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미국 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의 중심가에 있는 모스코니(Moscone) 센터.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특유의 까만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맥월드 기조연설장에 입장했다. 아이팟(Ipod) 열풍으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애플의 영화를 반영하듯 잡스는 시종 일관 웃음 띤 얼굴로 애플의 실적 등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한참 기조연설을 이어가던 잡스가 마침내 애플의 전략 상품 아이폰 (iphone)을 발표하자, 수천명의 관람객들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쏟아졌다.
애플이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아이폰의 실체를 공개했다.
아이폰은 아이팟(세계적으로 히트를 한 mp3플레이어)과 디지털 휴대폰을 합친 신개념 디지털 기지. 스티브 잡스가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 휴대전화 시장 강자들을 향해 칼을 뽑아 든 순간이었다. 애플은 일단 올해 6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싱귤러(미국 휴대폰 서비스 업체)와 제휴해서 아이폰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아이팟과 디지털 휴대폰을 하나로 합친 신개념 기기
스티브 잡스가 처음 공개한 아이폰은 예상보다 더 매력적이고 혁신적이었다. 디지털 휴대폰 기능 외에 MP3 재생, 동영상 재생, GPS 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2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닌텐도 게임기에 적용돼 인기를 끌고 있는 모션센서도 달려 있다. 쉽게 말해 소비자의 동작을 휴대전화가 감지한다는 이야기다. 다이얼 및 주요 기능의 조작은 다이얼 패드가 아닌 터치스크린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이폰'은 사실상 휴대전화 기능을 내장한 휴대용 컴퓨터다. 애플의 운영체제인 OS X를 사용해 매킨토시 컴퓨터의 주요기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음성통화 외에 무선 랜(Wi Fi), 블루투스 등 현존하는 주요 무선표준을 대부분 지원한다. 물론 아이팟의 기능을 그대로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튠즈(인터넷 음악 판매 웹사이트)와 연결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구매할 수 있다.
◆구글 및 야후와 손잡은 애플 아이폰
애플 측은 또 구글 및 야후와 제휴해 아이폰에서 양사의 주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의 GPS기능과 구글의 지도서비스인 '구글맵'을 연동해 통화자 주변의 주요 지형 지물을 실시간으로 간편하게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9일 세계 최대 박람회인 CES에서 발표한 구글폰, 야후폰과 같은 기능이다. 즉 당장 삼성과 애플이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 휴대폰 시장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폰의 등장은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에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아이폰이 무서운 이유
애플의 아이팟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레인콤 등 mp3 플레이어 경쟁자를 단숨에 누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이팟이 너무나 쓰기 쉽게 디자인 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이팟은 굳이 어려운 기기 작동법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아이튠즈 스토어라는 웹 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노래를 다운로드 받아 재생할 수 있다. 또 비디오 아이팟의 경우 간단한 조작 몇 번으로 언제든지 유명 TV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다.
애플의 혁신적인 디자인 능력도 아이팟의 성공에 한 몫했다. 아이팟 나노나 비디오 아이팟 등의 신제품들은 나올 때마다 깔끔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IT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어왔다. 결국 이런 아이팟에다가 디지털 휴대폰, 카메라, 무선 랜 등이 총합된 아이폰이 휴대폰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보통신 시장 조사업체들은 그동안 애플이 미국에서만 연간 최대 120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 총 6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아이폰의 판매가격은 4기가 저장공간을 갖춘 모델이 499달러, 8기가 모델은 599달러로 상당히 높아 그동안 고가폰을 지향해 온 삼성전자와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