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안은 그만 헛바람을 들이키고 말았다. 그렇게 먹고도 또? 리오네가 설거지를 하기 위해 접시들을 수차례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에는 클로에가 비운 접시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루시안은 아무 말 없이 클로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분명히 몸보다 먹은 양이 더 많은 것 같은데……?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힝……」
루시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클로에의 커다란 눈망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한 보랏빛 머리카락이 눈을 덮을락 말락한 위치에서 흔들려 안그래도 산만한 루시안의 정신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루시안은 거칠게 머리를 벅벅 긁으며 위그든을 불렀다.
「쳇, 아저씨!」
「네, 손님」
위그든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왔고 루시안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생선튀김 2인분 더 갖다 주세요」
「알겠습니다, 손님」
「저, 근데 저희가 지금까지 얼마치나 먹은 거죠?」
위그든은 루시안의 질문에 만면에 미소를 띠며 머리를 긁음으로써 상당히 많은 숫자들을 계산하고 있다는 것을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그든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듯 머뭇거리다 큰 인심이라도 쓰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주문한 생선튀김까지 320셀인데……. 내 인심 한 번 쓰겠네. 딱 300셀만 내시게」
10링만 있다면 아이들은 입을 심심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리고 1셀은 100링과 같은 값이다. 100셀이면 집에 가구를 들일 수 있고 300셀은 고급스러운 검 하나를 살 수 있는 돈이다. 가장 값 싼 검은 240셀 정도로 살 수 있다. 하여튼 300셀이나 하는 돈은 루시안같은 소년이 아니라 성인이라도 선뜻 쓰기 어려운 돈이었다. 위그든은 루시안의 표정을 살폈지만 루시안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그건 어음 아닌가?」
「안 되나요?」
안 될 것 없지. 위그든은 루시안으로부터 어음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어음의 발행인을 살펴보던 위그든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이……, 이건 플로시오스 가문의……. 그렇다면 손님은……?」
「아뇨. 제가 물건을 팔아서 받은 어음입니다. 물론 진짜입니다」
「그, 그렇군. 은행의 직인과 플로시오스 가문의 문장 모두 찍혀 있군」
「예. 아시겠지만 은행원들은 모두 마법사지요. 마법으로 만든 종이로 어음을 만들기 때문에 절대 가짜는 나올 수 없습니다. 물론, 간혹 어음을 처음 보시는 분들은 같지도 않은 어음에 속아 넘어가기도 하지만 아저씨는 이 마을에서 제일 큰 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니 알 수 있으시겠죠?」
위그든은 물론 어음을 본 적이 있다. 딱 한 번이지만 그 첫 번째 어음을 주신 분이 어음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해 주셔서 진짜 어음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