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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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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28 16:33:20 조회: 1,162 추천: 0 |
[16]
분실물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게 전부였다. 청년이 알려준 네프리티나의 집은 아이 두명과 어른 한명이 생활하기에는 딱 알맞아보였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벽돌집은 만들어진지 꽤 오래 되어보인다. 내부에 장작 난로가 설치되어있는지, 문 앞에는 정리된 나무 토막과 도끼가 놓여져있었고, 지붕 위에는 금방이라도 연기가 뿜어져나올 것 같은 굴뚝이 박혀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에는 '캐시 바보.'라는 자그마한 문구가 써져있는데, 사포와 같은 것으로 지우려 한 거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글씨의 형태가 읽지 못할 만큼 흐트러진 것도 아닌 것으로 보아 그 시도는 끝내 성공하지 못한 듯 하다. 증거인멸에서 들통나버렸던 것일까? 아무래도 글씨를 지워냈다고 해도, 지저분하게 남겨진 긁은 흔적이 문제로 작용했을 것이다.
"계시나요?"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할 때 당연시되는 행동으로서 넬은 노크 함께 말하는 것을 선택했다. 밖에서 들려온 손님의 문 두드리는 소리와 부름에 네프리티나는 금세 대답해왔다.
"네에, 잠시만요."
곧 문이 열렸다. 부엌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던지, 그녀의 앞치마에는 시럽과 밀가루가 붙어있다. 네프리티나는 '어라?' 하고 넬과 키리아의 갑작스런 방문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방금 전에 대화를 나누었던 두 사람이 집까지 찾아온 것에 적지않게 놀랐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을 불편하게 느낀 네프리티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어라, 당신들은?
하지만 이내 곧 그들의 분위기에 그 당황스러움도 수그러들었다. 등을 부여잡고 식은땀이 흐르는 얼굴로 '아하하.' 거리며 억지 미소를 짓고있는 사제복을 입은 갈색머리 남자와 귀여운 레이스 장식이 달린 파란 드레스를 입은 보라색 머리의 인형같은 무표정을 짓고있는 소녀의 모습은 묘하게 우스운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시죠?"
키리아의 귀여운 외모와 더불에 넬의 온화한 얼굴 생김새에 자연스래 경계가 풀어진 네프리티나는 미소를 지었다.
"꼬마 아가씨가 물건을 놓고 갔더군요."
키리아에게 빼앗은 공을 네프리티나에게 보여준다.
"어머나... 친절도 하셔라!"
넬의 친절한 마음씨에 미소를 지으며, 네프리티나는 공을 건내받았다. 순간 두 사람의 손가락 끝이 서로 닿았는데, 키리아는 그들의 신체접촉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 모습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다. 소녀는 두 사람의 웃는 얼굴이 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에 심통이 생겼다. 넬과 네프리티나가 계속해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시덕거리고 있자, 넬의 소매를 잡아 흔들며, 키리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저어, 넬씨. 이만 돌아가야하지 않을까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넬에게 자신의 의사를 말한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 장소에 계속 서 있을 이유는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었지만, 실은 키리아가 다른 인간 암컷과 말을 주고받는게 아니꼬운 것이었다. 그러나 배려심이 많은 이 사제는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고 말았다. 성장기의 소녀이니 제때에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소녀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상태이긴 하지만, 역시 배가 고픈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방금 전 처럼 소녀가 장난을 칠 정도라면, 어느정도 충격에서 회복된 것 같으니, 이런 감정표현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까 숙소로 돌아가 소녀에게 식사를 건네자. 키리아의 의도와는 사뭇 다른 결론이었지만 낼은 소녀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준다.
"아, 그러고보니 저도 배가 고프네요."
조정하기 쉬운 녀석, 하고 키리아는 마음속으로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등을 뒤로하고, 자신이 걸어온 길로 되돌아갈려는 찰나, 뒤에 들려온 목소리에 그 기쁨은 깨지고 말았다.
"마침 잘 됐군요. 저희 집에서 드시고 가세요."
키리아의 고개가 빠르게 네프리티나를 향했다. '쓸대없는 참견하지마!' 하고 크게 외쳐주고 싶었지만, 곧 이어 들려온 넬의 대답에 키리아는 경직되었다.
"아, 괜찮겠습니까? 어떻게 할까요, 키리아?"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올리고서, 눈썹 사이의 경계를 선명하게 나타낸 얼굴로 넬의 얼굴을 바라보는 키리아.
'거절해버려, 이 멍청아!'
키리아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외쳤다. 그러나 떠들썩한 분위기가 우울한 키리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제멋대로 판단한 넬은 키리아가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른 답변을 들려주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소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평소보다 더 창백하게 변한 것은 그 누구도 알지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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