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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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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7.09 14:10:20 조회: 502 추천: 0 |
한 화 단위가 아닌, 단락단위로 나누어 봤습니다. 내용은 대폭 짧아지고, 표기도 좀 바꿔서 붙여 썼지요. 그런데 이렇게 문장을 붙여놓으면 보시는데 눈이 안아플까 걱정입니다 ^^;
-3-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힘들었다.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은데.”
옆에서 봐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나의 표정은 엉망인걸까.
쉬지 않고 무리해서 몸을 움직였더니, 표정이 굳었나보다.
“그냥 단순한 근육통이야. 조금 정도가 심해서 괴로울 뿐이지.”
3일간의 휴교기간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최고수준의 운동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휴교기간 내내 막노동이라도 한거야?"
반 장난으로 찔러보는 현아의 질문은 정답에 반은 근접하고 있었다.
“막노동이랑 별 차이가 없었을지도 몰라.”
3일전을 떠올려본다.
......
....
..
일직선으로 덤벼들었다가 사야에게 한방에 뻗은 다음날부터, 낮은 사야와의 검술
훈련으로 시간을 보내고, 저녁은 에일린과의 대련을 계속했다. 겨우 3일이라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몸무게가 4kg나 빠져버리는 이상현상이 발생했을 정도다.
사야도 에일린도 나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하나의 의견을 내놓았다.
‘기초는 잡혀있으니, 기술을 배우자.’ 라며 무작정 대련을 하는 것이다.
기술이라고 해봐야, 덜 아프게 맞는 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역시 너무나
큰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단 말이야… 분명히 다른 녀석들과 별반 차이 없는 평범한 녀석이
어째서 그렇게 날아다니지?‘
사야의 경우에는 검의 제어가 우선되어 있고, 또한 그 실력의 격차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애초에 덤빌 생각을 못하지만 에일린의 경우는 나름 만만해 보였다.
일단 에일린은 차크라의 기본운용도 못하고, 무기를 꺼내고 있지 않는 한은
평범한 여자아이인데도, 얼마나의 시간을 들였는지도 모르는 대련 속에서, 나는 단
한번도 에일린을 가격하지 못했다.
직선적이고 강한 공격에는 흘리기, 짧고 빠른 공격에는 우직한 방어. 가장 기본이 되는
전술이지만, 이것을 확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만큼의 힘을 가지는지 몸소
느끼게 해주는 표본이었다.
“린은 너무 직선적입니다.”
사야와 마찬가지의 지적을 해오자 나도 더 이상은 도리가 없었다.
평생 해보지도 않은 페인트를 섞어도 보고, 짧고 빠른 연타로 승부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먹혀들지를 않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격투라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는 자주 쓰지 않는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묘한 곳이
아파 와서 좋은 느낌도 아니었다.
매일같이 땀에 젖어서 목욕을 끝내고 나면, 누운 지 1분도 안 걸려서 죽은 듯이 자고 만다.
그것을 반복하기를 3일. 어제 저녁 학교에서 통지를 보내와서, 등교한 게 오늘이다.
그렇다고 해봐야, 바로 수업을 할 생각은 선생도 학생도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했다.
"현일이 녀석. 죽어버렸구나…”
친하지는 않지만, 내 대각선 앞에 앉아 언제나 다른 아이들을 웃기는 것을 좋아했던
녀석의 책상에는, 단지 작은 꽃병이 하나 놓여있을 뿐이다.
주현일 이외에도 이성연이라는 잘 모르는 여자 하나가 우리 반에서 죽었다.
일상으로 복귀한 듯한 등교풍경에 조금은 마음을 놓았지만,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모양이었다. 죽은 녀석들과 친했던 녀석들 중에서는 아직도 울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정말로 큰일이야… 저 괴물들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사람을 노리는 걸까?”
옆에서 반쯤은 얼이 빠진 상태로 있는 녀석을 위로하고 있던 현아가 말을 걸었다.
“역시 식욕 때문에 움직이는 게 아닐까? 단순히 죽이는 역할만 하는 것도 있지만
최근에야 밝혀졌잖아, 알 형태의 녀석은 인간 하나를 흡수하면 사라진다고.“
작년인가, 미국에서 발표한 인베이더 논문에 의하면 그것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고 했다.
사람 하나를 포착해 그것을 잡아먹고 사라지는 녀석과,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는 괴물.
이 두 괴물의 비율은 7:3 정도일까? 어차피 죽는 것은 마찬가지라지만, 적어도 1:1로
한명을 잡아먹었으면 사라지는 녀석 쪽이 차라리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 담임은 괜찮아? 그때 애들 감싸다가 다쳤다고 들었는데.”
현장에 있었어도 그쪽에만 신경 쓸 여유가 없고, 또 그 당시에는 제대로 판단하는 일
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에, 의문을 담아 말을 건넸다.
“다행히도. 찰과상이랑 타박상 정도로 끝났어. 그래도 당당히 오늘 등교하셨더라.”
그것은 다행이다. 적어도 자신이 날뛰어서 살아남은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는 건
솔직히 말해서 기뻤다.
출석체크를 하기 10분 전 쯤에서야 에일린은 등교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안색이
안 좋았다. 기나긴 밤을 사야의 괴롭힘 속에서 보낸 것 같았다.
“린도 현아도 오랜만이군요. 둘 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척보면 금발미녀인 녀석이 이런 고어를 입에 담으면, 솔직히 나름대로 웃긴다.
“이쪽은 문제없었어.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요즘은 밤이 힘들어서… 그래도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웃기는 표정으로 말하는 에일린을 보면서 속으로 가볍게 웃어주고, 가방을 배게 삼아
책상에 엎드렸다.
“그럼 시간되면 알아서 좀 잘 깨워줘… 오랜만에 책상이랑 대화하게.”
딱딱한 의자에 허리를 기대고 누워서, 잠을 청한다.
옆에서는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아와 에일린이 있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내 인생의 즐거움이니 방해하지는 않겠지.
“알았으니까 선생님 오시면 사과나 잘 해. 너 정학 취소한다고 뛰어다니셨잖아.”
그건 나름대로 고맙지만, 사실 그 사태에서 정학이고 뭐고 생각할 틈이 있긴 했을까.
하룻밤의 잠으로는 풀리지 않는 피로에 빠져, 잠들었다.
......
....
..
오늘도 과거의 꿈의 연속인걸까.
어머니를 잃은 참상의 속편을 지켜보고 있었다.
“…………….”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백화점이란 폐쇄공간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채 100명이 안됐다.
가족을 잃어 원통해하는 사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 상처의 고통에
눈물짓는 사람.
수많은 사람이 슬픔과 고통이라는 감정에 가득 차,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기도 했다.
“울지 마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울지 말자고, 웃으면서 살자고 맹세했잖니?”
그렇게 말하며 무릎을 숙여 내 눈물을 닦는 아버지의 눈가에도, 피가 섞인 눈물이
맺혀있었다.
“제길…제길…! 어째서야 아버지! 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력감의 분노를, 어머니를 돕지 못한 아버지에게 퍼부었다.
자신이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소리치고, 울면서 그를 질타했을 뿐.
나의 오열에 아버지는 자신의 표정을 숨기며, 가면의 아래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에게는 해서는 안 될 경험과,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게 하고 말았어.
하지만 잊지 말아다오. 어머니는 너를 사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었어. 너를 향해서.“
단지, 나의 이 꿈과 과거에는 공백이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에 대한 기억.
그것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대참사의 이후 나는 6개월간 카운슬링을 받았는데, 그때 담당 의사는 그 일을
너무나도 큰 정신적 충격에 대한 대처로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지웠다고 했다.
그로부터 나는 아버지의 제자가 되어, 수련을 받았다. 스스로 자처한 일이었기 때문에
괴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몸은 그렇지 않은 듯 했다.
“일어나! 그 정도로 끝낼 생각인가?”
바닥에 쓰러진 나에게 소리치며, 아버지는 말을 이어나갔다.
“상대는 네가 일어서는 순간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니면 이대로 포기할 테냐?”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서, 일어섰다. 정면의 ‘적’을 노려본다.
“일어나라니까 정말!”
아버지의 목소리가 여자의 목소리로 바뀌며, 목에 뜨거운 무언가가 닿았다.
“………?”
피가 돌지 않는 머리로 눈을 뜨자, 내 목에 캔 커피를 들이대고 있는 현아가 있었다.
아마, 나름대로 마음을 써서 커피까지 사들고 왔는데, 일어나지 않는 나를 보고
애가타서 목에다가 캔을 들이민 것 같았다.
“일어났으니까 그만해라… 목 다 익겠다.”
뻣뻣한 목을 풀며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진짜로 잘도 잔다. 눕자마자 곯아떨어지더니, 한 시간은 잔거 알아?”
벌써 한 시간이 지난건가? 몸의 피로는 생각보다 심했던 것 같다.
앞을 바라보니 교탁에는 선생이 서 있었고, 반 아이들 대부분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교실의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있어서는 안돼는 존재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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