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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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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29 21:33:14 조회: 2,225 추천: 0 |
[20]
생각을 정리할 겸 잠시동안 침대에 누워있던 키리아는 날카로운 소리에 반응해 눈을 떳다. 잔잔하던 바람의 흐름이 달라졌다.
'뭐야, 갑자기...'
키리아는 시끄러운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보다, 모처럼의 휴식이 방해받아 짜증이 났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휘잉, 하는 소리와 함께 서늘한 밤공기가 방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냥 바람소리였나?'
키리아가 창문을 닫으려하는 순간, 이상한 음파가 감지되었다.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녀의 뛰어난 청각이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이런 소리를 낼 정도라면, 그 물체의 크기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방향은 놀랍게도 위, 즉 하늘이었다. 그런 것이 빠른 속도로 낙하하여 건물과 충돌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키리아는 소리의 정체를 눈치챘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하늘을 나는 생물' 중에 이렇게 거대한 놈은 없다. 키리아에게 간접적인 경고가 소용이 없자, 실력 행사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이대로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키리아가 서있는 여관의 지붕까지 도달할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키리아의 뇌리에 넬의 존재가 스쳐지나갔다.
'빌어먹을...'
키리아는 갑자기 초조해졌다.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려 하지만, 여유가 턱 없이 부족했다.
'일단 건물 밖으로 나가자. 놈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야한다.'
키리아가 그렇게 결심한 순간, 갑자기 소리는 멈추었다.
"...?"
이상한 정적이 흐른다. 방금 전 까지 들려오던 소리가 멈춰버렸다. 한순간에 흔적을 감춰버렸다. 키리아는 순간 넋을 잃었다. 키리아의 예상대로라면 이미 충돌했어야 할 시간. 하지만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위는 조용했다. 곧 키리아가 정신을 수습하고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적을 경계했다. 평화로워야 할 고요함이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콰아앙-]
키리아의 등 뒤로 충격음이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키리아의 몸이 그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나 키리아는 적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무언가가 키리아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가공할 압력이 작은 소녀의 몸을 밀어냈다.
"...읏?!"
엄청난 힘에 떠밀려진 키리아는 바닥을 한바퀴 구르고서야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서 자세를 바로 잡았을 수 있었다. 느닷없는 적의 습격에 첫 일격을 허용해버렸다. 하지만 키리아는 오히려 냉정을 되찾았다. 갑작스래 벌어진 상황에 혼란스러웠던 것들이 통증을 맞보고 나서야 정리가 되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방금전 자신이 서있던 자리부터 시작해서 일직선으로 벽면이 이등분 되어있었다. 다행히 직접적으로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여기서는 싸울 수 없어.'
상하좌우가 모조리 폐쇄된 건물 안에서는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소리와 기척만으로 공격을 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상황은 키리아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키리아양!"
키리아를 부르며, 넬이 급하게 문을 열며 들어왔다. 일어나자마자 키리아의 신변부터 걱정하고 들이닥친 것이다. 역시나 방금 전에 들린 큰 소리에 깨어버린 듯하다. 아무리 둔한 인간이라도 위기 상황에서 만큼은 평소보다 행동이 제빨랐다. 박살난 벽에 잠시 시선을 두더니, 금새 키리아의 손목을 붙잡고서 끌어당긴다.
"당장 도망쳐야 해요!"
'멍청이, 지금 도망쳐야 하는 건 너란말이야!'
키리아를 억지로 밖으로 끌어내는 넬의 힘은 의외로 강했다. 키리아는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그것을 뿌리칠 수 있었지만, 그랬다간 넬이 다칠지도 모른다. 적의 2차 공격이 언제 다시 행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넬의 등장은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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