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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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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28 16:32:30 조회: 1,098 추천: 0 |
넬은 주변의 행인에게서 '조나단과 캐시라는 남매의 어머니'에 대해서 물었다. 질문을 받은 청년은 그녀를 알고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규모가 큰 마을이 아닌 덕분에 주민들은 대부분 서로를 알고 있었다. 두 남매는 마을에서 유명한 아이들이었다. 그 이유에는 아이들의 어머니도 연관이 있었다. 청년의 설명은 대충 이러했다. 네프리티나라는 이름을 가진 이 금발의 여성은 10년이 넘도록 마을에서 살아왔는데, 워낙 얼굴이 동안이라 마을의 여자들 모두가 하나같이 그녀를 부러워했다. 주위에서 말하는 그녀의 나이는 서른 넷이지만, 본인은 서른 셋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본래 이 마을의 사람이 아니었다. 전쟁이 변방의 마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 시기, 그녀는 마을에 두 아이를 데리고서 찾아왔다. 그 당시 한 손으론 갓난 여자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론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서 마을에서 살게 해달라고 애절하게 부탁하는 그녀를 쫒아내라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 때부터 네프리티나는 조나단과 캐시를 기르며, 변방 마을 레노아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인심이 좋은 사람이었기에, 네프리티나가 외부인이라고 해서 차별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마을의 가족이 되어갔다. 10년이 넘어버린 지금, 그녀의 존재는 마을의 한가족으로서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져갔다. 넬이 말은 건넨 청년은 친절하게도 그들의 집 위치와 특징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그는 캐시가 공을 잘 잃어버린다는 우스겟소리도 덧붙였는데, 키리아는 그 이야기를 듣고서 '그 꼬맹이... 자주 사람들에게 물건을 던지는 행실나쁜 녀석이었구나.' 하고 받아들여 버렸다. 넬은 남자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네며,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골치아픈 분실물을 바라보며, 아직도 그것의 용도를 분석 중이던 키리아는 한가지 위험한 사설을 제시했다.
'역시 인간에게 던지는 물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키리아의 시아에 앞서 걸어가고 있던 넬의 뒷 모습이 클로즈 업 되었다. 순간 소녀의 입이 작게 휘어졌다. 키리아는 공을 잡고있던 오픈손에 힘을 주고, 자세를 크게 잡았다. 활 시위가 당겨지 듯이 소녀의 팔이 강하게 움직였다. 키리아의 유연한 손목을 통해 공이라는 이름을 가진 탄환이 발사되었다.
"케헥!?"
부딪힐 때의 퍼억거리는 소리와 이상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거리의 사람들의 시선이 키리아와 넬에게 집중되었다. 넬은 키리아가 던진 공에 등을 직격 당했고, 그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머리가 아닌 등을 겨냥한 것은 키리아의 작은 배려였다. 넬은 그대로 뻗어 있었고, 키리아는 '공'이라는 물체는 생물을 죽이지 않고서 포획하는 용도의 무기라고 결론 지었다. 넬에게 당했던 정신적 충격을 되갚아준 것과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켰다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올린 키리아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넬이 충격을 회복시키며 몸을 움직이자, 금방 그 미소를 무표정으로 되돌린다. 키리아는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작은 소리로 '쳇' 하고 중얼거렸다. 넬은 한손으로는 닿지도 않는 등에 손을 올린 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으... 이게 무슨 짓입니까?!"
넬은 키리아를 바라보며, 이 행동에 대한 합당한 설명을 요구한다. 키리아는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서 넬에게 공을 던졌다. 공의 무게가 무피에 비해 가벼운 것을 보아 속이 비어있을 것은 당연했고, 물렁한 촉감은 그것이 물체와 충돌해도 높은 탄성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근력을 적당히 조절해 던졌으니, 키리아는 넬의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넬에게 답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흑..."
키리아는 준비된 변명을 시작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감행했다. 캐시가 보여주었던 울먹이는 표정을 재현하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 죄송해요... 전 그냥 장난으로..."
학습한 것을 능동적으로 응용하는 이 영리한 요괴의 행동은 넬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과연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그것도 공이 아닌 돌이나 딱딱한 물건을 던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저 작디작은 연약한 팔이 이런 무지막지한 위력을 내다니, 넬은 키리아가 무서워졌다.
"넬씨라면 이 정도는 쉽게 피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무리입니다. 제가 아닌 누구더라도 뒤에서 그런 습격을 받으면 피할 수 없어요.'
...라고 넬은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많이 아프신가요?"
물론 연기였지만, 키리아는 최대한 훌쩍거리며 넬을 걱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키리아의 모습을 본 넬은 자기가 괜한 엄살을 부린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악의없는 키리아의 행동이 정말 단순한 장난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등에서 느껴지는 아픔 또한 진짜였다. 결국 키리아가 겉보기와는 다르게 힘이 쌘 소녀라고 단정지은 넬은 그녀의 컴플렉스-무언가 착각이 더 늘어났다.- 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아, 괜찮습니다.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데요, 뭐..."
평소에 그가 말하는 '괜찮다.'와는 의미가 사뭇 달랐지만, 키리아가 그런 것을 알리가 없었다. 사정을 알 리 없는 주변의 구경꾼들은 '여자가 던진 공에 나자빠지다니, 저 청년은 보기보다 약골이구나.'라거나 '애정 표현이 지나친 커플이네, 요즘 젊은이들은...' 정도로 생각하며 그냥 지나쳐갔다. 그러나 키리아는...
'어? 별로 아프지 않았다고? 한번 더 해볼까나, 이번에는 근세포를 더 확장시켜서...'
위험한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키리아였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공을 집어든 넬은 키리아에게 설교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런 장난은 자제해주셨으면 하는데요. 키리아양은 어린아이가 아니잖습니까?"
넬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는 그런 짓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거로구나.' 하고 인간의 법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키리아였다. 넬의 성격상 절대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키리아는 자신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사실에 승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이런 물건을 던지는 건 위험한..."
그 후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넬에게 지루한 설교를 들었다는 것은 사소한 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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