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게임 매장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어떤 게임이 재미있을까 고민해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 기다림과 고민의 시간이 주는 감질맛나고 흥분되는 기분을. 지금처럼 무수히 많은 게임정보 사이트가 있지도 않았던 예전, 어떤 게임이 재미있느냐는 직접 플레이해본 친구들의 입소문에 달려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들어보지 못한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시절이었다. 게임잡지라는 것은 용돈이 넉넉하거나, 없는 용돈 쪼개어 살 만큼 골수임을 자처하는 친구들이었지 대다수인 나같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부럽거나 혹은 불가능한 일 쯤으로 여겨졌었다.
386이 대다수였던, 어쩌다가 486을 가진 친구라도 있으면 부러움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던 그 시절, 우리들의 주된 관심사는 게임이었다. 불법복제에 대한 거리낌없이 가방에는 언제나 5.25인치 디스켓이 한 통이나 들어있었고, 쉬는 시간 교실 한 구석에서는 자칭 게임 고수들이 TITUS 사의 FOX 라든지 Prehistoric2(고인돌2) 와 같은 인기있었던 게임들의 숨겨진 아이템이나 공략법을 연습장에 그려가며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가 용돈이 넉넉해서 어둠의 루트를 통하지 않고도 게임을 얻을 수 있는 날이면 우리들은 단숨에 시내 게임 매장으로 달려갔었다. 한참을 뜸들이면서 게임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하품하다가 두들겨 맞던 수업시간과 달리 무척이나 진지했다. 어떻게 해야 내 돈 몇 만원이 아깝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고를 수 있을까?
남들이 잘 모르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찾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매장 구석에 먼지가 뿌옇게 쌓인 채로 놓여있는 게임 패키지를 집어들고 '그래 이거다'라고 속으로 외치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희열이 모두 내 것인 것만 같았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오금이 저리더록 흥분되는 순간, 인스톨을 하면서 그 새를 참지못해 발을 동동구르는 순간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탐정 TEX 시리즈를 하면서 안하던 영어공부를 할 만큼 우리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렇게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찾아서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듯이 자랑해대던 친구들, 정말 재미있었던 나날이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같은 연습장에 새카맣게 공략법을 그려가면서 이야기하던 녀석들이 벌써 20대 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당시 인기있었던 TITUS 사의 FOX, 이 게임때문에 밤을 새운 학생들이 많았다.
게임시장이 패키지에서 온라인 위주로 재편된 지 벌써 오래되었다. 예전 우리가 찾던 가게들은 없어진 지 오래이고 PC 매장 구석에 만원짜리, 오천원짜리 CD 게임들만 먼지 맞으며 꽂혀있을 뿐이다. 그시절 우리들만한 나이의 요즘 학생들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무료게임에 열광하고 어쩌다가 돈이 생기면 월간정액 요금을 지불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
그러나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고르는 방식은 어느새부터인가 많이 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임은 곧 좋은 게임,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등식이 성립한 것일까?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인 게임에 대해서는 재미있다는 말을 곧잘 하면서도 인기가 없는 게임에 대해서는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물론 재미가 없으니 인기가 없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사람이 많은 게임에 계속해서 사람이 몰리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즐기는 사람의 수가 무조건적인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수많은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심드렁하게 게임을 설치하고 잠깐하다가 또 삭제하는 일들이 반복된다. 게임설치를 기다리며 오금이 저려오는 그 흥분을 지금의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느끼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 우리들만큼의 열정이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전 오랜 시간을 공들여 꼼꼼히 게임을 선택해왔던 것과는 달리 무심히 플래쉬 광고를 클릭해보고 게임을 즐기거나 PC방에 설치된 게임이라 해보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게임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인 것일까?
요즘 '게임도 문화산업'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러나 문화는 다양성 위에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심드렁하게 게임을 선택하는 지금의 아이들이 과연 그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비행태를 지니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스스로 좋은 게임을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단순히 남들이 많이 하니까라는 명분으로 게임을 선택하지는 않는가? 몇 년전부터 재미있는 게임을 선택하는 기준이 획일화된 아이들이 게임계의 주 소비계층으로 성장하고있다. 소비계층의 수요 스펙트럼이 다양하지 못하다면 그 문화는 점점 죽어가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국내 게임문화는 점점 퇴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비 스펙트럼이 다양한 게이머들을 매니아로 뭉떵거리고 그렇지 않은 게이머들이 점점 다수를 차지해가고 있는 현상은 문화적인 관점에서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국내 온라인 게임들은 더이상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얼마 후에는 정말 후회할 만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시절 내 PC 속에서 살아있던 명탐정 TEX 가 생각난다. 화성의 비망록 중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여주인공이 외친다. Do something, Tex!(뭐라도 해봐요, 텍스!) 나도 텍스가 해법을 좀 제시해주었으면 좋겠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초사이언』
아 마져;
나도 486으로 삼국지 3를
하곤하였지 껄껄
2004-11-26 21:37:35
이토이토
와~ 정말 오랜만에 보는 폭스.......... -_-;저말 극악에 난이도를
자랑하던 게임...공략집도 없고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즐겼던게임
끝판은 못갔지만......이거 끝판가본사람있나요 -0-?
2004-11-26 21:52:49
리슈아
286 시절,, 녹색 화면을 보며 '블루스 브라더스'라는 제목이 적힌 도스 게임을 했었는데, ㅋ_ㅋ 커다란 디스켓,, 아- 겨울 되니까 미연시 하면서 귤 까먹고 싶네 ㅎ_ㅎ
2004-11-26 23:56:57
투니아
저는 586시절...-0-;;;
초등학교4학년때 반에서 컴퓨터를 가진친구들이 5명을 넘지 못했었는데...그때 컴퓨터를 350만원을 주고...게임을 한걸 생각하니...훗훗 저도 옛날에 5.25인치가 아닌 1.44인치?플로피디스켓을 10통씩 들고 다니면서 친구집에 게임을 분활압축을 해서 복사하던 기억이 나네요..^^
2004-11-27 00:19:01
DESIGN
후후... 어렸을때 슈퍼마리오3 날 새면서 클리어 한 기억이... 그 이후로 컴퓨터를 구입하고 바람의나라를 하면서 몇 일 날밤을 새고 그때 나온 전화비만 수십만원... 그래서 부모님께 죽도로 맞은기억이... 그때 부모님이랑 약속한게 반에서 10등안에만 들면 컴퓨터 업그레이드에 바람의나라 계정을 넣어주신다고 한거....
그거때문에 난생처음 태어나서 공부를 하여서 반에서 34등에서 2등을 하였고 전교에서 3등을 한 기억이... 그래서 컴퓨터업그레이드와 3개월 계정을 넣었다는.... 그이후로 성적이 급하강... 34등으로 원상복귀
2004-11-27 13:57:07
№린™
디자인님 정말 무서우신 분이군요.-_- 한다면 하는 성격이신듯. 저는 아무리 그런 조건이 달린다해도 절대로 그렇게 안되던데.-_ㅠ 노력부족인가.
2004-11-27 14:43:24
가아라
저도 게임 하면서 밤 세도록 한적 기억나네요^^
소닉과 슈퍼마리오 던킹콩이었던가? 후훗..
2004-11-27 16:05:53
『豫告』
디자인님 대단하시다..;;
저도 시험으로 조건 많이 걸었었는데..
한번도 이룬적이....
2004-11-28 02:10:35
멍군
대단하군.. 아무리 그래도 공부 같은걸 그렇게 쉽게 2~3등을 할 수 있다니..
2004-11-28 15:15:22
건슬린거
ㅋㅋ 폭스 하고 고인돌? 이였던가
엄첨 재미있게 했는데..
2004-11-28 21:15:26
멍군
286가지고 하던 zool 도 참 재미가 있었답니다
2004-11-29 03:26:25
Amrod
암담하네요... 저도 점점 노가다가 되어가는 이 게임들을 해결 할 방법을 매일같이 생각하고 있는데.. 그 답이란게 너무 막연해서 지금은 실현 된다 하더라도 컴퓨터가 따라올 수 있을것 같지도 않은 그런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무료하게 보낸답니다..
2004-11-29 15:31:32
s바람s
ㅡㅡ;;
오래된 기억이 가물거린다..286부터...ㅋㅋㅋ
이거 여기 글적어신분은 알란가?
spc-1000시리즈(삼성), msx(대우), 재믹스 등 그때부터 겜을 한 나는 님들 말하는 286부터란 소리가...ㅎㅎ
내가 286첨 나왔을때 꿈의 기계처럼 느꼈다는 그 당시 이넘이 300만원정도 했는디..사고 말았다는 당시 내가 회사서 받는 월급5달 10원 땡전한푼 안쓰고 모아야만 되는 거금 ㅡㅡ;;;
겜을 접어야지 하면서도 접었다가 일년정도 지나면 허전한 마음에
또 다시 겜을 접하고 글치만 겜을 하면 폐인같이 나쁜점도 있지만
술을 조아하는 나같은 사람한테 좋다면 좋은 점이 그진 술마실 시간이 없다는 왜??? 겜한다고 ㅡㅡ;;;
마약같은 겜 ㅡㅡ;;; 이상 횡설수설한 겜 중독자 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