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된 인간의 삶] Ov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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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된 인간의 삶] Ov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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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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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5.08.18 17:11:00 조회: 858 추천: 2 |
언젠가부터 나의 삶이 가짜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존재마저도.
2043년 6월 8일 미국(USA-United State America)
오늘도 바쁜 현대 사회 속에 떠밀려 생존하기 위해 회사로 출근했다. 도보로 2시간 거리인 회사까지 집 앞에 주차된 자동차를 마다하고 걸어갔다. 원래 자동차를 타고 출근을 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것이 싫어졌다고나 할까. 사실 걸어가면서 느끼는 점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자동차로 출근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과 많고 제각기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걷다보면 늘 똑같이 봐오던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이었다. 오늘도 그렇다. 집에서 출발한지 20분도 안되어 머리에 갖가지 염색을 하고 얼굴에 많은 피어싱을 한 남자를 보았다. 그를 말하길 사회의 쓰레기. 모두가 그를 꺼림칙하게 쳐다보는 가운데 난 그에게 다가갔다. 애써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도 찹찹한 하루네요. 안 그렇습니까?”
갑자기 말을 건네자 그는 매우 당황했듯.. 하기 보다는 왜 말을 거냐며 잔뜩 신경질을 냈다. 그는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자 나에게 중지를 펼치며 거만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이런 일을 처음 당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리 기분은 나쁘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은 날 어리석거나 불쌍하게 쳐다본다. 뭐, 매번 이런 식이다.
약 1시간이 지나면 이스트 브리지(East Bridge)에 다다란다. 이곳은 기념적인 장소로 지정된 곳인데 왜 그런지는 아는 사람이 없다. 그저 국가에서 그런 곳이라면 그런 곳으로 알고 있어야 지금 사회에서 매장당하지 않는 것이다. 이 다리는 가장 긴 다리로 길이가 약 400m라고 적혀져 있다. 그래서 이 다리를 건너는데 꽤 많이 걸린다. 하지만, 경치가 매우 좋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회사로 가는 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별로 안 지나가서 이 바쁜 현대 사회에서 그나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 저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만 없다면 더 완벽할 텐데…….
사실 걸어가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무리다. 어렸을 때와 너무 많이 변한 사회여서 사람들의 정은 더욱 식어갔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드디어 회사가 있는 도시의 중심지에 도착했다. 이곳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거리가 북적인다. 하도 사람이 많아서 개미떼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이봐!! 크리스!”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많은 인파들 속에서 누가 날 부른 것일까. 주위를 둘러보아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툭! 누군가 내 어깨를 쳤다. 뒤로 돌아보니 그곳에 나의 10년 지기 친구이자 직장 동료이고 머리가 반쯤 까진 이웃집 아저씨같이 배가 불룩 튀어나온 앨런 패트릭이 한손엔 커피, 다른 한손엔 빵을 들고 서있었다. 오늘도 아침을 먹지 못한 모양이다.
“뭐야? 왜 여기 있어?”
패트릭의 빵을 뺏어 한입에 가득 물면서 그에게 말했다. 패트릭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아,, 오늘도 당했어!! 왜 나의 빵을!! 아침마다 뺏어먹는 거냐!”
“그럼 안 뺏기면 되잖아? 그건 그렇고 왜 여기 있냐니까? 오늘 A팀 회의 있지 않나? 슈미츠 씨가 알면 아주 혼날 텐데?”
“으악!! 나 먼저 간다!! 이거 마주 먹어!!”
패트릭은 안 그래도 별로 없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나에게 커피를 건네면서 수많은 인파들 속으로 사라져갔다. 다행히 오늘 A팀의 회의여서 C팀은 난 아직 여유가 있었다. 무심코 시계를 바라보았다. 9시 40분, 아직 20분이 남았다. 회사 출근 시간은 정확히 10시까지이다. 1분이 늦을 때마다 월급의 0.5퍼센트가 공중분해 된다. 정말로 두려워질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크리스!”
또 다시 누군가가 날 불렀다. 이번엔 또 누구지? 매스? 코반츠인가? 아니면 도날드? 그러나 날 부른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거리를 걸어가다가 무심코 보았던 적도 없는 사람이다. 내가 일일이 그들의 얼굴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이름을 아는 사람들 중에서 저렇게 생긴 사람은 없다는 것에 확신한다. 그는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크, 크리스! 크리스 맞지!!! 나야!! 나라고!!”
도대체 누구인지 알지 못 하겠다. 그가 나의 멱살을 잡아채며 다급하게 말했다. 난 그의 손을 뿌리치며 짜증을 냈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전 당신을 알지 못해요!”
어느새 주위에 잇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와 그에게 꽂히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거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눈물까지 흘리면서 애절하게 말했다. 갑자기 그가 왜 이러는지 궁금해졌다. 난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진정하고 말 해봐요. 왜 그래요?”
“흐흑.. 이상해.. 이상해!! 이상하다고!!!”
“네에? 무..무슨?”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들만 흘러나왔다. 그가 나의 손을 뿌리치면서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주위를 살피며 나에게 더욱 더 큰소리로 외쳤다.
“세상이 이상하다고!!!”
삐익!!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그는 다급하게 어디론가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곧이어 서너 명의 경찰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경찰관으로 보였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더욱 무거워 보이고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 중에 키가 가장 큰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어디 갔나!!”
“저, 저기로.”
“쫓아!!”
무심코 그가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들의 분위기에 휩싸여 얼떨결에 대답하고 만 것이다. 어쨌든 상관없는 거 아닌가?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일이니까.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은 그가 어떻게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느냐는 것뿐이다.
오후 5시.
아침의 이상한 일들을 머릿속에서 말끔히 씻겨내고 어느새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 날 발견했다. 하루의 일들이 전혀 머릿속에서 기억나지 않는 가운데 직장 상사에게 인사를 한 뒤 바삐 회사 밖으로 나갔다. 역시 퇴근 시간이라 아침과 같이 사람들이 매우 북적이지만 적어도 잔소리만 해대는 직장 상사와 밀린 업무가 놓여있는 회산 안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저녁에 맥주 한잔하자는 패트릭의 유혹도 거절하고 재빨리 회사 밖으로 뛰쳐나간 것이다.
역시 퇴근도 출근과 마찬 가지로 집까지 걸어간다. 하지만, 대부분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오늘은 석양도 멋지게 지고해서 걸어가기로 했다. 아침과는 다른 풍경으로 거리는 한산했다. 지옥 같은 하루를 끝마친 그들의 표정에서 약간은 여유로운 면모를 찾아 볼 수가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아침과는 다르게 아주 천천히 생각을 하는 나 역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아, 얼마나 달콤한가! 사랑스러운 가족들에게 돌아간다는 것 자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행복한 것이다.
어느덧 집에 거의 도착했다. 이웃들은 어느새 정원에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거나 흔들 의자에 앉아서 모처럼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 어렸을 때는 첨단 사회가 되어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보면 어렸을 때와 바뀐 것은 거의 없다. 고작 해야 날아다니는 자동차와 불치병이 없어졌다는 정도? 그러나, 그것만인 것이 어디인가.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어떠한 병도 고치는 의학 기술. 난 꿈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딩동! 어느새 7시가 되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 매리 커나스과 일곱 살 난 사랑스럽고 귀여운 나의 아들 쉐인 커나스를 만날 수가 있다. 끼익 거리며 현관문이 열리고 언제나 그렇듯 기다렸다는 듯이 두 손에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들고 나에게 뛰어오는 쉐인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응석을 부리며 나에게 그림을 보여주었다.
“아빠~! 이것 봐요. 오늘 이거 그렸어요!!”
쉐인이 그린 그림은 성조기였다. 훗, 쉐인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자주 그리는 그림이기도 한 성조기. 나도 어렸을 때 성조기를 그렸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돌아가고픈 생각이 사뭇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리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샤워를 했는지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인 매리가 하얀 가운을 몸에 걸치고 나에게 다가왔다. 언제 봐도 예쁘다.
“여보~ 오늘 쉐인이 학교에서 칭찬을 받았대요. 정말 저도 그거 듣고 놀랐다니까요.”
“뭔데???”
“아니, 성조기를 그린 거 있죠. 이게 들어보니까 요즘 아이들은 성조기를 그리지 않는 다고 그러대요. 호호, 당신과 난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나 봐요.”
“어떻게 성조기를 안 그릴 수가 있지? 이해가 전혀 안 되는걸. 우리 때에는 당연히 성조기를 그렸는데...”
메리가 맞장구를 치면서 말했다.
“그래요. 요즘 애들은 애국심이라는 건 없나보네요. 아, 아무튼 씻어요. 오늘 쉐인하고 피자 만들었어요. 호호호, 정말 맛있다고요!! 빨리 안 씻으면 없을 줄 알아요!! 쉐인, 얼른 가자~ 아빠 더러우니까 피해야 돼~ 가서 피자 다 먹자~”
그렇게 말하면 쉐인이 내가 씻지도 않는 더러운 사람인줄 알겠다. 이럴 때 보면 아내가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장난에 불과하니 그러려니 한다. 뭐, 이런 일은 흔히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며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던지며 피로에 지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막 욕실에 들어가려던 찰나에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멈칫거렸다.
“오늘 이스트 브리지에서 한 남성이 자살을 했습니다. 몇 십 년 동안 자살 사건이 없었던 터라 당국은 매우 곤란해 하고 있으며 현재 사건을 추정중이라며 경찰 당국은 입을 막고 있는데요. 그의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매우 충격적입니다.”
자살. 그것은 15년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건이었다. 분명 어렸을 적엔 자살 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졌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자살 사건은 아예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게 힘든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리서치 결과 그 응답 수는 0퍼센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자살 사건이 벌어졌다. 충격적인 일이 틀림없었다. 당연히 자살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쉐인이 그게 뭐냐며 계속 메리에게 물었다. 당혹하기만한 메리는 쉐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면서 텔레비전을 껐다. 그리고 난 씻는 것 마저 잊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오늘도 지옥 같은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매번 똑같은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메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려고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잠에 덜 깨워 칭얼거리는 쉐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난 언제나처럼 머리를 긁적이며 욕실로 들어가 세안을 하고 식탁에 올려져있는 오늘자 신문을 펼치면서 뭔가 눈에 띨만한 기사가 없는지 찾아본다. 그러다 아침 식사를 시작하고 몇 분 뒤 집밖으로 나선다. 보통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내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쉐인도 역시 자기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만 일어나있는 것이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가? 하지만, 시계는 벌써 7시 10분을 가리키고 있고 해는 이미 하늘에 떠있었다. 난 아직도 자고 있는 메리를 흔들었다.
“여보, 일어나. 벌써 7시야.”
하지만, 그녀는 깨어날 줄 몰랐다. 마치 숲속의 잠자는 공주처럼 깊은 잠에 빠져든 것 같았다. 난 그녀를 깨우다 지쳐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다시 시계를 보니 어느덧 7시 34분. 좀 있으면 회사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옷도 입지 못 했다. 그래서 난 다시 한 번 곤히 자고 있는 메리를 좀 더 강하게 흔들었다.
“메리!!”
그 때였다! 들추어진 메리의 얼굴이 무너져 갔다. 곧이어 메리의 몸 안에서 또 다른 뭔가가 생겨났다. 그것은…….
“헉헉헉!”
“오.. 크리스., 악몽을 꿨나요? 왜 이리 흠뻑 젖었어요? 자, 얼른 씻어요. 벌써 8시 20분이예요. 이러다 당신 늦겠어요.”
“뭐? 8시 20분!!? 그럼 늦잖아!!! 안 깨워주고 뭐했어!!”
“어머? 제가 뭘요? 전 계속 당신을 깨웠었는데 당신이 안 일어났다고요! 전 잘못 없어요! 늦으면 차를 타고 가면 되잖아요!”
“차? 난 운전 못해!”
그러자, 메리가 날 쏘아보며 나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리고 정원에 위치한 차고 안에 보란 듯이 놓여있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말했다.
“운전을 못 하면서 왜 자동차가 있어요? 당신, 운전면허도 있으면서 운전을 못 한다고요? 저번엔 여행까지도 다녀왔는데 무슨 소리예요!!”
하지만, 사실이다. 난 운전을 못한다. 무심코 바지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내 펼쳐보았다. 그러자, 그곳엔 내 이름으로 된 운전면허증이 들어있었다. 어쩔 줄 몰랐다. 난 운전을 하지 못한다. 아니, 기계에 대해 큰 혐오감을 느끼기 때문에 운전이라는 것은 완전 담을 쌓았던 나이다. 아니다. 난 운전을 할 줄 아는데...
“아무튼 전 몰라요! 전 최선을 다했으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흥!”
매우 상냥하던 메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마치 날 비웃기라도 하듯 말하면서 이내 현관문을 세게 닫고 집안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내 손에 쥐어진 운전면허증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자동차에 올라탔다. 난 무의식적으로 하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어디에서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앞을 보니 홀로그램 형식으로 어떠한 로봇의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크리스 씨. 오랜만입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부우웅. 갑자기, 자동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더니 어느새 회사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다급해하며 소리쳤다.
“뭐, 뭐야!! 어디로 가는 거지?”
또 다시 홀로그램 형식의 로봇에게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늘 가는 대로입니다.]
“그러니까 어디냐고!!!”
[아, 죄송합니다. 목적지는 East 43 구역에 위치해있는 e-Tech 주식회사입니다.]
“뭐? 그, 그렇군. 회사로 가는 길이였다니.”
[뭔가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크리스 씨?]
“아니야. 됐어.”
약간은 신기하고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일단 편했다. 아무 조종 없이 자동차는 제멋대로 날아가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수많은 자동차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고, 아래엔 수많은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어제까지만 해도 저렇게 복잡한 곳을 거닐었다니. 이렇게 편안한 수단이 있는데도 이용하지 못한 내가 갑자기 어리석게 느껴졌다. 약간 시간이 있을 테니 눈 좀 붙이려고 하는데 로봇의 음성이 들려왔다.
[도착했습니다.]
“벌써?”
설마 하는 마음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분명 회사 소유의 자동차 주차장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빨리 도착하다니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9시도 되지 않은 것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크리스 씨.]
재빨리 자동차에서 나와 로봇의 인사를 무시했다. 자동차는 역시 혼자 움직이더니 알아서 주차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며 그래도 옛날보다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위이잉. 주차장을 빠져나와 자동문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은 듯 회사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하긴 아직 9시인데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내심 즐거워지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고요하기도 드문 꽤 큰 회사여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누군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 긴장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당신은!!?”
다름 아닌 어제의 그 수상한 남자였다. 어떻게 회사 안에 들어올 수가 있었는지 의문일 따름이었다. 그는 날 바라보면서 의야 해했다.
“무슨 일이죠?”
“당신.. 왜 경찰에게 쫓기는 거죠? 그리고 날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요?”
그러나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전 당신을 본적도 없는데 무슨 소리죠?”
“어제 아침에 도로에서 제 이름을 부르면서 뭐라고 말했잖아요?”
“하하하... 전혀 모르겠습니다. 전 이만.”
“이,.. 이봐요!”
그는 날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하면서 재빨리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그를 보며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어제 분명 내 이름까지 알고 친한 친구처럼 말하고 대하더니 오늘은 아예 모르는 척을 하다니.
“빌어먹을 놈.”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오후 4시 34분, 드디어 끝났다. 오늘도 역시 재빠르게 회사 밖으로 나왔다. 아, 적어도 안보다 바깥의 공기가 더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오늘도 새삼스럽게 느끼는 날 발견하게 된다. 아, 그런데 자동차는 위에 있는데... 할 수 없다. 그냥 오늘은 걸어갈 수밖에. 솔직히 걸어가는 게 더 좋기 때문에 자동차가 바로 눈앞에 있다고 해도 난 걸어갈 것이다. 오늘도 같은 길을 걸어가려고 회사 앞의 횡단보도에 섰다. 그리고 무심코 앞을 바라보았다.
“아?”
그녀였다. 그녀? 그녀가 누구지. 반대편에서 나와 마주보고 있는 그녀 말이다. 금발 머리에 안경을 쓰고 긴 치마를 입은 그녀를 바라보며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오래된 인연을 만난 것처럼 나의 심장이 요동쳤다. 신호등이 바뀌고, 두근두근. 그녀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바로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난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그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세리나!!”
나도 모르는 누군가의 이름이 입에서 흘러나왔고, 그녀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마치 전날 아침에 어떤 남자가 날 부르자 그 당시 내가 취했던 행동과 말투가 비슷했다. 내가 그 남자가 된 것 같았고 그녀는 내 자신이 된 것 같았다. 그녀는 나의 손을 뿌리치며 꽥 소리를 질렀다.
“뭐예요!!! 당신!!!”
“세..세리나..”
도대체 세리나가 누구라는 것인가!!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얼굴이지만 또렷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녀는 더욱 더 거세게 반항했다. 찰싹! 왼쪽 뺨이 화끈거린다. 그리고 그녀의 거친 욕설이 들려왔다.
“미친놈아! 이게 무슨 짓이야! 경찰을 부르겠어!!”
“세..세리나! 나야. 나라고!”
“여보세요? 경찰이죠? 여기 이상한 사람이 있는데요...”
타타탓!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서 도망을 쳤다. 그녀는 내가 도망치자 큰소리로 나에게 정신병자라고 소리쳤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녀는 또 누구란 말인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오지만 난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다. 내내 뛰어가면서 생각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어느 정도 뛰어갔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해는 지고 난생 처음 보는 주택가에 서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보는 풍경들.
“크리스!!!”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여자가 나에게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누구인지 모르겠다. 도저히 그녀가 누구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누구지?
“여보!! 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오늘 쉐인 생일인데, 이렇게 늦다니.. 게다가 선물도 안 가지고 온 거예요?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들었다고요. 오늘 회사 일이 많아나 보죠?”
“누..누구시죠?”
그녀는 아까의 세리나라는 여자보다 더욱 더 매섭고 이상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았다. 아니, 노려보았다.
“장난치지 말아요. 상당히 기분 나쁘다고요.”
“아..아니에요. 정말로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어요. 또 쉐인이라는 이름도…….”
“다..당신!! 장난이 지나치네요!!! 마음대로 하세요!! 참나!!”
그녀는 나의 아내인 것 같다. 쉐인이라는 아이는 아마도 내 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난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녀가 나의 아내인지 쉐인이 나의 아들인지...
“내... 내 이름이 뭐였지?”
답답해 미칠 것 같다. 내 이름까지 잊어먹었다.
“윽...”
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영상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전 처음 보는 장면들이 대다수였고 좀 전에 날 남편이라고 불렀던 여자와 쉐인이라는 아이와의 식사, 여행 가는 장면들이 지나갔고, 세리나와 전날의 남자와의 추억들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영상은 멈추었다.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장면. 거대한 철골 구조에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려있는 것이었다. 마치 도살된 소들과 돼지들처럼 천장에 매달려 제각기 번호표를 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악!!”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왔다. 도대체 뭐지? 난 누구이고 여긴 어디이고 저 사람들은 누구인가!!! 기억날 것 같은 무언가가 계속 지워지고 기억나지 않던 그 어떠한 것들이 계속 생겨났다. 나만의 기억에 누군가가 침입해 조작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였다!
“넌... 가짜야.”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나의 몸을 조여 왔다. 갑자기 온 몸이 떨려왔다.
“무...무슨 소리야!”
용기를 내어서 어둠 속의 누군가에게 반박했다. 그러나 그는 완강히 거부했다.
“넌 가짜라니.”
“내가?”
“그래. 넌 이름도 모르잖아. 넌 가짜야. 가짜라고!!”
그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나의 심장을 관통했다. 또다시 알 수 없는 영상들이 나의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이번엔 뭔가 다른 것이다. 여태껏 나의 삶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재생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난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나의 아내는... 메리, 세리나이다. 나의 아들은 쉐인이다. 그리고 내 이름은... 크리스 커나스 이다.
“크크크..”
난 울부짖으며 어둠 속의 누군가에게 소리를 질렀다.
“말해봐!! 왜.. 왜..."
“넌 가짜라고 했잖아. 이 가짜야!”
그의 말을 끝으로 나의 주위엔 전날 아침에 보았던 세 명의 경찰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날 포위하며 말했다.
“잡아!”
난 끝까지 그들에게 저항을 했지만, 머리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그대로 쓰러졌다.
띠…….띠…….띠…….
으윽. 여긴 어디지. 경찰들에 얻어맞은 머리에선 아직도 고통이 느껴졌다. 손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뭔가에 묶여있는지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았다. 발도 묶여있었다. 심지어 목에도 뭔가를 둘러놓았다. 완전히 움직임이 차단된 상황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힘겹지만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아주 어둡다. 어둠 속에 나 홀로 남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복제된 인간은 기억 손상을 불러일으켜 존재하지 않는 인간을 만들고 결국 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올 뿐이지. 그러므로 크리스 커나스 A-346을 폐기처분 한다. 이상.”
무슨 소리지? 궁금한 가운데 어두웠던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머릿속에 떠올랐던 철골 구조의 천장이 눈 안에 들어왔다.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천장엔...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려있었다. 갑자기 두려워졌다. 이것들은 다 무엇인가. 눈물이 흘렀고, 누군가 나에게 다가왔다.
“헉!! 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름 아닌 나의 10년 지기 친구인 패트릭이었다. 그는 친구를 대하는 표정이 아닌 하찮은 동물들을 대할 때의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옆의 테이블에 놓여있는 녹색의 액체가 들어있는 주사를 드는 것이 아닌가. 난 반사적으로 저항을 했다.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은 소리를 지르는 것뿐.
“끄아아악!!”
“얼른 A-346을 폐기 처분해. 시끄럽군.”
“네.”
패트릭은 나의 입을 오른손으로 막았다. 그러면서 주사를 들고 있는 왼손을 차차 나의 심장으로 갖다 대는 것이 아닌가!
“웁웁!! 사...살려줘..”
“그리고 자넨 A-347을 재생시켜.”
“네.”
이번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심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컥...”
그녀는... 나의 아내 메리 커나스. 나와 똑같이 생긴 인간을 만지작거리며 웃으면서 날 바라보았다. 혀..현실이 아니다. 이건 꿈이야. 꿈이야!!
“잘 가게. 내 친구. 크리스 커나스.”
뭔가 뜨거운 것이 내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난 영원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크리스 커나스 A-347을 재생시켰습니다.”
“그래. 투입시켜.”
“네.”
삼일 후,
『오늘도 난 회사까지 걸어간다. 정말 지옥 같은 하루가 아닐 수가 없다. 언제쯤 이 삶이 끝나는 것일까.
"후.... 지겹군."』
또 다른 크리스 커나스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그 삶이 가짜라고 느끼는 순간 그 역시도 폐기처분 될 것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른 크리스 커나스가 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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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S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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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 뭔가 부족한가!!!! |
2005-08-18
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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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길다 ㅎㅎ; |
2005-08-18
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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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까지 작품이 안올라오길래
여기가 이벤트 게시판이 아니던가 =-=;? 하는생각을 햇엇는데
여기가 맞군요 ;
에혀 재밋다 |
2005-08-18
19: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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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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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79자. 오홋!! 잘봤습니다. 복제의 연속.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삶이 가짜라는 것을 느낄 때 그는 삭제당하고 새로운 복제로써 그 삶을 대신하여 살아간다.
처음에는 좀 의아한 스토리에 헷갈렸습니다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지막 반전 아닌 반전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간간히 오타가 보이는군요~ |
2005-08-18
20: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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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79자..세, 세셨습니까?;;
일요일쯤 올려야겠군+ㅅ+;; |
2005-08-18
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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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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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한글 2004~~ 가 있잖습니까. ~~ 문서 정보 한방이면~_~// |
2005-08-18
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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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S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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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번엔 연쇄살인마를 소재로~~~ |
2005-08-19
08: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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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웃 대단합니다~! |
2005-08-19
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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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S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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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생각하는나무님66 |
2005-08-21
13: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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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거 될거 같았는데. |
2005-09-08
20: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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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
2005-09-10
13: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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