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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 rain # 1 (길어서 짤렸어요.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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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 rain # 1 (길어서 짤렸어요.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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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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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7.03 17:01:17 조회: 577 추천: 0 |
길어서 짤려버렸군요.
기탄없는 비평 부탁드려요.
오타가 무지 많으니 주의해주세요.
-first. 서장-
-?????-
그다지 크지 않은 약 20평 남짓되는 어두운 방에, 두명의 사람이 있었다. 검은 갑옷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 남자와, 한명의 소녀. 작은 소녀가 입을 열었다.
"...코어의 위치는 찾았나요?"
"사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도약점의 위치를 찾았다고 하는군요."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해야 돼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자신들의 이기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잃으려고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최우선의 방법은 코어를 되찾는 일 입니다."
"인피니티 실린더가 없다고 해서, 우리가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아니잖아요?"
"대신에, 적에게 대항할 힘이 없어지겠지요."
"우리가 먼저 손을 뻗는다면, 어비스 브레이커라도 협력해 줄지도 몰라요."
남자는 '어비스 브레이커' 라는 단어에 강한 적의를 보였다.
"그렇게 호된 일을 당하고서도 아직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시는겁니까!"
소녀에 어깨가 살짝 흔들렸다.
"오웬. 살아서 돌아와 주세요."
그 부탁에 남자의 입가가 살짝 일그러졌다.
"약속은 못합니다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물러갔다. 그리고 소녀는 작은 방에 홀로 남아, 기도를 올렸다.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과 신의 가호를. 그리고 누구하나 다치는 사람이 없기를..."
짧은 한마디의 말이였지만, 그녀가 말할 수 있는 모든 바램을 담고 있었다. 작게 떨리는 어깨에서 오열이 느껴졌다. 적어도 저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은 닦아주고 싶었지만, 자신은 움직일 수 없었다.
......
....
..
-2016년 3월 3일-
...지겨운 악몽에서 깨어난다.
요즘들어서 이 꿈을 꾸는 일이 많아졌다. 보이는건 한명의 소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한탄을 하고 있노라면, 그렇게 꿈은 끝났다. 언제나 이 꿈을 보고 난 후에는 자신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걸 느낀다. 시계를 바라보니 5시 30분. 약간은 늦어버린걸까? 땀으로 젖어버린 티셔츠를 벗어 세탁물통에 던져 버리는 것과 동시에, 세면실에 들어가 얼굴을 씻는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안색은 매우 좋지 않았다. 꿈의 영향이다.
머리속에 가득한 잡념을 지우기 위해 찬물로 얼굴을 씻어낸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은 가벼운 운동복을 입고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198...199...200!"
하체를 침대 위에 올리고 상체만으로 팔굽혀펴기를 한다. 이것을 200번 실행하는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인간은 무서운 존재이다. 끊임없이 반복된 훈련덕분에 지금은 별 무리없이 실행이 가능했다. 그것에 연속해 복근훈련과 스트레칭도 끝낸다. 1시간 가까이의 트레이닝을 끝내고 운동복을 벗어 정원에 빨랫대에 널어둔다. 언제나의 일과를 끝마치고, 자신의 집을 둘러본다.
200평 가까이 되는 전원주택. 보통 사람들이라면 부러워할지도 모르지만, 혼자서 이 넓은 집에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솔직히 좋은 기분이 아니였다. 나의 양친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5년전에, 어머니는 8년전에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덕택에 삶에 지장은 없었지만, 혼자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솔직히 좋은 기분이 아니였다. 자신의 힘으로 번 돈이 아닌 돈을 쓰는것도, 마치 부모님의 피를 쓰는 것 같아 유산에는 손을 대지 않고있다. 냉장고에서 마트에서 세일하길래 무작정 구입한 어묵을 꺼내, 가볍게 뜯어먹는다. 충동구매는 무서운것이다. 한달치를 한번에 사버리다니...
앞으로 한달간은 어묵으로 때워야 돼는건가, 라는 무서운 생각을 하며 식사를 끝마쳤다. 운동으로 인해 달궈진 육체가 차갑게 식은 것을 느끼며, 가볍게 세면을 끝낸 후 옷을 갈아입는다.
오늘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사실이, 약간은 자신을 긴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입시제도도 널널하고 자신도 특별히 공부에 마음이 가는 편이 아니였기에 조금은 방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운동화에 발을 집어넣는 것과 동시에 탁상에 올라와 있는 부모님의 사진에 인사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언제부턴가, 외출전에는 이렇게 인사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다. 정원을 지나 대문을 나서자, 평소의 등교길에는 역시 사람이 가득했다.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겠다, 속도를 붙여 학교까지의 언덕길을 뛰어올라간다. 아직은 쌀쌀한 봄의 찬공기가 기분이 좋아, 무심코 미소를 짓는다. 언제부턴가, 주위의 사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게 불편하게 되었다. 자신이 남과는 다르다는 기분. 내 주위에 있으면 누구든지 불행해진다, 라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교문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자, 처음보는 여선생이 나를 불렀다. 새내기 선생인걸까? 아직 어린듯한 얼굴. 그러면서도 교문지도를 서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성격은 있다는 소릴까?
"너..안색이 안좋은데 괜찮은거니?"
나를 걱정해주는것일까? 고마운 마음이 들긴 하지만 언제나의 것이다.
"아뇨, 별거 아니니 신경 안쓰셔도 됍니다. 악몽을 본 다음날은 좀 상태가 안좋아지는 것 뿐이에요."
그러자 그녀는 안경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악몽? 그렇다면 상담선생님께 한번 상담받아보는편이 좋지 않을까 역시?"
걱정해주는것은 고맙지만, 역시 귀찮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익숙하고, 특별히 불편한 것도 아니니까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그녀를 무시하며, 교문을 들어간다. 약간의 두통때문일까? 몸이 멋대로 기울어 옆에 서있던 학생을 치고 말았다.
"아, 미안."
자신의 옆에 서있는 소녀. 유학생인걸까?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긴 금발에, 녹색의 눈. 어딘가,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할까.. 쉽게 말해 미소녀였다. 나와 부딫힌 어깨를 살짝 지켜보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당당히 교문을 지나갔다.
..사과에 대한 답변이 없다니 조금은 너무한거 아닌가?
하지만, 애초에 이쪽이 잘못한 것이니까 별로 상관할 것은 아니겠지.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 자리에 앉는다.
"역시 빠르네, 서린은."
평소와 같이 말을 거는 반장. 그나마 이 교실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몇 안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와도 이제는 각자 다른반으로써 헤어지겠지.
"아아.. 그러고 보니 이제 이걸로 너와도 이별이구나. 입시제도가 아무리 널널하다고 해도 고3은
중요한 시기니까 잊지말고 공부하도록 해."
그러자 반장은 우습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말야? 그래도 난 이반에서 가장 진학률이 높다고? 그러는 너야말로 평소에 공부라고는 거의
안하는데 이제 슬슬 위험한거 아닌가?"
...망할, 아픈데 찌르기는.
"어차피 난 특별히 대학가거나 할 생각도 없고, 솔직히 하고싶은 일이 없달까.."
"이제 우리도 고3이 되는건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돼! 자신의 목표를 가지는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구."
가벼운 농담과도 같이 내뱉은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하는 반장. 이 강직한 성격만 아니라면 외모도 준수하고, 남자친구 한둘은 가볍게 만들지 않았을까. 그렇게 잡담을 하고 있자 선생이 들어왔다. 저 영감탱이, 끝까지 우리반 녀석들 이름도 다 외우지 못했지. 이젠 이별이니 별 상관 없겠다만.
"자 그럼, 지금부터 반배치를 알려주겠어요. 칠판에 써있는데로 움직이기만 하면 돼니, 어려운 일은
없을겁니다."
..시대가 이미 2020년에 달한 이 시대에도, 칠판을 고수하다니 어떤 면에서는 무서운 선생이다.
"흠..C반인가? 야 반장 나는 어디로 가면 돼는거야?"
그러자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반장.
"어? 너 C반이야?...그럼 또 같은반인데?"
...살려줘, 어디서 3년째 같은 반이라는 설정을 우려먹는거야. 뭐, 사실은 좋은녀석이라 같은 반이 되서 나쁠것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역시 참견쟁이기질이 강한 녀석이라서 좀 귀찮기는 하다.
"그럼 올라갈때 불러주라. 나 잠깐 잔다."
평소의 단련이라던가 때문에, 약간은 잠이 부족한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10분도 자지 못하고 일어서서 교실로 올라가야했다. 3학년의 교실은 6층. 올라가기 귀찮은 층수이다. 반장의 뒤를 따라 올라가고 있자니, 우리반에서 C반이 돼는 학생은 나랑 반장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우리학교 반 선출기준이 뭐길래 너랑 나밖에 없는거지?"
"일단은 성적순은 아니겠지 뭐. 그냥 조용히 올라가서 앉아있으면 알아서 돼지 않겠어?"
역시나 독설가다. 계단을 올라 교실을 보니, C반은 3학년 교실중에서도 제일 구석에 있는 7반이었다.
"후..정말로 운이 없군. 하필이면 교실중에서도 제일 구석이냐."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서, 창가 옆 맨 뒷자리에 가방을 던진다. 그 옆자리에 반장이 가방을 던진다.
"왠일로 반장이 뒤쪽에 앉냐? 공부할려면 앞자리가 좋다고 그렇게 강조하더니만."
새침하게 앉으며 반장이 대답한다.
"그냥, 어차피 곧 자리야 바뀌잖아. 그리고 이젠 반장이라고 부르지마."
아, 그렇군 이제 이녀석도 반장이 아니게 되는건가?
"알았어. 그럼 현아라고 부르면 돼는건가? ..어째 이름불러본게 처음인거 같지만."
"처음맞을껄? 너 애초에 1학년때는 잠만잤잖아."
확실히 그랬다. 아직도 몸에 익숙해지지 않는 훈련덕분에, 상당히 오랜 시간을 잠으로 보냈지.
"하아...벌써 3학년인가. 정말로 요즘은 나이를 먹었다 라는 느낌이 너무 들어."
그러자 눈썹을 찌푸리는 반장, 아니 현아.
"늙은이 다되셨구만? 자던 잠이나 자세요."
"예이~"
책상에 엎드려 수면을 취하려는 순간, 교실 뒷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제길, 잠도 못자는건가.."
역시 예상대로 선생이었다. 그것도 방금 전 교문에서 본 참견쟁이 선생. 교탁에 손을 올리고 칠판에 무언가를 쓴다.
"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지금부터 1년간 여러분과 함께 생활하게된 유현정이라고 해요."
...새내기 교사인가? 묘하게 기합이 들어가있다. 뭐, 나랑은 관계없겠지.
"그리고 여러분에게 소개할 친구가 한명 있어요. 에일린양 들어오세요."
교실의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들어왔다.이번에도 처음보는 얼굴은 아니군. 아까 나와 부딫힌 금발의 그 여자였다. 목덜미 근처에서 흔들리는 연한 금발. 정면을 바라보는 녹색의 눈.
"에일린입니다. 잘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곤 교실의 안쪽으로 들어왔다. 지금 남은 자리는 내 앞자리 밖에 없기에 이쪽으로 올려는걸까? 이쪽을 처다본다.
"아, 그리고 에일린양은 말은 잘 해도 아직 이나라에 온지 몇일 돼지 않았다고 해요.
주위에 앉은 학생들이 여러모로 도와주길 바래요."
"에일린...이라고 불러도 돼니? 난 이현아라고 해. 잘부탁해."
손을 내밀며 입을 여는 현아. 그 손을 맞잡으며 에일린? 이 답한다.
"예.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기 근데 어차피 같은 나이잖아? 힘들게 존댓말 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자 에일린이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반말..이라고 하나요? 비경어체는 제대로 사용하질 못해서."
"아하하 그럼 어쩔수 없지. 야 서린 너도 인사해."
아주 그냥 귀찮게 하는데는 도사군.
"나는 또 왜.. 어차피 도움이라면 너 혼자서도 충분하잖아."
내 시큰둥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현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그러고보니 이녀석 한번 화나면 무서웠지.
"알았어 하면 돼잖아 하면.. 에 그러니까, 나는 박서린이고 보다시피 별거없는 학생이야. 뭐 도와줄일이 있으면 말해. 할 수 있는거라면 해볼테니까."
오늘은 개학식정도로 끝나고 수업은 없으니 평소보다 일찍 돌아갈 수 있겠지. 남는 시간동안 가벼운 훈련이라도 해볼까, 라는 생각에 가방에서 사과를 하나 꺼냈다.
"뭐야, 설마 아침밥이 그거야?"
의아한 표정을 짓는 현아.
"아니, 그냥 간식이랄까. 뭐 신경쓰지 않아도 돼."
눈 앞에 사과에 의식을 집중한다. 사과의 색깔부터 그 형태까지 전부 자신의 머리속에 담아넣는다. 뇌가 아닌 무의식의 한부분에 빈 공간을 짜내, 그곳에 눈,귀,코,손 모두에서 전해지는 정보를 담아넣는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방금전까지 전해지고 있던 정보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시각을 단절시킨다.그와 동시에 사과의 존재는 무의식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것을, 자신의 의지로 잡아내는것이 이 훈련의 목적. 먼저, 손을 통해 느껴지는 그 촉감을 무의식에 구현화 시킨다. 코를 통해 냄새를 주입한다. 단절된 시각정보를 보충하기 위해 다른 정보들을 모두 끌어낸다. 그리고 눈앞에 무의식의 끈으로 그 형태를 생성한다. 자신의 의식속에 비춰지고 있는 사과의 형태는 아직 불완전. 그 질감과 생성과정 모두를 무의식속에 재현해낸다. 광택 하나까지도 재현할 수 있지 않으면 곧 무의식의 단절로 이어진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흘러 무의식속에 사과가 완성되어 갈 쯤에, 갑자기 자신의 귀가 끌여당겨지는것을 느꼈다.
"우왓, 뭐야?!"
옆에서는 표정을 찌푸린 선생. 이름이 뭐더라? 유...아 유현정. 제길, 겨우 오늘은 진전이 보이나 했더니 이런식으로 방해를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뭐야가 아니죠? 개학식 도중에 잠을자다니, 그것도 왠 사과를 손에 들고? 너 아까 교문에서 악몽을 꾼다던가 말했던 그 학생맞지? 이름이..그러니까, 그래! 박서린."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무슨 용무이십니까?"
"무슨 용무가 아니잖아! 집중해서 개학식 방송을 보도록 하세요. 교장선생님이 훈화를 해주시고
계시잖아요?"
...귀찮군.
"별로 괜찮지 않습니까? 어차피 훈화라고 해봐야 특별히 도움이 되는것도 아니고."
그러자 선생의 얼굴이 붉어졌다.
"선생님한테 그런식으로 말해도 돼는건가요?! 그냥 곱게 잔것을 사과하면 끝날일인데, 어째서 그렇게 반발하려 드는거죠?"
옆에서 지켜보던 현아가 끼어든다.
"선생님 잠깐만요, 이녀석 원래 성격이 좀 날카로워져서 이런 것 뿐이니까 진정하세요.제가 나중에 잘 타일러둘게요."
중재해주는건 고맙군.
"...아무튼 방송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그 악몽이란거, 확실하게 상담받기를 권하겠어요."
시끄러운 여자다.
훈련도 깨져버렸고, 손에 들고있던 사과를 베어문다.
"야, 너 근데 왜 학기 첫날부터 담임선생님 신경은 긁고그러냐. 괜히 사이 나빠져서 좋을게 뭐있다구."
"별로 마음에 안들어..."
그 말이 신경을 건드렸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는 여자.
"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생님한테 그런말을 해도 돼는건 아니야! 언제까지 그렇게 혼자서 겉돌생각이야? 학교에서 너에대한 소문중에서 좋은 것 이라곤 하나도 없는거 알잖아."
나름대로 걱정해주는거 같지만, 이쪽도 사정이란게 있는다.
"별로 상관없어. 어차피 여기 있는 녀석들중에 나한테 관심있을만한 녀석이 몇이나 있겠어. 나도 이녀석들한테 관심없고."
그러자 지쳤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가 TV에 시선을 집중하는 현아.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방송소리만이 귀를 자극했다.
......
평소와 같은 혼자만의 하교길을 걷는다 라는게 일상이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나와는 다른 타인의 발소리. 등 뒤에는 유학생인 에일린이 서있다. 뒤를 돌아보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다.
"무슨 일이시죠? 저에게 무슨 용무라도?"
그건 이쪽이 할말 같다만.
"아니 별로. 그냥 왜 이쪽으로 오나 싶어서."
그러자 손가락으로 나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을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당분간 저 집에 머물기로 했으니까요. 그러는 서린이야말로 이쪽부근에 사시는겁니까?"
이름은 그대로 부르면서 말투만 존댓말이라니, 상당히 어색하다.
"아아..그 옆옆에 있는 집이 내집이야."
"이거 우연이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표정을 바꾸며 손을 내민다. 악수하자는 뜻 인걸까?
"..어차피 이동네 사정따윈 알지도 못하고, 특별히 도와줄 수 있는일도 얼마 없을거야. 이삿짐이 남아있다던가 해서 정리하는 정도라면 도와줄 수 있겠다만."
그 말에 살짝 미소를 짓는 유학생.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떠나가는 에일린을 무시하고, 대문의 자물쇠를 열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뜰을 지나 집안에 들어와, 혼자만의 인사를 한다.
"다녀왔습니다."
복도를 지나 자신의 방에 들어가 교복을 벗어던진다. 개학식만으로 수업이 끝나버렸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했다. 특별히 할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도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후우...정말로 할짓도 없군."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일상은 되돌아본다. 언제나 그저 학교와 집을 배회할뿐인 생활. 아무런 즐거움도 없고 괴로움도 없었다.
방학이라고 해도 특별히 즐거울 일도 없었다. 특별히 취미를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고 요즘은 몸에서 떨어지지않는 피로를 느끼고 있다. 아마도 마음이 풀어진것이겠지.
"빨래라도 해둘까..."
침대에서 일어나 세탁물통을 들고 방에서 나와 세탁기가 있는 발코니쪽으로 향했다. 세탁물을 털어넣고 스위치를 누른 후, 냉장고에서 간식거리를 꺼낸다음에 거실로 향했다. 쇼파위에 앉아서 TV를 틀자, 언제나의 사건사고만을 방송하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특별히 좋아하는 주제도 아닌데 보고싶을리가 없지.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을만한 채널을 찾는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리모컨을 던져버리고 쇼파에 앉아 생각한다.
'아직은 이르지만 밥이라도 먹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부엌쪽으로 향하려는순간, 초인종이 울었다. 주변이웃이라곤 아는사람 하나없는 나에게 방문자라니, 신문구독이라도 시킬셈인가? 쓸대없이 넓기만 한 집때문에 나만 고생한다. 처음엔 팔아버리고 작은 집이라도 하나 살까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족이 존재했다는 마지막 증거이기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는게 더 분했다. 뜰을 지나 대문까지 나와서 문을 열자, 거기에는 예상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짐정리라도 부탁하러 온거야?"
눈 앞에는 곤란해보이는 표정을 짓고있는 에일린이 서있었다.
"폐가 되는것은 알겠지만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실수 없겠습니까?"
귀찮은 녀석이다. 정말로.
"뭔데?"
그러자 에일린은 자신의 옆에 서있는 꼬마를 가르켰다.
"이 아이가 미아가 된 듯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근처의 지리를 몰라서..."
가지가지 한다 정말로.
"뜬금없이 미아냐.. 이동네가 얼마나 넓은데, 일벌였군."
그러자 에일린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어떻게 좀 도와주시면 안돼겠습니까?"
후... 이런일은 거절하기 힘든편이지.
"꼬마야, 너 몇살이야?"
그러자 상당히 오랫동안 울었는지 빨갛게 부은 눈을 한 소녀가 입을 열었다.
"다섯살."
완전 애잖아. 도데체 자기 딸을 내버리고 부모는 어디간거야?
"혹시 집 전화번호라던가, 핸드폰번호라던가 기억해?"
고개를 좌우로 젓는 꼬마. 이거 정말 진퇴양난이다.
"곤란한데...보통은 전화번호정도는 알고있는게 정상이다만. 그럼 너 핸드폰은 있어?"
또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흔들.
"돌겠군..."
문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것도 별로 보기 좋지는 않겠지.
"일단 들어와. 아직은 날씨도 쌀쌀하니까 오래 서있다간 감기걸린다."
에일린의 손에 이끌려 끌려온 꼬마와 뜰을 지나 집안에 들어선다. 거실에 앉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너 일단 이름이 뭐야?"
아직 진정되지 않았는지 훌쩍이고 있다. 이래서는 도움이 안된다고...
"울지말고 이름을 말해야 집에 갈 수 있어. 이름이 뭐야?"
"...이..현정."
이제 이름하나 알아냈다. 앞으로도 갈길이 태산이군.
"흠..그럼 너 자기집이 어느방향인지는 알아?"
"몰라..."
"그럼 이쪽으로 오게 된 계기가 뭐야? 아니 그전에 너 밖에 나온 이유가 뭐야?"
그러자 말이 어려웠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러.니.까 누구랑 같이 나왔어? 설마 혼자나온거야?"
"언니랑...시장에.."
시장인가? 그렇가면 주택가를 가로질러서 앞에 있는 상점가를 말하는걸까?
"언니랑? 그럼 어째서 언니랑 떨어진거야?"
"언니가...시장안에서 잠깐 기다리라고....가게에.."
요는, 가게에 들어가기전에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냥 나왔다 이거지?
"그럼 그 가게가 무슨 가게였는지는 혹시 기억나?"
잘 떠오르지 않는듯 손가락을 마주모으고 고민한다.
"저기...언니랑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어..."
"언니가 몇살인데? 어떤옷을 입고있어?"
그러자 에일린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한다.
"이..옷."
교복인가? 그것도 우리학교에. 그렇다면 그 '언니'라는 놈은 우리학교 학생일테고. 여고생이 시장을 보기위해 들렸다? 학생이 많았고?
안됀다. 여자라는 생물하고 관련이 전혀 없는 나에게 그런걸 알아맞추라고 해도 알리가 없지.
"혹시 그 주위에 있던 건물이나 가게중에 기억에 남는건 없어?"
그러자 기억났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여는 꼬마.
"강아지! 강아지랑 고양이가 잔뜩있었어..."
애완동물? 상점가에 동물병원이 있었나?
"일단은 대략적인 정보는 나왔네. 그렇다면 남은건 발로 걷는 수 밖에 없어."
"에일린. 넌 이제 그만 돌아가봐. 어차피 지금 네가 따라온다해서 도움될 것도 아니고 이 꼬마는 내가 책임지고 집에 돌려보낼테니까."
"아뇨, 그럴순 없습니다. 서린한테 책임을 모두 넘기고 저 혼자 집에 간다니요. 있을 수 없습니다."
도움이 안됀다고 말 했는데 말기를 못알아듣다니 난감하다.
"그럼 따라오던가..꼬마, 가자."
꼬마의 손을 잡고 끌어갈려하자, 내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쓴다.
"...언니랑 같이 갈꺼야.."
에일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하는 꼬마.
"그러던가. 어차피 그 언니도 나랑 가는길은 같으니까. 둘 다 따라와."
복도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옷걸이에서 가벼운 재킷을 꺼내 몸에 걸친다. 아직은 날이 쌀쌀하니까, 적어도 이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곤란하겠지. 먼저 신발장쪽에 가있던 에일린은, 나의 하나뿐인 가족사진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관심이라도 있는거야? 우리 부모님 사진이야."
그러자 깜짝 놀란듯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나온게 그렇게 신기했나?
"아뇨, 그저 집안에 이렇게 가족사진을 걸어둔다, 라는것도 좋다고 생각되어서."
쓴소리 나오게 하는 녀석이군.
"별로 상관없잖아? 빨리 나가기나 해. 문닫아야돼니까."
대문 밖에 나와 문을 걸어잠궜다.
"후우..상점가는 여기서 오른쪽 길이었지 아마.."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려 걷기 시작하자, 꼬마와 에일린이 나의 뒤를 쫓아온다. 여기서 상점가까지의 거리는 약 2KM내외. 어린 꼬마의 발걸음으로 오기에는 상당히 먼 거리이다. 그렇다는것은 미아가 된 시간은 절대로 적지 않다는 이야기. 그 언니란 인간도 찾고 있겠지. 아마 만나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릴거 같지는 않았다.
"다리아파.."
그럼 그렇지. 그정도의 거리를 걸었으면 아플 수 밖에 없다. 그러자 에일린이 몸을 숙였다.
"저한테 업혀서 가면 편할겁니다."
그러자 꼬마는 조금 망설이는듯 하더니 등에 업혔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니까. 조금은 자두는것도 괜찮을거다 꼬마."
그러자 뺨을 부풀리며 입을 여는 꼬마.
"꼬마..아니야. 나 현정이야.."
말을 말자. 그렇게 침묵상태로 길을 걷기를 약 20분. 상점가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눈 앞에 보이는 많은 인파속에서 한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겠지. 일단 꼬마가 말한 애견샵 근처로 걸어가본다. 그러자 거기서도 의외의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반장. 이런대서 뭐하냐?"
그런데 안색이 좋지 않았다. 평소의 그 자신만만한 표정은 어디로가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너 괜찮아? 상태가 안좋아보이는데."
"어떻하지...어떻하지...."
상태가 상당히 안좋아보인다. 어깨에 손을 올리자, 깜짝 놀라는 반장.
"야, 너 괜찮아? 무슨일인데 그렇게 떨고있어?"
나를 보자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울상이 되어 말문을 열었다.
"동..동생을 잃어버렸어! 한 두시간 전쯤에 잠깐 동생 가방을 사려고 팬시점에 들어갈때, 강아지를 보고 싶어하는거 같아서 여기에 잠깐 있으라고 했는데!"
이녀석인가? 미아의 주인이.
"제 등에 업혀있는 애가 혹시 니 동생 아니야?"
그러자 황급히 에일린의 등 위에 업혀있는 아이의 얼굴을 확인한다.
"아! 현정아, 현정아!"
자고있던 꼬마가 눈을 뜨고, 두 자매는 그렇게 상봉했다.
"설마 했지만 현아의 동생일꺼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군요."
누나쪽도 상당히 울었는지, 현아의 눈도 빨갛게 변해있었다.
"바보야. 아이들한테 기다리라고 하는것은 돌아다니란 소리랑 마찬가지라고. 앞으로 잘 대리고다녀. 우리집 앞쪽까지 혼자 걸어왔잖아."
그러자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은채 동생을 껴안고 있던 현아가 입을 열었다.
"흑..정말 고마워. 나 어쩌면 좋을지 몰라서...."
"감사라면 저녀석에게 하라고. 애초에 발견한것도 저쪽이고."
그러자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여는 에일린.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칭찬받아 마땅한건 린입니다."
뭐, 상관없나.
"그럼 난 이제 가볼테니까 눈물의 상봉은 그쯤에서 끝내고 너희들도 들어가라."
뒤로 돌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내딛으려하자 현아가 뒤에서 입을 열었다.
"잠깐만, 너 아직 점심도 안먹었지? 동생을 찾아준 보답이야. 내가 살께."
방금전까지 울고있던 녀석이 웃으니까, 별로 보기 좋지는 않지만.
"..됬어. 어차피 배도 안고프고. 감사라면 저녀석한테 하라니까?"
"그러지말고, 같이 밥 먹자. 어차피 너 집에가면 라면정도 밖에 안먹잖아."
라면이 낳을지도 모르지. 이쪽은 한달간 어묵만 먹게 생겼는데.
"...알았으니까, 그래서 뭐먹을라고?"
그러자 약간 고민하다가 손뼉을 마주치며 입을 여는 현아.
"아, 그러면 우리집에 와서 밥먹고갈래? 장은 봐뒀으니까 대충 요리만 하면 돼는데. 사먹는것보다야 영양이라던가, 그런쪽에서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너희 집까지 가는것은 좀 뭐하지 않어? 솔직히 귀찮기도 하고..."
그렇게 말끝을 흐리자 바로 태클이 날아들어왔다.
"안 돼! 그렇게 하기로 정했으니까 이미 끝. 조용히 따라와."
저게 아직도 자기가 반장이라고 생각하는건가? 아니 천성이겠지.
"맘대로 해라 제길..."
어차피 심심했었고,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특별히 문제가 일어날 것도 없을거 같아, 결국은 수락해버린다. 멈추지 않는 불안을 가슴에 품고서. 생각보다 집이 멀지는 않았다. 나의 집에서 상점가를 바로 질러 앞에 있는 평범한 주택가. 단지 내가 살고있는 쪽의 집이 조금 더 화려하단 것 정도의 차이일까.
"거기 앉아서 TV라도 보면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준비할테니까."
현아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쟁반에 음료수와 과자를 담아 쇼파 앞의 테이블에 놓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쇼파에 나란히 앉아서 TV를 본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볼만한 녀석은 없었지만,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한 용도라고 생각하고 TV를 보고있자, 흘러나오는 뉴스가 자신의 기분을 착잡하게 만든다.
"오늘 오전 6시경 강서구 지방에 새로이 생긴 게이트의 출현으로 생긴 피해는 약 20명의 사상자와 10억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일어났습니다. 각 가정에서도 주의를 기해주십시오."
언제나의 사건과 사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언제나 들을 수 밖에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대한 무력감. 저 사건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화를 낼 뿐. 8년전에도, 지금도 나는 그저 아무것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고 있을뿐.
"괜찮으신겁니까? 안색이 안좋습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들린 목소리에 놀라 생각을 멈추고 앞을 처다보자, 거기에는 걱정스러운 눈을 한 에일린이 앞에 있었다. 코끝이 마주닿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
"괜찮으니까 떨어져주지 않겠어? 이런건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야..."
"아! 죄,죄송합니다."
얼굴을 붉히며 쇼파에 다시 앉는 에일린.
"식사준비 끝났어! 이쪽으로 와."
부엌쪽에서 고개만 내밀고 입을 여는 현아를 보며, 꼬마가 신이나서 뛰어간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은 상당한 수준의 것이었다.
"현아는 요리가 능숙하군요. 일반가정에서 이정도 수준의 요리를 보일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옆에서 솔직하게 감탄하는 에일린. 식탁 옆에 끌어다 놓은 의자에 앉자, 숫가락과 젓가락을 넘겨주었다.
"언제나 하는거니까 뭐. 둘 다 식기전에 빨리 먹어."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그 모습이 생각보다 어울려서,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돌리고 말았다. 젓가락을 들고 눈 앞에 있는 두부튀김을 목표로 향한다. 입안에 가득한 두부향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어때? 맛있지? 훗, 회심작이라구?"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는 녀석을 보자, 방금전의 솔직한 감상이 두부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버렸다.
"별로..."
"헤에... 린에게 있어서 별로 라는 소리는 좋아,괜찮아 정도로 해석되니까, 합격점이라고 봐도 무방한거지?"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거지?"
"너는 스스로 감정을 감추고 있다고 느끼겠지만, 얼굴에 다 나온다? 거기다가, 2년이나 한교실에서 있었는데 그정도도 모르면 조금 미안하지."
"아니, 몰라도 괜찮은데 말이지."
나는 식사중에 대화라는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5년 가까이 밥은 혼자서 먹었고 쓸대없이 안하던 짓 하는것도 좋지 못하겠지. 무작정 밥과 반찬을 입에 집어넣는다. 언제부턴가 식사라는 행위는 나에게 있어서 즐거움이 아닌, 그저 기계적으로 신체를 움직이기 위한 동력공급이 되어버렸을 뿐이다. 생각하고 있지 않는 한 괴롭지도 않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단 하나의 진리. 기계와도 같은 반복적인 동작으로 배를 채우고, 그렇게 자신의 밥그릇 비웠다.
"너,너무 빨리 먹는거 아냐? 그렇게 배가 고팠으면 한그릇 더줄까?"
내 밥그릇을 손에 들고 전기밥솥의 뚜껑을 여는 현아를 제지한다.
"아니... 원래 별로 생각은 없었으니까. 밥도 얻어먹었고, 그럼 난 간다."
"모처럼인데 놀러온김에 잠깐 놀다가지 그래? 집에가도 특별히 할 일 없잖아."
그게 싫단 말이다.
"그래..할일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가는거야."
"아! ....미안. 나는 역시 섬세함이 부족한가봐. 잘가."
현관까지 마중나온 녀석을 뿌리치고, 자신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세본다.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 유산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해도 어차피 자신에겐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그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자신의 삶. 언제나처럼 계속되는 훈련. 아무런 성과도 보이지 않는 훈련과 삶의 반복속에, 그저 자신이 무감각 해지는것만을 느낀다.
"언제부터 였을까... 이렇게도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혼잣말을 입에 담으며 대문을 열고 들어선다.방에 들어가 재킷을 벗어더지고, 약간의 수면을 취한다.눈을 뜨고 시계를 바라보자, 벌써 오후 8시 가까이의 시간이 되어있었다. 낮에는 신체의 단련이지만, 밤에는 정신의 단련이다. 언제나의 '물건'을 손에 쥐고 나와, 뜰의 가운데에서 자세를 잡는다. 약 30cm 정도의 철로된 막대기. 이것은 나의 아버지가 남겨준 단 하나의 유품. 그리고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유이자 증거. 8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자신을 '예니체리' 라고 밝혔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그것에 동경했다. 나 자산의 나약함 때문에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셨다. 자신을 감싸고서.
힘이 필요했다. 주위에 어느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들 만큼은 지킬 수 있을만큼의 힘을. 처음에는 아버지는 매우 반대했다. 하지만 반년에 가까운 나의 부탁에 결국엔 아버지도 허락을 해주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자신이다. 머리속에 자신의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빛의 실을 떠올린다. 자신의 카르마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차크라의 실. 8만8천여개의 차크라를 전부 조절한다. 자신의 신체의 중심으로부터 곳곳에 이어진 빛의 실을 뭉친다. 자신의 몸을 감싸듯.
"전개."
자기암시의 단어를 내뱉는다. 효율성을 늘리기 위해, 라는 목적을 가진 암시어. 그 단어가 자신이 행하려 하는 행위를 명확하게 표현할수록 그 효과는 크며, 단순하게 기합을 넣는 것만으로도 발동이 가능하지만, 그 효과가 떨어지는것은 어쩔 수 없는 일. 8만8천개의 차크라의 실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빛의 막에 둘러싸여진 자신의 신체.
"동조."
그 차크라를 자신의 손에 쥐고있는 막대기에 연결한다. 톱니바퀴가 들어맞는듯한 감각과 동시에, 자신의 힘을 개방하기 위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적홍색의 빛의 검을 머리속에 이미지한다. 색깔을 떠올리는것은 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기 위해서 이다. 실제로 아버지는 검의 형태를 만들지 않고서도 그 물질화를 끝낼 수 있지만, 애초에 순수한 예니체리의 혈통이 아닌 혼혈인 나로썬, 이정도가 한계이다. 차크라의 전도율이 턱없이 부족했다. 예니체리에 걸맞는 카르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신경계가 이미 인간의 것 이기 때문에, 자신은 결코 힘의 끝을 볼 수 없었다.
"구현."
차크라의 칼날이 자신의 눈앞에 구현된다. 100cm정도의 붉은 빛의 칼날. 이정도의 구현화라면, 이제는 약 10분이상 유지가 가능했다. 처음 검을 잡았던 때에는 구현은 커녕 전개과정에서 차크라가 역류해서 반신마비가 오기도 했었다. 칼날의 이미지를 점점 확산시킨다. 1m...2m...3m... 끊임없이 길어져가는 검신의 길이에 따라 자신의 몸에 몰려드는 과부하도 증가한다. 자신이 늘릴 수 있는 검의 길이는 약 20m. 물론 유지는 길어봐야 30초. 전신에서 땀이 흘러나오고 양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후우...."
뜰에 쓰러져 땀을 식힌다. 아직도 멀었다.
"7년동안의 단련의 결과가 겨우 10분으로 끝난다니..."
이정도로 괜찮을리가 없다. 실제로 예니체리들의 싸움은 일순간의 결정되는것이 대부분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1의 결투상황일때나 하는 이야기. 예니체리들의 진정한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에게 강한 피해를 입히기 위한 무기라고 보는게 가장 타당하니까.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군...이런건."
아버지와의 훈련이란것은 언제나 끊임없는 대련. 검술의 기본따위는 알고있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사라져버린 지금, 할 수 있는것은 신체단련과 검의 유지 정도뿐. 기술을 늘린다던가, 하는게 불가능했다.
"고민해도 소용없나..."
옆에 놓아두었던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집으로 향한다. 들어가서 샤워라도 하고 잘까. 주택가에서 좀 떨어진 건물의 옥상. 한 소녀가 날카로운 눈매로 청년을 관찰하고 있다.
"이상하군요. 장난수준의 구현밖에 못하잖습니까 저건. 정말로 저게 오린의 관계자이긴 할까요?"
"...이상하군. 정보상으로는 분명이 맞을텐데?"
그러자 비웃음과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소녀가 입을 열었다.
"오웬 님이 손을 델 필요도 없을거 같군요. 저정도라면 종사 한두명만 있어도 처리가 가능할겁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검은 의복의 남자는 눈빛조차 바꾸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오린의 미끼일지도 모른다."
"오웬 님께서 그렇게 말하신다면 주의하겠습니다만, 당초의 목적이 보이질 않는군요."
소녀의 물음에 오웬은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남자의 일이다. 쉽게 찾는것이 불가능하단것은 이미 알고 있을터. 그리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곳에 잠입중인 우리 13명이 전부 덤빈다고 해도 그를 이긴다는건 쉽지 않다."
그러자 소녀가 인상을 찌푸린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대평가하시고 계신 것은 아니신지요? 물론 그가 메디나에서도 최강을 자랑하던 예니체리였고 또 오웬의 은사시기도 하지만 그것도 이미 4년전의 일입니다."
"메디나의 전사의 후예들이라면 누구나 다 한번씩은 듣는 영웅담의 주인공이 바로 그다. 대영웅이라는 칭호는 그렇게 간단히 붙는게 아니야..."
"하지만 지금은 발툰의 협력으로 인해 수많은 영웅들이 태어났습니다. 그 대표격이 바로 오웬님이죠."
자신만만한 표정의 소녀를 보며 오웬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분명히 나는 강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을 가질 수 없는것은 그 공포의 하루가 나의 심장에 비수를 박아넣었기 때문이다."
"...."
"말이 길어졌군. 궁니르의 손질은 끝내두었나? 감시에 대해선 독자적 판단을 허용하지만 할일없이 모습을 드러내거나 하지는 말도록."
"예."
"후..그럼 나는 탐색행동에 들어가겠다. 정기보고는 잊지 말도록."
검은 도시의 숲으로 그들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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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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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서 다 읽어놓고 내용이 생각도 안난다는 ㅡ,.ㅡ ;;
이런이런.. 긴 것도 좋지만 너무 길어도 독자들한테는 안좋아요..
특히나 책이 아닌 인터넷 소설이기때문에 더욱 더 그렇죠.
다음부터는 좀 짧게 쓰시는 것이 좋을 듯 하네요 ^^ |
2006-07-05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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