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 불타고 있다.
선대 로렌시아왕이 로렌시아 왕국 건국을 선언 한 이래 지금껏 단 한번도 불탄적 없었던
왕국의 성이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이미 어두워진 밤 하늘을 타는 저녁 노을 처럼 물들이고
있었다.
로렌시아 성에서 멀지않은 브라운우드 숲 숨가쁘게 어딘가를 달려가는 몇개의 발들이 보인다.
고정된 카메라가 숲을 지나가는 발들을 비추고있다.
여자인듯한 일행 중 한사람이 넘어진다.
"공주님!!"
가냘픈 비명과 함께 들린 둔탁한 소리에 앞서 길을 열어젖히듯 달려가던 기사가 뒤를 돌아보며
외친다. 공주인 듯한 여자는 왠지 모를 슬픔에 그만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자신의 처지가 그만큼 서글펐던 것인가. 아니면 한때 자신이 살았던 성이 불타는것에 대한
슬픔인가, 아니면 남겨두고 온 국왕과 왕비의 죽음을 각오한 얼굴이 떠올랐던 것인가.
혼자 남겨진 공주는 이제 막 세상의 이치란것에 대해 알아갈 나이..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자신의 탓에 나라가 망하고 성이 불타고 따듯하던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였는지 한번 터진 울음은 그칠줄을 몰랐다. 그러나,
" 공주님 여기서 더이상 지체하셔선 아니됩니다.!!"
생사를 결정하는듯한 선택지를 던져주는 다급한 목소리에 이내 마음을 다잡고 내밀어진 기사의
차가운 장갑을 잡고 일어서는 공주였다.
" 미안해요 월터경 일국의 공주로써 보여선 안될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출발해요."
공주의 울음섞인 목소리에 월터경은 측은해 하던 표정을 고쳐잡고 이내 주위를 살피고는
일행에게 출발명령을 내린다.
화면은 다시 불타는 성이 있는쪽의 붉게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고있다.
로렌시아 왕국 멸망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 화면 전환
" 대마왕 류더 이로써 로렌시아 왕국은 함락된것같군요."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후후후 이제 이 가슴 떨리는 외출의 시작을 알리는 불길이 치솟았구나.
메이트리아크여 절대 실수가 있어선 안된다."
" 걱정마시길. 이미 공주에 대해서도 손을 써 두었으니.. 일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 크크크크크크크 이날을 위해 몇년을 준비 해 왔던가. 크하하하하
귀찮은 용사놈이 나타나기 전이 로렌시아 공주를 제거하면 크크크크크
신탁은 깨어지고 용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으하하하하 "
실루엣으로 보이는 마왕과 메이트리아크 라 이름불린 여자 체형의 사람인지 마물인지 모를 형상의 주인공들은 불타는 로렌시아를 바라보며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같은시각 브라운우드 숲 남쪽에서는.
" 어.. 이길이 아닌가.."
커다란 대검을 맨 남자인듯한 실루엣이 상당히 곤혹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엇다.
" 지름길로 온다고 오긴 왔는데 왠지... 긿을잃은거 같은데 크.."
달빛에 실루엣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났다.
20대 초반인듯한 얼굴에 삐죽삐죽한 까치집같은 머리에
몸에는 경갑을 두른 데 비해 등에 대검을 멘 상당히 언밸런스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
갑옷은 거의 심장부만을 가려줄 뿐이었고, 견갑은 없었으며, 브레이슬릿도 왼쪽에만
장착되어있었다.
" 벌써 한바탕 하고있는것같은데, 어찌됬든 저쪽으로 가면되겠지 뭐.
한발늦었었어요 이따위 말 했다간 영감이 가만 안있을테니 으으.. 생각만해도 오한이 "
붉게 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다
청년은 다시금 발길을 재촉했다.
-- 화면전환
로렌시아 성 내부 접견 홀
" 크아아악~! "
병사가 쓰러지고, 쓰러진 병사의 등을 밟는 발이 보인다.
" 파하하하 생각한 대로 별 볼일 없는 나라구만. 어째 안색이 안좋아보이는데
죽을때가 온걸 직감이라도 하신겐가? 크크크크 "
기분나쁜 비아냥이 홀에 울리고 그의 앞에는 작은 무리의 병사와 우두머리인듯
화려한 장식의 갑옷을 걸친 기사 하나가 보인다. 바로 로렌시아 국왕이었다.
" 이제 조금 있으면 로렌시아란 나라도 역사속에서 사라져 버리겠구만 크하하하
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이라도 있나? 후후 "
사실 절체절명의 순간이긴 했으나 이미 로렌시아국왕에게 오늘의 죽음은 각오한 바
단 한가지 그에게 걱정이 있었다면 신탁에 따라 왕궁을 한발앞서 빠져나간 공주의
안위였을 것이다.
" 네놈에게 남겨야 할 유언 따위 있겠느냐!! "
말을 마침과동시에 왕과 남은 근위병들은 마물들과 마지막 전투로 돌입. 최후의 하나까지
싸우다 장렬히 전사해 갔다.
" 체.. 재미없게스리 차라리 공주를 잡으러 간 놈들 쪽이 더 나았으려나.. "
생존자가 없음을 확인하자 이내 마물들은 성에서 빠져나와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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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두르십시오. 조금만 더 가면 브라운우드 북쪽숲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북쪽숲은 여기와 달라 숲길이 복잡해서 토박이가 아니면 길을 잃을 정도로 험하기때문에,
일단 거기까지 가면 한숨돌리실 수 있으실겁니다. "
공주는 숨이 턱에까지 찼지만 개인의 목숨이아닌 어쩌면 세계의 운명이될 지 모를 큰 사명을
짊어지고 있는몸이라는 생각에 당장쓰러질것같은 걸음으로 비틀거리며 계속 해서 걸어나가고
있었다.
" 제.. 제 걱정은 마시고.. 하아 하아.. 저.. 저는 괜찮습니다. "
일국의 공주라는 인물이 온통 땀에 젖어 헐떡이는 모습은 보통은 보기 힘든 광경이었겠지만,
사실 로나 공주에게 있어 어린시절은 계속된 고된 훈련의 시절이었다.
공주와 함께 성을 빠져나온 호위대 또한 사전에 치밀한 계획에 의해 예정된 탈출루트를 통해
공주를 나라밖으로 피신시킨 후 신탁에 의해 예정된 장소까지 안전하게 호송하는 훈련을
몇번이고 거듭 해 왔던 것이다.
몇분을 그대로 달리듯 걸었을까 어느덧 일행의 앞에는 지금까지 지나왔던 숲보다 몇배는
울창해 보이는 숲의 벽이 나타났다. 말그대로 벽이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혹은 미로라고하는
편이 나을정도로.
" 이대로 북쪽숲으로 진입한 후 방향을 꺾어 적의 추격 예상 루트로 부터 벗어난다.!! "
월터의 명령이 들리자 호위병들은 신속하게 북쪽 브라운우드 숲으로 들어섰다.
" 공주님! "
" 아.. 월터경 미안해요 잠시 다른생각을 하고있었나봐요. "
" 여기서 부터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길이 생각보다 험하니 무례를 용서하시길. "
"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미 예정되있었던 일이어서 그렇게 거부감도 들지 않았다.
월터는 공주를 양팔로 들어 안고 숲안으로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