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아인입니다.
갑자기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를 하며 커뮤니티 게시판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서문도 없이 질문을 하나 드려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머리가 폭팔할 것 처럼 쌓이는 소재와, 그것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자신의 실력으로 고민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매일매일이 그런 무의미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판타지 소설이란 장르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출판되는 같은 내용의 책들. 차원이동, 이계정벌, 먼치킨, 무협X판타지.
결국 저는 열심히 모아뒀던 책장을 폐기해버리기에 이르렀고, 남이 안쓴다면 나라도
좀 뭔가 틀린, 적어도 틀에 박힌 듯한 내용을 벗어난 글을 써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스스로의 부족한 실력에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스스로의 미숙함을 깨닫기만 할 뿐인 저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나 날려주실 분.
혹시 이곳에 계십니까?
나이트메어
에...전 소재가 떠오를때마다 메모를 합니다.
문제는 메모만 할뿐 써내질 못합니다.[<]
실력미숙에 의욕부족 등 이유는 질리도록 많지만, 항상 하는 생각은 틀에 박혀있는 판타지라는 장르를 박살내자 라는 것입니다만...
...역시나 기각[<]
2006-10-23 20:56:15
☎℡ Me☏
판타지에 관심이 가시지 않으면 우선 님이 만들어 보고 싶은 장르의 책을 읽어보고서 이거다! 하고 느낌이 오는 것을 모방하는 겁니다 아니,아니! 모방이 아니라 그 작품을 바탕으로 만드는 거죠 물론 스토리는 별로 안 베끼는 것이 좋고요
2006-10-24 20:54:54
익신
이는 글을 많이 써보지 못한(혹은 심층있게 써보지를 못한), 경력이 없는 초보작가분들에게 꽤 많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자신이 상상한 구도와 구상, 그리고 소재…. 이런 것에 기분이 들떠 막상 소설을 써보려고 작정하면 정작 머리 속은 할말이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표현해내지 못하고 자꾸 펜대만 굴리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게 됩니다.
이는 저는 물론이거니와, 소설에 애정을 가지고 한번 써보자! 하는 분들 모두에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아! 모두라는 말은 제외하겠습니다. 일부 노력도 안했지만, 신(神)적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낼 줄 아는 작가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타입을 바왔지만 말그대로 저들은 타고난 문골(文骨)일 경우이니 자주 볼 수 있는 분들이 아닙니다.
떠오르는 소재, 끊임없이 몰려드는 망설임(전 설레임도 더하고 싶습니다. 웃음). 그것을 어찌하면 좋을까? 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들어왔습니다만, 참 아인님은 성공할 수 있는 작가 타입이라는 걸 전 피부적으로 느낍니다.
일단,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끈기와 노력, 인내, 광(狂)….
첫째로, 끈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는 모든 작가에게 반드시 있어야할 마음가짐이며, 이것이 준비되지 않은 분들은 죄송하지만 작가라 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 노력.
이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아무리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한 들,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무엇인들 제대로 해나갈 수가 있겠습니까? 노력이란 말. 단 두글자이지만 그 안에 내포한 뜻은 수천 수만가지로도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셋째, 광(狂)….
사전적 용어로 '열광적으로 정신을 쏟는 사람' 이라는 말입니다.
이는 언뜻 보면 노력과 같다고 볼 수 있겠지만 따지고 들자면, 이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소설에 열광하고 소설에 미치고 소설에 빠지고 소설이 아니면 인생을 살 수가 없다! 글이 좋다! 하시는 분들은 지금 시작하셔도 작가로써 다분히 성공하실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절대 작가로써의 성공이라는 꿈은 버리셔야 할 것입니다.
이 세가지가 갖추어져있다면 아인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항상 아이디어노트를 가지고 다닙니다. 물론 펜도. 그리고 자신의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는 기발한 아이디어(즉, 소재)를 그대로 적으셔야합니다. 전 물론 이러고 있습니다. 제가 쓴 아이디어 노트만 대학생 연습장 세 권 가량 됩니다. 그만큼 사람의 상상력은 풍부하며, 의외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엄청난 아이디어를 끌고 올 수가 있습니다.
그것들을 쓰는 것은 절대로 자세하고 세세하게 적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휘갈기듯 간단히 적어주셔도 됩니다. 물론 자세하고 세세하게 적을래야 말씀하신 것처럼 절대 처음엔 그것을 적을 수가 없습니다. 표현해낼 수가 없단 말입니다. 표현을 할 수가 없는 이상, 제아무리 대단한 소재라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게 조금씩 간단간단히 써나가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잠깐 머리를 스쳐간 내용에 불과한 것을 페이지를 넘겨가면서까지 세세하고 자세하게 적는 자신을 볼 수가 있을 겁니다.
또, 아이디어 노트를 제외한 '설정 & 구상 노트' 또한 가지고 계시는 것이 좋습니다. 소재를 얻었다면 그것을 노트에 끄적입니다. 간단하게요. 간단하게만 적어놓고 자꾸 떠올립니다. 주인공은 어떻게...? 구상은...? 내가 하고자하는 말은...? 이미지 메이킹입니다. 글보다 자세하게 설정할 수 있는 것이 그림. 즉 머릿 속으로 떠오르는 상상입니다. 한가지 상상을 했다고 합시다. 그 상상을 이어보십시요. 그러다보면 상상에서 또다른 상상이, 또다른 상상에서 완전 다른 상상이 자꾸자꾸 꼬리를 물고 나오게 됩니다.
작가는 절대 즉흥적으로 글을 쓰지 않습니다. 전 현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이긴 하지만,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분과 같이 창작을 하곤 합니다. 그 분은 현재까지 약 3권(책 3권이 아닙니다. 각기 다른 책 3편을 얘기하는 겁니다. 소설 A,B,C 이렇게요.)을 출판하셨습니다.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숫자입니다. 하지만 그 분의 소설에 대한 애정은 일부 최고의 작가라 지칭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습니다. 얼마나 애정이 깊으면 3년동안 한 소설에 매달리며 약 10권을 쓰셨습니다. 무협작가시구요... 10권에 36개월. 약 한권에 3개월하고도 18일을 소비한 꼴이 됩니다. 한번에 나온 글은 소설이 아닙니다. 떠오르는 글을 한번에 쓸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신입니다.
저희는(창작집단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자신이 떠올린 상상을 꺼내놓으며 상의합니다. 여러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에 생각이 더해져서 하나의 큰 줄거리를 뽑습니다. 물론 하루종일 상상해도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설엔 단계가 있는 것을 아인님도 아실 겁니다. 발단 전개 절정 위기 결말 모든 소설이 이런 길을 걷고 있습니다. 발단에 대해서 생각하며, 독자가 자연스레 수긍할 수 있게끄름 '왜?' 라며 생각합니다.
단순히 A라는 사람이 B를 죽였다. 여기에서도 왜 A가 B를 죽여야만 했는지, 어떤 이유로 죽였어야만 했는지를 독자라는 C가 수긍할 수 있게끔 글을 써야하기 때문에 작가들은 매우 힘이 듭니다.
너무 길게 글을 썼는데, 님이 현재 떠올리고 계신 것을 그대로 연습장에 풀어헤치세요.
글로 안써도 좋습니다. 그냥 풀어헤치세요. 막 휘갈겨도 좋습니다. 소설의 기본은 등장인물이기에, 등장인물 성격도 잘 정해놓으셔야 합니다. 대화만 봐도 등장인물 중 누가 말했다는 것을 독자들이 알 수 있게, 그 등장인물에 정이 가게 설정합니다. 가장 힘든 게 이부분 입니다. 등장인물 전부의 성격을 다 생각해놔야하며, 글을 쓸때도 항상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는 언행과 행동을 표현하실 줄 알아야합니다.
구상을 표현못한다….
길게 말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일단 이런 글을 쓰기 전에 앞뒤가 안맞아도 좋으니 일단 그 생각을 옮겨적어보시라는 겁니다. 일단 적어놓고 앞뒤가 안맞으면 그때 조금씩 수정해나가면 되는 겁니다. 아직 경력이 적으시니 충분히 겪는 일이라 생각하고, 이 부분은 저도 느끼고 있기에 정말 아인님의 말에 100% 공감을 합니다.
2006-10-25 19:59:37
아인
텔미/ 그게 문제죠. 제가 쓰고 싶은 장르는 아직 나오지 않은 장르거든요.
나이트메어/ 역시 글쟁이에게 메모장과 펜은 필수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익신/ 정말로 마음에 와닿는 조언 감사드립니다. 저도 수시로 메모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학생인 관계로 학교에서는 그것이 힘들더라고요.
인과관계의 연속적인 부분을 보이지 않으면 안됀다, 즉 작가의 관점이 아닌 독자의 관점으
로 글을 보라는 조언,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6-10-26 18:03:41
☎℡ Me☏
흐음.. 아직 나오지 않은 장르라.. 하지만 '아직 없는 것' 이기에 만들고 싶은 것이라면 도움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생각 되네요 그저 평면 그림이 아닌 평면이지만 입체감을 살린 그림이 그림에 혁명을 불러 일으킨 것 처럼 그런 독창적인 소재를 만드시고 싶으시다면 물어보는 것 자체가 좀 잘못됬다 싶네요 현재 없는 것은 '창작' 이며 창작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요
2006-10-26 23:18:50
피닉스
^^ 와닿네요.아인님^^ 왠지모를 공감대가 형성... 아닌가?
아직 나오지 않은 장르라면 사람들이 손을 대지 않은 곳이죠 그렇다면 아인님은 그런 소설을 쓴것 자체로도 호평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내요 그러니까 일단 올려보세요
자기가 쓴걸 그냥보는것과 올린것을 보는것은 사뭇 다르더라구요.
아직 많이 부족한 저이지만.. 그냥 흘려들으셔도 괜찮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