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열성복[心悅誠服] - 이 분이 나의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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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열성복[心悅誠服] - 이 분이 나의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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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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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2.09 21:34:41 조회: 333 추천: 0 |
숨이 막힐 정도로 괴로운 고통이 나의 심장을 옥죄었다. 마치 깔쭉깔쭉한 톱날 같은 쇠사슬이 나의 심장을 도려내는 느낌이었다. 난 이것이 죽음이라 생각했다. 왜냐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거기다 내 뱃속에 들어와 있는 차디찬 금속의 감촉이 나의 내면의 명경지수를 흩트려 놓았다. 난 눈물로 흠뻑 젖은 눈으로 오만상을 쓰며 신음을 흘리는 여인을 흘겨보았다.
방안을 사정없이 휘젓는 기운으로 인해 여인의 단정했던 머리는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져 바람에 나풀거렸다. 그녀의 예쁘장한 외모에서 거친 폭력적인 언어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여인의 눈엔 무서울 정도로 강한 집념이 느껴졌다. 꼭 해내겠다는 집념. 적색의 기운이 상승기류를 펼치며 천장과 부딪쳤다.
난 너무나 무서웠다. 육신을 도려내는 듯한 알 수 없는 기운이 나의 정신을 한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쯤에야 이 고통스런 의식이 끝나는 걸까? 만약 의식이 끝난 후 나의 심장이 고동을 멈추어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이때 창공을 비상하는 한 마리 매처럼 날카로운 인상으로 의식에 집중하던 여인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노호성을 터트렸다.
“창조재생!”
노호성이 터진 다음 사위를 휩쓸던 적색의 기운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 눈물로 범벅이 된 나의 눈에도 확실히 보였다. 여인은 무릎관절에 힘이 빠졌는지 털썩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셨다. 땀으로 칠갑을 한 여인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그렁그렁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표정으로 보건데, 의식은 성공적으로 끝난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난 여전히 울고만 있었다. 눈물을 헌혈할 때 피를 뽑아내듯 쫙쫙 뽑으며······.
이때부터서 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다.
.1
<빈민가의 위치한 자그마한 저택>
“서, 성공이군. 훗”
여인의 얼굴엔 만족스런 미소가 가득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릇을 탈바꿈한 소년은···
“흐윽··· 흐으윽··”
질질 짜고 있다. 그 모습을 보자 여인은 울컥하며,
··빠직!
“그만 짜! 너 불알달린 사내새끼 맞아?”
눈물과 콧물을 공장폐수처럼 흘리며 질질 짜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 심사가 뒤틀렸는지 여인의 관자놀이 부근에 힘줄이 불끈 솟아났다. 자신은 남자가 울어야 할 때는 딱 세 번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태어났을 때 한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마지막으로 자신이 죽을 때. 그 외에 우는 것은 추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건 물론 여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여자의 최대의 무기는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여자의 눈물 앞에선 맥도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건 마음이 따듯한 남성에게나 통할 상식이지 무식하고 힘만 더럽게 쌘 몰상식한 놈한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런 것과 빗대어 보면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무기는 힘이다.
불호령을 떨어트린 여인은 근처에 있던 노란색 수건을 잡아 소년의 얼굴을 향해 던지며 말했다.
“남자가 질질 짜는 건 딱 질색이야. 그걸로 닦아. 지저분하니까.”
“흐윽··· 하, 하지만 전 몸이 흐윽··· 움직여지질··· 흐윽, 않는데 어떻게··· 흐윽···”
소년의 바보 같은 망발에 여인은 엄지와 검지로 양쪽 관자놀이 부근을 지그시 누르며 끓어오르는 화를 억제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아이고~ 두야~. 기껏 새로운 몸으로 탄생시켜주었더니 지금 와서 개소릴 지껄이고 앉았네. 너 내 똘마니로 써먹으려면 철저하고 체계적인 정신교육 및 육체적 노동에 시달려야겠다. 됐으니까, 한번 움직여봐. 1년 동안에 너의 감각이 사라졌을 리는 만무하니까.”
“에, 예.”
소년은 훌쩍거리며 얼굴을 뒤덮은 노란색 수건을 잡으려 손을 움직였다. 방금 전 자신의 몸을 한없이 유린했던 고통이란 존재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그는 막연히 꿈이라고 생각했었다. 꿈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괴기스런 장면이 연출된단 말인가? 솔직히 믿기 힘든 이야기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든 꿈이든 간에 한번쯤은 다시 움직여 보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를 오른손에 집중시켜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자신의 몸은 모든 신경은 오감이외엔 완전 마비상태라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 없는 불구의 몸이었다. 그런데,
“하·· 하·· 손이·· 움직여·· 움직인다고·· 움직여·· 하··”
손이 움직였다. 기적같은 일이 지금 소년의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감격스럽냐? 그럴 만도 하지. 이제부터 넌 내···”
“움직인다고! 움직인다고!! 내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나의 몸이! 움직여! 움직여!”
여인의 말을 중간에 썩둑 가위질 하듯 잘라먹고 감격에 겨워 기쁨에 눈물을 흘리는 소년을 보며 여인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자신의 말을 중간에 잘라먹고 저 지랄을 떠는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톡톡히 값을 치러주면 되니 지금은 가만 내버려두기로 했다.
말로 표현 못할 소년의 감격스런 순간에 강제적인 언어압박으로 초를 칠만큼 둔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소년은 오른팔을 허공에 휘젓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천천히 상체를 들어올렸다. 오른팔이 자유로이 움직였던 것처럼 상체도 윗몸 일으키기가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잘 움직여 주었다. 그리고 하체도, 왼팔도···
소년은 고통이 느껴지는지 멀쩡한 피부를 꼬집으며 현실에 대한 확인사살을 시도했다. 아팠다. 고통이 느껴졌다. 그럼 아까 전 느꼈던 끝내주도록 아팠던 고통도 진짜란 이야기다. 그는 되돌아 온 것이다. 1년 전 건강했던 때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는 불구자가 아니었다. 어엿한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아인 것이다.
그는 헝클어진 머리와 지워진 화장을 고치고 있는 여인에게 다가가 두 무릎을 꿇고 속에서 우러나는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사드립니다.”
“그렇지~ 감사하겠지~”
“예!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년은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 모습을 보며 여인은 ‘에헴!’ 하며 기고만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런 표정을 지을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너의 육체는 아직 완전하지 못해. 지금보다 더욱더 강한 육체로 성장해갈거야. 지금보다 더욱 찬란히 빛날 보석으로 말이지. 그리고 너의 육체가 성장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병이라는 나약한 존재 따윈 너에게 접근도 하지 못할뿐더러 인간의 수배나 되는 동체를 가지게 될 거야. 한마디로 넌 봉 잡은 거지! 꺄하하하하~”
여인은 구구절절이 설명하며 실컷 웃어댔다. 그녀는 우월감에 젖어 신나게 떠들어댔다. 소년은 자신의 몸을 몇 번씩이나 쳐다보며 움직여보고 또 만져도 보고 정신이 없었다. 여인은 주전자의 손잡이를 잡아 옆에 놓여있는 컵에 물을 따르고 컵에 따라진 물을 원샷 하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기쁨도 거기까지. 너, 나와의 계약조건. 잊지 않았지?”
“계약? 아! 잊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진짜로 잊어버리고 있을 줄이야··· 기가차서 말이 안 나왔다. 그녀는 눈살을 찡그리며 목청껏 외쳤다.
“너 임마!”
여인이 역정을 내며 화를 냈다. 하마터면 손에 잡혀있는 유리컵이 소년의 이마빡으로 날아갈 뻔도 했다. 여인은 소년에게 다가가 멱살을 강하게 부여잡으며 매처럼 날카로운 눈매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해 전에 있었던 계약 내용에 대해서 차근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심열성복. 줄여서 말하면 심복. 이 말의 뜻이 뭔지 알아?”
“심복··· 말 그대로 부하란 얘기 아닌가요?”
천진난만하게 답을 달아주는 소년.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여 설명했다.
“그래. 부하. 똘마니! 졸! 넌 새로운 그릇을 얻는 대신 나에게 목숨을 내놓았어. 알아? 잘 기억해둬. 심심해서 너에게 새로운 그릇을 준 게 아니란 말이다. 이 시간 이후로부터 넌 나의 소유물이고 나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할 부하다. 알겠나?”
“아···”
우물쭈물 뜸을 들이자 여인은 멱살 잡은 두 손을 앞뒤로 마구 흔들며 대답을 재촉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그만 좀 흔들어요! 머리 아파요!!”
“좋아. 넌 이제부터 나의 충실한 부하다. 잘 들어. 이건 부하인 네가 꼭 지켜야만 할 덕목이다. 우선 첫 번째로, 난 두 번 말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언행을 똑바로 하고 목숨을 버릴 각오로 나에게 충성을 받쳐! 알겠어?”
너무 직설적인 대답에 소년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자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빨리 말하지 않으면 살해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예! 알겠습니다.”
소년이 당차게 대답하자 기분이 절로 좋아진 여인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녀는 왼손 검지와 중지를 펴며 말했다.
“두 번째. 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놈 따윈 필요 없어. 그러니 나에게 도움이 잘 되도록 충실할 것. 매사 신중하고 결단력 있게 살아가란 소리다. 물론 나를 떠받드는 것을 잊지 말고.”
“예···”
그 다음 검지와 중지 약지를 펼쳐 세 번째라는 것을 강조하며 말한다.
“세 번째.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은 바로 배신이다. 이건 절대로 행해져서는 안 될 금기이며, 만약 네놈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그럴 낌새가 보인다면 난 널 망설임 없이 벨 것이다.”
라고 말하며 근처에 뒹굴고 있던 검을 집어 들고 소년의 목에 검 끝을 들이댄다. 소년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꼭두각시 인형처럼 삐걱삐걱 고개를 상하로 흔들었다. 이에 여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검을 집어넣고 오른손을 허공에 뻗어 무언가를 만들어 내었다. 아까 전 보았던 홀이랑 비슷했다.
“오늘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난 이만 가볼 테니, 빨리 새로운 그릇에 적응하도록.”
“저기, 어디 가십니까?”
“여기에 계속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나도 너와 괜한 오해는 사고 싶지 않다.”
쌀쌀맞게 답하며 아공간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보며 소년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그렸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건 그녀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거 자신의 성격이 조금씩 되돌아오고 있었다. 매사 긍정적이고 항시 마이페이스인 성격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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