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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6.23 22:12:59 조회: 1,180 추천: 1 |
[오묘함]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희번뜩거리는 광휘의 눈같이, 번쩍거리는 형광등. 마치 솜씨있는 소품 준비자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내려고 수명이 다 되어 가 껐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형광등을 일부러 설치한것 처럼, 그 번쩍거리는 형광등은 주위의 풍경과 매우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느다랗고 짧은 광휘의 눈이 빛나지 않을때마다 찾아오는 무언가의 공포. 아니, 공포라기보다는 이질적인 감각. 그리고 나의 후각을 자극하는 비릿한 쇠냄새.
그리고 마침내 다시 광휘의 눈이 번쩍일때, 그때 찾아온 주위의 풍경.
그것은, 한 수술실이었다.
주위로는 인간의 것일지도 모르는 여러 장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두개밖에 없는 수술대 위에서는, 마치 테이블 데스가 난 후 환자는 치워지고 그 환자에게서 나왔을 새빨간 피와, 여러 살점들만 남아있었을때와 비슷한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그 수술대 위에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놓여져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 한, 기계가 인체 어느 장기의 일부분같은 모양을 하고있는 무언가가 곱게 놓여져 있었다. 내가 봤을때, 그것은 사람의 안구였다.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내가 있는쪽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마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 남자는 천천히 수술대로 다가가 그 위에 곱게 놓여져 있던 기계 안구를 집어들었다. 그것은 환자의 생채안구를 대신하여 넣어지려 했는지, 곳곳에 피가 얼룩져 아직 마르지 않아 있었다. 남자는 한숨을 푹 쉬더니 그것을 들고 뒷문으로 사라졌다.
나는 현재까지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가만히 멈춰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아마 수술대의 피가 서서히 말라가기 시작했을때 쯤이었을 것이다.) 난 다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 얻이지는것도 없었으니까. 나는 아까 그 남자가 사라진 문으로 다가가 그 문을 열었다.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문을 열자, 그곳에 또다른 문이 보였다. 그것은 문고리를 잡아당겨 열 수 있는 문이 아니었다. 그 문의 뒷편은 번쩍이는 전기같은것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나는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마치 테이블데스를 경험해도 좋다는 심정으로.) 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을 집어넣으려 내 손을 내려다 보았을때, 내 손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까지 쭉 생각 해 봤지만 아무래도 난 유령이 된것 같았으니까.
사아아-.
왠지 부드럽게 손이 들어갔다. 뭔가 찌릿거리는 전율을 예상하고 있던 나에게 잔잔한 아쉬움을 가져다 주었지만, 뭐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익숙한듯이 문을 넘었다.
문을 넘을때 눈이 아릴듯이 부셔와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다고 생각될때쯤 다시 눈을 떴다. 그곳은, 일상적인 병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니, 이미 병원 내부의 이면같은것을 본 나에게는 그것이 마치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만든 거대한 눈가리개같은것으로 느껴졌다.
주위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린다. 역시 나를 보지 못한체 행동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이쪽은 너무 일상적이고 평범한것이라 생각하여, 다시 뒤를 돌아보았지만 문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나는 어쩔수 없이 천천히 걸었다. 사람들이 앉아있는 로비를 지나, 몇몇 문들이 보이는 복도를 지나, 몇층인지 모를 윗층으로 향했다. 그곳엔 접수대가 있었다. 마침 한 사람이 그곳에 접수를 하고 있었는데,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 대화를 들었다. 물론 본의아니게 엿들은것이 되었지만.
접수를 하려는 한 여자가 말했다.
"여류작가 인공뇌에서, 컴퓨터 공학 전문 인공 뇌로 바꾸고 싶어요. 물론 현재 내 상황에 대한 정보는 기억 해 두고, 여류작가로서 일할때 필요한것만 삭제 해 주시고, 켬퓨터 공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넣어주세요."
접수를 받던 여간호사는 대답했다.
"7억을 더 내신다면 한번에 대략적인 두개의 정보를 넣으실수 있어요. 여류작가의 정보는 그대로 유지하고 컴퓨터 공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넣어드릴까요?"
여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마침 돈이 없어서요. 수술비는 선불로 할게요, 13억 맞죠?"
간호사는 알았다는듯 빙긋 웃었다.
"네, 맞습니다. 지금 당장 수술 받으시겠어요?"
"네."
간호사는 접수대에서 나와 여손님을 대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나의 고질적인병, 아니 인간의 병인 궁굼증이 발동한 나는 물론 그 둘을 따라갔다.
터벅 터벅-. 물론 그 발소리는 나에게도 들리지 않았고, 그 둘에게도 들리지 않았을것이다.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수술실에 도착했다. 아까 본 그곳과는 달리 하얗고, 깨긋했다. 피색은 보이지 않았다. 여손님은 침대 위에 뉘여졌다. 뉘여진 침대가 바퀴가 달린 이동식 침대라는것에 대해 나는 약간의 의문심을 가졌지만, 이내 무시했다.
간호사가 여자에게 주사를 놓았다. 마취제였는지 여자는 곧 의식을 잃었다.
그 후 간호사는 병실의 열린 문을 닫아 잠갔다. 수술을 시작 할 모양이었다. 아마 이 수슬은 여간호사 하나로도 충분한, 아주 간단한 수술인가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간호사는 여자가 뉘여져있는 침대를 옮기기 시작했다. 방 한켠의 벽 앞에 서더니, 간호사는 벽 밑부분에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그러더니 벽은 순식간에 열렸다. 나는 놀랐다. 벽이 사라진 그곳에는 아까 내가 봤던것과 같은, 전기가 흐르는듯한 몽롱한 문이 있었다. 간호사는 서슴없이 침대와 함깨 그 문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아, 그곳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직 그 문으로의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어떤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으아아악!!" 물론 어디에서도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리라. 그것은 내 내면의 소리겠지. 이윽고 나는 문으로 들어갔다.
이미 여자는 마취에서 깨어나 있었다. 여기는 아까와는 다르게, 인간의 인공 피부부터 뼈까지 모든것들이 인공신체로 제작 되어 있었다. 간호사가 마취에서 깨어난 여자의 뇌를 매스로 잘랐다.
"꺄아아아악!!"
여자는 소리를 내질렀다. "꺄아아아악!" 간호사는 손질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여자의 뇌 속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여자는 아직 살아있는지 비명을 계속 내질렀다. 아까와 똑같은 비명이다. "꺄아아아악!"
간호사의 손이 매스를 놓았다. 그리고 그 빈손으로 여자의 뇌를 들어올렸다. 간호사는 그 뇌를 컴퓨터 옆에 옮겨놓고, 포트를 꽂았다. 컴퓨터에는 빨간색 화면이 떴으며, 간호사는 마우스를 연신 딸깍거렸다. 화면에는 '컴퓨터 공학 전문' 이라는 글자가 떠올라 있었다.
[파일 전송중 70%…….]
나는 어째서인지 지금까지의 상황에 놀라지 않았다. 아마 영혼은 인간보다 확실히 빠른 적응능력을 가졌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파일 전송 완료.]
간호사는 뇌에서 포트를 뺀 후, 다시 뇌가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그 후 자른 살점을 바늘로 꿰매었다. 그때동안 여자의 비명은 끊이지 않았으나, 간호사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몇분일지 모를 시간이 흐른 후, 수술은 끝났다.
여자는 아직 정신을 회복하지 못했다. 간호사는 여자의 웃옷을 벗겨 척추 3분의 2쯤에 있는 살을 도려 낸 후, 그곳의 구멍에 또다른 포트를 꽂았다.
모니터에는 아까와 다른 화면이 떠올랐다. '수술 과정의 기억 제거.'
간호사가 무의식적으로 말을 흘렸다.
"이걸로, 고통을 느꼈던것도, 내가 머리를 잘랐던것도 모두 잊겠지. 그 여자는 안전한 방법으로 차근차근 수술을 진행했다고 생각할거야."
간호사는 왠지모를 비릿한 미소를 입에 올렸다.
기억 제거도 끝나고, 여 환자는 회복이랄것도 없이 주사 한방을 맞고는 병실을 나섰다. 나는 왠지 그 여자에게 아까의 사실을 말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불러도, 그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불현듯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나는 아직 열려있는 비밀스런 수술실의 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곳에있던 여러가지 인공신체들로,
또다른 나 자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라면 그 여자에게 말할 수 있겠지. 그 여자도 들릴거야.'
전의 모습과 최대한 똑같게,
이제 거의 잊혀져 가는 나 자신을 그리며.
==========END
[조난]
부우웅-.
적재 한도를 넘지 않은 자동차가 길 위를 달린다. 그리고 그 자동차 안에는 어떤 남자가 선그라스를 낀 체 굳은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다. 지금은 밤인데도, 선그라스를 꼈다.
선그라스 남자의 차는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검은색 중형 세단이었는데, 차의 색깔이 그 남자의 선그라스 색갈과 일치해 묘한 느낌을 주었다.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를 벗어난 검은색 자동차는, 계속 앞에 가는 파란색 스포티카를 쫓아가는것 처럼 보였다. 지금도, 파란색 스포티카가 오른쪽으로 돌자, 검은색 세단도 오른쪽으로 돈다. 파란색 스포티카의 운전자는 강한 썬팅때문에 정확한 이목구비는 보이지 않았다. 차가 커브할때마다 창으로 살짝씩 비치는 검게 보이는 머릿결의 그림자를 보면, 여자인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검은색 세단은 계속 그 차를 따라갔다. 검은색 세단의 남자가 운전중에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휴대폰 중간부분을 손가락을 집게모양으로 하여 잡고, 기묘한 손놀림으로 1번을 꾹 눌렀다. 아마 신호가 가고 있겠지.
그렇게 신호가 가는 동안, 파란색 스포티카의 여자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러더니 물건을 잡은 손을 자기 머리에 갖다대었다. 뭔지 짐작이 갔다. 아마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을것이다.
여자가 핸드폰을 든지 10초도 안되어, 여자의 손이 내려졌다. 남자는 핸드폰을 고쳐잡으며 다시 1번을 누르는 듯했다. 이번에도 그 여자가 받았다. 남자가 무언가 말을 했다. 입모양으로 보건데,
"살려줘."
"제발."
"제발, 살려줘."
여자는 다시 손을 내렸다. 남자는 다시 1번을 눌렀다.
여자는 한참동안 핸드폰을 받지 않다가, 결국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갖다대었다. 남자가 무언가 말을 했다. 물론 입모양으로 보건데,
"나에겐 너밖에 없는것, 알잖아?"
"그러니까 제발."
"제발, 살려줘."
남자가 이 말 이후 입을 다물고 있다. 아마 여자가 말을 하는 모양이다. 그때동안 여자의 차는, 약간 심하게 흔들렸다. 사고가 날 것 같은데.
남자가 다시 입을 열려다 중간쯤 멈췄다. 통화가 끊긴 듯했다. 남자는 어김없이 1번을 눌렀다.
받지 않는다. 받지 않는다.
받지 않는다. 받지 않는다.
받았다.
남자는 곧장 말했다.
"니 뒤에 있어."
약간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 후, 여자의 차가 굴곡에 약간씩 늦게 반응했다. 멍한 정신으로 운전하고 있겠지. 스토커같은 남자가 뒤를 쫓아오고 있으니.
차들은 어느새 산길로 접어들었다. 수많은 헤어핀, 커브들. 좁고 좁은 2차선 도로에서, 그들은 느린 레이싱을 하듯 추격하며, 추격 당하며 달리고 있었다.
이제 진짜 어두운 밤이라, 남자의 입모양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아까부터 남자가 계속 핸드폰을 집어들고 있었지만, 아마 여자는 받지 않는 듯했다.
두 차간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파란 스포티카의 리어와, 검정색이라, 이제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 중형 세단의 앞범퍼가, 닿을듯 말듯 했다.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사고로 이어지겠으나, 왠지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 단 하나의 완만하고 넓은 커브. 그곳에서, 여자의 차는 미끄러졌다. 다행히도 도로 안쪽으로 미끄러졌다. 그 스포티카는 후륜구동이라, 카운터만 무사히 먹인다면 코너를 무난히 돌 수 있으리라. 그러나, 저 여자에게 그런 테크닉이 있을까? 파란색 스포티카는 한바퀴 돌며 섰다. 그리고, 그 옆을 검은색 중형세단이 지나갔다. 세단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낭떠러지다.
쾅-!
가드레일이 부숴졌다. 세단은 뒷쪽부터 낭떠러지로 떨어졌는데, 그 세단의 앞모습을 파란 스포티카가 비추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에 그 남자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 남자는 입을 벌려 이렇게 말했다.
"구조해줘. 날 구조해줘."
아마 파란 스포티카의 여자도 이 모습을 보았겠지.
그래.
남자의 마지막 중얼거림을. 도저히 크게 말 할 수 없어, 중얼거린 그 중얼거림을.
마지막으로 필사적으로, 자신의 오른쪽 바지주머니 속에 넣어둔 핸드폰을 찾으려 오른손을 더듬거리며,
그 아득한 절망감과 몽롱함에서 외친 마지막 중얼거림을.
마음속으로만 외친, 그 중얼거림을.
그래, 그 중얼거림을.
"……구조 해 줘."
"지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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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그냥..
갑자기 단편이 쓰고싶어지더군요.
그때 접속한것이 온라이프였길레.. 써봅니다.
솔직히 둘다.. 생각나는대로 써서 뭐..;
글을 다시 읽어본다거나.. 퇴고같은건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해해줘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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