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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르테(Clarté-)-[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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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르테(Clarté-)-[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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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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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27 17:35:44 조회: 1,352 추천: 1 |
[14]
단순한 산책이었다. 키리아는 그저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고, 넬은 그 뒤를 따랐다. 별로 양쪽에 오간 대화는 없었다. 키리아의 들뜬 기분이 뒷모습에서도 드러나서인지 넬은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그저 기쁜 얼굴로 산보를 즐기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 밖으로 나오기 싫어하던 키리아는 외출하고 나서 그 태도가 바뀌어 버렸다.
'역시 억지로라도 데리고 나오길 잘했어.'
넬은 키리아의 신나는 걸음을 보고서 웃어버렸다. 그 동안 키리아의 우울한 모습-적어도 그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만을 지켜보기만 하던 넬은 이번이 기분전환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요괴에게 습격당해 참혹한 장면을 목겨해버리고, 그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소녀. 넬은 갑자기 키리아가 걱정스러워진다. 앞으로 기억을 찾아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만약에 그것이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넬은 닉슨이라는 사람들이 키리아를 납치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당사자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므로 진실을 밝혀낼 방법은 없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키리아가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다. 16살, 아니 17살 정도일까? 키리아의 뒷모습을 보고서 넬은 그녀의 나이를 추측한다. 자신보다 머리하나 만큼 차이가 아는 키. 작고 가녀린 팔과 다리. 어딜봐도 귀여운 어린 소녀다. 이런 아이를 요괴로 착각하다니, 하고 넬은 스스로를 꾸짓었다.
"넬씨, 거기서 뭐해요?"
넬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소녀가 제촉하듯이 말했다. 넬의 기척이 어느 순간부터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멍하니 서서 생각에 빠진 넬의 모습을 보고서 그를 부른 것이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넬은 소녀의 말을 듣고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두르는 느낌은 들지않는다. 넬은 교단복을 입지않아 바람이 약간 서늘하게 느껴졌다. 피가 묻은 의복을 계속 입고있는 것이 외관상 그리 좋지못했던 탓인지 넬은 그것을 벗어버렸다. 목을 가리는 십자가 무늬 셔츠만을 입고있는 상태의 견습 사제는 목줄을 벗어난 애완견을 쫒는 주인과 같은 걸음으로 앞을 나아갔다. 키리아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넬이 따라오지 못할 속도는 아니었다. 일부러 도보를 늦추고서 넬을 기다린다.
'저 바보 녀석, 멍하니 뭘 하고 있는거야?'
여전히 넬에 대한 평가는 한심한 녀석인 키리아였다. 하지만 방금 전에 말했던 '고마워요.'는 진심이었다. 속도를 낮추고서 걷는데도 넬과의 거리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키리아는 다시 한번 숨을 들이쉬고서 넬을 제촉하려 했다.
"넬씨, 빨리오세..."
갑자기 미묘하게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인간은 절대로 알 수가 없는 순간의 찰나, 키리아는 그것을 포착했다. 무언가가 자신에게 날아오고 소리가 청각에도 감지되었고, 공기의 움직임에 피부가 반응했다.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키리아는 순식간에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그 빠른 움직임은 흡사 고양이의 방향전화과 같았다.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로 자신에게 돌진한 물체를 낚아챘다. 아무런 경계를 하고 있지 않았던 키리아는 반응이 살짝 늦어 그것을 피하는게 늦어버려, 받아내는 것을 선택했다. 이상한 촉감이 손으로 전달된다.
'...물컹?'
물렁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해도 그다지 큰 충격을 줄 만한 물체는 아니었다. 키리아는 시선을 자신에 손에 들린 물건으로 가져갔다. 키리아의 신경을 한순간에 전투태세로 바꾸어 놓은 물체의 정체는 '공'이었다. 하지만 키리아가 인간들의 놀이도구의 용도를 알 리가 없었다.
"어, 언니... 괜찮아요?"
물건의 주인인 듯이 보이는 엶은 금발머리의 열살박이 소녀가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며 키리아를 바라보고 있다. 어느세 넬이 키리아의 뒤를 따라잡았다.
"어? 무슨 일이죠?"
어리버리한 얼굴로 뒤늦게 나타난 넬이 키리아와 어린 아이를 번걸아보았다. 키리아의 손에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공이 들려져 있었고, 여자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을 짓고있다. 그것으로 넬은 어느 정도 상황이 파악되었다. 키리아가 소녀를 내려다 본다. 비록 충격은 없었지만, 공격당했다고 인식해서인지 그녀는 무표정을 짓고있다. 거기에 반응해서 여자 아이는 움찔해버렸다. 어린 아이가 보기에, 키리아의 무표정이 화를 내고있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히, 히에에... 죄송해요. 죄송해요!!!"
당황해서 '죄송해요.'를 연발하는 소녀의 행동에 키리아는 당황해버렸다. 소녀는 기여코 울어버렸다. 손에 들려진 공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무기의 용도로 사용되는 물건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공을 이리저리 눌러본다. 역시나 위협이 될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공보다는 눈앞에서 울고있는 아이가 더 큰 문제였다. 빼액거리는 소리에 귀가 아팠다. 키리아는 순간 목의 성대를 찢이겨버린다면 조용해질텐데 하고 생각해버렸다. 키리아가 뭘 해야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넬이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소녀의 머리를 스다듬으며 넬이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이 언니는 화가 난게 아니랍니다."
"흑... 정말요?"
소녀는 훌쩍거리며 키리아를 올려다보았다. 여기서 긍정하지 않는다면 다시 아이가 다시 울어버릴 것 같아, 키리아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한다.
"아, 으응..."
넬은 그 광경이 흡족했는지, 밝게 웃는다. 넬이 소매로 소녀의 눈가를 닦아주는 사이, 무언가가 넬의 다리를 걷어찼다.
"아앗...?"
별로 아프지는 않않지만, 넬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놀랐다.
"내 동생한테 무슨 짓이야!"
이어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금발 소녀를 동생이라고 밝힌 소년이 화를 내고있다. 여자 아이와 같이 금발머리다. 키를 봐서 여자 아이와 나이차이가 크게 나진 않을 것 같다.
"아우... 오빠, 그게 아니라아..."
허겁지겁 소년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하는 금발 여자아이. 그러나 마음대로 결론을 내린 소년은 동생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걱정하지마, 캐시. 내가 저 녀석 혼내줄테니까."
아무래도 울고있는 동생을 보고, 넬이 그 아이에게 나쁜 짓을 했다고 판단했나보다. 어른을 상대로 노려보며, 발길질을 하는 어린 아이를 보고서 키리아는 '인간의 유아들은 모두 이렇게 제멋대로 인건가?' 하고 생각했다. 넬은 소년을 보고서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믿음직한 오빠군요."
그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보여주며, 소녀를 바라본다. 넬은 소년의 머리를 스다듬는다. 남자 아이는 순간 움찔하며, 넬의 손을 피하려했지만 곧 그 행동에 악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가 어떻게 된거야?"
넬의 손을 머리에서 때어내려 발버둥 치며, 소년은 자신의 동생에게 자초지정을 물었다. 키리아는 '저 꼬마가 날 공격했다.' 하고 말하려 했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키리아는 아직도 '공'이라는 물건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물컹한 것이 무기일리 없다.
"그러니까... 내가 실수로 언니에게 공을 던저버려서어..."
동생의 간단한 설명으로 남자 아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갈색머리는 캐시한테 아무 짓도 하지안했고, 오히려 피해를 받은 건 저 쪽이라는 말이지...?'
소년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사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게 길에서 공놀이 할 때는 조심하라고 했잖아!"
"그치만... 오빠가 나랑 놀아주기 귀찮다고..."
"시, 시끄러워!"
"흑..."
갑자기 동생을 다그친다. 느닷없이 오빠의 호통을 들어버린 금발 소녀, 캐시는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어이, 넬. 이것들 좀 어떻게 해봐.'
라는 표정으로 키리아가 넬을 빤히 쳐다본다. 역시나 넬에게는 키리아의 그 얼굴은 '넬씨, 어떻게하죠?' 라는 얌전한 이미지로 비추어졌다. 결국 넬은 책임을 모두 동생에게 돌리고 있는 소년에게 뭔가 말하려 했다.
"저기..."
"조나단! 그러면 못써!"
그러나 견습사제의 설교는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어디선가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양손에 각각 과일과 빵이 담겨진 바구니를 들고서 앞치마를 두른 금발의 여자가 서있다.
"흑, 엄마아아-!"
소녀가 내지른 한 마디에 여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금새 달려가서 여자의 품에 들러붙는다. 무의식 중에 간식이 든 바구니를 인식해서 였을까, 살짝 여자의 배에만 안겨든다. 소녀가 울음을 터트리며, 앞치마에 눈물을 닦아내는 것을 본 아이들의 어머니는 앞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소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 난 아무 잘못없어요!"
"하아? 그럼 캐시는 누가 울린걸까나?"
"그건 캐시가..."
"오늘 저녁은 애플 파이인데, 조나단은 먹기 싫은가 보구나."
"...잘못했어요."
먹을 것으로 아이들을 진압한 어머니의 힘은 놀라웠다. 이미 아이들의 취향과 약점을 완벽하게 공략하고 있었던 것이다. 넬은 어머니와 자식의 단란한 모습에 미소짓고있다. 그것이 어디가 단란한 것인지는 깊이 파고들지 않겠다. 반면에 키리아는 그 광경을 보고서 '...이거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하는거야?' 하고 생각했다. 순간이나마 즐거웠던 산책을 방해받아서 그런지, 키리아는 지금 기분이 좋지 못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서 한심하다는 듯이 그 상황을 지켜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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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이트메어님 소설을 진지한 마음으로 읽어본적 없었습니다.
예전에 초반부분 읽다가 제 취향이 아니라 [뒤로가기]를 눌렀었는데, 후회되네요.
뭐 예전이 어쨌든간에 저쨌든간에 재껴두고,(회피)
이거 진짜 재밌네요. 장난 아닙니다. 충분한 분량만 나오면 곧바로 시드노벨에서 책 찍어줄듯하네요.
서로 다른배경을 품고 사상까지 다른 사람끼리 아웅다웅하는 이야기는 언제봐도 재밌습니다.
아니, 그런 소재적인 부분을 벗어나서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한줄한줄 읽는데 단어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콕콕 박혀옵니다. 부럽네요. 네.
아우, 어째 찬양하는 투가 됬습니다만.
읽다가 의문스러워진 부분 질문드리겠습니다.
'닉슨' 이었나요?
그 일당중 두명이 도망가서 나중에 다른 동족에게 죽임을 당하는거 말입니다.
그거 도망간 두녀석이 마을사람들에게 키리아가 요괴라는걸 불어버리는 '작가로써' 귀찮은 내용전개가 되지 않도록 죽여버린겁니까?
복선이라면 할말이 없습니다만,(아직 다음편을 못봐서...)
뭐, 여튼간에 최고입니다. 완결지읍시다. 네. |
2007-10-27
23: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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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아, 갑자기 그렇게 비행기 태워주시니... 저는 피를 토하며 죽어버릴지도. |
2007-10-28
18: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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