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비스타가 31일 출시될 예정이지만 화려한 멀티미디어 기능에 매료돼 서둘러 샀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인터넷뱅킹,전자서류발급이 안되는 것은 물론 다음 네이트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 마저도 인터넷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등 불편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서비스 차질 빚나=정보통신부가 23일 밝힌 조사결과에 따르면 윈도 비스타 환경에서 당분간 인터넷 서비스의 차질이 불가피한 곳은 정부부처,금융회사,포털,게임업체 등이다. 정통부 서병조 정보보호기획단장은 “인터넷 뱅킹,온라인 게임 등에서 인증서 관리나 키보드 보안프로그램이 동작하지 않거나 전자민원서류 발급시 프린트가 안되고 포털에서 영상올리기나 내려받기,음성·동영상(플래시) 실행이 안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은행의 경우 신한·우리·하나·시티·광주은행,농협·수협 등 7개 금융기관에서 내달 중순까지는 인터넷 뱅킹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부처가 웹기반으로 제공하는 전자서비스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주민등록등본 등의 인터넷 발급이나 국세청의 홈텍스(Home Tax) 같은 서비스도 상당기간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다음,네이트,예스24 같은 대형 포털이나 인터넷 쇼핑몰,던전앤파이터 등 인기 온라인 게임업체 등에서도 내달초∼3월말이나 돼야 결제기능 등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완료될 예정이다. 문서작성 등에 많이 쓰는 한글 2007의 경우 내달,안철수연구소 등의 백신은 3월에야 윈도 비스타 버전이 나온다고 한다.
◇‘업체 늑장+MS 오만’ 합작품?=이번에 출시되는 윈도 비스타는 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피싱 필터링,바이러스 감염을 줄이기 위한 스파이웨어 제거 및 개인방화벽 개선,사용자계정제어(UAC) 등의 보안기능을 강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UAC 등의 보안기능이 국내에서 많이 쓰는 MS의 ‘액티브 엑스(Active X)’를 활용한 응용프로그램과 충돌하는 등 호환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먹통 서비스’ 사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액티브 엑스란 응용프로그램에서 작성한 영상이나 문서 등을 웹과 연결하고 웹을 통해 사용자 PC에 프로그램을 설치·구동하는 기술로,동영상이나 보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같은 사태가 일치감치 예견됐다는 점에서 정부나 업체들의 늑장 대응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자치부에서는 서비스 차질이 예상되는 정부와 기관에 대한 정보 취합도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일정에 쫓기면서 ‘윈도 비스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31일 출시를 강행하는 MS에 대해 “독점을 무기로 한 횡포가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기자 yosohn@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