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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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5.07.17 21:38:10 조회: 194 추천: 1 |
성큼 성큼 드래건이 도르드에게 걸어갔다. 어쩌다 한번 드래건과 대적해봤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상황이 못 되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덩치를 한 번에 휘감을만한 크기의 검은 날개가 도르드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게다가 어젠 너무 두려운 나머지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괴상망측하게 생긴 드래건의 얼굴이 그나마 피라치의 복수를 위해 힘겹게 피어올랐던 한 싹의 용기의 잘라버렸다. 그 바람에 이도저도 못한 채 주위의 남은 나무마저 후려치며 무섭게 다가오는 드래건을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을 사람들과 섞여 도르드에게서 뒷걸음질하던 라켈이 갑자기 도르드의 앞에 서며 양팔을 활짝 펼치며 다가오는 드래건에게 소리쳤다.
“더..더 이상 다가오지 마!”
“호오, 용기가 가상하군. 친구를 구하겠다는 건가? 크르르르.”
라켈은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드래건이 라켈을 들어 올려서 눈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어제 이후, 두 번째의 공포가 엄습해왔다. 하지만, 라켈은 어제와처럼 기절하지 않고 덜덜 떨면서 왼손을 어렵게 움직여 있는 힘껏 드래건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 찰싹! 힘차게 아래로 흘러내리던 폭포마저 멈추어버린 시간 속에 드래건의 날카로운 이빨이 라켈의 바로 눈앞에서 햇빛에 번쩍였다. 드래건의 송곳니가 라켈의 목 언저리를 살며시 눌러왔고, 라켈의 이마는 물론 온몸에서 비 오듯이 땀이 흘러내렸다. 드래건이 애써 화를 참는 듯 그리 나쁜 표정은 아니었지만 희미하게 눈초리가 떨려왔다.
“크르르르르……. 살아오면서 인간에게 뺨을 맞은 적은 처음이다.”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정녕 라켈은 자신이 때려놓고도 좀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순간적인 감정에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왼손이 움직인 것이기 때문에 본인 역시 때려놓고 엄청나게 놀란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가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떨어져서 상황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좋아라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도르드가 획 고개를 돌려 째려보기 전까지 말이다. 어쨌든 드래건의 말이 들려왔다.
“과연 그 당돌한 녀석의 친구들답군. 크르르르.”
덜덜 떨고만 있던 도르드가 또다시 반사적으로 외쳤다.
“피라치를 어떻게 한 거지!? 말을 해봐!!”
“흥, 그걸 네 녀석이 알아서 뭣하지? 아까의 말처럼 너희는 그냥 죽어주면 끝이다. 크르르.”
이번엔 라켈이 말했다.
“웃기지마!! 우린 죽지 않아!! 이이!!”
“이것들이!!!”
라켈이 드래건이 화를 내는 틈을 타서 드래건의 손에서 빠져 나왔다. 착지할 때 약간 무릎이 까진 것 빼고는 매우 성공적인 탈출이었다. 이어서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 속에서 곡예사의 피리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도르드가 기뻐하며 말했다.
“좋아!! 그거라면 가능성이 있어!!”
물론, 라켈이 들고 있는 곡예사의 피리가 뭔지도 모르는 드래건은 전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자 라켈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피리를 입에 가져가 댔다. 그리고 알카트로스 산맥 이후에 좀처럼 들을 수가 없었던 고요한 피리 소리가 숲속 전체로 울려 퍼졌다. 얼마 안 되어 라켈과 도르드, 헤이미를 제외한 나머지 마을 사람들이 잠에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주 타깃인 드래건에겐 전혀 반응이 없어서 라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드래건이 뭔 일이냐는 표정으로 라켈을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곡예사의 피리 소리를 듣고 잠에 빠져들지 않았던 자들은 없었다. 물론, 도르드는 신경이 둔해서 반응이 없는 것이고 헤이미는 예견자이기 때문에 반응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드래건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해 좀처럼 납득할 수 없었다.
“대단한 물건이구나! 라켈군.”
헤이미가 신기한 듯 라켈의 피리를 쳐다보았다. 라켈은 저번에 헤이미의 말대로 드래건이 최강의 마물이어서 전혀 곡예사의 피리 소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잔뜩 희망에 부푼 채 드래건아 쓰러져라 라고 생각했던 라켈에게 아무 반응 없는 드래건의 모습은 크나큰 충격으로 돌아왔다. 드래건이 말했다.
“뭐지? 꽤나 재밌는 물건을 갖고 있군.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먹힐 거라는 얄팍한 예측은 하지 않는 게 건강에 이롭지. 크르르르..”
라켈은 털썩 주저앉으며 자신의 나약함에 원통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조그만 피리를 부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했다. 그런 라켈의 어깨를 붙잡으며 도르드가 말했다.
“기운 내. 어차피 우리에겐 벅찬 녀석이야.”
“잘 알고 있군. 현명한 인간 꼬마. 크르르르.”
드래건의 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도르드가 윗옷의 소매를 팔뚝까지 쭉 밀어 올렸다. 그러자, 13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육중한 팔뚝과 근육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먹을 불끈 쥐며 두 주먹을 마주 대었다.
“하지만.... 난 널 쓰러뜨릴 거다.”
아까 전에 공포에 덜덜 떨고 있던 도르드의 모습은 없어지고 살기를 뿜어내는 매서운 눈빛의 도르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상당히 위압적이었다. 드래건이 뜻밖이라는 듯 엄지손가락을 펼쳤다.
“대단하군. 인간 꼬마. 크르르르.”
“너 따위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타다다다닥!
도르드가 자신의 키보다 서너 배나 더 큰 드래건에게 달려들었다. 라켈과 헤이미가 뒤늦게 손을 내뻗었지만 이미 도르드의 몸은 드래건의 앞에 가있었다. 드래건은 아무리 도르드의 모습이 아까와 다르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 꼬마에 불과했다. 쓸데없는 저항을 즐겁게 구경하고 있었다. 라켈이 소리쳤다.
“그만둬!!! 너마저!!!”
“이야아아아악!!”
지금의 도르드에겐 그림자 자체로도 공포의 대상이 되는 드래건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오직 여태껏 전쟁터에서 죽여 왔던 보통의 전사로만 보였다. 도르드는 보통의 전투에서처럼 육중한 주먹을 우두커니 서있는 드래건의 다리로 뻗었다. 도르드의 키가 작아서 공격할 수 있는 부위는 그곳 밖에 없었다. 부웅! 헛방이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고 더욱 힘을 내서 드래건에게 주먹을 날렸다. 부웅! 또 헛방이다. 필사적이었지만 드래건은 너무나도 강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주먹을 여러 차례 날렸다. 그러다 한번 드래건의 다리를 때리게 되었다. 꽝!
“으아아아악!”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오히려 도르드가 나뒹구는 게 아닌가! 웬만한 성인 남자 보다 힘이 쌘 도르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타격의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도르드는 망연자실했다. 라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힘으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도저히 드래건에게 단 한 개의 모래알만한 충격도 주지 못 할 것이라고 단념하고 말았다.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생사를 오락가락하던 친구가 고통 속에서 죽어갔는데 자신은 그 어떠한 것도 못 한다는 것에 분했다. 그런 도르드를 드래건이 바라보았다.
“어리석은 인간 꼬마군. 어쨌든 여기까지다. 지금까지 친구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한 너희 둘의 모습을 잊지 않겠다. 크르르르.”
말을 끝으로 드래건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펄럭! 거대한 검은 날개가 망연자실하여 땅바닥에 누워있는 도르드의 시야를 덮어버렸다. 라켈이 황급히 도르드에게 다가가 도망치려고 해보았지만 좀처럼 도르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 이제 끝이구나.’
라켈이 그렇게 생각할 때 즈음 드래건이 하늘에서 나지막히 말했다.
“잘가라. 크르르르.”
“젠장!!!”
도르드를 감싸며 라켈이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드래건은 잠시 동안의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라켈과 도르드를 향해 빠르게 내려왔다. 드래건의 날카로운 손톱이 라켈과 도르드의 몸을 걸레로 만들려는 찰나에 어디선가 한줄기의 빛이 날아와 드래건의 공격을 막아냈다. 죽는 줄로만 알았던 라켈과 도르드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자 의야 해하며 눈을 떴고, 곧이어 자신들의 앞에 드래건 말고 또 다른 누군가가 서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는 검은 외투를 뒤집어쓰고, 오른손엔 장검을 들고 있었다. 드래건에게 장검을 겨누며 그가 말했다.
“이러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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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드래건의 특징 : 자신의 몸집을 감을 정도로 거대한 검은 날개, 손톱과 발톱의 길이는 무려 60cm 정도, 자신의 3배에 달하는 무게의 돌덩이도 박살내버리는 강력한 완력,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굳어버리게 만드는 날카롭고 이글이글 거리는 눈, 잔인하게 생긴 외모, 이세상의 모든 공격을 막아낼것 같은 철갑 같은 피부 등 그외 다수.
-도르드의 특징 : 또래의 아이들 보다 큰 몸집과 삭은 얼굴, 웬만한 성인 남자 보다 쌘 완력과 육중한 근육, 무엇보다도 신경이 매우 둔하고 매우 침착하다.
-라켈의 특징 : 곡예사의 후손이자, 금발 머리인 것을 빼면 그다지 특별한게 없는 보통의 소년이다. 괴상한 재주와 도구를 가지고 있음, 활발한 성격, 그외 미스테리.
-피라치의 특징 :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매우 잘 생겼지만, 몸집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고, 세상을 보는 눈이 삐뚤어져 있고, 성격이 사납고, 막무가내이다, 매우 빠르나 힘이 매우 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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