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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 글등록: 30점(하루 3개) / 코멘트: 1점
엽전 - 글등록: 20냥 / 코멘트: 5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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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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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17 11:30:14 조회: 1,819 추천: 4 |
오늘 1,2학년 합동수업 발표 때 쓰일 저의 3번째 단편소설 입니다.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부족한 작품이지만 온프인들과 함께 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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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200734032 정호철
69.6장
“말을 좀 해봐……. 제발 좀……아…….”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격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흐느끼며 말했다. 애써 눈물을 참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평소에 느끼던 힘을 주던 눈빛이 아니었다.
“씨…….”
손을 어깨 뒤까지 젖혀서 그녀를 소파로 내동댕이쳐버렸다.
-1-
5월 7일
내겐 별로 즐겁지 않은 오후다.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이 오겠지 라고 말한 한 명의 단백질에게 말해주고 싶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마켓에 가기 위해 씻으러 침대에서 내려오자 이틀 동안 밤새 보았던 19세 표시가 달린 야한 만화책들이 발에 밟혔다. 이틀 동안 씻지 않아서 진득해진 발에 만화책이 들렸다. 입에서는 똥냄새가 나는 것 같다.
화장실로 들어오자 그녀도 나를 따라서 화장실로 들어왔다. 내가 이빨을 닦을 때 그녀는 발을 닦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2개월 전부터 동거를 하고 있다. 형의 소개로 처음 만난 그녀는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던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와 같이 살게 되었다.
그녀가 처음 우리 집에서 힘들어 했던 것은 그동안 살아오던 곳과 다른 환경적인 적응의 문제였다. 집안 구조조차 이해를 하지 못했던 첫날의 그녀는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다행히 지금의 그녀는 안정된 모습이다. 내가 집에 돌아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그녀는 달려나와 나를 반겨 준다. 내방에서, 혹은 옷 방에서 그녀는 나와 나를 반기고는 한다.
내가 집에 돌아올 때면 그녀는 반쯤 감긴 눈으로 옷 방에서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잠을 자다 깬 그녀가 나를 반기는 것이 매우 기뻤다. 나와 같이 있을 때는 잠을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내 손을 어루만지며 장난을 치는 일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내가 한껏 편해졌는지 이제는 입을 사용하기까지 한다.
마켓에 들어와 냉동 칸에 가서 베이컨과 포장 김치를 손에 쥐었다. 그 밖에 먹을 간식거리를 챙긴 후 그녀의 음식을 사러 발을 옮겼다. 계산대를 보는 아주머니는 김치를 바코드에 찍으면서 말했다.
“학생 같은데 매일 그렇게 김치를 사먹어 응?”
5월 8일
눈을 환하게 비추는 햇살이 아닌 그녀의 키스로 깨어난 아침도 거의 두 달이 되어 간다. 언제나 맨몸으로 잠이 드는 그녀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내 얼굴 곳곳에 키스를 하며 나를 깨운다. 화장실로 들어가 씻기 전에 핸드폰을 열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이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기 위한 일이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았다. 세숫대야에 물이 차는 동안 샴푸를 손에 짜서 머리에 발랐다. 물기가 없는 머리에 샴푸를 바르기는 쉽지 않지만 이미 익숙해 진지 오래된 것. 머리에 샴푸가 적당량 묻었을 때 세숫대야에도 적당하게 물이 차올라, 머리를 감은 후 물을 버리지 않고 바로 비누로 얼굴을 닦았다.
이렇게 씻은 후 화장실에서 수건을 가지고 내 방안으로 들어왔다.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말리던 중에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말리던 수건을 바닥 아래에 두고 핸드폰을 찾아서 열어 보았다. 문자 메시지를 보고 내 입에서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듣고서 학교 갈 준비를 마친 다음 문밖을 나섰다. 나를 배웅하는 그녀를 문틈으로 인사하고 열쇠로 문을 잠갔다. 단백질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2-
“다음 주에 농구시합 예선 있는 거 아시죠? 내일모레 연습할 거니깐 모두 그렇게 알아주세요. 공지 끝났습니다.”
우리과 대표 단백질의 공지가 끝났다.
“저기 잠시만요!”
모두 가방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중, 178cm 70kg짜리 자신만만한 단백질이 모두를 불러 세웠다.
‘과대표도 아닌 것이……. 다음주에 빠질 수업을 보충 한 탓에 귀가시간도 엄청 늦어 졌구만…….’
“저희 이번 주 금요일에, 그러니깐 5월 11일 날 과팅 하기로 했거든요? 남자랑 여자랑 둘 다 하니깐 하고 싶으신 분들은 저한테 말해 주세요.”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 적어도 지금까지 저 ‘자신만만한’ 178cm 70kg짜리 단백질 에게 서 부끄러움은 볼 수 없었다. 이미 개학을 하기 이전에 178cm 70kg짜리 단백질은 다른 과 단백질들도 사귄 모양이다, 178cm 70kg에서부터 165cm 45kg까지의 단백질 들을……. 뭔가 혼자 멍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남들보다 뒤늦게 강의실 문밖으로 나갔다. 이것은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물함에 교과서를 집어넣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는 165cm 45kg짜리 품질 좋은 단백질과 마주쳤다. 눈을 마주치고 1초가 지났을까, 걸음이 느려진 지는 1초보다 더 이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손을 올리며 뭔가를 말하려고 한 것이 그보다 훨씬 전이라는 것이다. 확실한 추측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뿐이라는 것이다. 계속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어색함은 더욱 깊어질 것 같아, 재빨리 눈을 다른 곳으로 피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조금 전 그곳에는 178cm 70kg짜리 단백질도 있었다. 오늘은 더욱 자신만만하게 보였던.
“미경아 너 과미팅 안나갈래? 이쁜 애 한,두명은 있어야 되는데.”
“뭐야, 강현. 내가 뭐가 이뻐.”
계단을 걸으면 머리 위로 들리는 178cm 70kg짜리 단백질과 165cm 45kg짜리 단백질의 대화를 들었다. 미소를 짓는 165cm 45kg짜리 품질 좋은 단백질을 상상하며. 그리고선 빠른 엘리베이터로 나보다 한 발 먼저 내려가 있거나, 혹은 동시에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계단을 빠르게 달리다시피 내려갔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아침에 온 문자 메시지를 다시 봤다. 혹시나 주위에 보는 눈이 있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서 보았다. 오늘 165cm 40kg짜리 품질 좋은 단백질은 차라리 마주치지 않았던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태호야 잘잤니~? 좀이따가 학교에서 보겠네^^ㅋ
5/8 8:17 am
미경
010-1004-8282
-3-
평소보다 어둑어둑한 시간에 귀가하게 되어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다. 많은 강의와 178cm 70kg짜리 단백질의 건방진 공지. 곧이어 내 몸을 흔들던 핸드폰의 진동은 좋지 않은 기분을 오묘하게 만들었다. 진동을 느끼는 낯선 현상은, 핸드폰에서 보는 거의 유일하고 익숙한 발신자 번호를 보고서 안정됐다.
“여보세요?”
“야! 이태호! 넌 어버이날인데 엄마한테 전화 한 통도 없냐?”
내 달력에서 5월 8일에 색깔이 입혀진 적은 없다.
“관심도 없지?”
“……왜 전화 했어?”
“……형 생일 전날에 나가서 외식할꺼니깐 너도 와.”
“그게 언젠데?”
“……10일이야 10일. 넌 어떻게 된 애가 형 생일 하나 기억을 못하냐.”
“근데 어쩌라고.”
나름대로 늦은 시간에 불빛도 별로 없는 골목이라, 내 큰 목소리에 관심을 둘 사람이 없었다.
“됐다. 올꺼야 말꺼야?”
“몰라. 봐서. 돈이나 넣어줘 이번 달에 안 들어 왔어.”
현관문을 열며 핸드폰 문을 닫는 소리가 컸던지 그녀는 눈이 커진 채로 내 방에서 나왔다. 많은 강의와 되새기기 싫은 방과 후의 일들이 나를 이불로 빨리 불러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알고서 나를 보고 생긋생긋 웃는 것인가. 그녀는 나를 보고 웃으면서 나를 부르고 있다. 이불 안으로 맨몸으로 들어온 그녀는 매정하게도 너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잠에 들었다. 그녀는 나에게 육체적인 위로는 물론 정신적인 위로 또한 없이 잠에 들었다. 20살이 잠이 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너무 이른 시간에 누운 이불에서는 사색이라고 하기엔 가벼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각의 내용은 이러했다. 자신만만한 178cm 70kg짜리 단백질은 크게 본다면 나와 태어난 곳이 같다. 하지만, 그 녀석과 나의 품질은 크게 달리 평가된다. 165cm 45kg짜리 단백질의 태도를 본다 하여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태어난 곳의 품질이 달라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자란 곳의 영양분이 차이가 컸던 것인가. 그것이 어쨌든 그 녀석은 얘기하고, 만나고, 마시고, 관계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가고, 생각하고, 소비하고, 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
20살 때 평등하게 가지는 시간을 가치로써 비교한다면 나는 그 녀석에게 완패일 것이다. 얼굴 한번 손톱으로 긁어보지 못하고……. 하지만 나도 역전의 기회는 있다. 품질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양으로 승부를 내면 되지 않는가. 사실…… 역전까지는 생각할 수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눈이 점점 감겼다.
체력을 측정해서 무엇에 쓰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힘껏 달려 본 적은 없었다. 조퇴를 자주 한다면 신비감을 줄 수 있을까. 이 추측이 맞을지 몰라도 난 지금 학교에 있기 싫다. 체육 시간 체력장이 끝난 후 바로 교무실로 향했다.
“선생님 저…….”
“응. 태호야 왜 왔어?”
“체력장 시간에……. 힘들게……. 조퇴 좀 시켜주세요.”
“뭐? 1학년때가 중요한거야 태호야. 이렇게 자꾸 조퇴하면 안되.”
“힘들어서……. 공부도 잘…….”
“……. 그래 집에 들어가서 쉬어라. 조퇴증 가지고 와.”
문을 따고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얼굴이 찌푸려졌다.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만큼 더러워진, 갈아신지 않은 실내화를 보고선 인상을 찌푸릴 엄마의 얼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관에 들어선 순간 얼굴에는 안도감이 돌았다. 엄마의 신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오늘까지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서는 늦게까지 하던 부업 일이 생각났다. 그것이 집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밖에서 새던 바가지 안에서는 새지 않을 리 없다고, 갈아신기 귀찮은 기분은 여전했다. 실내화를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침대 아래에 숨기고 잠이 들었다. 방문 밖에서 가슴을 쓸어내릴 대화를 듣기 전까지는 기분 좋은 잠이었다.
-4-
5월 9일
언제 잠이 들었는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찍 일어난 것을 보면 잠든 시각을 대충 짐작할 수가 있다. 눈을 뜸과 동시에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중요한 첫 번째 하루 일과. 맨몸으로 내 옆에 누워 자는 그녀를 보는 것은 처음인가 싶을 정도로 오랜만이다. 항상 그녀가 나보다 먼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녀가 항상 맨몸으로 내 옆에 누워서 자고 있다고 해도 그녀와 관계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그녀는 나와 관계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녀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태호야~ 머해? 난 학교가는중^^
아~ 과팅나가기시른데ㅠ.ㅠ//
강현이 때문에 안나가기도 쫌...
어쩌징ㅠ
5/9 7:57 am
미경
010-1004-8282
“공지 있습니다. 잠시 자리에 앉아주세요.”
학교에서 듣는 강의보다 공지를 듣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그토록 강의는 나에게 영양가가 없었다.
“내일 농구 연습하는 거 아시죠? 혹시 못하시는 분은 지금 말씀해 주세요.”
한, 둘 손을 드는 단백질들도 있었다. 나는 손을 들지 않았다. 들지 않았다고 하기보다는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을 것이다. 이 강의실 안에서, 이 그룹 안에서 내가 손을 들어 이목이 쏠리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공지를 포함한 학교 안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면 신체 건강한 160cm 이상의 단백질들은 몸의 불순물을 빼러 화장실로 모일 때가 잦다. 이곳은 오늘 나에게 중요한 곳이 될 것이다.
“저기 진구야. 너 버스 몇 번 타고 가?”
품질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나? 왜? 2013번 타는데.”
“정말? 나도 그거 타는데 나도 같이 가자.”
“그러던지. 잠깐 나 똥 좀.”
역시 품질이 좋지 않은 단백질이라 그런지 빼낼 불순물이 많은가 보다. 배설물이라고 해야 하나……. 오늘의 목표는 생각보다 쉽게 달성했다. 사실 버스 정류장에서 이 녀석과 같이 2013번을 타는 2~3명의 단백질 무리를 보았고 나는 오늘 그것을 용의주도하게 노린 것이었다. 어색해짐을 두려워 다가가지 못했던 것은 바로 오늘 5월 9일 이전의 일이 될 것이다. 178cm 70kg짜리 단백질에는 못 미치지만 양에서는 한 발짝 다가간 것이 틀림없다.
큰 불순물을 빼는 단백질을 화장실에 두고 이 녀석과 같이 있었던 나머지 2~3명의 단백질들을 찾으려 강의실로 갔지만 그들은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나 보다. 혹시나 볼일을 다 본 단백질이 나를 찾진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화장실로 빠르게 걸어갔다. 다행히 그 녀석이 볼일을 보던 맨 끝자리의 문은 닫혀있었다. 큰 숨을 내뱉고서는 손을 씻으러 세면대로 갔다. 손을 씻으려 수도꼭지를 위로 올리려는 순간. 분명히 아직 틀지 않았지만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 소리는 내가 화장실로 다시 들어왔던 순간부터 나던 소리였다. 끝자리를 향해서 말했다.
“저기 진구야……. 아직 멀었어?”
끝자리의 문 앞으로 다가가자 문은 변기 물 내린 소리에 덜렁덜렁 흔들리고 있었다. 길이 어긋난 것이다. 나는 계단을 통하여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던 순간 지금 체력장 50m 달리기 속도를 재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가장 빨리 달렸을 순간일지도 모르는 노력한 달리기였지만 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난 다시 버스정류장을 향해서 뛰었다. 나에게도 운이 있다면 2013 버스는 그들을 아직 태우지 않았을 것이다. 50m 달리기를 하는 속도로 달렸다. 버스정류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둘러 모여 킥킥 웃어대는 내가 찾던 단백질들도 눈에 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그들을 태운 2013번 버스가 떠나는 것을 보았다.
원치 않았지만, 체력장으로 때문에 적당량의 땀을 빼내었고 조퇴라는 작지만 조마조마한 미션까지 완료한 후였기 때문에 텅텅 빈, 조용하고도 편안한 내 집에서의 낮잠은 달콤할 수 있었다. 엄마와 옆집 아줌마의 대화를 듣지 않았더라면…….
“좋겠네. 서울대면 앞으로 활짝 피었네, 피었어.”
잠에 취했다고는 하지만 어떠한 주제로 대화를 하는지 알 수 있다.
“피기는, 앞으로 잘해야지. 그런데 서울대가 등록금도 더 싸더라고.”
형 이야기가 틀림없다. 엄마의 웃음꽃 피운 얼굴이 눈에 선했다. 눈을 감고 잠에 취해서 인지 엄마의 얼굴은 더욱 선명하게 그려졌다.
“둘째는 잘 지내는거야?”
“어휴. 말도 마. 개는 정말…….”
몸을 뒤척였다. 내 귀는 문과 좀 더 가까워졌다.
“왜, 왜. 왜그런데?”
“공부도 안하고, 말도 안듣고, 맨날 집에서 뒹굴뒹굴. 개만 보면 속터져 죽겠어.”
“어휴. 그래? 그래도 잘해줘. 잘난 형 둔 동생들은 그런걸로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더라.”
“됐다 그래. 말할 때마다 말대꾸를 얼마나 듣기 싫게 하는지 알아? 갠 아들도 아냐. 필요 없어.”
-5-
5월 10일
이른 아침, 딩동딩동 낯선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구세요?”
“어. 학생 주인집인데. 문 좀 열어봐.”
아침에 어울리지 않는 긴박감이 집을 휘감았다. 다세대 주택 월셋방에서 그녀는 허락될 리가 없다. 보통 월셋방보다 고급이라 월셋방이기에 허락된다 하더라도 좋은 눈으로 바라볼 리 없었다.
“잠시만……. 저……. 옷 좀…….”
재빨리 내방으로 달려가 아직 잠에 빠진 그녀를 매우 큰 이불로 덮고선 방문을 굳게 닫았다.
“네……. 어떻게…….”
“학생 아침 일찍 미안해. 이번달 월세가 아직 안들어 왔더라고, 5일날 넣어줘야 되는거 알지?”
“아……. 곧 드릴게요……. 아직…….”
“그래. 그럼 잘 좀 부탁해.”
현관문을 닫으려는 순간.
“아, 잠깐만…….”
가슴이 철렁했다.
“우리집 큰아들 방에 곰팡이가 끼더라고 여기도 그런가? 학생 방에 잠깐 들어가도 되지?”
“아……. 저……. 저…….”
이미 신발을 벗고 그녀가 있는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주인집 아줌마를 막을 말재주는 나에게 없었다. 내 방문을 여는 덜컥 소리에 내 심장 또한 크게 두근거렸다.
“어휴……. 학생……. 이게 뭐야!”
“네?”
집주인 아줌마의 큰 덩치에 가려져 있던 내 방은 서서히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안에는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났고 방바닥에는 이러 저리 어지럽혀져 있는 옷가지들과 만화책, 그리고 침대에 있어야 할 덩치 큰 이불더미가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문을 닫아놓으니깐 곰팡이가 저렇게 끼지. 어휴. 좀 열어놔 맨날. 이게 학생 혼자 쓸 방이 아니자나. 나중에 학생 나가면 이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쓰라고.”
“아……. 네……. 이제 그럴게요.”
“그래. 그럼 갈게 학생. 방 좀 치워야겠네.”
현관문을 닫고 행여나 밖에서 들리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또 빠르게 내 방으로 갔다. 이물 더미 안에서 그녀가 얼굴을 긁적이며 나왔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하고 크게 웃었다. 지금 이 기분을 유지하여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핸드폰은 거실에 있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문자 메시지를 쓰고 있는데 주인집 아줌마의 덩치 큰 소리가 거실까지 새어 들어와 나를 방해 했다. 그것은 기분을 유지하는데 매우 큰 타격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 나와 살게 된 기억하기 싫은 일까지 생각나게 했다.
“우리 아들이 서울대 다니잖아. 거기서 축제를 하는데 그걸 준비하는 걸 한 대.”
“어이구 그래요? 공부를 잘하나보네.”
“그게 공부도 잘해야 하는데, 애들이 잘 따라야 하는 거지 글쎄. 서울대에서 하는 거니깐.”
하하 호호 난리 났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태호야 오늘 농구잘행영><ㅋ
파이팅 파이팅^0^/
5/10 7:40 am
미경 010-1004-8282
또 하나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월세 35만 원과 나머지 용돈으로 쓸 35만 원, 총 70만 원이 통장으로 입금되었다는 문자 메시지였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기 때문에 생각 할 시간은 많았다. 게다가 오늘은 농구연습도 있는 날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아주 적당한 날이다.
-6-
수업이 끝나는 시간을 애타게 기다린 적은 많지만, 초조하고 불안한 적은 처음이다. 하지만, 오늘 하지 못한다면 평생 하지 못할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외침과 함께 수업이 끝났다.
“공지 있습니다. 오늘 농구 연습 있어요. 바쁜 일 없으신 남자분들은 전부 운동장으로 와주세요. 그리고 여자분들도 같이 남으셔서 응원 좀 해주세요.”
공지가 끝난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사람들을 붙잡았다. 내가!
“저기 잠시만요…….”
집중되는 이목은 따가웠다.
“저 제가……. 오늘 알바비를 받아서……. 한턱 쏘려고 하거든요?”
워 라는 환호 소리가 들렸다. 내 마음속에서만
“저기 그래서……. 농구 연습이 끝난 후에 같이 술 드실 분은 모여모여로 와주세요.”
“네. 좋아 얼른 연습하러 가자.”
178cm 70kg짜리 단백질이 먼저 강의실을 나가자 전부 줄줄이 빠져나갔다. 나도 농구 연습에 참여 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농구 연습을 위해 운동장에 모인 단백질들은 총 13명. 불안한 숫자다. 그중에는 어제 나와 같이 버스를 타기로 했었던 단백질도 있었다. 농구 연습을 구경하기 위한 단백질들의 숫자도 꽤 된다.
“6명씩 나눠도 한 명이 남네…….”
178cm 70kg짜리 단백질의 한마디 다음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말하지 않는 것이 나에겐 말하는 것으로 들렸다.
“저기……. 난 잘 못하니깐……. 난 교체…….”
“아 그럼 그럴래? 자 팀 짜자.”
이렇게 시작된 농구 연습에, 1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내가 낄 자리는 없었다. 구경 하는 단백질들과도 가까이 가지 못한 자리에서 나는 다리를 흔들거리고, 아무것도 오지 않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버티고 있었다. 연습이 끝난 후 만찬을 기대하며. 하지만, 이대로라면 연습 후의 이벤트도 절망적인 상황으로 깨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단백질들에게는 그깟 술 한번 안 먹으면 그만 아닌가. 위통이 올만큼의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을 때쯤 연습은 끝났다. 오늘은 꼭 해야 할 때이다.
“저기 끝나고……. 같이 술…….”
“아……. 그렇지 가자. 잠깐 좀 씻고…….”
찌르던 위통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구경하던 단백질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 보였지만 농구 연습을 한 단백질들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위통은 사그라졌다.
운동장 근처에 있는 화장실은 두 군데. 정문 쪽에 하나 강의실 쪽에 하나. 어느 쪽이 더 가까운지 쉽게 어림잡을 수 없는 거리였다. 자연스럽게 정문 쪽을 선택하는 그룹과 강의실 쪽을 선택하는 그룹으로 나뉘었고, 또한 농구장에 남아서 공을 링에 던지며 노는 녀석들도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178cm 70kg짜리 단백질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디서 모이는건데?”
“학교앞에……. 모여모여 술집에서…….”
“나랑 애들이랑 과실 좀 갔다 올게. 먼저 가 있어라.”
“그래……. 알았어……. 저기……. 빨리와…….”
대답은 없었다.
술집에는 한, 두 팀의 그룹이 있을 뿐. 우리가 자리가 없어서 앉지 못할 일은 더 이상 걱정 하지 않아도 되었다. 모여모여 술집은 학교 정문으로 쭉 내려오면 나오는 사거리 한 귀퉁이에 걸쳐 앉아있어, 누구든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뜬 마음으로 단백질들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는 게 점점 초조하게 느껴졌다. 벌써 20분이 지난 시간을 알려주는 핸드폰의 액정을 의심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다른 여러 과가 수업이 끝났는지 여러 명의 단백질들이 걸어나왔다. 정문에서 보이기 시작한 단백질들은 어느새 술집 앞까지 와있었고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내가 아는, 오늘 나와 약속했던 단백질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정문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정문을 넘어 화장실로 들어갔지만 내가 아는 단백질들은 보이지 않았다. 농구대가 있는 운동장을 보았지만 거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과실이 있는 쪽의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곳에서도 단백질들은 보이지 않았다.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정문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술을 사준다고 하여도 나를 피한다. 쪽팔림을 무릎 쓰고 먼저 말을 걸어도 외면당한다. 큰 숨을 쉬고자 고개를 들었다. 그 앞에는 흐릿한 눈물들 사이로 내가 아는 단백질들이 보였다. 분명히 오늘 나와 약속한 단백질들이었다. 그래 그들은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 길이 틀림없다. 어디에선가 그들과 나는 길이 어긋난 것이다. 눈물을 팔로 닦고 빠르게 술집을 향해 달려갔다. 먼저 가서 기다린다던 놈이 없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뛰고 또 뛰었다.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이런 나의 바람은 아무 소용없게 진 것인지, 술집에 도착해도 그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술집 안쪽에도, 밖에도, 근처에도,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그들은 없었다. 그래…… 내가 잘못한 것이다.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으면 될 것을 참을성이 없어서 내가 그들을 버린 것이다. 난 참 바보 같은 놈이다.
한숨을 쉬고 땅바닥을 발로 차며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난 평소에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길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소리를, 하지만 학교에서 매일 듣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술집에서 나는 소리였다.
“농구하고 마시니깐 더 시원해 미치겠어. 우리 시합하고도 소주 마시자.”
“그거 맥주야.”
“어?”
178cm 70kg짜리 단백질의 술주정에 웃음소리가 들렸다. 165cm 45kg짜리 단백질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근데 걔 어디갔어? 오늘 쏜다던 애?”
“야 그냥 우리끼리 마시자 걔 싫어 무슨 이상한 지린내도 나는 것 같고.”
165cm 45kg짜리 단백질의 목소리가 들렸다. 2013번 버스가 도착했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서 집에 오는 길은 그리 멀지 않지만, 오늘처럼 빠른 날도 없었다. 너무 빨라서 내리지 못할 정도였으니…….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 그녀가 내 방에서 눈을 비비며 나왔다.
“야…….”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붙잡고 말을 걸었다. 그래도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계속 말을 걸어봤자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손을 어깨 뒤까지 젖혀서 그녀를 소파로 내동댕이쳐버렸다. 소파에 발을 부딪쳤는지 살짝 발을 절며 나에게 다가와 그제야 한마디 건넸다.
“야옹”
-7-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각난 것은 하루의 일과 중 첫 번째였던 문자 보내기였다. 배터리충전기에 꽂혀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핸드폰을 집고선 문자 메시지를 작성했다. 작성을 끝내고 확인을 눌렀다. 회신번호에 써져 있는 내 번호를 지우고 010-1004-8282 번호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수신번호에 내 번호를 넣었다.
욕실에서 나와 핸드폰을 확인하였다. 핸드폰에는 확인을 누르지 못하여 회신, 수신번호를 넣는 창이 그대로 켜져 있었다. 나는 끝내 확인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핸드폰을 닫았다. 그녀가 한쪽 발을 절룩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나를 보고 웃었고 내 발에 키스해 주었다. 이제 막 이갈이를 시작한 그녀는 이를 사용해서 발에 키스를 하였다. 그녀 이에 긁힌 발에서는 약간의 피가 나왔다. 나는 그녀에게 밥과 물을 주고서 집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평소와 같이 교수님이 수업을 하고 계셨다. 문이 열렸을 때 잠깐 이목이 집중 되었지만, 나를 신경 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경과도 잠시 눈이 마주쳤었지만 그녀의 태도도 다른 점은 없었다. 평소와 같이 교수님은 수업을 하신다. 강현과 미경은 텔레비전에서 봤던 재미있는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2013번 버스를 타고 다니는 진구는 취업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비어 있는 진구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선 말을 건넸다. 다가올 대답을 기대하고서…….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이야깃거리를 생각하며.
“나……. 고양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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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반전.... 그리고 왕따에 대한 생각.... 전혀 생각치 못했던 결말...
짧은글이었지만..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군요.
재밌게 잘봤습니다 |
2007-10-18
0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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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못 읽을줄 알앗는데 ... 다읽고 리플남겨드리네요.
정말 잘읽었습니다 ~ |
2007-10-18
19: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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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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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고 흠칫???? |
2007-10-18
22: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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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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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두분이나 읽어주실줄이야... 저도 다시 읽어보려다가 재미없어서 접었는데..............
ㅋㅋㅋ
그래도 발표 나름 괜찬았어요. 발표 라기보다는 비평 시간 이었지만...
환영해 주실 진 모르겠지만 다음 소설도 완성하는 즉시 올리겠습니다^^ ㅋㅋㅋ |
2007-10-20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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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쓰셨네요 ㅋ 저도 소설게 재진입해서 소설 써볼까 생각중이에요 음냐...
게임을 기획하기전에 저만의 판타지 세계관을 확립 시키고 싶어서 기본적으로
세계관과 시나리오를 잘 써볼까 해봅니다 나중에 평가해주세요 |
2007-10-23
08: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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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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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시나리오 수업은 건성으로 들어서...
이건 알려드릴게요..
그..
소설에서 개연성은 매우 중요한대요
개연성이란 우리말로 쉽게 말하면 '그럴듯함' 이에요
뭐 개연성이 왜 중요한가를 따지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그건 얘기 안할게요
판타지라고 해서 개연성이 중요하지 않은건 아닙니다
그리고 '3자해결' 이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뭐..3자해결은 예를 들면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갑자기 누군가 모르는 3자에게서 도움을 받아 그대로 위기가 끝난다거나... 이런것을 3자해결이라고합니다
3자해결로 끝나느냐 주인공이 해결하느냐 이것이 저급판타지와 고급판타지로 나뉘는 길목이죠
디워가 시나리오상 욕을 먹는 이유중 한가지가 바로 주인공이 한 일이 아무것도 없이 3자해결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좋은 작품 써보세요 화이팅! |
2007-10-24
22: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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