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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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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4.04 18:53:48 조회: 760 추천: 0 |
검은 공간. 그 안에는 사람이 걸어갈 수 있을 만큼의 공간만이 존재하고 있다. 공간이 검은색인 이유는 단순히 빛이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그 안을 걸어가는 두 명의 여자의 모습은 그 검은 공간 안에서도 유유히 빛을 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두 여자 중에서, 신비한 보라색 머리를 가진 소녀가 만들어 낸, 조마한 불꽃에서 나는 빛이라는 표현이 올바르겠지만.
"어디로 가는거죠?"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퍼진다. 보라색 머리의 여자는 뒤를 돌아보지도, 대답하지도 않는다. 목소리의 근원은, 보라색 머리의 소녀의 뒤를 따라가는 갈색머리의 파란눈동자를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정작 질문을 했으면서도, 전혀 궁금한 표정을 짓고있지않았다. 마치,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
소녀는 침묵한다. 그녀가 가진, 타오르는 보라색의 머리카락보다, 더욱 짙은 색을 보여주는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인다. 그것은 흡사, 어려운 문제를 앞에 둔 철학자의 표정과 같았다. 소녀가 생각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난해한 공식과 있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대답. 소녀는 갈색머리의 여자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것이아니라,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머릿속이 복잡해서, 자신의 사고를 방해할 잡음따위는 뇌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아..."
갈색머리 여자는 한숨을 쉰다. 별로 관심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침침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걸어본 말이, 완전히 무시당해버렸기 때문이다. 소녀의 태도가 아까와는 달라졌다.
"저기..."
뭔가 말을 걸어보려했지만, 소녀는 이름이 없다. 뭐라고 지칭하기가 어려웠다.
"아! 뭐야!"
"에엑!?"
갑자기 소녀가 버럭소리를 지른다. 무언가에 잔뜩 짜증이나는 듯이, 발로 땅-검은 공간을 걸어간다는 것은, 아래가 온전히 있다는 증거-을 신경질 적으로 구른다. 그러나, 그것은 여자가 계속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순전히 자신의 머릿속의 공식이 다른 잡념 때문에 혼란스러워 졌기 때문에, 자신에게 짜증이 나서, 그것을 겉으로 나타내버린 것이었다.
"응?"
자신에게 소리를 지른 줄 알고 놀라버린 갈색머리의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버렸다. 그런 갈색머리 여자의 목소리에, 보라색 소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뒤돌아본다. 눈이 마주쳤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자색(紫色)의 눈동자가 갈색머리의 여자의 얼굴을 비추고있다.
"아, 지금 어딜가는거죠?"
갈색머리 여자는 서둘러 상황을 수습한다. 자연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프리그의 둥지(nest of Frigg)로."
"에...?"
"프리그의 둥지(nest of Frigg)로."
나는 대답했다. 프리그의 둥지(nest of Frigg)는 내 전용의 실험을 위한 공간이다. '장소'가 아닌 '공간'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내가 창조해 낸 다른 형식의 이계이다. 다른 세계의 침입을 받지도, 간섭받지도 않는, 그야말로 나의 편의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공간. 그것이 프리그의 둥지(nest of Frigg)다.
"에...?"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온다. 이것은 또 방금 전까지의 모습과는 다르다.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그녀의 모습이, 적응이 되질않는다.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것은 이중의 인격같은 것도 아니고, 모두 같은 인격안에 담긴, 뭐랄까? 단순한 정서혼란인가, 뭐든지 상관없지만.
"와보면 알아."
어차피 인간따위에게 그 공간의 취지따위를 알려줘봤자, 이해는 고사하고, 더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방금전의 휴식을 위한 공간에서 조차, 문을 열었을 때의 그녀의 반응은 우습광스러울 정도의 '당황'이었고, 지금 걸어가고 있는, 이 통로를 보았을 때도, 필요이상의 반응을 해대었다.
'...유유부단하다고 했던가, 저런걸.'
그렇지만, 순순히 따라온 것이 더 놀랍다. 삶의 의미를 부여해 준다는 그 한마디에, 그녀는 반항을 멈추고, 나에게 순종했다. 따라오라고 덧붙이자,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서 나를 따른다.
'아니, 오히려 일이 더 쉬워진건가?'
'그것'의 영역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자아를 가진 생명체가 필요하다. 이미 멸종해버린 아틀란티스(Atlantis)의 일족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아있는 자아를 가진 생물로써는, 이제 인간이라는 영장류만이 남았으니, 나에게 선택권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 사로 잡느냐, 죽이지 않고, 그것을 거행하느냐, 반항하는 그것을 어떻게 제압하겠느냐의 것이였다.
'그래, 이걸로 충분한거야. 나는 주면되는거다.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을.'
나는 미소를 짓는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기에, 그 즐거움을 감출 수 없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나의 불카누스(Vulcanus)의 영역이 완성된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그것이, 어떤 결과를 주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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