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일요일. 준은 이리저리 방에서만 뒹굴고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최선생은 정말 그때 상황을 보지 못했는지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고 준도 그냥 넘어갔다.
내 몸에서 피어오른 그 불꽃들은 뭘까?
준은 조용히 묻는다. 하지만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다만 그 목소리가 메아리 칠 뿐이다. 그것은 당신의 의지……라고 하며. 한참을 뒹굴다 책상위에 놓아둔 4개의 보석을 호주머니에 찔러놓곤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가볍게 난방하나와 청바지를 걸치곤 문을 나섰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주변은 조용했다. 준은 걸으며 다른 생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왜 그를 보면 화가 났던 것일까? 왜 죽이고 싶어했던 거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다만 그는 물어볼 뿐이었다. 신호등을 건너고 어느새 시내까지 와있었다. 북적북적 거리는 시내엔 다정하게 웃으며 걷는 연인들도 많았다. 준은 살며시 웃음 지었다. 약간 슬퍼보이는 미소랄까?
준은 어디갈까 생각하다 '그 곳'이 떠올라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준이 멈처선 곳. 그 곳의 이름은 '용화루' 이름 그대로 중화요리 집이었다. 시내에 자리하고 있는 이 곳. 왠지 언밸런스 하지만 무척 손님이 많은 곳이다. 요즘은 볼 수 없는 큼직한 인심과 첫째도 둘째도 뛰어난 맛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사실 준은 이 곳 주방장 겸 사장과 무척 친한 사이였다. 무척 털털한 성격의 용화루 사장. 준의 먹구름을 걷어준 두번째 사람이었다. 그때부터 준은 울쩍할때나 고민이 생길때 이곳을 찾곤했다.
"아저씨 저 왔어요"
"오오! 준 왔는가?"
흰 주방장 모자를 쓴 근 체구의 남자가 반가운 듯 활짝웃으며 준을 맞이했다. 준도 같이 덩달아 웃으며 가게를 둘러보았다. 언제나 북적북적한 용화루. 그래서 그런가, 이 곳만 오면 고민이 사라진다.
"흐흐흣 얼마전에 아저씨의 새 메뉴가 완성됬단다"
"그, 그런!"
"준! 너밖에 없다. 우리 식구들은 경기 일으키면서 도망간다! 100%가 되면 매일 해달라고 조를거면서! 어째뜬!"
"아, 아저씨! 오늘은 그냥!"
"그냥?"
"그냥 정상적인 자장면 한그릇만..."
준의 말을 마치자 마자 그의 표정은 변했다. 눈에 눈물을 글썽글썽 달더니 두손을 간절히 모으곤 준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정말 거북스러운 시선. 거기다 썩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아마 식사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저걸 발견했으면 이때까지 먹었던걸 전부 올려버릴 것이었을 것이다.
"알았어요……"
"오오! 준! 역시!!!"
"얼른…"
"그러마! 바로 준비하마 으햣햣햣"
왠지 모를 심상치 않은 웃음소릴 내면서 들어간 용화루 사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지지고 볶으며 웃고 있었다. 준은 편하게 의자에 앉아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4개의 보석을 만지막 만지작 거렸다.
이 보석들… 뭔가가 있어
준은 눈을 살짝 찌푸리다 이내 펴졌다. 턱을 괴고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준. 한참을 생각하다가 떠오르지 않는지 좌우로 흔들어댔다. 그러다 갑자기 멈췄다. 마치 엄청난 전류가 몸에 흐른 듯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때! 그 때가 떠오른 것이다.
용화루에 처음 왔을때. 그 때도 준은 분명히 그가 가져온 새 메뉴를 먹었다. 그리고……병원에 입원했다. 준은 활짝 웃으며 나오는 용화루 사장을 보곤 몸이 굳어버렸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 땀. 준은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
"준아 안먹어?"
이미 차려진 식탁. 준이 피할 곳은 없었다. 기대가 가득찬 눈으로 보는 용화루 사장.
"준아?"
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그 정체모를 음식으로 젓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덜
"준아 왜 그러냐?"
아주 작게 한 젓가락 집은 준은 식은 땀을 상당히 많이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손이 덜덜 떨리며 그 음식물에 묻은 소스가 이리저리 튀었다.
"얼른…얼른 먹어보거라"
꿀꺽!
준의 침삼키는 소리가 용화루를 가득 체웠다. 사람들은 모두 준을 주목하고 있었다. 소문은 익히 들었다. 용화루의 새 메뉴. 먹는 사람은 병원 갈 각오를 해야한다고.
기분전환 하려고 온 내가 왜 이런!! 이런 구경거리가 되어야 하냐고!
준의 입이 열리며 그 음식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이 눈을 질끈감고 그 것을 씹었을 때!
"……!"
준의 눈은 휘둥그레 졌다. 사람들은 모두 손에 땀을 쥐며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준의 젓가락이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했다.
"헉!!"
사람들의 눈이 이상한 걸까? 그들의 눈으로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味味(매우 맛있다)!!!!!!!!
노란색의 한자가 그들의 눈을 스쳐지나간건 환각인건가!
준의 손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하자 그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맛있으면 오라가 글을 만들어 보이는가!! 용화루 사장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준을 봤고 사람들이 결국은 참지 못하고 그 음식으로 달려들었다.
사실 그들의 눈은 착각을 일이키고 있었다. 준의 오라로 만들어진 글자. 그 것은.
死死(죽음이다)!!!
젓가락을 들었던 사람들 하나하나가 쓰러지기 시작했고 준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용화루 사장은 어리둥정한 표정으로 그를 봤다.
준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쓰러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올라오는 준의 팔. 준은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돌아……오지 않겠다"
털썩
주방장은 마치 일상인 듯 아무렇지 않게 119에 전화를 걸었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가볍게 약을 먹고 나온 준은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붉은 노을을 한번 쳐다보다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
어떤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 그. 익숙한 듯 나뭇가지를 피해가며 요리조리 길도 잘 찾았다. 푸르른 나뭇잎들이 우거진 산. 저 밑에 내려다 보이는 도시와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걸음의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준이 쳐다보고 있는 곳. 거기엔 커다란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산 위에 언덕같은 분위기의 이곳. 준은 그 나무 밑으로 가 그늘이 진 쪽으로 편안하게 누웠다.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하늘을 봤다.
"이곳……정말 오랜만이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는 준. 살며시 옅은 미소를 짓던 준은 상체를 일으켜 나무에 기댔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4개의 보석을 꺼냈다. 손위에 올려진 보석이 노을 빛을 바다 반짝거렸다.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 준의 눈은 뚫어져라 보석만 봤다.
이 보석의 비밀은 뭘까? 이 보석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왜 괴물들이 이 것을 원하지? 그리고 난… 무엇 때문에 이것을 들고왔을까?
준은 곰곰이 생각 해보니 모든 일의 원흉. 그것은 이 보석이었던 것이다. 그 괴물을 만난 것도. 내 힘을 발견하게 된 것도.
아니 어쩌면 이 보석. 원래부터 나의 것인 것일 수도 있어.
준은 보석 쥔 손을 꽉 쥐었다. 손안 가득히 느껴지는 보석의 느낌. 낯설지 않다. 보석의 느낌이 아니라 보석이 풍기는 느낌. 익숙했다.
쿵. 쿵. 쿵. 쿵. 쿵
빠르게 들려오는 소리. 그 소리가 날때마다 땅이 흔들렸다. 산인 이 곳이 흔들렸다. 쿵 쿵 쿵 쿵. 소리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나기 시작했다. 준은 당황했다. 이 느낌. 이 느낌은!!
"이, 이건!!"
쿵쿵쿵쿵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 준은, 준의 마음 속에선 끊임없이 어떤 한감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거부할 수 없는, 거역할 수 없는 무언가가 계속 피어나고 있었다.
증오. 준의 마음엔 증오가 일어나고 있었다. 분노와 증오 끝없는 마이너스 감정들이 준의 몸을 가득체우고도 넘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어도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의 살기.
이 곳에 오면 안돼! 이 곳이 더러워져! 나의 유일한 휴식처가아!
준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4개의 보석. 그 것을 호주머니에 넣고 그 느낌이 오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휙휙 나무 사이를 피해가는 준의 모습.
준이 멈췄다. 준이 한 곳을 주시했다. 나무 밑의 그늘로 보이지 않는 곳. 거기서 붉은 색의 두개가 번뜩였다.
쾅! 화르륵 화르륵!
한번의 폭팔이 준의 몸에서 터져나오더니 팔에 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준의 주먹이 꽉쥐어졌다.
그 붉은 색의 두 눈이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4개의 에너지체를 바쳐라"
그의 말에 더욱 솟는 분노.
"더러운 것들…너희들은 남의 것을 빼앗아야 하는가? 이 더러운 것들아!!"
준의 몸이 활대 휘어지듯 휘어진 후 빠르게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더러운 것을 정화해버리겠다는 듯 손을 크게 접곤 힘껏 내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