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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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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4.04 18:51:37 조회: 832 추천: 0 |
타오르는 다홍색의 불꽃가루.
그것을 휘날리는 보라색의 소녀.
열 여섯, 아니 열 일곱 쯤 되었을까?
앳된 얼굴을 하고서, 그녀는 성채를 향한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듯이,
붕대를 감고서,
자(紫色)의 눈동자를 불태우며,
모든 것을 태워버릴 홍련의 빛을 뿜어내는,
그녀는
자색(紫色)의 빛을 띄는 마녀(魔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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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tress
-7-
보라색 머리의 소녀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순간적인 사라짐, 작은 공간이 나타나 소녀를 집어삼켰다. 그야말로 마법(魔法)이라 할수있는 신기한 광경에,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든, 그녀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를 남겨두고서.
"..."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기묘한 벽모양이나, 침대라 부르기가 어려운 가구. 그 주위에 박살났던 벽은, 놀랍게도 복구되어가고 있었다. 이것도 마법(魔法)...
"후..."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나, 지금 꿈꾸고 있는건가?
'팔...움직이네.'
오른팔을 들어본다. 움직인다.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진다. 분명히, 이 팔은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져있었는데, 그 고통이 아직도 머릿속을 휩쓰는것 같아, 그런데도, 이렇게 멀쩡하다니.
'이것도, 저것도 죄다 마법(魔法)투성이...정말 마녀구나, 저 아이."
난 이제 죽어버린 것과 같다. 고통으로만, 살고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견뎌온 나는. 이미 망가질만큼 망가져버린 나로서는, 지금의 나는 죽어버린 것과 다름없다.
"후...후후..."
나를 죽여버린 것은, 다름아닌 나를 구해준 저 소녀라는 사실이, 너무도 우스웠다. 살림으로서, 나를 죽인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도 우스워서,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린다. 이것은, 슬픔인가, 아니면 단순히 미쳐버린 내 사고를 조금이나마 가속화 시키려는 몸의 반항인가, 어느쪽이든 상관없다. 난 이미 죽어버렸으니까.
"후...하하...하하하핫...하하..."
나로써의 존재 이유는 이것으로 사라져버렸다. 살아갈 이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웃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도, 눈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와, 그것은 슬픔으로써 바뀌어버린다. 미친듯이 웃으며, 눈물을 흘린다. 울고있는 주제에, 웃고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어째서일까?
'아, 그래.'
그렇다면, 나는 나 스스로 나를 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잖아, '산다.'라는 것은.
'살아있도록 만들면 되는거였어.'
스스로를 망가트리면 되는거였다. 스스로를 부숴버리면 되는거였다.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면 되는거였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살아있게' 되는 것이니까. 쓸대없는 망설임은 없다.
[콰직]
그래, 부숴버리면 되는거잖아. 나는 나를 파괴해버리면 되는거야. 바보같이, 왜 몰랐을까? 고통이라는 것은, 이토록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거라는걸.
[콰직]
고통스럽다는 건, 아프다는 거겠지? 아프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 내가 존재 할 수 있는 유일한 구실. 그것 이상도, 그것 이하도 아닌. 단지 살기위한 구실. 나는 고통으로써 살아있는거다. 고통만의 나의 삶인거다. 그것이 아니면, 나는 죽어있는, 단지 살아있는 척하고 있을 뿐인 인형이다.
[콰직]
부숴버리면, 망가뜨려버리면, 박살내버리면, 파괴시켜버리면, 그것으로 충분한거다.
[콰직]
필요한 것은, 몸을 움직일 만큼의 최소한의 힘.
[콰직]
그것만으로.
[콰직]
그것만으로도,
[콰직]
나는 살아있을 수 있다. 존재할 수 있다. 나의 존재가, 자아의식이, 고통으로써 그것을 연결한다. 그렇게 살아있을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나 스스로를 부술 수 있어.'
"뭐하는 짓이야!?"
날카롭고, 앙칼진, 그러면서도 맑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놀란표정에 잔뜩 화가 난 얼굴.
"당장 그만둬!"
뭘 그만두라는 걸까? 아, 이것 말이구나. 나는 소녀에게 미소를 짓고만다.
[콰직]
"그만두라니까!"
소녀는 나의 양팔을 붙잡았다. 나는 어떻게해서 다시 생겨났는지 모를, 분명히 뽑혀나갔었던, 손톱으로 양 어깨를 감싸고 그것을 뜯어내려했다. 너무도 간단하게, 손톱은 어깨에서 도려나가진 살점과 함께 뜯겨져나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진홍색의 피가, 아래로 끝없이 흘러내린다. 푸른색 곰팡이로 드리워진 침대의 시트아래로, 붉은 액체가 스며든다. 기괴하고도, 화려한 색깔. 그래,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보라색이 되는 거였었지.
"놓아주세요."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소녀에게 요청한다. 소녀는 나를 방해하려한다. 나를 다시 죽이려한다. 나의 존재 이유를 없애려한다. 소녀의 손을 뿌리치려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소녀의 힘은 그 연약한 팔에 어울리도록 약했다. 그러나, 나는 소녀의 힘이 아닌 다른 것에 저지당했다. 흡사 공기의 막과 같은, 보이지 않는 형체가, 나의 팔을 막아내고 있었다.
"지금 네 몸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회로만 연결된 상태다. 가만히 있어도 충분히 위험한 상태라고! 이게 대체 무슨..."
소녀는 무언가에 놀란 듯 하다. 내 눈을 바라본다. 아아,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자색(紫色)이다. 보라색의 소녀는 계속해서 내 눈을 주시하다 입을 열었다.
"...맙소사..."
소녀의 표정. 그래, 이 표정은 어딘가에서 본 적이있다. 어디였지? 아, 맞아. 분명히 나를 고문하던 재판관들과 고문사들의 얼굴이었다. 무언가, 괴물같은 것을 쳐다보는 듯한, 경멸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
"어떻게, 통격(痛隔)의 회로가 끊어져있는데... 이 상태로 살아있을 수 있는거지..."
아니다. 소녀의 표정은 그것과는 사뭇달라, 비슷하긴 하지만 전혀아니다. 놀라움과 두려움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것은 동정, 동점심이다. 마치, 가련한 꽃을 바라보듯이.
"미쳐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텐데...용케 살아왔구나, 너..."
소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나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소녀는 계속 나를 바라본다.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나는 그저 시선이 고정된 채로, 소녀와 마주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견딜 수 있으니까. 견디는 과정에서, 그것이 주는 고통으로, 나는 존재 할 수 있으니까. 아마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나는 소녀에게 말했을 것이다.
'난, 이미 망가져 버린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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