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온, 아니 블러디 워커(Bloody Worker)..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좀더 죽이고 좀더 마셔라..”
마지막 전쟁이 고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살하려는 자와 그를 저지하기 위한 자들의 전쟁이 막 시작되었다. 목을 베고 사지를 가르고 엑시파이온이 흡수한 피를 공명하며 점점 힘을 비축해갔다. 반면 그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성기사단(Holy Knight)들은 단 한명의 상대임에 불구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비켜라. 내가 나간다.”
“대장님이 나가시면 안 됩니다.”
“이래서는 너희만 죽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우리의 임무는 녀석을 막는 것이다. 이곳에서 죽는 것이 아니다!”
흑발에 은빛 갑옷을 입은 성기사단 대장 프라우슈는 들고 있던 칼집에서 검을 뽑아 페리온을 가리켰다. 날카롭기만 한 그의 검은 당장이라도 페리온의 온 몸을 베어낼 것만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페리온 역시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프라우슈의 몸을 베어내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어떤 움직임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그때 프라우슈는 페리온이 있는 언덕까지 뛰어 올라 검을 내리쳤다.
슈우욱··! 쾅··!
언덕위로 착지하는 힘으로 검을 세게 내려쳤지만 그의 검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쓸데없는 움직임을 최소한 페리온의 검은 칼집에서 반도 채 나와 있지 않았다. 프라우슈의 공격이 실패함과 동시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페리온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고 프라우슈는 자신도 지지 않는다는 듯이 재빨리 그의 뒤로 넘어왔다.
“학살을 그만두지 않으시겠습니까.”
“난 그를 위해 피의 성배를 완성시켜야만 한다. 그가 있어야 나의 소원도 이뤄질 수 있으니까··”
“그가 당신을 이용한다는 생각은 안하는 겁니까? 이미 국가에서는 그의 존재를 알아버렸습니다. 이제 포기하십쇼. 그렇지 못하겠다면 난 당신은 이 자리에서 죽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의지를 확고해 있었다. 하지만 페리온의 의지 역시 그에 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확고한 상태였고 누가 뭐라 하든지 간에 그는 자신만 믿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프라우슈의 말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 준 그가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의 뒤에 흑막이 있다면··. 그 흑막이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이용할 수 있는 자를 썼다면··. 그것이 자신이라면..
“그렇다면 어쩔 거지? 이용당했다고 치지. 하지만 그게 나에게 있어 뭔 상관이냐. 국가에서는 우릴 버리고 죽이려고 했다. 죽는 것보다야 이용당하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걸? 그렇지 않나. 성기사 양반”
‘생명을 관장하는 신이시여. 그의 어리석음에 죽음의 철퇴를 내리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길은 하나밖에 없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시 격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