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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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야 남는 필통 없니?" 필통이라, 엄마가 왜 필통이 필요하지 하는 표정으로 엄마를 보았습니다. "볼펜 하나만 꺼내 놓으려니까 부끄러워서 말이다." 아차! 그제야 엄마가 요 몇 주 전부터 불교대학에 나가시기 시작한 게 떠올랐습니다. 강원도 산골에서 8남매중 둘째로 태어나 학교라고는 단 며칠밖에 다닌 기억이 없는 엄마. 그래도 그 잠시 멍석 위에 앉아 한글 배우던 기쁜 기분을 지금도 너무 또렷한 풍경으로 간직하고 우리에게 전해 주시곤 합니다. 너무 배우고 싶어서 몰래 학교에 갔다가 일 안 하고 도망갔다고 외할머니께 엄청 맞은 뒤로 배움에 대한 열정은 마음속에만 두어야 했답니다. 그렇게 스물둘에 시집와 아버지와 함께 장사를 하고 우리 남매 다섯을 키우느라 어느새 반백의 노인이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불교대학에 입학하셨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배움의 기회를 얻은 엄마는 비록 정규교과과정도 아닌 교양학교이지만 결석 한 번 하는 일 없고, 그 좋아하던 드라마도 마다하며 책을 읽고 숙제를 하십니다. 오늘 갑자기 필통 이야기가 나온 것은 하루이틀 수업을 나가면서 옆자리 친구분들이 예쁜 필통에서 지우개, 연필, 색깔 펜을 가득 꺼내 놓고 수업하는 것에 비해 볼펜 한 자루만 내어놓은 당신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지셨나 봅니다. 멀쩡한 학용품들도 더 좋은 게 갖고 싶어 대충 써 버리고 새것 사 달라 하면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라는 생각에 절대로 다른 말 없으시고 꼬깃꼬깃 접힌 돈을 내어 주시던 어머니. 이젠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공부에는 필통 하나 아끼시는 어머니. 오늘 집에 가는 길에 용돈으로 필통 하나에 예쁜 필기구들을 가득 사서 채운 뒤 어머니 가방에 살며시 넣어 드리렵니다. 늘 부어 주시는 어머니의 내리사랑보다는 못하지만, 어머니를 향한 제 사랑과 함께 말입니다. 좋은생각 예화 中 배현아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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