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치가 있다는 말에 필자는 서둘러 이터널시티 홈페이지를 클릭하였다. 그곳에서 명성황후 어설트가 패치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랴부랴 종로 국세청 앞으로 달려갔다. 명성황후 어설트는 방어형 어설트로서 명성황후를 사수하는 목적을 가진 어설트이다. 또한 백성 및 관원들의 목숨도 보호해야 하는 어설트 이므로 공격형 어설트였던 기존의 다른 어설트와는 차별화 된 시스템이라는 소식이었다. 단계마다 등장하는 일본순사들을 처단하며 마지막 장소에 있는 명성황후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종로 YMCA 앞에서 내려 국세청 안으로 들어갔다. 국세청 내부로 들어서니미래의 모습처럼 보이는 장소가 나타났다. 마치 영화 에어리언에서 봤던 곳과 흡사했다. 새로운 어설트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모여든 여러 고렙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오른쪽 위에 있는 화려한 원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명성황후가 있는 시대로 우리들을 날려줄 시간 게이트 였다. 필자가 학수고대하고 있던 패러랠 월드의 시작이었다.
어설트에는 운영자들도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새로이 패치된 명성황후 어설트 테스트를 위해서 모여있다는 것이었다. 운영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 보아 난이도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필자는 머리수라도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유저들이 더 오기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허나 어설트에는 입구에 모였던 인원 그대로 어설트에 입성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였는데 장터 분위기처럼 좌판이 죽 펼쳐져 있고 비단과 떡 등이 먹음직 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이터널시티 상점에서도 떡 같은 것을 팔면 좋을텐데... 역시 먹을것에 먼저 눈이 가는 필자였다.
어설트가 시작되고 동시에 하늘에서 일본 메이지 시대 장교와 메이지 시대 사병이 동시에 쏟아졌다. 필자는 이곳 저곳을 구경하는 중에 곳곳에서 그들과 맞닥뜨렸다. 조선말기 내금의 포졸과 조선말기 평민 또한 함께 떨어졌는데 그들은 강심장인 듯 필자의 놀란 가슴과는 상관없이 유유히 장터를 거닐고 있었다.
필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본 병사들을 모조리 처단한 후 경복궁으로 들어갔다. 경복궁에는 백성들은 없고 일본 병사들만 있어 클리어 하기 수월하였지만 근접 데미지가 천이 넘어가는 바람에 물약을 많이 소비하였다. 경복궁은 상대적으로 작아 몬스터들을 찾아 다니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필자는 경복궁을 클리어한 뒤 근정전으로 입성하였다. 근정전은 미로처럼 되어있어 길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다행히 운영자 한분이 길을 안내해 주셔서 명성황후가 있는 방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허나 명성황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명성황후가 없었다. 잠시 기다려 보니 허공에서 궁녀들이 한꺼번에 떨어졌다. 그리고 명성황후가 멋진 한복을 입고 궁녀들 가운데 앉아 있었다. 필자는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다행히 궁녀들은 호박쌈처럼 다소곳이 앉아 있을 뿐 필자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우리는 명성황후를 해하러 올 일본병사들을 기다리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명성황후 및 궁녀들은 한대만 맞아도 죽는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기 때문에 필자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안되면 몸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어느 유저분의 말씀에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이 말이 필자에게는 '내가 사느냐 명성황후가 사느냐'로 들렸기 때문이다.
드디어 일본 메이지 시대 사병과 자객들이 2진으로 대열을 맞추어 진격해 왔다. 필자는 마피아의 저택에서도 많은 몬스터의 수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명성황후 어설트에서는 그보다, 깔려 죽을까봐 걱정될 정도로 몬스터의 수가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몬스터가 리젠되는 속도도 더욱 빨라져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수많은 자객과 일본순사들의 사이에 묻혀서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초스피드 약빨기에도 불구하고 바닥으로 눕고야 말았다.
필자는 아쉬운 마음으로 바닥에 누워서 밀려오는 일본 자객들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운영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자객들과 사병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언도를 휘둘렀지만 급속도로 몰려오는 그들 앞에서 하나둘씩 쓰러져 가고 있었다. 결국 뒤쪽으로 진입한 일본 자객과 사병으로 인해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어설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처음 장터에서 백성들과 포졸들을 지켜 궁녀와 평민 보호 89%를 이루고 있던 것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명성황후가 한방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약 40분간 진행되었던 어설트의 임무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한번 생각해 보았다. 명성황후가 한방에 죽어버리는 설정과 밀려오는 일본 몬스터의 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근 50여명이나 되는 고렙유저들이 도전했음에도 실패하는 어설트는 시민군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 같다.
앞으로 더 나은 모습으로 패치되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이만 마치도록 하겠다. 다음번엔 반드시 성공하리라 - I'll be back!
고독한놈
캬~ 이터널시티의 독창성과 도전에 감동받고 있습니다.
내 비록 이터널시티 유저는 못되지만...게임같은 게임에 응원을 보냅니다.
진남이님 덕에 이터널의 재미를 느낄수있군요.
다양한 어설트 시스템이 계속 추가되면 게임안이 풍성해지겠습니다? 흐흐
2004-03-26 11:01:03
조로刀
와우 잘쓰셨네요 ^^
진남이님이 쓰신글은 다 멋진 글이시네요 ^^
다음에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