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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비망록(銀河非忘錄) Ressurection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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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비망록(銀河非忘錄) Ressurection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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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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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6.18 12:58:58 조회: 577 추천: 0 |
Chapter 1. 빛의 포효(咆哮)
5년 동안 주신 제국은 급속한 성장을 이룩하였다. 주신은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를 '주신'이라는 이름하에 편입하는데 성공함으로서 E. U와 A. U 를 능가하는 거대한 제국을 이룩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에 설립되어 있던 초광립자 연구소를 폐쇄함과 동시에 서울에 존재하는 초광립자 연구소로 모든 장비를 이동시켰고, 적은 양의 초광립자를 이용한 발전으로 전 세계에 전력을 공급해주면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였다. 그리고 200년 전부터 미국이 개발해오던 화성과 타이탄의 개발권까지 인수받으면서 우주 개발에도 적극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주개발은 지광성의 젊디젊은 장관인 김광진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광륭 5년, 3월 22일
"김 장관님?"
"으, 으응?"
지광성의 수석 비서인 서지연 역시 초광립자 연구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던 여성이었다. 그런 관계로 지광성의 차관직을 수여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본인의 의지로 김광진의 비서직을 맡게 된 그녀였다. 그녀의 똑부러지는 목소리에 광진은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반응했다. 그 모습에 지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졸았죠?"
"아, 아니. 설마, 하하핫."
광진은 뜨끔한 모양인지 손을 과도하게 휘두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자신이 졸았다는 것을 그녀에게 더욱 확고히 하는 행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입에 흐르는 침을 닦으면서 '졸았다'라는 자신의 행동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보던 지연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졸고 계신 거 다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노력하지는 마세요. 장관이잖아요?"
"……상관없잖아, 별로."
광진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이 약간 귀여웠는지 지연은 웃으면서 자신의 가슴팍에 들고 있던 거대한 무언가를 광진의 앞에 내동댕이쳤다.
쿠우웅
"뭐, 뭐야. 이건. 이 희뿌옇고 기분 나쁜 듯 한 사각형의 물질은."
광진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진 거대한 높이의 '물질'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내뱉었다. 지연 역시 무덤덤하게
"다 아시면서. 서류에요. 일이라구요."
라고 내뱉었다. 그제서야 광진의 미간은 종잇조각처럼 구겨졌다. 3개월 전부터 이런 날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킬 때마다 광진의 속은 뒤집어질 노릇이었다. 평균 수면시간 4시간, 노동 시간은 18시간의 극악의 노동 조건은 200여 년 전 주신 제국의 국호가 대한민국이던 시절에 고등학교 3학년의 일과와도 필적할 만 한 것이었다. 거대한 서류 뭉치 사이에서 18시간을 지내면서 그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광진은 울렁거리는 배를 부여잡으며 지연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대체 무슨 서류야?"
"이번에 외우주 탐사선을 보내기로 했잖아요? 그에 따른 경비, 우주선의 설비, 그리고 만약의 위험에 대한 무기 배치……."
"그만, 그만."
지연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단어들을 더 이상 듣지 못하겠다는 듯 광진은 귀를 틀어막고 책상에 이마를 '쾅'하게 들이 박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울 듯 한 표정으로 지연에게 호소하듯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아니, 그 경비같은 건 내광성에다가 일임하면 되잖아? 우주선의 설비도 그래. 내광성에서 처리하면 되는 일 아냐? 건설부처는 뭐 하러 가져다 만든거야? 응? 게다가 무기 배치? 그건 무광성에서 알아서 처리할 문제잖아? 안 그래? 응? 지연아, 제발 맞다고 말 좀 해줘! 이런걸 어째서 지광성에서 처리해야 하는 거야? 사람 과로사 시킬 일 있어?"
"……음. 저도 잘 모르겠지만 황제 폐하의 명이신걸요. 불만이시면 폐하께 직접 가서 말하세요."
그렇게 말하는 지연도 그가 약간 안 되어 보였는지 어깨를 으쓱거린 후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문 앞에서 고개를 살짝 돌려 광진을 바라보았다.
"그럼, 오늘도 열심히 해보세요, 장관님."
"끄아아아아아아!!!"
광진의 한 맺힌 절규가 그의 집무실 내를 가득 채웠으나, 집무실을 둘러싼 방음벽은 그의 절규를 한낱 필요 없는 소음으로 간주하며 차단해버리고 말았다. 그의 부질없는 소음의 끝과 함께, 광진의 몸은 서류 더미에 파묻히고 말았다.
주신 제국의 황성인 광룡전 지하에는 초광립자 연구소가 만들어져 있었다. 지하 400m 지점에 위치한 이곳은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초광립자에 폭주에 대비한 설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이 연구소 내부는 그야말로 순백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먼지 하나 용납할 수 없는 연구소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3번에 걸친 전신 소독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복장 역시 백색의 연구복이기 때문에, 다른 색깔은 범접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현재 초광립자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은 초광립자의 압축에 관련된 것이다. 압축 해제 시에 발생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그에 상응하는 양에 최대 4배의 출력을 낼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개발이 성공에 이른다면 지광성에서 추진하고 있는 외우주 탐사 계획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때마침 초광립자 압축 시험이 시작하려고 하는지, 압축기 앞에는 많은 연구원들이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단 두 명의 사내만은 다리에 못이 박힌 양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 중 약간 작은 체구의 사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보시기에 어떠합니까, 강 장관님?"
"괜찮군. 잘 되가고 있는 모양이구만. 양 소장."
"예, 이제 마지막 압축만 남았습니다. 90마이크로그램의 초광립자를 0.9 나노 그램으로 축소하는 것이죠."
"호오, 대단한걸. 그 정도의 출력이라면 우리 주신 제국 영토의 절반은 날아갈 정도의 양이구만."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르죠. 하핫."
두 사람 다 하얀색 연구복을 입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대화의 내용으로 파악해본다면 자그마한 체구의 사내가 바로 초광립자 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양희승일 것이고, 큰 체구의 사내는 주신 제국의 무광성 장관직을 맡고 있는 강혁일 것이다. 양희승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연구원들을 향해 크게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거기! 열전도율은 9.21%로 상승시키고 압축시는 0.95초 정도만 상승시켜. 빨리!"
"대단한걸. 자그마한 변화도 놓치지 않는데."
강혁은 대단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양희승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여기서 오래 썩다보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런가? 뭐, 아무래도 좋지. 그건 그렇고, 언제 시작되나?"
"이제 곧 시작입니다. 아, 잠시만……."
양희승은 순간 대화를 멈추고 재빨리 연구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어이, 홀리겐을 주입한다. 압축시는 0.0082초 상승!"
"홀리겐?"
강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자 양희승은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 3년 전에 발견한 신물질입니다. 압축률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죠."
"신기한 물질이군. 내가 떠난 이후로 많이 바뀌었는걸. 다시 들어갈 틈도 없겠어."
강혁은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진심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양희승 역시 아쉬운 듯 입맛을 쩝하고 다셨다.
"그래도 장관님이 없으니까 힘드네요. 광진이 녀석도 빠져버렸으니 저만 고생길이 훤합니다."
"광진이 녀석은 요즘 꽤 고생하고 있으니까 걱정할 것은 없네."
"하핫, 그런가요. 아, 이제 시작입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압축기에서 붉은색 기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만큼은 바쁘게 움직이던 연구원들은 모든 행동을 정지한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붉은 소용돌이는 점점 그 기세를 더해가며 이윽고 폭풍과도 같이 휘몰아쳤다. 붉은 폭풍은 거대한 압축기를 감싼 채 미친 듯이 포효하고 있었다. 강혁은 그 모습을 어안이 벙벙한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대단하군……."
"동감입니다.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장면이지요?"
희승은 그렇게 말하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압축기는 이미 붉은색 폭풍에 감싸져 형체를 드러내지 못하였고, 기세는 더욱더 거세졌지만 그 여파는 연구원들이 있는 곳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붉은 폭풍 사이에서 하얀 빛줄기가 한 가닥 뻗쳐 나오더니, 이윽고 수많은 빛줄기들이 뻗쳐 나오기 시작했다. 그 백색의 빛은 붉은 폭풍과 함께 미친 듯이 회전하면서 적백색의 폭풍을 만들어 내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폭풍은 점점 사그라들더니 압축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기류가 사라지고, 주위는 침묵으로 뒤덮혀 졌다.
"성공입니다. 장관님."
"아아."
강혁은 압축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다시는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고 강혁은 생각했다. 그만큼 그 모습은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위이이이잉
감상에 잠겨 있는 강혁을 깨운 것은 날카로운 경고음이었다. 동시에 순백의 연구소 공간은 붉은 빛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넋 놓고 실험을 바라보던 연구원들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분주해졌고, 양희승 역시 갑작스런 상황의 변화에 당황한 듯 연구원 한 명을 붙잡았다.
"무슨 일이야?"
"모, 모르겠습니다. 압축기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 밖에……."
"뭐야?"
당황스러워하는 연구원의 대답에 순간 양희승의 미간이 종잇조각처럼 찌푸려졌다. 그는 성큼성큼 압축기 앞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고 있던 연구원을 밀치고는 계기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썩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희승은 욕설을 내뱉으며 계기판을 내려쳤다. 계기판의 눈금은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는 야생마처럼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희승은 식은땀을 흘리며 키보드를 두들겨 보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점점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강혁은 희승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잠시, 비켜봐라."
"예? 하지만……!"
"괜찮으니까."
강혁은 조용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눈빛으로 희승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희승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한 발자국 물러섰다. 강혁은 압축기 앞에 서서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나도 참 바보로군. 현장에서 떠난 지 벌써 5년이 더 됐는데.'
강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럴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압축기의 이상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초광립자의 폭주임에 틀림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폭주를 잠재우지 못한다면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은 고사하고, 주신의 국민들 모두가 몰살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90마이크로그램의 엄청난 양의 초광립자가 폭발한다면……. 그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었다. 아니, 주신의 멸망으로 끝난다면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압축 해제 시에 나오는 출력은 비압축시보다 최대 12배에 가까운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구라는 행성의 소멸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그런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시스템의 이상은 아니다. 다만……압축률이 너무 높았군. 욕심이 과했어.'
한참 키보드를 두드리던 강혁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인간의 과도한 욕심은 결국 인간의 파멸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강혁은 인간이 얼마나 한심한 존재인가, 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죽으면……될까."
하지만 강혁은 재빨리 고개를 내젓고 생각을 바꿨다.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니었다. 폭주를 막지 못한다면, 인류 모두가 사멸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강혁은 재빨리 키보드를 만지기 시작했다.
'멈춰…….'
강혁은 자신의 등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초광립자의 폭주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멈춰……!'
폭주가 계속되자, 연구원들은 절망으로 가득찬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양희승 역시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혁만큼은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계속해서 손을 놀렸다.
'제발……!'
이윽고 압축기 내부에는 붉은색 기운이 터질 듯이 응축되었고, 그것은 마침내──
"멈춰라아아아아아!!!"
퓨슈우우우우우욱
"………."
"……."
"…."
주위는 침묵의 공기로 가득 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엇이 터지지도 않았고, 밝게 빛나지도 않았다. 잠시 동안의 침묵 후에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살아남았다. 가족들도 살아남았다. 그것으로 된 것 아닌가?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가득한 것 같았다. 하지만 강혁만큼은 온 몸에 힘이 빠졌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는 허탈한 표정으로 압축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희승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강혁에게 달려갔다.
"역시, 실력이 녹슬지 않으셨군요! 대단합니다!"
"아직은……이라는 거냐."
"네?"
강혁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으나, 희승은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하지만 강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압축기만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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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를 하니까 글이 좀 더 길어지더군요. 필력의 신장인가, 아니면 그냥 주저부리인가 모르겠습니다.[버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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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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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 한떄 소게를 달구었던 그 소설 아닌가!!!
하하하하!!! 제르하인님 ㄱ-;;
대체 뭐하시길래 이렇게 안오십니까.. 스톨님도 없는 지금 자리를 채워주시와요 ㅠㅠ |
2006-06-22
13: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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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크리넬 님이 아니신가... 하는 ;; |
2006-07-18
11: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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