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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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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7.01 20:07:38 조회: 789 추천: 0 |
손을 뒷 호주머니에 넣는 순간, '아차'하고 깨달았다. 없다. 지갑이 없다. 짝퉁이지만 꾀나 비싼 값 주고 산 내 지갑이 없다. 지갑에 든 것은 단돈 6천원. 고작 6천원을 잃어 버렸다고 남자놈이 사흘 동안 화장실 못간 사람얼굴 하고 삐질삐질 식은 땀이나 흘린다고 핀잔 주려 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 못 되었다. 난 지금 애석하게도 택시에 타고 있으니깐,
식은 땀은 갈 수록 나를 갈증나게 만들었다.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버지 승진잔치에 도취대 전부 친척집에서 부어라 하고있으니깐, 나는 그것이 마음에 안들었던 터라 일찍나왔다. 사실 학교 문제도 있고해서 일찍 나온것이지만, 무작정 돈을 주면서 택시타고 우정동 선경아파트라고 말하면 된다고 하길래 새로운 이곳에서 서스럼없이 택시를 잡았던 것이다. 나 대신 돈을 내줄 사람은 없다. 친구중에도 돈을 내줄 이는 이 근처엔 없었다. 나는 어제 여기로 이사왔으니깐,
한달전, 그렇게도 싫은 울산행이 마침내 결정 되었다. 나는 이사가기 싫었다. 하지만, '아버지 직장'이라는 이사에 대한 거부권을 더는 행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크나큰 이유가 있었다. 이사과정은 아주 간단했다. 아버지는 이미 울산에 마련해둔 집이 있다며, 자신의 승진을 다시 한번 과시 했다. 살던 집엔 어머니 친구 동생가족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사과정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가족들이 아버지의 '승진'에 도취해 감동 받고 있을 때, 나는 매일 잠들기 전 해왓던 고뇌를 지금 하고 있었다. 나는 크게 기쁘지 않았다.
나는 과거에 심하게 내성적이었다. 그 때문에 중학교 때 따돌림을 받았었다. 나에겐 정말 친구 하나 없었다. 그러던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처음 멀리 있는 고등학교에 배정 받았을 때,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과 떨어졌다는 환희에 버스타고 30분이나 걸리는 학교임에도 얼마나 기뻣던지 모른다. 새학교 첫 날 나는 조용하게 공부만 죽어라 해서 명문대 입학으로 고교생활을 마감하고자 다짐했다. 하지만, 첫 날 만난 내 짝 '성태'에게 그런 나의 다짐을 무너 뜨려졌다. 성태는 날 처음 봄에도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처럼 대했다. 성태는 나를 보자 마자 대뜸 손을 내밀더니,
"너, 참 낯익다. 난 김성태야. 혹시 나 아냐?"
이러는 것이다. 나는 당황해서 손을 빤히 쳐다보자 성태는 날 보고 퍽 찌푸리며,
"악수하자고, 바보야"
이러는 것이다. 당황한 모습을 애써 감추며 악수를 받아주자. 성태가 이름을 물었다. 나는 혹시나 이녀석이 나의 '왕따전적'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품었지만, 성태의 위력에 눌려 바로 이름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강...연준"
내가 자신의 의문에 대꾸해주자 성태는 기쁜 듯이 웃으면서,
"연준아, 반갑다."
하는 것이다. 순간 성태에 대한 의심과 거부감은 획 하고 사라졌다.
성태는 매우 활기 찬 녀석이였다. 복도를 걷는 것 보다 책상위를 뛰는 일이 더욱 많았다. 게다가 정의감이 투철해서 작은 일만 보더라도 엄격하게 따지고 드는 일이 많았다. 성태는 싸움도 잘했다. 한 번은 성태가 양아치라고 불리는 2학년 선배집단에게 돈을 뺏기고있는 동갑내기를 본적이 있는데, 성태가 그 선배들에게 한소리 했다가 싸움이 난 적이 있었다. 그 때 성태는 2학년 선배들과 9:1로 싸워 이겼는데 이사건으로 3학년 선배들도 성태를 두려워 하여 쉽사리 성태앞에선 1학년들에게 괘씸한 짓을 하지 못했다. 그런 성태와 절친한 친구가된 나는 그의 문화에 푹 빠져 버렸다. 살면서 평생 해본적도 없는 욕을 성태와 서스럼 없이 할 수 있게 되었고, 한평생 맞기만 해본 내가 가볍게 성태의 가슴을 주먹으로 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그에게 매료되었다. 나는 성태를 닮아 갔다. 성태 덕에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게 되었다. 성태는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나를 위해 친구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나에게 성태는 왕따라는 절벽에 떨어진 나를 구원하러온 천사와도 같았다. 나와 성태는 더욱더 가까워졌고, 결국 나도 성태를 닮아 복도를 걷기보다 책상위를 뛰는 일이 더 많아졌고, 불의를 보면 못 참게 되었다. 성태와 함께 있으면 나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성태와 같이 있을 때 나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성태는 나의 자신감을 증폭시켜주는 '기폭제였고 나는 점점 더 '성태화'되어갔다.
그렇게 일년이 흘렀고, 난 성태를 사랑하는 경지까지 올랐다. 여기서 사랑의 의미는 우정을 한 차원 넘어선 단계라고 해야할까? 남여가 좋아하는 그런 사랑말고, 모생애와 같은 개념의 사랑. 고수준의 사랑을 느꼈다. 그러는 한편, '나는과연 성태없이 존재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퍼뜩들게 되었다. 성태에 대한 나의 마음이 고수준의 사랑일지도 모르지만, 집착일지도 모른 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내 자신이였기 때문에 '성태 없는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한 깊은 고뇌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전의 나를 괴롭혔다.
그러한 고뇌에 빠져있는 찰나, 이사는 나에게 사랑하는 친구를 잃는 슬픔을 가져다 주는 한편, '성태 없는 나의 존재 가치'를 시험해볼 좋은 건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다. 이사 당일, 성태는 나에게 딱 한마디를 했다.
"연락 자주 해라."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을 확 받았다.
"알았다."
단답으로 끝내고는 나는 울산으로 가버렸다. 난 나중에서야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것은 두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상실감, 하나는 해방감.
지금 택시안에서 나는 '성태 없는 나의 존재 가치'를 시험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감 있게 택시기사아저씨께 사실대로 말하기로 다짐했다.
"저..."
"덥니? 땀 많이 흘리는 구나"
기사아저시는 내말을 가로막고는 창문을 열어 주었다. '지-잉'하는 소리에 맞추어 머리가 '띠-잉'해졌다. 바람을 조금 쐬고 나서 나는 다시 다짐을 굳건히 했다.
"저..."
"저기서 내리면 되지?"
"네? ... 네?"
나의 재의문을 대답으로 들은 아저씨는 그대로 달렸고 도착지는 엎어지면 코닿을 위치까지 왔다.
"저..."
너무 작은 소리로 말해서 그럴꺼라고 믿고 좀더 아저씨에게 가까이서 말하기 위해 엉덩이를 들고 상체를 앞좌석쪽으로 뺏다. 그 때 아저씨가 갑자기 멈추더니 '3000원 이다'했다. 난 굳어졌다. 두려움으로 말 문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성태 없는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에 도전을 포기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용기를 내서 소리치듯 말 했다.
"저... 사실..."
가슴이 발작하듯 뛰어댔다. 이건 마치 다섯 살 꼬마가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것보다 두려운 것이였고 유치한 것이였다. 난 옹졸한 내자신에게 원투펀치를 날리듯, 또박또박 내 뜻을 입술에 옮겼다.
"지갑을 잃어 버린지도 모르고 택시에 탔습니다! 죄송합니다!"
후련하게 외치고, 곧 이어질 두려운 질책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저씨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고, 가슴이 또 다시 발작하듯 뛰어댔다. 이건 마치 자기 야구실력을 자랑하려고 집안에서 배트를 휘두르다 할아버지가 아끼던 청자를 깨뜨렸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수치심이였다.
"학생, 시트에 저거 학생꺼 아니야?"
사이드 미러를 치켜보던 아저씨가 획 돌아 손으로 가르켰다.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뜨거움을 느끼며 두려움과 수치심이 사라지는 것 또한 느꼈다.
나는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기지개를 폈다. 해방감이였다. 이 해방감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는 나지막하게 웃고는 길거리에서 으쓱대며, 어깨를 쫘악 폈다. 나는 나자신에 대해 각성했다. 기쁨을 감추고, 무작정 집으로 가기 위해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는데, 옆쪽에서 쌍스런 욕들이 들렸다. 옆쪽을 둘러보니 어떤 양아치 두명이서 한명을 둘러싸고는 몹시 쌍스런 말로 협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올라오는 무언가에 이끌려 놀이터로 들어가면서 외쳤다.
"야이, 새끼들아 그만해!"
-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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