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열성복[心悅誠服] - 운명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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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열성복[心悅誠服] - 운명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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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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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2.08 12:39:04 조회: 272 추천: 0 |
<프롤로그>
나의 이름은 유이진. 여성스러운 이름을 가졌지만 나는 남자다. 그것[?]이 달린 어엿한 남자. 지금 나의 직업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할 고등고육을 받는 학생이다. 하지만 난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난 나의 몸 하나 재대로 가눌 수조차 없을 정도로 큰 병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나의 병은 현대의학으로는 치유될 수 없다고 말했고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 자체도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병원에서 말하길 앞으로 나의 남은 목숨은 길어야 1년하고도 6개월이라 했다. 그 청천병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한 우리 부모님과 누나는 오열을 토하며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중환자실에 있는 나에게도 확실히 들릴 정도였다. 내 눈에서 투명한 눈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 때문에 너무나 고생하시는 부모님에게 너무나 죄송스럽기도 했고 나 때문에 클럽활동도 하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내 단 하나 밖에 없는 누나한테도 너무나 미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태어났을 때 난 2.3Kg의 건장한 태아였다고 한다. 커가면서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잘 살아가는 나에게 돌연 듯 갑자기 이런 해괴한 병이 나를 찾아왔다. 처음엔 느끼지 못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 한 해의 수업을 마감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될 시기쯤 나의 몸이 급속도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서서히 두 팔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고 나중엔 몸 전체의 신경이 마비가 되어 손가락 하나 까닥 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몸의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다른 질병까지 내 몸에 살림살이를 차렸다.
지금 나는 병석에 누워 그저 천장만을 응시할 뿐이다. 이렇게 살아 간지도 벌써 1년이 다되어 간다. 우리 부모님은 날 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며 정성스레 날 간호해 주신다. 내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부모님이 일을 나가고 안 계실 땐 누난 부모님을 대신해 날 간병해준다. 누난 항상 나에게 과거 재미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날 즐겁게 해주었고 그런 누나가 나는 너무도 좋았다. 난 부모님과 누나가 없다면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
그런 나에게 신비한 일이 벌어졌다. 그건 내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천장을 보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1
-빈민가에 위치한 어느 자그마한 저택.
고등학생쯤으로 추정되는 한 소년이 동그란 두 눈을 껌벅이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엔 여러 약품들과 가정에서 쓰는 기구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중년남녀와 그의 아들, 딸로 추정되는 두 소년, 소녀가 기쁜 듯 환한 웃음을 피며 다정히 사진을 찍은 모습이 액자에 담겨 있었다.
주위는 어두컴컴했다. 전등은 켜져 있지만 약발이 다 됐는지 꺼졌다 켜졌다는 반복하며 보는 사람의 눈을 아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소년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홀로이 남겨져 여전히 천장만을 주시할 뿐이었다. 그는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근심걱정이 가득한 얼굴에서 나오는 한숨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왠지 모를 의구심을 가지게 할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 만약 심리학 전공인 박사가 그를 관찰한다면 그는 분명 놀랄 것이다. 그의 내면은 ‘죽고 싶다는’ 열의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비록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너무 괴로웠다. 자신이 죽는다면 치료비를 벌기 위해 밤낮을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의 수고를 덜 수 있게 되고 동시에 누나도 고생을 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자신도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더 이상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제 자신이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반년. 이 반년동안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부모님은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병원 측에서도 미국에 자신의 대한 신상정보와 자료파일을 넘겨 검토를 요청했지만 미국 측에서도 ‘이런 병은 처음이라며 고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힘들어··· 이제 지쳤어··· 나, 나··· 이제 편해지고 싶어.”
처음엔 살고 싶었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생각만으로도 암세포를 치료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그것의 성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근본적인 것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암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천장만 바라보며 몇 시간이 흘렀을까? 몸 전체가 마비되어 바로 옆에 놓여 진 시계조차 볼 수 없다. 이미 시간이란 존재를 잊은 지 오래다.
청각을 곤두세우고 잘 들어보면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린다. 이제 학생들이 학교를 끝마치고 하교를 하는 모양이었다. 인근에 꽤나 커다란 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 학교 학생들은 자주 이 길을 지나곤 한다. 왜냐하면 이 길은 시내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학교, 끝났나보네.”
푸념을 늘어놓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투박한 천장.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들려오던 학생들의 재잘거림도, 웃음소리도, 발걸음도 들리지 않는다. 다시 조용해졌다. 고요한 적막감이 공간을 지배했다. 근데 아무런 소음도 아무런 기척도 없는 이 방에서 적막감을 무참히 파훼시켜버리는 둔탁한 음이 소년의 귓전을 마구 때렸다.
“뭐, 뭐지?”
··슈아아앙!
“뭐, 뭐야 대체!”
갑자기 들려오는 소음으로 인해 소년은 굉장히 놀란 듯 했다. 그는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고 싶어도 몸이 움직여주지 않아 쉽사리 알아 낼 수가 없었다. 거기다 가끔 기괴한 비명소리도 들렸고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검이 허공을 베고 지나가는 소리도 간혹 들려왔다. 한 여인의 음성과 같이···
··쓰쓰쓰
“대체!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이 소음은 소년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었다. 곧 죽음을 맞이할 자신에게 두 번 다시 떠오르지 않을 거라 여겼던 감정의 편린, 내면의 명경지수를 사정없이 휘젓고 호수를 탁한 빛으로 물들이는 이는 바로 ‘공포’였다. 소년은 죽음의 선고를 받은 순간부터 공포라는 존재를 잊어버리고 살았다. 곧 죽을 운명에게 공포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의미한 감정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공포는 소년의 마음을 일순간 휘어잡았다. ‘단발마의 비명을 질러라.’ 라고 속삭이는 듯한 공포의 유혹은 그의 정신을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그의 얼굴에 초조함과 불안감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식은땀은 흘리지 않았다. 청각과 후각, 미각, 시각 이외에 전신의 신경이 멈춰버린 탓에 땀샘에서 액체가 발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서워··· 무섭다고··· 엄마··· 엄마···”
··서걱!
“케엑!‘
··슈아아!
그가 겁에 질려 반복된 단어를 연신 구사할 때 전혀 아름답지 못한 소음과 동시에 쇠가 갈리는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현실세계에선 전혀 접할 수 없는 농구공 세 개를 합쳐놓은 듯한 거대한 대갈통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떨어지며 방안을 어지럽혔다. 피로 추정되는 푸른색 타액에서 기포가 생겨나며 부글부글 끓었고 피어오르는 연기가 소년의 후각을 자극하자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켁켁 댔다.
“콜록! 콜록! 콜록! 커억! 컥!”
지독한 냄새가 방안을 휘저으며 공기를 탁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방안이 환기가 되지 않아 골머리를 썩고 있는 판국에 이런 시궁창에서나 맡아볼 법한 냄새를 자유분방하게 방주인의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풍기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시궁창도 이보다 독하진 않을 것이다. 쓰레기장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독하고 기가 막힌 독특한 냄새는 방안의 열기와 합작을 이루어 소년의 후각을 자극했다. 실로 불쾌감이 들지 아니할 수 없었다.
“뭐야! 뭐야! 뭐야!”
혼신의 힘을 다해 목청껏 소리쳤지만 그의 뜻에 맞는 억양은 나오지 않았다. 높낮이도 없는 무미건조한 억양. 그는 자신의 움직일 수 없는 몸을 저주했다. 이런 불가사의하고 미스테리한 현장에서 빨리 도망치고 싶었는데, 그것도 뜻대로 하지 못했다. 그가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몸을 흔들고 있을 때 일그러진 공간 너머로 여인으로 추정되는 가냘픈 몸체가 소년이 누워있는 침대로 굴러왔다.
“큭!”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침대 왼쪽 맞은편에 몸을 부딪치고 나서야 움직임을 멈춘 여인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크고 작은 상처가 육신을 뒤덮었다. 고통의 나래 속에 여인은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꾹 참아냈다. 자신의 옆에 누군가 불청객이 와 있다는 것을 감지한 소년은 더듬거리는 어투로 아직 신원조차 불투명한 이에게 정중히 물었다.
“누, 누구죠?”
“시끄러워! 조용히 해!”
정중한 질문치고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목소릴 들어보니 여자였다. 소년은 다시 용기를 내어 싸가지 없는 그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당신 누구입니까?”
“제길!”
끈질기게 질문을 해대는 소년을 보며 여인은 울컥하며 스팀을 팍팍 뿜어댔다. 그러다 자신의 처한 상황을 다시 인식하고는 톤의 높낮이도 없는 무미건조한 어투로 계속 질문을 해대는 소년의 주둥아리를 두 손으로 꽉 틀어막으며 협박성이 다분한 어조로 충고했다.
“계속 떠들면 모가지를 쳐 버릴 테니 그리 알아! 알겠어?”
“웁! 웁!”
“알겠냐고!”
신이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소년의 몸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다는 것을 모를 이 막무가내 여인네는 협박성 짙은 말투로 떠들다 계속해서 답장이 돌아오지 않자, 무시당했다고 멋대로 단정 지어 버리고는 숨을 죽이고 기척과 살기를 숨겼다.
‘제기랄! 놈들이 여기까지 쫓아올 줄이야. 생각도 못했다고, 그건.’
“······”
일그러진 공간 너머로 방안에 굴러 떨어진 대갈통의 동료로 추정되는 이들의 잡음이 희미하게나마 소년과 여인의 귓전에 울렸다. 희미하다고는 하나 이쪽에서 조금만 시끄럽게 굴면 바로 찾아올 수 있는 거리였다. 공간의 흐름과 거리는 현실과 판이하게 틀리기
때문이다. 여인은 무언의 적막감 속에서 한참을 보내며 적들의 동태를 살폈다. 그녀의 눈인 천리안은 시공간도 초월하는 능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공간을 꿰뚫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인은 아직도 공간 너머에서 자신을 찾고 있는 빌어먹게 개성적으로 생기신 추적자들을 보며 욕지거릴 내뱉었다.
“미치겠군! 저 성격 지랄 맞은 녀석들은 어지간하면 떨어지지 않는데··· 쳇!”
하며 방바닥에 침을 뱉는다.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는 통탄스런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어엿한 성인이 껌 좀 씹는다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한다는 남의 시선 안보고 마구잡이로 침 뱉기를 하고 있다니··· 그것도 맨발로 디디는 방바닥에. 정작 소년 본인은 이 광경을 보지 못했지만 들려온 소리로 대충 상황을 파악했을 것이다.
여인은 여전히 기척과 살기를 죽인 채 공간너머로 들려오는 기운을 감지하며 추적자들이 되도록 빨리 포기하고 모두 행복한 가정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했다. 만약 지금 저들에게 자신이 있는 곳이 발각된다면 자신은 물론이거와 지금 뒤에서 목석처럼 뻣뻣한 자세로 요지부동을 취하고 있는 저 소년도 저들의 난폭한 흉기에 한없이 유린되어 걸레짝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 자신에게 남은 힘이라곤 거의 없다.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참수형이다. 그리고 같이 있었다는 비논리적인 이유만으로 목격자가 되어버린 저 소년도. 그것만은 사양이었다.
‘제발 가라! 가라! 가라!’
여인은 신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빌었다. 일단 저들만 공간에서 사라져만 준다면 자신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저들에게 대항할 방법을 모색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
‘가라! 가라! 가라!’
··슈슈슈슈슈
그녀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일그러진 공간이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춰가고 있었다. 그녀의 절규와 같은 강한 염원을 신께서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신 끝에 벌어진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아마도 신은 자신을 그토록 부르고 애원하던 여인의 모습이 너무 가엾고 애처롭게 보여 도와주셨을 것이다. 여인은 신에게 감사해야 했다. 분명 어디에도 신이 도와줬다면 물질적 증거는 찾아볼 레야 찾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일이 뜻대로 풀렸으니 하늘이 도와준 셈이 된다. 하지만 여인은···
“도와주려면 일찍 나와서 도와주면 어디가 덧나? 밤새 마누라와 그 짓거리 할 시간 있으면 나 같은 선량한 모범시민을 좀 도와라! 이런 씨암탉아!”
라며 싸가지 없는 여인네는 길길이 공분을 토한다. 어찌되었건 상황은 우선 잘 마무리 되었다. 일그러진 공간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적들의 낌새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현 상태에서 자신에게 문제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봐버린 저 요지부동의 사내만을 제외하곤··· 그녀는 소년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보며 자신의 고운 입을 때어 물었다.
“너. 왜 가만히 있지?”
“예?”
상대가 청각에 이상이 있나? 왜 한번 말을 할 때 못 듣고 두 번 말해야 알아듣는 거지? 여인은 살짝 인상을 쓰며 시리도록 차가운 어조로 소년을 쏘았다.
“난 두 번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아까 내 얘기 들었지? 말해봐.”
“에··· 그러니까, 제가 왜 이렇게 가만히 있는지 궁금하단 얘기죠?”
언어의 내용을 들어보니 청각엔 이상이 없는 듯 했다.
“그래. 그런데, 넌 내가 여태껏 보아왔던 인간들 하곤 좀 틀린데? 톤의 억양도 없고 핏기도 없을뿐더러 넌 스켈레톤이냐? 왜 살이 하나도 없냐? 쫙 말라버린 미라처럼···”
궁금증과 호기심이 내포된 물음에 소년은 시무룩한 인상을 지으며 힘없이 말했다.
“제 몸은 병든 몸이라 서요. 말하는 것과 먹는 것, 먹는 것도 죽밖에 못 먹지만·· 그리고 듣는 것과 냄새를 맡는 것. 이것들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구의 몸이에요. 이제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마치 병든 새끼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소년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보였다. 하지만 소년에게 돌아오는 리액션은 없었다. 여인이 살고 있는 세계에는 늘 있는 일이다. 약탈과 방화, 강간에 살인, 그리고 근친살인까지··· 절대 벌어져선 안 될 행동들이 여인이 살고 있는 세계에선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야말로 악 그 자체다. 그에 비하면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는··· 자신들의 세계와 비교하면 거의 천국이었다. 여인은 병석에 누워있는 소년을 보며 말했다.
“너도 안타까운 삶을 사는군. 본디 인간이란 우리와는 틀려서 약해빠진 종족이지. 하지만 넌 좀 특이한 케이스군. 나의 눈, 천리안으로 너의 몸을 살펴본 결과 넌, 우리 세계에 나돌고 있는 해소피아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야. 어떻게 전혀 다른 공간에 사는 네가 해소피아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었는지··· 신기하군.”
“해, 머라고요?”
“해소피아바이러스. 굉장히 악질적인 바이러스지. 몸속의 신경과 장기를 먹으며 살아가는 녀석들. 이 녀석들은 15년 정도 지나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놈들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우리 세계에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만들어진지 오래야. 우리세계에 있어 해소피아바이러스는 너희 세계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감기와 같다고 보면 돼. 활동시기만 좀 틀릴 뿐이지.”
“그, 그럼 제 병도 고칠 수 있나요?”
극히 높낮이 없는 억양이지만 그가 흥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새로운 희망을 찾을 것이었다. 운이 좋다면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그리고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중도하차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운명은 그의 뜻을 이루어주지 않았다. 여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애석하게도 나에게 해소피아바이러스의 백신은 없어. 우리 세계에 간다면야 구할 수 있지만 난 수배중인 몸이라 함부로 세계에 발을 들였다간 그대로 죽음이야.”
“······아···”
공들여 쌓은 모래성이 바닷물에 휩쓸려 무너지듯, 바람에 촛불이 꺼져버리듯 소년의 작은 희망은 허황된 희망으로 변모되 그의 곁을 홀연히 떠나버렸다. 여인은 그가 낙심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눈치 채지 못하는 놈이 등신이었다. 소년은 생각했다. 이미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의 내면에서는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분명 아까 전만해도 ‘죽고 싶다고’ 외치지 않았었나! 라고 속으로 물어보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우선 자신의 뇌도 살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이 원망스런 몸체도.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나약하고 한심하고 약해빠진 인간. 반년으로 거리를 좁힌 죽음도 이제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이가 없어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이렇게 소년이 표정으론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낙심한 듯 신음을 흘리자 여인은 왠지 재미난 짓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녀는 실실 쪼개다 두 손바닥을 합착시키며 소년의 의중을 물었다.
“만약 너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권한을 누군가 부여해 준다면 넌 그 뜻에 따라 모든 걸 버리고 승복 할 수 있어?”
“예?”
“지금 네가 살아온 평범한 운명을 버리고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냔 말이야!”
왠지 짜증 섞인 말투였다. 이 누님은 분명 다혈질 적인 성격일 것이다. 소년은 말했다.
“평범한 운명을 버리고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요?”
“그래! 네 뜻을 물어보는 거야. 신중하게 답해.”
여인의 말에 소년은 포커페이스처럼 표정변화 없는 얼굴로 말했다.
“전 어차피 이미 죽을 몸입니다. 근 1년 동안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부모님과 누나에게 신세만 지고 살고 있죠. 만약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부모님과 누나에게 짐만 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죠.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습니다.”
국어책 읽듯 말하는 느낌이었지만 그 말속엔 결사의 각오가 담겨있었다. 그의 확고한 뜻에 여인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입을 땠다.
“지금 너의 몸은 많이 쇠약해져 있어 자칫 잘못했다간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넌 지금보다 더욱 강한 몸을 가지고 새로 태어날 것이다. 넌 나와 계약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나의 계약을 따르겠나?”
“예.”
망설임 없는 대답이 즉각 돌아왔다. 그리고 소년이 물었다.
“계약의 조건은?”
무미건조한 소년의 물음에 여인은 잠시 뜸을 들이다 허리춤에 달려있는 검을 빠른 속도로 발도하해 무방비의 소년에 복부에 그대로 자신의 검을 박아 넣으며 사자후를 터트렸다.
“나의 심열성복[心悅誠服]이 되라!”
“크아악!”
··프아아앙!
추상같은 외침과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시야는 핏빛처럼 적색을 띠며 방대한 양의 오라를 방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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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S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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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캐스톨님이구나 ㅡ.ㅡ..
어쩐지 비슷하더라~!!
갑자기..심열성복..
소년은 강해지는건가? |
2006-02-08
15: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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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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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거 어케 하셨지?
ㅎ 신기할 따름~
그리고 소년은 강해지는 건가...
강해지긴 하겠지만 그게 언제쯤 될지는... ㅎㅎ |
2006-02-09
21: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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