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한 마을이 있었다. 누구나 꿈에 그리는 푸른 들판이 펼쳐지고 아담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모두들 즐겁게 일을 하는 그런 곳. 푸른 낙원 샴발라가 있다면 분명 이 곳이라 부를 만큼 평화로운 곳이었다. 증오도 질투도 욕심도 없던 곳. 사람들이 말하길 「디프아켄」이라 불리던 마을. 그곳에 한 남자가 상처투성이로 정신을 잃은 채로 수레 안쪽에 실려 마을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수도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곳이라 길도 다듬어지지 않아 수레가 덜컹거리기는 일수였고, 돌덩이가 많아 수레바퀴가 떨어져 나가는 것도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 수레바퀴를 갈아 끼우는 소리와 덜컹거려 앉아있기도 힘든 수레 안에서 깨지 않고 오는 것을 보면 남자의 상처는 이미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흔히 기절했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보통은 수레에서 나는 삐거덕거리는 소리와 돌 때문에 덜컹거리는 수레 때문이라도 깨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상처투성이의 이 남자는 신음소리 하나 없이 죽은 듯이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환자야! 환자! 빨리 토리올님을 부르도록 해. 자칫하면 죽는다고··.”
일분일초가 급했다. 그 정도로 이 남자의 상처는 깊었다. 제복처럼 보이는 검은 옷으로 가려진 검에 베이고 찔린 상처들이 몸 곳곳에 나있었다. 수도에서 한 때 의사로서 명성을 떨쳤던 토리올은 급한 환자가 있다는 말에 흐트러진 머리를 묶지도 못하고 집밖으로 뛰어나와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
“이거 심하군. 일단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지. 좀 도와주게.”
누군가가 토리올에게 누명을 씌어 감옥에 갇혀 있다 풀려난 뒤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던 토리올은 이 곳 디프아켄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작은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토리올이 명의라지만 이 남자의 상처는 지금의 장비로는 제대로 된 수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출혈을 막고 찢어진 곳을 봉합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내상이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는 상황인 만큼 의사인 토리올에게 있어 장비를 구해 남자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이 남자에게서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을 딱히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을 만큼 오묘한 느낌이었다.
“그럼 이 환자를 잘 보살펴주게. 난 장비를 구하러 잠시 나갔다오겠네··”
“수도까지 가시려면 족히 5일은 걸린다구요.”
“내 말을 타고 가면 3일이면 충분하네. 걱정 말게나. 이렇게 보여도 아직 쌩쌩하니까”
그것이 시작. 토리올이 남자를 살리기 위해 수도로 떠난 것이 시작이었다. 단순히 출혈을 막고 봉합을 해놓은 상태로 병실에 홀로 남겨진 남자는 조금이나마 의식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에 받은 충격이 다른 곳에 비해 큰지라 의식을 찾아 눈을 뜬다 해도 자신의 의지가 없어 움직이지 못한다거나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잃거나 영원히 이대로 혼수상태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떼어놓을 수 없는 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마치 한 몸이듯··
딸그락··딸그락··.
‘모든 것이 운명이다. 이 검을 쥔 자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살아남는다면 그것 또한 그대의 운명. 그대는 무한의 왕이 될 것이다. 결정하라. 살아나가겠는가. 아니면 이대로 생을 포기하겠는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검이 딸그락 소리를 내며 요동을 쳤다. 검이 움직이자 의식을 찾던 남자의 눈이 조금씩 세상을 보기 위해 눈꺼풀을 올렸다. 아직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는지 자신의 뇌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인식하기도 전에 그의 입에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왕으로서의 길을 걸어주지”
툭··
남자가 무의식중에 말을 하고서는 정신을 차렸을 때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그의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온 몸의 상처는 아물어가고 있었다. 의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그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남자는 말했다.
“난·· 누구지. 대체 난 누구..”
긴요 기억상실증(緊要 記憶喪失症). 중요하고 필요한 것을 부분적으로 잃어버리는 증상으로 사람에게 있어서 필요한 이름, 가족관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 등 불필요한 것만을 제외하고는 전부 잊게 된다. 잘 나타나지도 않는 병인데다가 보통은 어떤 것에 의해 기억이 억눌리는 경우가 많아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전까지는 치료방법이 없는 불치병과 마찬가지였다.
“기억이 나질 않아..크윽, 젠장!!!”
덜컹··!
“뭐..뭐야!”
그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이 어떤 것을 관철하려 했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더 분했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면서 무언가를 하려했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피에 절어있는 손과 몸. 분명 그가 어떤 일로 인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기억나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이 무언가를 하려했다는 것과 이 검은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신은 기사였다는 것···
치이익··
그가 검을 뽑아들었을 때 뒤틀린 운명이 톱니바퀴를 맞추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본인도 다른 사람들도 그가 이 세계의 운명을 바꾸게 될 씨앗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대가 그 위대한 업보를 짊어지는 순간·· 하늘이란 존재가 그대에게 진혼곡을 선물할 것이다.」
글쎄.. 몇시간을 고민하며 쓰긴 했습니다만..
크게 와닿지 않는.. 이러다 또 다시
재설정을 해야될지도.. 그런 일만을 없길 바랄뿐입니다..
☎℡ Me☏
오옷! 저번에 사라졋던 글이 부활 했군요! 근데 그림은 안 올리신?
어익후 또 다시 올리시면... 힘들죠 벌써 3~4번 정도 하신 듯 한데..
짜 맞추기가 힘들때는요 차라리 새 소재를 구상하시는건 어떨까요?
물론 잘해내실 거라고 믿어요 ㅇㅅㅇ 그나저나 주인공도 바뀌었네요 상당히 힘드셨을 듯 저번엔 여자였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