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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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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4.04 18:53:07 조회: 759 추천: 0 |
고통의 끝에 있는 것은?
그 마지막에 있는 것은?
그 마지막까지 도달해버리면,
그걸 고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통의 끝에 있는 것은?
그 마지막에 있는 것은?
그 한계까지 받아들여버리면,
그걸 고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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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stress
-8-
실수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파라켈수스의 이체 변전학 이론'을 그 방에 두고온 것을 알아채고, 그 방으로 되돌아오지 않았다면, 아마 더 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내 앞에는 미소를 지은 채, 손으로 어깨를 끍으며, 피를 뒤집어 쓴 캐서린의 모습이 보였다.
'통격(痛隔)의 회로가 끊어진 채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하다니...'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통격(痛隔)의 회로'라는 것은, 고통을 막아주는 일종의 자기 방어를 담당하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고통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의 용도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고통으로써 인간은 더 큰 피해를 줄인다. 하지만, 그것이 도를 넘어서 버리면, 통각은 그 고통을 일부 차단시킨다. 정신이 버텨내지 못할 수준의 고통은 '통격(痛隔)의 회로'가 자동적으로 막아내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다. 동시에 그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기절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여, 스스로를 보호한다.
"..."
다시 말해서 그 회로가 끊어졌다는 것은, 그녀는 고통을 일정수준에서 막아낼 수 있는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정신이 버텨낼 수 있는 수준의 고통조차, 걸러내지 못하고, 그 고통에 완전히 노출되어버린다. 몸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뇌가 끝임없이 받아들이고, 몸이 망가질 때마다, 그 고통은 그대로 뇌를 자극한다.
'...무한(無限)에 가까운 고통인가...'
아아, 동족들에게 고문을 당하는 도중에, 어느 순간 '통격(痛隔)의 회로'가 끝어진 것일까? 그런데, 어떻게 자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놓아줄테니까, 그만해."
나는 캐서린에게 당부한다. 불안하지만, 그녀 주위에는 내가 만들어놓은 유사(有思)기체가 부유하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그녀의 행동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기체의 압력을 줄였다. 동시에 캐서린은 팔에 힘을 빼며, 축 늘어진다. 아마, 숨쉬기도 힘들었을텐데.
"어째서, 방해하는 거죠?"
"뭐...?"
시덥잖은 질문, 방금 전까지 나에게 이름을 운운하며, 논리적으로 대응해오던 캐서린이,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를 해온다. 방해하지 말라니, 다 죽어가는걸 살려뒀더니 자해나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내버려두겠는가? 아니, 난 어째서 상관하고 있는거지? 기껏해야, 이계의 이음새에 대한 상관관계를 실험할 물건일 뿐인데.
"너는..."
그래, 저 녀석은 소중한 실험체다. 그래서, 이렇게 기분이 나쁜거야.
"나의 것이다. 스스로 상처입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 그럴 권리가 없어. 네 회로를 이어붙여서, 죽어가는 너를 살려낸 시점부터, 너는 나의 소유가 되었으니까."
"...훗..."
섬뜻한 웃음소리,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기괴한 기운. 그것은 캐서린 주위를 맴돌고 있다. 스스로 고통을 원하고 있다. 자신을 망가뜨리려 하고있다. 어째서, 이제 고통에서 벗어났으니, 오히려 편안해야하는 것 아닌가? 나에게 좀 더 감사를 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뭐가 우습다는거야!?"
나는 화를 내고 말았다. 방금전까지, 나를 몰아붙였던 주제에, 그런 주제에, 이제는 상식적으로 도를 벗어난 행동을 하고있다. 그런 주제에, 나에게 이름운운하며, 가르치려들었다.
"이제...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스스로 부서질 수 없다면, 더 이상 난 살아갈 수 없으니까."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스스로 부서진다고? 자기 자신을 고통으로 몰고가서, 한계의 절벽까지 밀어 떨어뜨리는 것을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건가?
"너, 설마..."
나는 한가지 추측을 그려본다.
"...그게, 네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거야...?"
이 여자는, 그 한계를 넘어서는 미칠듯한 고통을, 제 정신으로 버텨내기 위해서, 그것을 자신의 존재이유로 받아들이게 되어버린건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되는 고통속에서 그저 삶의 이유많을 갈망한거야? 그것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넘어서서, 계속 살아온건가? 지금까지? 계속 받아들이고, 정당화하고, 버티고, 버텨서, 이 지경까지? 나는 내 추측이 '잘못되었으면, 틀렸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다.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나라는 존재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유일한 인간이, 불완전하고 아슬아슬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않았다.
"...네."
아니길 바랬건만, 그녀는 대답하고 만다. 내 예상은 맞았다. 그녀는 이제 고통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버리고, 자신을 부수려했던 것이다. 그녀는 내가 겨우 재생시켜놓은 그녀의 손톱을, 자신의 하얀 살결에 박아넣고, 비틀어서, 살점이 손톱을 부숴놓을 때까지, 피가 흥건히 바닥을 적실 만큼의 힘을 냈다. 회로를 이어붙인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신체에 부담이 갈 정도의 힘을 냈다는 말이다. 그것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몸를 망가뜨려 가면서, 존재하려고 하는 것이다.
"저는 이미 망가져버렸으니까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무서운 말을 해댄다. 그 미소가, 나의 가슴을 누르는 듯하다. 손톱이 완전히 박살나선, 어깨의 상처에선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데도, 그녀는 미소를 짓고있다. 잔뜩, 무언가가 즐거운 듯이. 나를 바라보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이태까지 어떤 식의 취급을 받고, 어떤 고통을 당해왔던지, 묻고싶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그런건.
"그러니까, 난 멈출 수 없어요."
이미 제 구실을 못할 손을 다시 올린다. 그녀의 행동이, 너무도 무서워서, 나는 유사의 기체로 그녀를 포박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직접 그녀의 양손을 잡아버렸다.
"그만둬!"
나는 인간들이 '침대'라 부르는 목조 가구 위로, 그녀와 함께 쓰러저버렸다. 그녀를 아래로 두고, 그녀의 손을 봉쇄했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몸을 눌렀다. 유사의 기체를 뒤늦게 사용하려 했지만, 왼팔의 통증 때문에, 그 부작용이, 힘조절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차마 사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움직여 그녀를 막았다.
"...놔주세요."
그녀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단지 실험체를 위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한다는 사실에, 나는 안으로 분통을 터트렸다. 원소의 흐름을 다루어 만들어낸 '유사의 기체'의 압력을 조절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혹시나 실수라도 한다면, 그녀의 연약한 육체는 기체의 압력에 눌려 박살나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에, 나는 캐서린을 막기위해서는 물리적인 육체의 힘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아래에서,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나에게 요청한다. 겨우 붙여놓은 회로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하여, 그녀에게 더 이상의 힘을 주지 못했는지, 그녀는 반항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있었다. 실험체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데려온 인간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려 했었는지를.
"내가..."
그래, 나는 '그 목적'을 위해서 살아있는 인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동정을 할 필요는 없어. 단지 인간일 뿐이다. 나를 유일하게 논리로 몰아붙였던, 통격의 회로가 끝어져있던지, 그런 것보다 나의 목적이 더 중요한 것이다. 왜 잊어버리고 있었던걸까? 인간따위에게 한순간이나마 동정을 느꼈던 것일까? 이렇게 오랫동안 말을 나눴던 인간이 없어서, 그 짧은 순간에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일까?
"너에게 삶의 의미를 주겠어."
그래, 그러면 되는거야. 그녀는 고통을 원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제공해주면 되는거다. 나는 목적을, 이계의 이음새를, 그녀는 고통을, 존재의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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