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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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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28 16:30:45 조회: 1,092 추천: 0 |
[15]
간식에 협박당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버린 조나단이라는 소년과 바구니를 든 온화한 표정의 여성, 그리고 그녀의 품에 안겨들어 부비적거리는 어린 소녀. 대충 이 가족의 평소 생활이 그려지는 광경이었다.
"저희 아이들이 실례를 범했나보군요."
정중한 태도로 넬과 키리아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아닙니다. 귀여운 아이들이네요."
넬은 곤란한 듯이 말했다. 이 갈색머리 견습사제는 어린아이들을 좋아했다. 실제로 교단내에서 그는 탁아소를 운영한 적도 있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나, 일 떄문에 시간이 없는 부모들을 위한 시설에서 넬은 1년간 원장으로 근무했다. 넬은 그 때의 시설을 떠올리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키리아는 뭔가 마음에 들지않는 듯, 무표정을 유지하고있다.
'나한테 이걸 던진건 충분히 실례라고. 저 꼬맹이들 잡아먹어버릴까보다.'
계속 웃고만 있는 넬의 모습이 더욱 거슬렸다. 이상한 물체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었던 자신을 걱정해주지 않는 넬이 왠지 모르게 야속하게 느껴졌다. 던지고, 때리고, 차고, 옮기고, 굴리고, 튀기며 놀기위한 물건의 개념을 요괴인 키리아가 알리 없었다. 느릿느릿하게 날아오던 공의 속도도 적의 습격이라고 단정지어버린 키리아에겐 충분히 경계해야할 대상이었다. 막상 잡고보니 어떤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 둥그런 물체인 것이 의아할 뿐, 키리아는 그것의 용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자신에게 이것을 던진 소녀도 그다지 나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쓸대없이 크게 반응한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키리아는 순식간에 긴장이 풀어졌다.
못마땅한 얼굴로 가족들의 무용군상을 지켜보고있다.
"아아, 죄송해요. 제가 잠시 물건을 고르던 중에 아이들이 멋대로..."
소녀를 품에서 때어놓고 바구니를 조나단에게 넘겨주며, 아이들의 어머니는 넬과 키리아 앞으로 다가왔다. 가까이서 바라본 여자는 열살이 넘은 남매를 자식으로 둔 어머니의 외모로는 보이지 않았다. 나이가 많다고 해도 얼핏 보아서는 이십대 후반정도. 인간을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키리아의 눈에서도 그녀는 젊게 비추어진다. 금발의 여자의 진한 남색 눈동자가 키리아의 눈과 마주쳤다. 키리아는 '뭘 보는거야?'하고 생각하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이상한 부분에서 승부욕이 발동되어버린 키리아였다.
"어머나, 당신은..."
입으로 손을 살짝 가리며, 여자는 중얼 거린다. 요괴 사건으로 마을이 떠들썩한 지금, 키리아를 모르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 이 마을에 살고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건의 주인공을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잔인하고 흉폭한 요괴에게서 살아난 기적의 소녀, 그것이 요즘 떠도는 소문의 주제였다. 넬은 이 여자가 아무리 젊게보여도 사실은 마을 정보에 밝은 주부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키리아는 그저 빤히 여자를 바라본다. 키리아의 지나친 시선집중이 무서웠는지, 여자는 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 실례가 많았습니다."
여자는 키리아가 자신의 행동에 불편을 느꼈다고 생각하고서, 금새 사과한다. 넬은 키리아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있자, 오히려 여자 쪽이 부담을 느꼈다고 판단하고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저희'에 자신이 속한다는 것을 파악한 키리아의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다. 왠지 이대로 가다간 두 사람은 서로 '죄송합니다.'라는 대화가 오갈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작은 금발 소녀가 어머니의 팔을 잡아들며, 상황을 종결시켰다.
"엄마, 캐시 배고파요."
"음? 아아, 미안하구나. 오빠랑 같이 집에 먼저 가있으렴. 엄마는 이 분들과 잠시 할 이야기가 있단다."
여자는 캐시의 머리를 스다듬으며, 둘이서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갑자기 바구니를 들고 서있던 조나단이 소리쳤다.
"이 무거운 걸 저 혼자서 옮기란 거예요?!"
"캐시가 도와줄게!"
"넌 걸리적거리니까 차라리 않도와주는게 나아."
"히이..."
"조나단, 간식..."
"저만 믿으세요, 엄마!"
그간 어머니의 횡포가 상상이 가능하다. 도중에 바구니의 빵을 하나 먹어치워 버려야지 하고 중얼거리는 조나단이었다. 물론 도중에 동생을 약올려가면서 그럴 것은 거의 확실했다. 지금은 별로 관계없는 이야기로 후에 캐시가 엄마에게 오빠의 만행을 일러바쳐, 결국 간식을 먹지 못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어쨋든 키리아는 시끄러운 두 꼬마가 사라져버린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넬은 여자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조나단은 저래뵈도 동생을 아끼는 착한 아이랍니다. 이전에 닉슨 패거리가 캐시를 울린 일이 있어서 요즘에는 누구나에게 경계하는 모양이예요."
아무래도 자신의 아들이 한 행동이 신경이 쓰였는지, 아이들의 어머니는 넬과 키리아에게 말했다.
"예에, 믿음직한 오빠더군요."
넬은 아이들에게 했던 칭찬을 되풀이했다. 넬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다른 것을 키리아는 눈치챘다. 넬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있다. 하지만 어쨰서 일까, 왠지 우울해보인다.
"아무래도 조나단 혼자서 그걸 다 옮기는건 무리일 것 같네요."
할려던 말을 끝마친 여자는 다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거기에 맞춰 넬도 같은 자세를 취했다. 키리아는 아무런 감흥이 없는지 무표정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자의 모습은 저만치 멀어져갔고, 넬과 키리아는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넬은 산책을 하던 길이 같았기에 여자와 동행해도 별로 상관은 없을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혼자서 걷고싶단 말이다.' 하고 키리아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시아에서 여자가 떠나가길 기다렸다.
"넬씨."
갑자기 키리아가 넬을 불른다. 여전히 무표정이다. 넬이 자신의 약한 감정을 미소로 숨기려는 것과 같이, 키리아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둘은 닮았을지도 모른다. 넬은 키리아가 자신을 부르자 그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거... 어떻게 하죠?"
키리아는 오른손으로는 소녀가 두고간 공을 들고서, 왼손으로 그것을 카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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