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형의 일기장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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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형의 일기장 : 0

그 인형의 일기장 : 0

가난한아빠

날짜: 2006.09.17 21:19:34 조회: 523 추천: 0

엄숙한 분위기로 조장된 곳에서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이상한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눈만 내놓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가려주는 타원형의 길다란 모자는 그들 사이에서의 비밀스런 관계를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모두다 똑같은 몸짓을 보이고 게다가 입에 담으라고 내놓아진 것만 같은 둥그스름한 탁자 위, 그 화려한 무늬로 치장된 접시에 담아진 보라색 포도는 꼭 진짜가 아닌 것처럼 보였지요.

「모두 모인거겠군요.」

그리고 그곳의 소음을 깨부수는 말소리의 주인공이 탁자 위로 손을 짚으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수려한 꽃 무늬는 옷 깃에 새겨진 갑작스런 주름에 형태를 잃어가다가 다시 자리를 찾아냈을 때 그는 그들 주변에 가만히 무언가를 들고서 서있던 노인을 노려봤습니다. 그 늙은이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똑같아 보였지만 말끔한 복장을 차려입은 모습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처음 보았는데도 그렇게 느껴졌지요.

어쨌든 노인은 허리를 곧게 펴지 못하는 등을 이끌고서 그들의 틈 사이로 낡은 공책 하나를 탁자에 슬그머니 올려두었습니다. 그런데 숨소리 조차 크게 들리는 그곳에서 그들의 무거운 분위기를 알아버린 늙은이는 손을 미세하게 떨어 보이며 공책에서 힘겹게 손을 버렸죠.

「예전에 문제를 일으켰던 죄인의 일기장이죠.」

그가 다시 놓여진 공책을 집어 시선이 이끄는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굵직한 말소리를 흘려냈고, 그곳의 사람들은 서로가 아니고서는 하지 못할 웅성임을 혼잣말로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바람 하나가 높다란 나뭇가지를 일으키며 창 문을 두드리자 그들은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식은 땀을 흘려보내기 시작했고 웅성임에 말을 끊어버렸던 그는 침을 한 모금 삼키곤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리고 다시 말을 줄이고는,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그 시간에 낡아빠진 종이 짝들이 빠르게 흩날리는 소리를 내보이며 일기장을 빠르게 넘겨나갔습니다. 그러더니 원래 있어야 할 일기장의 내용들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지요. 그래서 그들이 보았던건 낡은 종이 조각들이 지저분하게 뜯겨져 나간 흔적들이었습니다.

「일기장의 수 십여 장이 찢겨져 있죠.」

「파편 조각에 대한 내용인가‥‥‥.」

마지막으로 이어진 그의 말소리에 덩치가 왜소해 보이는 남자가 말문을 열어보였습니다. 그 와중에 말을 이은 사람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구요. 그리고 다시 조용한 분위기가 그곳을 매워가고 있을 때 그는 낡아빠진 공책을 탁자에 다시 내려놓고는 자리에 천천히 다리를 붙였습니다. 그렇게 가려진 입술 주변으로 뭍어나는 미소를 머금고서 말이죠.

「죄인이 살아있을 확률을 빼어낼 수도 없는 일이 된거네요.」

---------
저는 소설 완결 내기는 글렀네요 :ㅡ(

하지만 이건 애지중지 하고 싶어요.

☎℡ Me☏

어우~ 음악 섬뜩하네요 이런 음악은 어디서 구하신 ㅎ;;

2006-09-20
21: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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