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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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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8.03 23:20:03 조회: 519 추천: 0 |
으으... 6화의 코멘트가 아무것도 없어서 갑자기 불안해 졌습니다. 다들 너무 실망하셔서 이미 손을 놔버리셨다던가?!
내일부턴 피서를 가는지라 일단 페이스를 올려서 한편 올리고
갑니다.
자신의 관자놀이에 닿아있는 차가운 쇳덩어리조차 잊고, 마야는 뚫어져라 바닥에 떨어진
사진만을 응시했다. 사진의 그려진 인물은, 너무나도 친숙하고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건…나?’
겨울의 숲을 배경으로 환하고 웃고 있는 두 명의 소녀와 중년의 신사. 차가운 바람과는
어울리지 않게 사진 속 그들의 뺨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회색의 트렌치코트가 어울리는
카츠라기 료는 그 큰손을 바닥에 앉아있는 자신의 딸의 머리에 올리고 웃고 있다.
마야는 아직 중학생으로 보이는 짧은 단발머리의 소녀를 인형처럼 안고 있었다. 소녀는
품에 안겨 쑥스러운 듯 양손을 모으고 있었다.
“ㅡ당신은 쓰레기니까요.”
밤을 깨우는 새벽의 태양처럼, 남자는 냉정하게 그녀의 환상을 부순다. 아름다웠던 추억의
밖으로 나온 자신을 바라본다. 만신창이가 된 몸. 어디론가 사라진 왼팔. 찌부러진 안구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 그리고 불꽃을 태우는 붉은 오른팔.
“아…아아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언제,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되었을까.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인간의
형체가, 마음이, 그리고 그 혼조차도 전부 변해간다. 원한으로 가득 차있던 마음은 어느새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갈 곳을 잃은 분노가 눈앞에 서있는 남자에게 향해진다.
저 남자만 없었더라면! 나는 상처입지 않고 복수할 수 있었을 텐데!
“ㅡ그게 끝입니다.”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남자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저 작은 움직임으로 자신은 그
혼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두 번째 죽음은, 그렇게 그녀를
망가트리고 있었다.
‘그건 싫어! 절대로 싫어! 죽고 싶지 않아!’
모든 원한과 분노를 남자에게 향한다. 귓가에 들려오는 화귀의 속삭임. 그녀의 원념에
반응해서 그는 다시금 힘을 찾아가고 있었다. 살의로 물드는 영혼과 몰려드는 분노가
다시금 힘을 부여한다. 그리고 청년이 방아쇠를 당긴 순간, 그 분노는 폭발했다.
마리나는 오늘 들어서 벌써 두 번째 대폭발을 경험하고 있다. 섬광, 폭음, 악취, 폭발.
오감을 박탈하고 전신을 뒤덮는 열기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급한 대로 시리아를 감싸
안기는 했지만 왜인지 화염은 그녀를 덮치지 않았다. 시간이 걸려 회복된 시각이 주위의
상황을 인지하게 만든다. 대량의 흙먼지와 화염으로 곳곳에서 아지랑이 피어오른다.
“당신… 괜찮아요?”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연기를 피우고 있는 붉은 방패에게 말을 건다. 레이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면서 울상을 지었다.
“으아아아?! 모르핀이 다 깨졌잖아!”
산산조각이 나버린 주사기를 보며 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한숨을 쉬는 청년의
상태는 더더욱 가관이었다. 일단 M500은 탄환을 다 썼기 때문에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바닥을 굴러다니던 9mm 파라블럼의 탄피들이 폭발로 인해 튀어나가며 보호구가 없는
그의 허벅지를 뚫고 나갔고, 화귀의 공격에도 문제없어 보이던 그의 오른팔은 어딘가
이상한 각도로 휘어져 있었다. 저거 분명 부러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마리나는
급하게 레이에게 다가갔지만, 그는 웃기지도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
먼저, 가슴의 소검을 부목으로 삼아서 부러진 오른팔을 고정시켰다. 피가 철철 넘처
흐르는 왼쪽 허벅지는 어디서 꺼냈는지 실과 바늘로 대충 봉합하고 있었다.
“당신 미쳤어요?! 파상풍 걸리니까 그만둬요!”
마리나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는 묵묵히 자신의 다리를 꿰맸다. 마지막에
실은 입으로 끊어주는 센스까지 발휘하며 그는 일어섰다. 물론, 제대로 지혈도 하지 않은
다리는 다시 피를 분수처럼 뿜어대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그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무리하지 말고 앉아요! 도대체 그런 몸으로 어딜!!”
그 물음에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웃는 괴물청년.
“쫓아가야죠. 저 상태로 내버려두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출혈과다로 인한 빈혈인지 레이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져갔다. 제대로 걷는 것조차 할 수
없을 텐데도 이 남자는 끝까지 쫓아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미 교문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제대로 내버려두면 분명 채 반나절도 안돼서 죽고 만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마리나는 일단 말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를 쫓아 뛰어갔고, 결론적으로 그는
더 이상 나갈 수 없었다.
풀썩,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구르는 레이. 그 앞에는 담배를 잘근잘근 씹으며 이마에는
실핏줄을 드러내고 있는 샤오링이 있었다. 레이의 머리에는 주먹만한 혹이 나있고, 그녀의
주먹은 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분명 곱게 돌아오라고 했을 텐데? 아니면 잘나신 레이님은 내 말은 이제 들리지도
않는 걸까?“
분노로 목소리마저 떨리는 샤오링을 바라보며, 레이는 고양이 앞에 쥐처럼 떨고 있었다.
“저, 그게 그러니까… 음……”
한창을 고민하던 그가 내뱉은 한마디는 결국 너무나도 단순했다.
“잘못했어요!”
힘들게 그를 뒤따라 나온 마리나는 편두통이 도질 것 같았다. 당장에라도 죽인다고 쫓아
가던 모습은 어디가고, 청년은 벌벌 떨면서 자리에 앉아있다. 거기다가 왜인지 눈앞에는
검은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어딘가의 OL같은 은발의 여자가 서있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청년의 허벅지를 보고 한숨을 내쉬던 미녀는 블라우스의 자락을 찢어서 급한 대로 지혈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죄가 있어서 이렇게 일이 뒤틀린 걸까…’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쉬던 마리나는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또다시 얼굴에 띄워야
만 했다. 눈앞의 은발의 여성에게서 상상도 못할 만큼의 영력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쪽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샤오링은 고개를 돌려 마리나를 바라보았다.
“당신들, 정체가 뭐예요?”
한명은 어딘가 나사가 하나 풀린 것 같으면서도 폭발적인 전투력을 보이는 괴물. 또 한명은
1급 인퀴지터 수준의 영력을 소유한 여자.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것보다 안에 있는 녀석 쪽이 더 중요한거 아냐? 내버려두면 아마 죽어.”
흠짓, 하고 마리나의 어깨가 떨렸다.
“당신이 어떻게 그걸 알고 있죠?”
이제 마리나의 감정은 적의에 가까운 분노를 내뿜고 있었다. 패닉 상태가 되어 샤오링을
뜯어말리는 레이를 무시하며, 샤오링은 코웃음을 치며 질문에 답해줬다.
“주위의 사념을 읽어보면 금방 아는 일이야. 일단은 들어가고 보자고.”
그러고는 일어서서 척척 교문으로 들어간다. 분노를 삭이고 있는 마리나의 옆으로 레이가
지나가며 그 어깨를 토닥토닥, 하고 가볍게 위로한다.
“서로 힘내자고요. 사람은 웃어야 복이 온다고 하니까 좀 웃어요!”
당신은 너무 웃어! 라고 당장에 호통치고 싶지만, 그녀는 목까지 올라온 격한 감정을
어떻게든 다시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일단은 시리아와 자신의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총알 같은 발걸음으로 날아가는 샤오링의 뒤를 따라 들어온 레이와 마리나는 신음하고 있는
시리아를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샤오링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
마리나에게 다가간 후, 그 머리카락을 한 올 뽑았다.
“아얏! 뭐예요 대체?!”
“…너 로젠펠트가의 사람이었냐?”
그 목소리에 마리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삼켰다.
“…당신이 어떻게 그걸 알죠?”
“간단하잖아. 저 녀석도 너도 호문클로스(Homunculus)인걸. 그것도 저렇게 정교한
모델은 내가 아는 한 딱 두 곳에서밖에 만들지 않아. 새로운 생명을 창조했다고 전해지는
스위스의 파라켈수스(paracelsus). 그리고 새로운 인간을 창조했다고 하는 독일의 로젠펠트.
참고로 구분법도 알려줄까? 파라켈수스가 만든 호문클로스는 머리카락을 뽑으면 머리카락
이 단일개체로 생명활동을 유지해. 말 그대로 새로운 생명이지. “
주구장창 이어지는 그녀의 설명에, 마리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분노였다.
“다시는… 내 앞에서… 호문클로스니 제조니 그런 소리 꺼내지 말아요. 다음에는 주저 없이
죽일 겁니다. 시리아는 내 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인간’이에요.“
그 살기어린 눈빛을 담담하게 받아내며 샤오링은 물고 있던 담배를 던졌다.
“만약에 다음에 만날 일이 있다고 하면 주의하지. 그럼 일단 어디로든 옮겨야 치료든 뭐든
할거 아냐. 물론 그건 내 영역이 아니지만. 일단 저 바보도 치료해야 되고.“
그녀의 가는 검지의 끝은 바닥에 주저앉아 찢어진 코트를 잡고 눈물짓는 레이를 가리키고
있다. 팔꿈치 아래로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오른팔이 왠지 더 처량해 보인다. 아까 전에
뱀과 같이 움직이고, 일말의 주저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던 상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아~ 아파요~ 진짜 아파요~ 절대로 공짜로 숙소를 얻고 싶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로 아파요~.“
…마리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저건 단순히 바보다. 관련되면 머리만 아파진다.
“…그럼 일단 제 숙소로 가죠. 도구야 대부분 준비되어 있으니까 문제없을 거예요.”
그러자 바닥을 굴러다니던 레이가 시리아를 업기 위해 몸을 숙인다. 그러자 허벅지에
묶여있던 블라우스가 또다시 붉게 물들어간다. 학습기능이 전혀 없는 걸까.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자기 몸이나 관리해요.”
채 150이 안돼는 작은 체구의 마리나가 180 가까이 돼는 큰 키의 마리나를 가볍게
업는다. 하지만 땅에 질질 끌리는 발이 또 눈물겨운 상황을 연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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