 여학생은 얼굴이 붉어졌다.
다시한번 흔들리는 몸.
"아아아..지혜야 하지마아"
그렇게 말하며 머리에 땡콩을 때리는 준. 그렇게 무거운 눈꺼풀이 서서히 들리자 준은 '지금 이거 악몽인가' 라고 생각했다.
"아아... 악몽 중의 악몽. 왜 내 꿈에 팔절사시미 선생님이 나오지? 아으...너무 피곤한가?"
주변의 모든 준의 반친구들은 서서히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슬슬 주변의 자리를 피했다. 준은 눈을 비비다 다시 한번 앞을 봤다. 자신의 손이 선생님의 머리 위에 붙어있다. 그리고...그 선생님은 팔절사시미다.
"……!"
나, 난!!
준의 눈 앞엔 절망의 길이 쭈욱 보였다. 주변의 친구들은 전부 준의 명복을 빌기 시작했다.
"남.궁.준! 네놈! 네놈이 미남이면 다더냐! 험상 굳게 생긴 것도 열 받아 죽겠는데! 너 같은 인간이! 감히 내 수업시간에 자? 으워어어어어!"
"컥! 저, 저건 마치 '그레스 다이더' 43화 '절망의 늪으로 날려버린 클라옥'편에 등장하는 초괴수 클라옥과 같은!!"
"헉! 그 클라옥! 머리엔 10개의 더듬이와 온몸엔 입이 달린 초록색 털을 가진 초괴수 클라옥!"
"온몸의 입에서 나가는 죠인 빔을 맞으면 산산히 부서지잖아!"
"으워어어어! 닥쳐라 이놈들!"
드디어 나오기 시작했다. 팔절사시미 선생의 허리춤에서 나오는 그것! 그것이 나오는 순간 모든 아이들의 입은 마치 천근의 추를 달아놓은 듯 조용해졌다. 과연...그의 명성은 헛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허, 억!"
준의 입에선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그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는 그것의 위력을 봤다. 바로 자신의 친구 청화가 제물일 때!
청화의 온몸은 공포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것은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공포였다. 온몸을 벌벌 떨게 하는 공포. 저 심연의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공포. 두려움! 바로 그것이었다! 그때 그 곳이 욱신욱신하고 있었고 입에서 저절로 나오려고 하는 비명! 눈은 이미 붉게 충혈 됐고 입으론 이상한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매끄럽게 손질된 참나무 사시미. 날 부분이 뭉툭하게 깍 였다 지만 그 모습은 진짜 회 뜨는 칼! 사시미와 같았다. 색만 칠하면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시미! 그것이 팔절사시미 선생의 최후의 보루이자 애병기인 이름하여 요도 '코가라스마루카타나'를 꺼내 들었다.
그 애병기를 한 손에 들고 콧김을 뿜어대는 팔절사시미. 그의 광기의 검무는 시작되었다!
팔절사멸도(八切死滅刀)
제 1식! 후광절(厚光切)
팔절사시미의 오의인 팔절사멸도의 제 1식이 시전 되었다. 제 8식까지 이루어진 팔절사멸도. 그게 팔절사시미란 별명을 얻게 된 '그 것'이었다.
짧은 묵빛을 허공에 그리며 준에게 쇄도하기 시작한 자칭 요도 '코가라스마루카타나'가 검명을 울어댔다.
퍽!
정확히 오른쪽 어깨에 맞은 준은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마치 어깨가 끊어질 듯 아파왔다.
팔절사멸도(八切死滅刀)
제 2식! 예명절(銳鳴切)
날카로운 울음으로 울고 있는 팔절사시미의 애병기가 다시 준에게로 쏘아 들어갔다. 준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고통에 입에선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팔절사멸도(八切死滅刀)
제 7식! 천유도절(天流道切)
어느새 7식까지 도달했다. 이름 그대로 하늘을 자르듯 눈으론 포착할 수 없는 빠르기의 애병기가 준의 몸을 가차없이 때렸다. 이미 준은 헤롱헤롱 거리고 있었다. 몸이 견디질 못하는 강대한 고통.
그리고 제 8식이라는걸 직감한 반 친구들은 모두 눈을 감았다. 너무나 잔인한 최종오의인 제 8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치를 떨게 할 정도로 잔인하고 무식한 기술이었다.
팔절사멸도(八切死滅刀)
제 8식! 항문괴절(肛門乖切)
그렇다! 항문괴절! 말 그대로 항문을 어그러트리며 잘라버린다는 무식한 초식! 그것이 엎어져 콜록거리던 준의 '그 곳'!으로 향했다.
쐐에에엑!
거의 가까워 졌다. 모든 아이들은 귀를 틀어막고 눈도 가렸다. 자 이제!
"……"
침묵....
"……?"
눈을 뜬 그들은 팔절사시미가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거기엔! 너무나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준을 감싼 그! 바로 청화가 입엔 게거품을 물고 양손으로 거길 가린 체! 눈으론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아! 뒤돌아서 그 모습을 본 준! 준은 청화의 몸을 잡고 오열을 터뜨렸다.
"으아아악! 청화야! 청화야! 정신차려"
주변의 친구들은 전부 눈물을 짜내고 있었다.
"꼴깝들 떤다아아! 으워어어어! 이 미남들! 죽어버렷!!"
그렇게 광란의 영어시간은 종치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
청화는 영어시간의 그 고통을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준의 행동도 한번도 놓친 적 없었다. 너무나 그의 행동이 수상했다. 왜 저렇게 비틀비틀 댈까? 무엇이 그를 잠 못 들게 한 걸까?
서, 설마! 네, 네놈이 나보다 먼저!?
청화는 분한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네놈이 나보다 먼저 제빵사에게 예약했던 것이냐!!!"
그렇다. 청화는 '특별 소프트 크림 소시지 특제 빵'이 먹고 싶었다.
++++++++++++++++++++++++++++++++++++
여전히 비틀비틀 거리는 걸음으로 길을 걷던 준은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지만 그냥 잠결이겠지 생각하고 길을 걸었다. 위태위태하게 건널목도 건넜다. 그리고 집 앞 골목길에 들어왔다.
비틀비틀 툭
"아..죄송합니다아"
정신 없는 준은 부딪힌 사람에게 사과하곤 비틀비틀 지나쳤다. 걸으려 하는 준. 그런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발이!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준은 돌아서 그 사람을 쳐다봤다.
"크크크큭"
저, 저놈은!
준은 어제 그 감각에 온몸이 떨렸다. 어제 그 괴물! 흉칙한 몰골의 괴물이었다. 그 괴물의 한쪽 팔이 없어진 게 이상하긴 했지만 준의 머릿속엔 그런 것 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크크크크크 오늘 그 보석들을 다시 받아가려고 왔다."
"……"
"…그리고! 거두지 못한 네놈 목숨까지 말이야!"
"……!"
준의 몸은 심하게 떨려왔다.
"그전에!"
"……?"
"저기 훔쳐보고 있는 놈부터 처리해야겠군!"
준은 그 쪽으로 뛰어간 괴물을 봤다. 거기엔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청화가 있었다.
"안돼!!안돼에! 그러지마! 안돼!!!"
준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그 괴물에게 뛰어갔다.
NO.3
"안돼에!!!!!!"
괴물의 뾰족한 손은 어느새 청화의 코 앞에 도달했다. 준은, 준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 하고 싶지 않았다. 청화가 왜 나를 따라왔으며 저 괴물은 왜 청화를 노리는 것일까? 준의 머리는 갑자기 하얗게 물들어갔다.
피잉!
준의 호주머니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눈부신 밝은 광체. 하지만 그 빛은 준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달려가는 준. 준의 머릿속엔 오직 청화의 안전에 대한 것 뿐이었다. 근데 뭔가가 어색했다. 왜 괴물이 움직이지 않고 청화는 그대로 굳어있을까? 뭐가 잘못되었나? 아니면...
"시간이……멈췄다?"
준은 주변을 둘러봤다. 하늘엔 낮게 날고 있는 거대한 여객선이 보였고 쓰레기를 뒤지던 고양이는 가만히, 가만히 자신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다. 시간은 멈췄던 것이다. 준은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였기에 시간이 이리 멈췄을까?
이내 생각을 접고 준은 청화에게 달려갔다. 준은 청화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움직여 보았다. 그런 노력은 헛수고였던가? 청화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땀을 흘리며 계속 옮기려던 준은 앞의 괴물을 보더니 그대로 달려가 그 괴물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은 부질 없는 짓. 시간이 멈추면 그 어떤 작용도 하지 않아요. 시간이 멈춘다면, 세계도, 모든 작용도 멈춘다는 것이죠]
귓속을 웅웅 거리는 이 느낌. 이 느낌! 느껴본 적 있다! 준은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지만 이 말들은 무언가 납득시켜주고 있었다. 자신을 설득하고 그에 따라 행하게 한다. 신기한 그 때의 그 느낌. 낯설지 않다.
[당신을 괴롭게 하는 저 괴물. 없애드리죠]
아까와 같이 귓속이 웅웅 거렸다. 하지만 아까와 왠지 느낌이 달랐다. 아까가 차분했다면 이번엔 뭔가가 결심이 가득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준의 눈은 전방을 향했다. 저 번들번들 거리고 보기에도 역겨운 쭈글쭈글한 얼굴. 없애버리고 싶었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죽마고우를 헤치려는 것도 뭔가 중요한 듯한 보석을 훔쳐가려 했던 것도, 나의 목숨을 노렸던 것도!!
"죽어라 이 괴물아!!"
시간은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저 하늘 위를 가르며 날아가는 여객선. 마치 음속으로 달리듯 없어져 버린 고양이! 그리고 저 멀리 날라가는 청화의 머리를 깨부수려 했던 괴물의 팔도!
"끄아아아아악!"
엄청난 비명. 청화는 이미 기절해 쓰러져있었다. 준은 멀리서 팔이 없어진 부분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괴물에게로 다가갔다.
저벅저벅
"아프냐? 아프냐고!!"
준의 입에서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준의 눈은 서서히 붉게 물들어갔다. 주먹을 꽉 진 그의 손엔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큭큭...이 정도의 고통...차, 참을 수 있지 흐흐흐흐"
"재수없게 웃지마!!"
펑!
"크악!"
준이 소리치자 괴물의 팔이 또 하나 날라갔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괴물의 팔. 잘려진 부위에선 검은 색의 어떤 액체가 꾸물꾸물 흘러나왔다.
"으, 으악! 으아아아악!"
괴물의 괴성이 준의 귀를 강타했다. 그러나 그의 걸음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당당하고 또한 바른 걸음. 준의 걸음엔 거침이 없었다.
"넌! 넌 고통을 알아야해! 그리고!"
준이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죽어!!"
쾅쾅쾅!
괴물의 몸을 강타하는 준의 주먹은 마치 강철과 같이 단단했다. 괴물의 몸을 때릴 때 마다 괴물의 몸은 함몰 됬다. 쭈글쭈글한 주름 사이로 파고드는 주먹은 전혀 약해 보이지 않았다.
"쿠헉..."
멈춰선 준. 준의 눈이 서서히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멀뚱멀뚱 서있던 그는 자신의 두 주먹을 한번씩 번갈아 보더니 앞의 괴물을 봤다.
"뭐, 뭐지…?"
뭔가가 이상했다. 아까 분명히 눈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조종하듯. 그렇게 움직였다.
"나, 난! 난 이런거 싫어!!"
다시 한번 주변의 빛에 휩싸였다.
+++++++++++++++++++++++++++++++++
"응?"
믿을 수 없는 상황. 괴물은 없어졌다. 마치...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전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준은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쓰러져있는 청화를 발견하곤 곧장 달려갔다. 그리고 쓰러진 청화를 업어들 곤 집으로 달려갔다.
"으음…응?…준이냐?……내가…왜 여기 있냐?"
"뭐?"
청화가 일어나자 뜬금없이 물어보는 소리에 당황한 준은 당황한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뭐 때문에 온지도 모른다니. 아까 그 놀란 눈은 뭐 일까?. 아니면 설마 기억을 못하는 것!?
"너 기억 안나?"
"무슨 기억? 참 이상하네..너, 너! 설마!"
"……?"
"나, 나를 넘보고 있던 것이냐! 나, 난 남자는 관심 없다!"
퍽!
붉게 변한 이마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청화를 보며 한숨을 내쉬곤 교복을 벗었다.
"너, 너 임마! 그만 벗어! 난 남자 관심 없다고!"
불끈
준의 머리엔 커다란 핏줄이 하나 솟았다.
퍽! 퍼벅 퍽퍽 퍼버버벅 펑!
"쿠, 쿨럭…크흑…수, 순결을 빼앗길 순 없다!"
"가만히 죽어!"
퍼버버벅 퍽 쿠웅 쾅쾅 퍼벙! 뚜시뚜시 두둥 부아아앙!
엄청난 연격기의 효과음. 준의 무한 콤보에 헤롱헤롱 거리던 청화는 그대로 뻗어버렸다. 고요한 방안. 청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야 오랜만에 밥 좀 해줘"
"…내가 네 녀석 식모냐?"
"헤헷 너 어렷을 때 많이 해줬잖아"
"그래그래 해주마"
"…헤헤 고마워"
"별 수 있냐?"
준은 오랜만에 따듯한 기운이 도는 방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
"자네들 과제는 해왔나?"
특이한 말투의 고전문학선생. 볼록 튀어나온 배를 떠받듯 두 손을 뒷장 쥔 그의 모습은 여지 없는 옆집아저씨의 푸근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면은 아주 색다른 모습이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구설수에 오르는 그는 바로...'테크노 광'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후후 안해온 이들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게"
머뭇머뭇 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불쾌한 걸 보게 된다 듯이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는 사람마저 불쾌할 정도로.
"자자 오오..자네...왠 일인가? 자네가 숙제도 안 해오고?"
사실 말하자면 이반 학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전문학선생의 터무니 없는 과제들. 그 누가 해오겠는가? 그 것도 하루 만에 시조 20편을 만들어오라는 것을.
사실 태명학원에 수능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태명학원에서 상위 160등 이상은 모두 태명대에 들어간다. 나머지 학생들은 태명사에 취직하거나 수능을 쳐 다른 대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하루에 시조 20편이란 건 너무나 심했다. 저 선생님이라는 사람에게 만족감을 줘야 하는 동시에 20개라는 엄청난 숫자를 해 와야 하므로...
"그럼 가겠네!"
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한 테크노. 경쾌한 소리! "빠아빰빰빰빰 빠아 빰빰빰빰빰빰빠!" 그 경쾌한 음이 크게 들리기 시작하자 배가 유난히 많이 튀어나온 고전문학선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가 좌우로 움직이며 그의 팔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찰싹찰싹 찰싹!
그의 손바닥이 학생들의 뺨을 왕복하기 시작했다. 이내 10대를 맞은 학생을 넘어서는 그 선생은 테크노를 멈추지 않았다. 테크노 춤을 추면서 다음 사람에게 가기 시작했다. 자! 상상해보아라! 저 고전문학선생의 그 모습을! 짧은 팔을 좌우로 움직이는 그의 모습. 그런 모습을 보던 여학생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찰싹 찰싹
정말 보는 사람을 짜증나게 하고 저절로 육두문자를 나오게 하며 살심을 풍기게 만드는 그만의 체벌. 백이면 백 저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죽여버리고 싶어!"
그는 어느새 준의 앞 사람까지 당도했다. 서서히 준의 차례가 되는 순간!
"흠...테크노가 끝났군..허허 준 자네는 신의 은총이야. 자네는 봐주도록 하지!"
준은 십년 감수한듯 숨을 쉬고는 얼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고전문학선생은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무언가를 눌렀다. 그러더니 다시 테크노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욱 경쾌하고 빠르고 크게!
"자 가겠네!"
좌우로 흔드는 그의 모습! 그의 입에선 침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준의 뒷자리! 청화의 얼굴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찰싹찰싹찰싹 찰싹!
다 맞고 난 청화의 교복은 마치 물에 젖은 듯 젖어있었다. 그것도 끈적끈적한 어떤 액체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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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종례하겠어요!"
준의 반인 1학년 C반의 담임. 최강의 인기를 자랑하는 미선생 최희연. 출석부를 교탁 위로 탁탁 치는 희연은 반을 한번 둘러봤다. 언제나 보지만 다시 한번 선생이 된 걸 느꼈다.
"자자 여러분! 내일은 개교기념일인 거 알고 있겠죠? 그리고 남궁준 학생 남고 마치도록 하겠어요"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곤 반을 빠져나가는 친구들을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궁금한 표정으로 자신의 담임인 최희연을 바라봤다.
"아 준아. 너 시•군 미술대회 안나가?"
"그거…헙! 시, 신청서 안냈어요!"
"후훗 그럴 줄 알고 미리 내가 넣었어"
"후우…감사합니다"
준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희미한 미소를 지은 최희연은 준을 보며 말했다.
"준아 고마우면 나 밥좀 사줘!"
"…네?"
"헤헤헤 나 오늘 지갑 안 들고 왔거든"
"네, 네?"
이런 황당한 선생님이 다 있을까?
"사, 사드리죠"
"그래? 그럼 분식점 가자!"
"아, 아! 네, 네"
"자자~"
여고생들이 북적거리는 학교 앞 분식점에 준과 최선생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준은 주변을 둘러보다 주문하는 최선생의 말을 듣고 놀란 듯이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 우선 라볶이 3인분 순대 2인분. 어묵 4인분 주고요. 만두도 1인분 주세요!"
"서, 선생님"
"응?"
“다 드실 수 있으세요?”
“물론이지!”
“에휴~”
조용히 한숨 짓던 준은 분식점 문 밖을 봤다. 분식점 문 밖엔 커다란 그림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준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놓쳐선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 저 잠시 어디 갔다 올게요!"
"으, 응?"
"도망가는거 아니니 걱정 마세요!"
"아! 응"
준은 달렸다. 그 묘한 그림자를 따라서!
NO.4
준의 숨은 넘어갈 듯, 말 듯 한 숨으로 끝까지 그림자를 쫓았다. 그 그림자의 흔적이 보이면 보이는 데로 따라갔다. 이것 저것 상관 없이 닥치는 데로 달렸다. 단지 무언가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학…학……학"
방금 검은 무언가가 저 앞을 스쳐 지나갔다. 잡아야 한다! 잡아야 해! 놓칠 순 없어! 준은 다급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진정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달렸다.
서서히 준의 다리에 경련이 오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준은 눈을 질끈 감고는 다리를 꽈악 잡았다. 그리고 눈을 번쩍 뜨더니 쩔뚝쩔뚝 거리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멈추는 그림자. 그림자는 어느새 뒤를 따라온 준을 보며 어둠에 보이지 않는 얼굴이 미소 짓는 듯 했다.
"뭘 그리 성급히 다가오는가?"
"……?"
"후후 넌 아직 나의 정체를 모르는 것 같군"
"그건 당연한거 잖아!"
"당연하다니? 어째서?"
"그……그!…얼굴을 본적이 없으니까?"
고개를 돌리는 그림자는 마치 비웃는 듯 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표정을 알 수 없는 준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 느낌. 결코 낯설지 않다. 마치 얼마 전에 주었던 4개의 보석과 같이.
웅웅웅웅
준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준의 주머니에서 울고 있는 4개의 보석들을.
"하하 역시. 넌 여전하구만"
"…날 알고 있어?"
"하하하하 재밌군, 재밌어. 당연히 알지"
"난 널 모르는데?"
"당연한 거니까"
"어째서!"
아까와 반대적인 질문. 그림자는 머리에 쓴 검은 중절모의 앞부분을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잡으며 몸을 틀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또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어째서 알고 있냐고!"
또 다시 잡힐 줄 모르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
"으아..준이! 나쁜 녀석! 진짜 도망간거 아냐?"
벌써 준이 나간지 1시간이 지났다. 이미 식어버린 떡볶이를 앞에 놓아두고 하염없이 문만 바라보는 최선생은 애처롭기 그지 없었다. 마치 지아비를 기다리는 듯한 저 표정. 정말 미인이라 그런지 그 모든 표정 하나 하나가 보기 좋았다.
"힝! 에잇! 배고파! 먼저 먹을래!"
식어버린 떡볶이와 여러 음식들에 포크 질 하기 바쁜 최선생은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먹어댔다.
++++++++++++++++++++++++++++++
"우, 우웩!"
너무 심하게 뛰어 헛구역질 하는 준을 보고 혀를 차는 그림자는 웃음소리를 냈다. 벽에 손을 짚고 고개를 숙인 준은 고개를 틀어 그림자를 노려봤다. 그림자는 모른다는 것처럼 양팔을 들어올려 고개를 한번 흔드는 제스쳐를 보여줬다. 재수없을 정도로 짜증나게 말이다.
"이! 이! 우웨엑~"
준의 올릴 것 같은 그 모습에 천천히 다가간 그림자는 준의 등을 두드려주기 시작했다. 준은 뒤를 한번 돌아보고 싶었지만 속이 울렁거리기에 돌아볼 수 없었다.
"그래, 그래 내가 누군지 말해주지"
"……누군데?"
"네 아버지"
"……"
한 순간 흐르는 침묵.
"…재밌어?"
"…하하하하 재미없었냐?"
"어떤 사람이 그러디?"
"……"
등을 두들기다가 무안한 듯 뒷 통수를 긁는 그림자는 다시 조용히 말했다.
"때가 되면 알 거야 그보다..너 그 선생은 어떻게 할 거냐?"
"때가 되면 뭐가……으악! 맞다! 선생님!!"
준은 달리기 시작했다. 눈썹이 휘날리도록.
++++++++++++++++++++++++++++
"으아앙 준! 준! 이 나아쁜 노옴!"
최선생은 바닥을 닦고 있었다. 울면서. 뒤에서 노려보는 분식점 주인 아줌마의 눈초리도 무섭긴 하지만 지금 이런 자신의 신세의 서러움에 눈물이 절로 흘렀다.
"헥헥헥…선생님 뭐 하세요!"
"준! 너 어디갔던 거야!"
"하, 하하 아는 친구를 마, 만났다가 지금 오네요"
"…흐아아아앙"
준이 와서 그런 걸까? 억지로 참았던 눈물이 물밀듯이 밀려와 결국은 터져버렸다. 주저앉고 우는 최선생의 모습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준은 세어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고는 최선생을 일으키곤 주인 아줌마에게 돈을 주고 얼른 나왔다.
"죄송해요"
"흑…흐끄윽 너!"
"네~네"
"…흐끄윽 내일 학교에서 두고 봐!"
준은 왕방울 만한 땀을 머리에 달고선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그제서야 화가 조금 풀린 듯한 최선생은 준에게 음료수를 사달라고 했다. 준은 황공한 말투로 대답하곤 편의점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최선생이 앉아있는 공원으로 달려갔다.
"……?"
공원엔 아무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는 준. 준은 갑자기 다급한 마음이 들어 공원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다가 준은 안심했다.
웃기지도 않는 것이 학교의 담임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가벼운 코트를 걸치고 벤치 위에서 누워 자고 있었다. 저러다 누가 업어가면 어쩔까? 하는 생각이 든 준은 한숨을 푹 쉬며 최선생에게 다가갔다.
턱
"……?"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당황한 준은 뒤를 돌아봤다. 담배를 꼬나 물고 쳐다보는 왠 깡패처럼 생긴 사람이 잡고 있었다. 준은 뭐하냐는 듯이 물었다.
"뭐 하는 겁니까?"
"…크큭 네 호주머니의 그 거대한 에너지체. 내놔"
"무슨 소립니까?"
"거대한 4개의 에너지 덩어리를 내놔 라고!!!"
갑자기 엄청난 바람이 몰아치자 준은 손을 엑스자로 교차시키고 얼굴을 막았다. 그 깡패 같은 얼굴의 사람의 옷이 찢어지더니 변하기 시작했다. 서서히...서서히..
"흐흐흐 오랜만이구나, 나의 모습을 찾은 것이!"
검은 박쥐날개를 피고 머리에 검은 뿔을 단 모습. 그의 모습은 여지 없는 악마의 모습이었다.
"흐하하하 저걸 흡수하면 아마 난 더 강해지겠지?"
날개를 퍼덕거리며 준에게 다가오는 그. 준은 자기 몸이 이상해졌다. 저것에 반응하고 있다. 저 검은 날개를 가진 사람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내 몸이. 마음이. 모든 게!!
"더러운 족속들이었군"
갑자기 준의 입에서 싸늘한 말이 튀어나왔다.
흠칫!
"아, 아니! 인간따위가! 으아아악! 찢어발겨주마!!"
쐐에에에에엑!
길게 나온 검은 손톱이 준의 얼굴로 향했다. 그 검은 손톱이 준의 머리에 박히려는 순간!
"푸흡, 흐흐, 흐하하하하 역시 이것 밖에 안 되는 족속들이란 말야"
고개를 숙이며 웃는 준. 왠지 그는 달랐다. 그리고!
"이만 나는 이 몸의 주인에게 맡기지. 내 힘을 전부 주고말이야"
화아아아악!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황색의 빛. 빛이 천천히 없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날개를 단 그는 날개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빛이 사라진 걸 확인한 그는 정면을 바라봤다.
쾅! 쾅! 쾅!
"허업!"
숨이 넘어갈 정도로 놀라는 그. 저 모습은...인간이 아니다. 어찌 인간이 저럴 수 있단 말인가!
화르륵 화르르륵!
"내 몸에…불이? 이상하네? 뜨겁지 않아"
[이 것은 당신의 의지. 당신의 힘. 당신의 마음이며 주어진 임무이자 의무입니다]
항상 웅웅 거리던 느낌. 하지만 이번엔 확연히 달랐다. 지금은 너무나 선명히, 자세히 들렸다.
"무슨 소리야?"
[당신의 모든 것. 이거라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준은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분명히 자신의 팔 전체에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활활. 하지만 뜨겁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몸 인냥, 태초부터 존재 했던냥.
"네, 네놈! 정체가 뭐냐!?"
"나? 태명학원 1학년 C반에 남궁준"
"끄아아악! 인간 놈 주제에! 진짜 죽여주마!!"
날개를 활짝 핀 그는 준을 향해 날라오고 있었다. 가소로운 듯이 쳐다보는 준이 그의 주먹을 피하고 품으로 파고들어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강하게 한방!
꽝!
놀랍게도 준의 주먹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엄청난 폭발! 마치 폭발의 주인인 듯 자유자재로 폭발을 조종하는 듯한 준의 모습. 새로웠다.
"끅! 가, 가소로운 것!"
"그입……다물게 해주마!"
쾅쾅쾅쾅!
엄청난 폭발음이 공원을 뒤덮었다.
"흐에엑 그…그만"
"내 몸이 이렇게 말하고 있어…너희 더러운 종족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괴……로워…괴롭다고"
"……"
검은 날개의 그의 눈에선 검은 빛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왜 준의 눈엔 그게 간사하고 더러워 보이는 걸까? 준은 생각했다. 이런 자신이 잘 못 된 걸까? 준은 그에게 다가갔다.
"흐흐흐 아무런 살의도 없다니! 어리석은 것! 죽여주마!"
"……"
퍽!
그의 주먹은 준의 배에 꽂혔다. 헌데 왜 찝찝한 느낌이 들까? 그는 고개를 돌려 준을 쳐다봤다. 준은, 준은 웃고 있었다. 마치 웃기지도 않는 다는 투의 비웃음. 그의 주먹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벽에 막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으으아아악!"
퍽퍽퍽퍽퍽퍽!
그의 주먹은 허공에서 불꽃을 튀겼다. 보통사람의 눈엔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르기. 하지만 준은 전혀 타격이 없었다.
"제, 제발 맞아! 맞으라고!"
"……"
피식
준의 몸이 미세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슬쩍 도는 준의 몸. 발로 튀기자 준의 몸이 빠르게 돌았다. 그리고 허공에 살짝 뜬 준이 뒷발을 높게 들어 내리치며 돌았다.
쾅! 콰광!
준의 발이 그에게 박히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발에서 퍼져나가는 불꽃. 점점 커지다 사 그러지는 불꽃. 아름다웠다.
"끄, 끄윽…요, 용서치 않을 것이다…우리의…주인님께……"
허공에 가루가 되어 없어지는 그를 보고 준은 고개를 돌렸다. 혹시 잠에서 깨 지금까지 모습을 다 본 게 아닐까 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엄청난 소음에도 불고하고 여전히 자고 있는 최선생이 신기해 보였기 도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몸이 더 신기했다. 어떻게 자신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온 몸을 불이 휘덮었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니. 보통 사람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나이었다.
준은 최선생에게로 다가갔다.
불아 제발 없어져라.
준의 의지. 정말 아까 그 목소리가 말했던 것처럼 몸에서 나던 불은 없어졌다. 불이 없어지고 팔을 봤다. 교복은 전혀 타지 않았다.
"하하……이런 이상한 일을 겪고도 납득하는 나는 이상한 걸까?"
준은 허공에 독백했다. 조심스레 최선생을 등에 업었다. 그리고 그녀의 지갑을 뒤져 주소를 찾곤 천천히 걸어갔다.
2장 surprise
NO.5
한가한 일요일. 준은 이리저리 방에서만 뒹굴고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최선생은 정말 그때 상황을 보지 못했는지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고 준도 그냥 넘어갔다.
내 몸에서 피어 오른 그 불꽃들은 뭘까?
준은 조용히 묻는다. 하지만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다만 그 목소리가 메아리 칠 뿐이다. 그것은 당신의 의지……라고 하며. 한참을 뒹굴다 책상 위에 놓아둔 4개의 보석을 호주머니에 찔러놓곤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가볍게 난방 하나와 청바지를 걸치곤 문을 나섰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주변은 조용했다. 준은 걸으며 다른 생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왜 그를 보면 화가 났던 것일까? 왜 죽이고 싶어했던 거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다만 그는 물어볼 뿐이었다. 신호등을 건너고 어느새 시내까지 와있었다. 북적북적 거리는 시내엔 다정하게 웃으며 걷는 연인들도 많았다. 준은 살며시 웃음 지었다. 약간 슬퍼 보이는 미소랄까?
준은 어디 갈까 생각하다 '그 곳'이 떠올라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준이 멈춰선 곳. 그 곳의 이름은 '용화루' 이름 그대로 중화요리 집이었다. 시내에 자리하고 있는 이 곳. 왠지 언밸런스 하지만 무척 손님이 많은 곳이다. 요즘은 볼 수 없는 큼직한 인심과 첫째도 둘째도 뛰어난 맛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사실 준은 이 곳 주방장 겸 사장과 무척 친한 사이였다. 무척 털털한 성격의 용화루 사장. 준의 먹구름을 걷어준 두 번째 사람이었다. 그때부터 준은 울쩍 할 때나 고민이 생길 때 이곳을 찾곤 했다.
"아저씨 저 왔어요"
"오오! 준 왔는가?"
흰 주방장 모자를 쓴 근 체구의 남자가 반가운 듯 활짝 웃으며 준을 맞이했다. 준도 같이 덩달아 웃으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언제나 북적북적한 용화루. 그래서 그런가, 이 곳만 오면 고민이 사라진다.
"흐흐흣 얼마 전에 아저씨의 새 메뉴가 완성 되었단다"
"그, 그런!"
"준! 너밖에 없다. 우리 식구들은 경기 일으키면서 도망간다! 100%가 되면 매일 해달라고 조를거면서! 어째뜬!"
"아, 아저씨! 오늘은 그냥!"
"그냥?"
"그냥 정상적인 자장면 한그릇만..."
준의 말을 마치자 마자 그의 표정은 변했다. 눈에 눈물을 글썽글썽 달더니 두 손을 간절히 모으곤 준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정말 거북스러운 시선. 거기다 썩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아마 식사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저걸 발견했으면 이때까지 먹었던걸 전부 올려버릴 것이었을 것이다.
"알았어요……"
절대 그 얼굴이 너무 역겨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 승낙한 건 아니다.
"오오! 준! 역시!!!"
"얼른…"
"그러마! 바로 준비하마 으햣햣햣"
왠지 모를 심상치 않은 웃음소릴 내면서 들어간 용화루 사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지지고 볶으며 웃고 있었다. 준은 편하게 의자에 앉아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4개의 보석을 만지작거렸다.
이 보석들… 뭔가가 있어
준은 눈을 살짝 찌푸리다 이내 펴졌다. 턱을 괴고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준. 한참을 생각하다가 떠오르지 않는지 좌우로 흔들어댔다. 그러다 갑자기 멈췄다. 마치 엄청난 전류가 몸에 흐른 듯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때! 그 때가 떠오른 것이다.
용화루에 처음 왔을 때. 그 때도 준은 분명히 그가 가져온 새 메뉴를 먹었다. 그리고……병원에 입원했다. 준은 활짝 웃으며 나오는 용화루 사장을 보곤 몸이 굳어버렸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 땀. 준은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
"준아 안 먹어?"
이미 차려진 식탁. 준이 피할 곳은 없었다. 기대가 가득 찬 눈으로 보는 용화루 사장.
"준아?"
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그 정체 모를 음식으로 젓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덜
"준아 왜 그러냐?"
아주 작게 한 젓가락 집은 준은 식은 땀을 상당히 많이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손이 덜덜 떨리며 그 음식물에 묻은 소스가 이리저리 튀었다.
"얼른…얼른 먹어보거라"
꿀꺽!
준의 침 삼키는 소리가 용화루를 가득 채웠다. 사람들은 모두 준을 주목하고 있었다. 소문은 익히 들었다. 용화루의 새 메뉴. 먹는 사람은 병원 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기분전환 하려고 온 내가 왜 이런!! 이런 구경거리가 되어야 하냐고!
준의 입이 열리며 그 음식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이 눈을 질끈 감고 그 것을 씹었을 때!
"……!"
준의 눈은 휘둥그래 졌다. 사람들은 모두 손에 땀을 쥐며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준의 젓가락이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했다.
"헉!!"
사람들의 눈이 이상한 걸까? 그들의 눈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味味(매우 맛있다)!!!!!!!!
노란색의 한자가 그들의 눈을 스쳐 지나간 건 환각인 건가!
준의 손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하자 그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맛있으면 오라가 글을 만들어 보이는가!! 용화루 사장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준을 봤고 사람들이 결국은 참지 못하고 그 음식으로 달려들었다.
사실 그들의 눈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었다. 준의 오라로 만들어진 글자. 그 것은.
死死(죽음이다)!!!
젓가락을 들었던 사람들 하나하나가 쓰러지기 시작했고 준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용화루 사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봤다.
준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쓰러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올라오는 준의 팔. 준은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돌아……오지 않겠다"
털썩
주방장은 마치 일상인 듯 아무렇지 않게 119에 전화를 걸었다.
+++++++++++++++++++++++++++++++++++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가볍게 약을 먹고 나온 준은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붉은 노을을 한번 쳐다보다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
어떤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 그. 익숙한 듯 나뭇가지를 피해가며 요리조리 길도 잘 찾았다. 푸르른 나뭇잎들이 우거진 산. 저 밑에 내려다 보이는 도시와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걸음의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준이 쳐다보고 있는 곳. 거기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산 위에 언덕 같은 분위기의 이곳. 준은 그 나무 밑으로 가 그늘이 진 쪽으로 편안하게 누웠다.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하늘을 봤다.
"이곳……정말 오랜만이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는 준. 살며시 옅은 미소를 짓던 준은 상체를 일으켜 나무에 기댔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4개의 보석을 꺼냈다. 손위에 올려진 보석이 노을 빛을 바다 반짝거렸다.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 준의 눈은 뚫어져라 보석만 봤다.
이 보석의 비밀은 뭘까? 이 보석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왜 괴물들이 이 것을 원하지? 그리고 난… 무엇 때문에 이것을 들고 왔을까?
준은 곰곰이 생각 해보니 모든 일의 원흉. 그것은 이 보석이었던 것이다. 그 괴물을 만난 것도. 내 힘을 발견하게 된 것도.
아니 어쩌면 이 보석. 원래부터 나의 것인 것일 수도 있어.
준은 보석 쥔 손을 꽉 쥐었다. 손안 가득히 느껴지는 보석의 느낌. 낯설지 않다. 보석의 느낌이 아니라 보석이 풍기는 느낌. 익숙했다.
쿵. 쿵. 쿵. 쿵. 쿵
빠르게 들려오는 소리. 그 소리가 날 때 마다 땅이 흔들렸다. 산인 이 곳이 흔들렸다. 쿵 쿵 쿵 쿵. 소리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나기 시작했다. 준은 당황했다. 이 느낌. 이 느낌은!!
"이, 이건!!"
쿵쿵쿵쿵
준의 눈빛이 변했다.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 준은, 준의 마음 속에선 끊임없이 어떤 한 감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거부할 수 없는, 거역할 수 없는 무언가가 계속 피어나고 있었다.
증오. 준의 마음엔 증오가 일어나고 있었다. 분노와 증오 끝없는 마이너스 감정들이 준의 몸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어도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의 살기.
이 곳에 오면 안돼! 이 곳이 더러워져! 나의 유일한 휴식처가아!
준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4개의 보석. 그 것을 호주머니에 넣고 그 느낌이 오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휙휙 나무 사이를 피해가는 준의 모습.
준이 멈췄다. 준이 한 곳을 주시했다. 나무 밑의 그늘로 보이지 않는 곳. 거기서 두개의 붉은 무언가가 번뜩였다.
쾅! 화르륵 화르륵!
한번의 폭발이 준의 몸에서 터져 나오더니 팔에 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준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 붉은 색의 두 눈이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4개의 에너지체를 바쳐라"
그의 말에 더욱 솟는 분노.
"더러운 것 들…너희들은 남의 것을 빼앗아야 하는가? 이 더러운 것들아!!"
준의 몸이 활대 휘어지듯 휘어진 후 빠르게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더러운 것을 정화해버리겠다는 듯 손을 크게 접곤 힘껏 내질렀다!!
NO.6
쾅!
준의 주먹 끝에서 연기가 피시식 피어 올랐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다 걷혔을 때 준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팔을 들어 막은 그 녀석을 봤다. 준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얼른 피했다.
슈슈슉!
사방에서 날라오는 검은 깃털. 방금 전까지 준이 있던 자리엔 수많은 검은 깃털이 덮어버렸다. 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어 그 녀석을 봤다. 무표정한 그 녀석. 준은 그 모습을 보니 마이너스 감정이 더욱 진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의 기운이 나무에 닿자 나뭇잎들이 준의 근처에서 멀어지려는 듯 움직였다. 미쳐 피하지 못한 나뭇잎은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땅에 부딪히는 순간! 준과 그 녀석은 동시에 사라졌다.
쾅! 쾅쾅쾅!
연속된 폭발음! 사방에 화기가 뻗어나가 대기가 이글거렸다. 사나운 기세를 휘날리는 준은 그 녀석을 끝없이 몰아붙였다. 눈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그 녀석에게 적중했다.
하지만 준의 그런 위력에도 아무런 피해도 없는지 손 한 번 휘저음으로 연기를 날려버렸다. 준은 조금 놀라는 표정이었다.
"어서 4개의 에너지체를 나에게 넘겨라. 그러면 용서해주마"
"……"
"……"
"용서? 지금 나에게 용서라고 했나? 이런 빌어먹을 자식아!!!"
준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팔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은 더욱 거세져 사나운 마성을 뿜어댔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숙이는 준. 빨랐다. 허공에 붉은 불의 꼬리를 남기고 사라진 준은 어느새 그 녀석의 얼굴 앞에 당도했다.
콰아아아앙!
분명히 맞았다. 느낌이 있었다. 준은 주먹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반복했다. 확실히 느낌이 있었다.
맞았다. 느낌이, 느낌이 있었어
준은 앞을 봤다. 연기가 사라졌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녀석은 멀쩡히,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있었다. 얼굴이 약간 그을린 것 빼곤.
"…목숨만은 살려 줄려고 했더니. 이젠 나에게 자비를 바라지 마라"
"자비? 웃기는군. 남에게 무언가를 빼앗아야 만이 직성이 풀리는 네 녀석들이 자비라? 하! 웃기지 마라 이 빌어먹을 것들아!"
준의 입에선 끊임없이 독설이 튀어나왔다. 그 말을 끝으로 그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음산한 소리와 동시에 언제 빼 들었는지 그 녀석 손엔 거뭇거뭇하고 긴 채찍을 들고 있었다. 그 녀석은 준을 한번 보더니 살짝 휘둘렀다.
쐐에에에에엑!
엄청난 파공성과 함께 준을 향해 쇄도 했다. 준은 이미 피하기 늦었다는 걸 직감하곤 두 팔을 엑스자로 교차시켜 얼굴을 막았다.
퍽!
흔히 알고 있는 채찍의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몽둥이로 맞은 듯한 엄청난 소리. 준은 서있던 자리에서 3미터나 밀려갔던 것이다. 가드를 푼 준은 고개를 숙였다.
"……"
"…뭔가?"
"크흐흐흐 흐흐, 하하, 하하하하하하 그 놈과는 다르군"
"그 놈?"
"그 놈은 가진 힘의 손톱만큼도 되지 않는 양으로 한방에 갔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지금 이 힘이 손톱만큼의 힘이지"
"뭐라?"
그 녀석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지금 이 힘. 자신의 팔을 쓰리게 하는 힘이 가진 힘의, 본연의 실력도 들어내지도 않은 힘이라니. 갑자기 준의 입엔 독한 미소가 서렸다. 아주 섬뜩한 미소. 그 녀석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피부를 콕콕 찌르던 살기가 사라지고 주변은 차가워졌다. 그리고 무거워졌다.
"…간단히 죽여주마"
"……!"
준은 소리도 없이 그 자리서 사라져 버렸다. 그 녀석은 뒤를 돌아봤다. 허나 늦었다. 이미 준의 주먹은 뻗어졌다.
퍽!
"크윽!"
그 녀석이 비명이 울렸다. 5미터는 족히 밀려난 그 녀석. 이번엔 폭발이 없었다.
"넌 최대한 재미있게 죽여주마"
준의 말이 여느 때완 다르게 무척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의 앞 외엔 느껴본 적 없던 공포. 그래 공포. 공포를 느꼈다. 또 다시 사라진 준. 그 녀석이 고개를 들었을 땐 준의 주먹이 허공을 가득 채웠다.
퍼버버버벅! 퍽!
수많은 주먹 연타. 가뿐한 마무리로 옆구리에 미들 킥을 날렸다. 허공을 붕 떠서 날라가던 그 녀석은 나무에 등을 부딪히곤 쓰러졌다.
우지끈!
쓰러지는 나무. 얼마나 강한 충격이기에 저렇게 쉽게 넘어가 버린단 말인가! 그 녀석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컥!……어쩔 수 없군. '그 것'을 사용할 수 밖에"
피를 토한 그 녀석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분'에게 받은 마검(魔劍)을 보여주마!"
쉬이이이이익
이상한 소리가 허공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 녀석 머리 위에 떠오른 검은색 구. 그 녀석은 살며시 그 구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강렬한 기세로 구에서 손을 꺼냈다.
스아아아아아악!
자연에선 들을 수 없는 괴성. 준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넌 지금 실수 한 거야"
"……?"
"그 딴걸 꺼내다니……죽음을 재촉 하는구나!"
준의 함성과 함께 맹렬한 기운이 준에게 피어 올랐다. 밝은 빛. 너무나 밝은 빛.
화악!
준의 몸에서 눈으로 볼 수 없을 강렬한 빛이 터졌다. 그리고
"아, 아니"
그 녀석의 눈은 커질 수 있는 한 최대로 커졌다. 저 모습! 저 모습 분명히 어딘가에서 봤던!
"죽여주마"
준의 등에 피어 오른 거대한 불꽃의 열두 날개. 날개의 열기는 주변의 자연에 아무런 해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불꽃을 쐰 나무들은 더욱 생기를 띄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한가지 이상한 점을 느꼈다.
"4개의 에너지체가 없어졌어?"
"헛소리 말고 죽어라!"
준의 주먹 앞에서 생겨난 불꽃의 창. 타오르는 열두 날개를 활짝 핀 준은 그 녀석의 배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기세를 그대로 그 녀석의 배에 창을 꽃았다.
푸욱!
"컥!"
"……"
"그, 그분이 주신……이 마……마검을 사용 해보지도…못하다니"
그 녀석의 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손에 든 묵빛의 검을 꼭 쥐곤. 갑자기 그 녀석의 신형이 멈춰 섰다. 쓰러지는 자세 그대로 에서.
검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검은 기운은 그 녀석의 주변을 맴맴 돌고 있었다.
"나 마검 킬사르는 내 앞의 적. 그대를 죽인다"
기계적인 음성. 그 녀석 아니 마검의 몸이 되어버린 그 것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풋, 푸하하하하하"
"뭐가 웃긴 거지?"
"너 따위 하찮은 도구가 날 죽이겠다 라고 하는게"
"……"
준은 쿡쿡 거리며 정면을 봤다.
허공을 둥실둥실 떠다니는 불의 구가 언제 생겼는지 열기를 냈다.
"그럼 어디 놀아볼까?"
준의 몸이 움직이려는 순간.
"아뇨. 그는 우리가 처리하죠"
"그래요. 우리가 처리하겠어요"
"나도 같이!"
"……"
고운 미성의 목소리. 준의 고개는 소리의 근원지로 돌아갔다.
NO.7
준의 고개는 소리의 근원지로 돌아갔다. 아주 고요한 정적. 준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휩싸였다. 붉고, 노랗고, 파랗고, 거무티티한 머리를 지닌 4명의 미인이 전라의 나신으로 서있었다.
붉은 머리의 미인은 머리 색과는 다르게 무척 다소곳해 보였고 노란머리의 미인은 말괄량이처럼, 파란 머리의 미인은 보기보다 정열적으로 보였다. 검은 머리의 미인, 그녀는 뭐라고 해야 할까? 무척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인다고 할까? 그런 분위기의 여인들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춥지?"
노란 머리의 미인이 말했다.
"정말"
맞장구 치는 파란 머리의 미인.
"왜 이렇죠?"
다시 질문하는 붉은 머리 미인.
"옷 벗고 있으니까"
간단히 설명하는 검은 머리 미인.
"……"
아무 말 못하는 준. 황당했다. 검은 머리 미인의 말을 듣고 꺅꺅거리는 3명의 미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뭘 어쩌겠다고?"
"…그게……"
"보, 보고 만 있지 말고 옷 좀 던져줘요!"
"응큼한 남자!!"
"……"
준의 말에 각자가 대답했다. 분명 방금 들려온 목소리. 자기 대신 해치우겠다고 한 사람들은 바로 저 여인들이다. 그런데 저 상황은 무엇인가.
"그냥 보고만 있어"
준은 그냥 고개를 돌렸다. 마검 킬사르가 자신의 본체를 들고 서있었다. 다시금 어두운 힘을 내뿜으며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준의 등 뒤에 활짝 펼쳐진 열두 날개는 꺼질 줄 모르는 강대한 기세를 내뿜으며 펄럭 거리고 있었다.
"당신 강하군"
마검 킬사르의 기계적인 음성을 들은 준은 피식 웃었다. 상대를 비웃는 웃음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웃음.
"난 너 따위 도구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지"
준은 즐거운 듯 말했다. 사실 느끼고 있었다. 마검 킬사르에겐 어둠의 힘은 느껴져도 욕망은 느껴지지 않는다. 더러운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준은 순순히 즐기고 있었다. 이 상황을.
기운을 다시 갈무리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힘은 다 거뒀다. 온몸 구석구석으로 힘을 보내기 시작했다. 온몸에 힘이 솟는 듯한 느낌에 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 덤벼라. 일회용 숟가락 같은 녀석아"
킬사르는 아무런 표정 없이 마검을 들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4명의 여인들의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준의 파이팅 자세. 오른발과 오른손을 내밀며 간단한 자세를 취했다. 그 순간 준의 미간으로 들어오는 마검. 고개를 살짝 트는 걸로 간단히 피한 준은 킬사르의 몸 쪽으로 파고들었다. 오른발로 강하게 찍어 허리를 틀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퍽!
킬사르는 그 순간 몸을 뒤로 빼며 충격을 흡수했다. 하지만 그 충격은 다 흡수하지 못했다. 정확히 명치가 아니라서 그런지 견딜만했다. 킬사르는 검을 쥔 양손을 어깨 높이만큼 올리고 칼끝은 밑으로 낮췄다. 그리고 발에 힘을 응축시켰다. 언제든지 튀어 나갈 수 있게.
살짝살짝 몸을 흔들고 있는 준은 다시 모든 근육에 긴장을 넣었다. 킬사르와 준에겐 한치의 빈틈도 없이 견고하고 단단했다. 살짝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그들은 서로를 경계했다. 중간에 보이는 나무. 그 둘이 나무에 가리는 순간! 준은 폭발적인 기운을 다리에 불어넣어 달려나갔다. 도저히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 지켜보고 있던 4명의 여인은 놀란 기색을 보였다.
나무를 넘는 순간 마검이 허리 쪽에서 횡으로 베어져 오기 시작했다. 준은 순간 당황했지만 어느새 평정을 찾고 살짝 몸을 내렸다. 그리고 한 바퀴 돌며 다리를 내뻗었다. 킬사르는 자신의 다리로 향해 오는 준의 다리를 보고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뛰어 올랐다. 헌데 준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다리를 올렸다.
퍽! 쾅!
강력한 준의 돌려차기를 맞고 나무에 박힌 킬사르는 쿨럭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오~ 이걸 견딘단 말이지? 그럼 이제 조금 진심을 담아 해주마"
준의 손바닥에서 무언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활활 타오르던 불이 둥근 구체로 변했다. 다시 킬사르를 향해 달려간 준은 몸을 빠르게 돌리며 가벼운 돌려차기를 킬사르에게 날렸다. 검신으로 간단히 막은 킬사르는 빨리 검을 회수해 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가슴으로 향하는 찌르기. 준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몸을 틀며 피해 품으로 파고 들려고했다. 그런데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갑자기 방향을 튼 마검. 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살짝 뛰어 올랐다. 올라오는 검신에 올라선 준은 그대로 몸을 낮추며 손을 뻗었다.
화악 쾅!
강하게 폭발 한 구. 연기가 걷혔을 때 킬사르는 그 자리에 없었다.
"역시 강해"
"그래 난 강하다구"
태연하게 말한 준은 다시 킬사르를 노려봤다. 재미있었다. 고개를 까딱하며 손을 풀었다. 그리고 킬사르를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이리 와서 나에게 한방 먹여봐! 하는 듯한 준의 몸짓에 킬사르는 검을 준을 향해 겨눴다.
허공에서 부딪힌 서로의 눈빛은 치직 거리며 스파크를 내는 듯 했다. 어느새 4명의 여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 안 가득한 땀. 그만큼 흥미진진했다.
"나 먼저 가주마"
준의 말을 시작으로 준의 신형은 사라졌다. 킬사르 코 앞에서 다시 나타난 준은 킬사를 향해 하이킥을 날렸다. 킬사르의 목 뒤로 날라가는 맹렬한 하이 킥. 꼭 막아야 하는 듯한 기운을 풍기기에 킬사르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하이 킥을 막았다. 하지만 그 충격은 장난이 아니었다. 손이 저려왔다. 하지만 준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쉴새없이 퍼부어졌다. 안면으로 향하는 준의 손을 막으려 손을 교차했지만 손엔 충격이 오지 않고 무릎관절에 충격이 왔다. 페인팅에 속은 킬사르. 그는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마검의 주변으로 스스스 돌고 있는 검은 기운들.
"오 그랬단 말이지? 그럼 나도 해주마!"
준의 손엔 강렬한 기운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손에서 타오르던 불이 꺼지더니 주먹이 붉은 기운에 싸였다. 마치 저 검은 기운을 태워버리겠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운. 준은 만족한 웃음을 보였다.
"와라!"
킬사르는 말없이 다가왔다. 한 손으로 잡은 마검. 킬사르는 준의 앞에서 왼발을 뻗고 아무것도 하지 않던 다른 한 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리고 사선으로 쳐올렸다. 준은 사선으로 올라오는 마검을 보고 전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준은 주먹을 휘둘렀다. 올라오는 검을 잡은 킬사르의 양 손을 향해.
퍽! 쉬이이이익 수욱!
준의 강한 주먹에 맞아 저 멀리 날라간 마검. 킬사르의 양손은 이미 으깨어졌다. 뼈까지 가루가 되어버렸다.
"너는 검이 손에서 떨어지면 사라질 텐데"
준이 약간의 놀라움을 담은 말투로 킬사르에게 말했다.
"이미 나의 의지는 이 몸으로 옮겨왔다"
"훗 그럼 간단히 끝내주마"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킬사르. 준은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또 다시 세상을 향해 타오르는 준의 열두 날개. 날개는 활짝 펴졌다. 그리고 준의 입엔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끝이다. 신권(神拳) 화련격(火聯擊)!!"
준의 몸이 킬사를 향해 날라갔다. 그리고 내 뻗은 오른손에선 거대한 불이 생겨났다. 점점 커지는 오른손의 불. 이내 그 불은 하나의 형상을 취했다. 마치 심판을 하는 듯한 거대한 신의 주먹.
화아아아아아아악!
그 거대한 불타는 신의 주먹은 킬사르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 주먹이 지나간 자리엔 킬사르가 가만히 서있었다. 4명의 여인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저 정도의 기운이면 이미 타버리고 없어질 건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킬사르이 몸이 머리부터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준은 모든 기운을 다시 몸 안으로 갈무리했다.
눈을 감았던 준은 다시 눈을 떴다. 생각해보면 이 기운을 사용하고 나서부터 성격이 조금씩 변했다. 아니 이 성격이 원래 준의 모습일 수도 있다.
"어이 아가씨들 뭐해?"
준의 말에 넋이 나가있던 4명의 여인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난방을 벗어 여인들 쪽으로 던졌다.
"우린 4명이라구요!"
노랑머리의 약간 어려 보이는 미인이 소리쳤지만 준은 못들은 듯 귀를 후볐다.
"이익!"
"내가 안고 달리면 되잖아"
그의 말을 듣고 4명의 여인들의 눈엔 자심 이체가 서렸다. 그리고 다시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나 정도면 우리 집에 간단히 갈 수 있어"
준은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이런 변태! 가까이 오면 죽어!"
"발육부진은 보고 싶지도 않아"
"이이이이익!"
준은 기운을 간단히 발에 실었다. 그리고...
"꺄아아아악!"
"……"
"하하하하하핫"
미인 3명의 비명소리와 검은 머리의 미인의 침묵 마지막으로 준의 웃음소리가 산에 울려 퍼졌다.
NO.8
"꺅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에요!"
노랑머리의 여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준에게 소리쳤다. 이미 준의 집에 도착하고도 5분이 지났지만 준은 그 자리에 멈춰서 움직일 줄 몰랐다. 그리고 답답함에 못이긴 노랑머리 여인이 소리쳤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 누군지도 모르고 데려왔네……나…납치 한 건가?"
"…저기 그건 제가 설명드릴께요"
준의 품 안에서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말한 여인은 붉은 머리의 여인이었다. 보기만해도 정렬적일 것 같지만 너무나 다른 성격. 정말 엄청난 대비를 보여줬다.
준은 그제서야 여인들을 바닥에 내려주고 고개를 팍 숙인채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있는 대로 옷을 마구 꺼내곤 그 여인들에게 던졌다.
"악! 정말! 숙녀에게 예의도 없군요!"
파란머리의 여인은 준에게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준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채 맞받아쳤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 진정하고 태연하게 건네 줄 수 있냐고!!"
"당신, 우리들 잘만 안고 여기까지 왔잖아요"
준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너무 다급한 상황(?)이었고, 그리고 옷도 없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가녀린 여인들을 놔두고 올 것인가? 그것은 어떤 누구든 남자로서는 절대 하지 못할 짓이다.
"그, 그만해요 언니"
당황한 붉은 머리 여인은 파란머리 여인에게 말했다. 파란머리 여인은 콧방귀를 한차례 뀌곤 옷을 주섬주섬 골라 입었다. 붉은 머리 여인은 그 장면을 한번 보곤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준에게 말했다.
"저는 옷을 다 입었으니 고개를 드세요"
그녀의 말에 따라 준은 고개를 들었다.
"어, 어! 안돼 언니! 아직 큰언니가 안 입었어!"
노란 머리의 여인의 다급한 외침에 붉은 머리의 여인은 고개를 드는 준의 얼굴에 그대로 주먹을 박아버렸다.
퍽!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건 무엇 때문이고, 아직 밤도 되지 않았는데 보이는 별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 어머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붉은 머리 여인은 그대로 허리를 구십도로 숙여서 사과했다.
"아! 괜찮아요"
준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한 손으론 코를 문질렀다.
"우선 저희를 소개할게요. 저는 린, 제 옆에 금발소녀는 제나, 그리고 저기 푸른 머리 언니는 니나, 마지막으로 흑발의 제일 큰언니이신 희연이에요. 흠 그리고 우린 전부 제나 빼고 한 살씩 차이나요. 제가 16살, 니나언니는 17살, 희연언닌 18살이죠. 그리고 제나는 14살이에요"
그녀의 말을 듣고 놀랄 수 밖에 없는 준. 준의 사고는 마비되었다. 이럴 순 없는 것이다. 아니 절대 이러면 안되고, 이런 일이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너희들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하구나"
퍽!
린의 강력한 스트레이트를 다시 한번 맛보는 준이었다.
"그리고 우린 이미 당신을 알고 있고, 당신도 우릴 알고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놀랄 소리였다. 분명히 전에도 이런 대사를 읊은 누가 있었는데...
"흥! 우릴 막 더듬었으면서!!"
"그래! 이 저지일! 그때 얼마나 기분 나빳는지 알어! 니나언니랑 내가 얼마나 욕했는지도 모르지!!"
니니와 제나의 연속적인 어택에 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언제 내가 더듬었고 뭐가 저질이지? 그런 적 없는데...
"아마 이렇게 말하면 아실 거에요"
"뭘……?"
"보석"
"보석?"
"아까 까지만 해도 쓰다듬으셨잖아요"
"아~ 그래 보석"
"네 보석"
"엥?"
그 보석이라면 4가지 보석? 준은 자세히 눈을 떠서 살폈다. 그러고 보니 저 머리색깔들 상당히 눈에 익었다. 빨강, 노랑, 파랑, 검정. 확실히 그랬다.
"엇…정말이네"
"지금 납득하시는 거에요?"
"…응"
"신기하네요. 원래 다른 사람이었으면 놀라고도 남을 텐데"
"아 그런 거 라면 내가 워낙 그런 일을 많이……"
"많이…?"
"잠시만"
"네?"
린은 갑자기 손바닥을 자신의 앞으로 들어 보이는 준에게 놀랐다.
"보석이라고 했지?"
"네"
준은 호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어디로 갔나~. 없다. 없어! 확실히 없다! 준은 옷이란 옷에 있는 호주머니도 다 뒤적거렸다. 그런데... 없다!!
"없잖아!"
"납득하신다면서요"
"언제!!!"
준은 린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변덕쟁이"
"정말 남자 중 최악이야! 어떻게 숙녀한테 소리를 질러"
제나와 니나의 또 다시 연속 어택. 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지러웠다. 괴물이 나오질 않나, 내 손에서 불이 나와서 폭발하지 않나, 마검이란게 까불지 않나. 도저히 요 몇 일 사이 정상적인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아아…정말 세상은 요지경이야"
"그리고 말 안 했는데…"
"……?"
"우린 그 보석인 체로 약 1500년을 넘게 살아왔으니 실질적인 나이론 엄청나지. 그러니 반말은 삼가 하길 바래"
니나의 몰아붙이기 라이트 훅에 준은 다시 정신적인 공황사태에 빠졌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원래 그 상태는 우리의 육체를 시간에서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그리고 제가 말했던 나이는 우리가 쥬얼 오브 하트(Jewel of heart)로 되기 전의 나이에요"
"질문!"
"네. 말씀하세요"
"너희는 그 쥬얼 오브 하트인가 뭔가를 한 이유가 뭔데?"
"그, 그건..."
"아아…곤란 한 거면 하지 않아도 되니까 뭐…"
"아 고마워요"
준은 머쓱해 웃음을 날렸다. 그리고 이들을 둘러봤다. 여전히 재잘재잘거리는 니나와 제나. 그리고 말없이 TV를 보고 있는 희연. 잠시 TV? 저들이 TV도 알고 있는 건가? 준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저들은 아무리 봐도 이 세계 사람이 아니었다.
"저기……너희들 TV도 알아?"
"아~ 저흰 이곳에서 약 1500년을 지냈어요. 아무리 쥬얼 오브 하트인 상태라도 우린 모든걸 느낄 수 있어요. 많은 걸 봤어요. 그리고 그 중 하나가 TV등 여러 전자기기죠. 우리에게 컴퓨터가 있으면 우린 그 컴퓨터로 전세계의 일급기밀을 10분도 안 들여서 해킹 할 수 있을걸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들은 한국어가 수준급이다. 아니 완전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전혀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희연이라고 했나? 저 사람은 왜 우리나라 형식의 이름이야?"
"아! 그건 희연언니의 부족 특성의 이름이에요"
"그런가……"
준은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왠지 실례일 것 같다. 하지만 딱 한가지는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 질문.
"너희들은 이 세계 사람이지?"
그의 말에 린은 놀랐다는 듯이 입이 살짝 벌려졌다. 이내 슬며시 미소 짓더니 준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예. 우린 이 곳과 다른 곳에서 왔어요. 그 곳의 이름은 리켄트. 아주 아름답고 푸르른 세상이죠. 거기도 당신과 같은 인간이 살았어요. 헌데 그들은 서로를 죽이고 미워하고 저주했어요. 우리와 아주 다른 사고방식이었죠. 인간들은 서로의 피를 보며 다른 이가 가진 땅을 하나 하나 삼켰어요. 이기적인 것이었죠. 그런 인간들이 결국 일을 저질렀죠. 오래된 전쟁으로 지친 인간들은 고대의 유물을 찾았어요. 그 유물은 고대 최강의 병기였어요. 그런 그 병기를 사용 함으로서 인간은 결국 멸망했어요. 그리고 사실 저희는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에요. 저는 빛의 영혼을 가진 부족. 그곳의 이름으론 라뮌. 니나언니는 물의 영혼을 가진 부족. 라핌. 제나는 낙뢰의 영혼을 가진 부족. 라온의 사람이에요"
그 말을 하고 난 린의 얼굴은 아주 슬픈 얼굴을 띄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제나, 니나언니, 희연언니 마지막으로 저. 사실 우리는 부족을 대표하는 자, 즉 로드의 뒤를 이을 자였어요. 인간 때문에 황폐하게 변해버린 리켄트를 살리기 위해 각 부족들은 모였답니다. 거기서 이 모두를 처음 만났어요. 각 부족의 대표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었어요. 그들이 고른 최선의 선택은 로드가 될 자들 중 가장 어린 사람들 4명을 뽑아 육체의 시간을 멈추게 해주는 쥬얼 오브 하트 상태로 만들어 다른 세계에 보내는 것이었죠.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그 곳에 사는 사람들 중 우리의 몸을 깨울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진 자와 계약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말을 끊은 린은 눈에 맺힌 작은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준은 그 것으로 궁금증이 그치지 않았다. 최대한 삼가 해서 다시 질문을 던졌다.
"희연의 부족은 어떤 부족이야?"
"아! 그건……희연언니가 꺼려하셔서…"
준은 희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희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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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의 압박 예상했는데...
[01][01][01] |
2004-08-09
18: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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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A4 용지로 48장 분량이에요 ^^;; [01][01][01] |
2004-08-10
12: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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