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인간, 무협세계로 가다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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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인간, 무협세계로 가다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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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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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2.22 19:43:01 조회: 333 추천: 0 |
홍익의 안내를 받으며 크리제가 도착한 곳은 화산파가 위치한 연화봉이었다. 둘이 연화봉을 걸으며 화산의 정문에 들어섰을 때 홍익의 서찰을 미리 받은 매화질풍검 유진환의 모습이 둘의 시계에 들어왔다. 유진환과의 거리를 좁힌 홍익은 예를 갖추며 포권을 취했고 크리제는 그저 무뚝뚝하게 그의 얼굴만을 주시하며 작게 읊조렸다.
「 나와 만난 적 있나? 」
크리제의 의구심이 가득한 말투에 유진환은 껄껄 웃으며 화답했다.
「 일전에 소저에게 추파를 던졌다 호되게 망신당한 녀석이 바로 제 아들입니다. 지금 와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일전에 제 아들이 소저에게 큰 무례를 저지른 점,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
유진환은 정중히 예를 갖추며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이에 크리제는 그때 일을 상기하다 이내 생각을 접어버리고 짧고 굵게 답했다.
「 그렇게 하지. 」
「 감사합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화산의 어르신들이 소저를 뵙고자 합니다. 」
홍익이 앞장서며 유진환과 크리제를 장문인을 위시한 열두 명의 장로들이 섭매전으로 데려갔다. 섭매전은 화산파에 일이 생겼을 때 장문인과 열두 장로들이 모이는 회의실이었다. 하지만 중대한 일이 아닐 시엔 섭매전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홍익을 따라 화산파 중심부로 들어가자 서서히 섭매전의 거대한 위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섭매전 입구엔 장문인과 그 뒤를 따르는 열두 장로들이 가슴에 매화문양이 수놓인 적의 무복을 차려입고 자리하고 있었다.
「 화산파에 온 것을 환영한다. 」
가장 선두에 있던 화산의 장문인 매화검선 천지인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천하제일오검수의 수장을 맡고 있으며, 검의 깊이로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경지에 이른 무인으로서 정사구분 없이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100년 전, 정사연합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아수혈교의 수장, 아수라파천도[阿修羅破天刀] 위지천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인물이기도 하다.
「 본인은 이 화산파를 다스리는 매화검선이라 하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
「 내 이름은 크리제다. 인식번호 011054번 - 콜사인 - S2. 」
··웅성웅성
크리제가 운을 마치자마자 열두 장로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기 시작했다. 지금 크리제가 하는 말들은 저들의 이해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나있었다. 더군다나 크리제란 이름은 현실에서나 적용될 이름이지 이곳에선 낯선 이방인의 언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러 번 이런 경우를 겪은 크리제지만 그럴 때마다 왠지 짜증이 절로 밀려왔다. 크리제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 당신들도 내가 하는 언행과 언사가 납득이 되지 않는 모양인데, 나 또한 너희들의 언행과 언사가 납득이 안 돼. 뭣 때문에 날 여기로 대려 왔는지 이유나 설명해. 」
「 말버릇이 고약하구나! 」
잠자코 듣고 있던 청진장로가 노성을 터트리며 고함을 질렀다. 구파 중 최고반열에 올라서 있는 화산의 문전 앞에서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애송이가 까마득히 높은 대선배 앞에게 예의는커녕 건방지게 반말이나 찍찍 내뱉고 있는 모습이 장로들에 눈에 좋게 보일 리 만무했다. 그것도 검의 진의를 깨우친 검성[劍聖]조차 그에게는 한수 접어주고 들어간다는 천하제일오검수의 수좌 매화검선 앞에서··· 크리제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이 상한 것이 틀림없었다.
「 생판 알지도 못한 이에게 그런 망발을 들은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
「 뭣이?! 」
「 그만 두시오, 청진장로. 이러려고 그녀를 데리고 온 게 아니잖소. 」
「 ······ 」
매화검선에 한마디에 청진장로는 끓어오르는 화를 겨우 참아내며 말을 삼켰다. 확실히 크리제에 행동은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무림의 대선배로서 예의가 아니더라도 경로사상을 받들어 기본적인 예의는 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제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프로그램이 입력되지도 않았다. 현 크리제의 시대는 암흑시대. 마약이 판을 치고 살인이 난무하며, 막강한 권력으로 모든 걸 지배하려는 인간들로 꽉 찬 세상이다.
거기다 하이테크놀로지의 과학을 이용해 복제인간을 만드는 등, 살아있는 인간을 실험체로 삼아 양산 형 키메라로 만드는 등··· 행해지지 말아야할 온갖 불법들이 하늘을 꿰뚫고 신을 능멸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대 중죄를 그들은 스스로 지려하고 있다. 그런 놈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바로 최강의 육전병기 파괴 신 크리제였다. 그녀를 만든 이는 레이첼. 로제스 레이첼. 그녀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연구진들이 모여 10년간 심혈을 기울인 끝에 완성되었다.
크리제가 만들어진 목적은 암흑가를 주름잡는 바담을 쳐부수기 위한 것. 그녀에게 상관이란 존재는 없다. 동료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예의범절이라는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을 리는 만무했다. 적들을 파괴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에게 말이다. 분위기가 급속도로 저조해지자 매화검선은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자조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 노부가 너를 여기까지 데려오라 했던 이유는, 화산의 제일기재라 손꼽히는 질풍검 유환권을 손쉽게 제압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그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이 자리에 데려 온 것이라네. 」
「 즉, 그 말은 나의 실력이 궁금하단 이야긴가? 」
「 명석한 아이로군. 잠시 노부에게 시간을 내어 너의 검기를 견식 할 기회를 주지 않겠나? 」
「 검기[劍氣]? 」
검기란 몸속에 있는 기를 검에 응집시켜 밖으로 뻗어 나오게 한 것이며, 검을 타고 나오므로 그 기의 형태 또한 예리해져 절단하지 못할 것이 없다. 내공심법을 익혀 꾸준히 내공을 쌓다보면 자연스레 발생되는 기운이므로 검의 가장 기본적인 내공형태라 할 수 있다. 기본적이라 해도 그 기운은 너무도 막강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고 파괴적이다. 매화검선과 열두 원로 그리고 유진환과 홍익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유환권을 간단하게 제압한 실력의 소유자라면 필시 막강한 내공의 소유자 일 것은 자명한 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크리제는 몸 전체가 기계로 이루어진 사이보그. 내공이란 것이 있을 리 만무하였다. 속세를 벗어나 무림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절정고수가 지금 눈앞에서 춤사위를 벌이려 하고 있다. 장문인과 원로들의 눈엔 분명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 검기란 낱말의 뜻이 무엇인지 나에게 가르쳐 주지 않겠나? 」
··쉬이이잉~
매화향이 깃든 산들바람이 장문인과 열두 장로 그리고 유진환과 홍익의 볼을 살며시 스치고 지나갔다. 썰렁해 마지않는 어색한 침묵이 섭매전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이 어색한 침묵이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뭐라고?! 」
느닷없는 크리제의 언사에 모두 마음이 일맥상통했는지 장문인과 열두 원로, 유진환과 홍익은 경악에 휩싸인 눈으로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를 쳐다보았다. 특히 가장 기대감이 컸던 매화검선 천지인의 얼굴은 혼자보기 아까운 진풍경이었다. 턱이 빠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입을 찢을 수 있을 만큼 벌린 매화검선은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고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억누르며 심호흡을 하였다. 회복이 가장 빠른 매화검선이 첨벙첨벙 거리는 내면의 호수를 잠재우려고 애쓰는 열두 원로와 유진환, 홍익을 대신해 물었다.
「 검기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느냐? 」
「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말이지. 」
「 검기를 모른다면 내공심법도 모를 것이고, 내공심법을 배우지 않았다는 얘긴 사문도 없을 거란 얘기고··· 그럼 넌 단순한 체술로 환권이를 제압했다는 것이냐? 」
「 체술? 그건 또 뭐지? 」
놀라움에 연속이었다. 매화검선, 150세수를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빼도 박도 못하는 경우는 처음 겪어 보았다. 어떻게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 물론 이들이 멋대로 단정 지은 것뿐이지만, 검기와 내공심법, 더군다나 외공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체술 조차 모른다니···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이보다 현실감 있을 것 같았다.
「 내 만장단애 같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이토록 날 놀라게 만든 이는 네가 처음이구나. 」
「 놀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
「 아니야, 아니야. 충분히 놀랄 일이야. 그런데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탄지공을 썼다고 하는데··· 내공 없이 탄지공을 썼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구나. 」
「 탄지공? 」
크리제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이에 매화검선은 그녀의 물음에 간단히 답해주었다.
「 내공을 손가락에 응집시켜 튕겨내는 무공으로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적을 꿰뚫는 관통력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사용자의 내공에 비례해 그 힘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도 있고 또 급격하게 저하 될 수고 있는 무공이라네. 」
매화검선이 말한 내용 중 99%정도 이해를 못했지만 1%는 알아들었다. 그것은 관통력. 자신의 주 무기인 역십자 저지먼트도 상대의 몸을 관통시켜 숨통을 끊는 무기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홀스터에 담긴 저지먼트를 꺼내 매화검선 발치에 몇 발 쏴주었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 이것을 말하는 것인가? 」
··퓨슈슉~
뿌연 먼지가 구멍이 송송 뚫린 지면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크리제의 갑작스런 행동에 매화검선은 구멍 뚫린 자신의 발치와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보다 만면에 희열을 띠었다. 150세수를 사는 동안 가장 재미있는 여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파안대소하며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 허허허허허! 그것이 목격자들이 말한 탄지공이란 건가? 재밌군. 참 재미있는 물건을 소지하고 있어. 그것은 대체 뭐에 쓰는 물건인고? 」
「 총기다. 강철합금으로 특수제작 된 총기이며 관통력에 있어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매그넘을 상회하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대전차의 장갑판도 단번에 꿰뚫는 EES로 만들어진 엘리멘탈 탄환은 이 저지먼트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나노머신을 기동했을 때 발생되는 에너지가 저지먼트와 접촉을 하게 되면 나의 뜻에 따라 캐논형태로 모습을 변모시킨다. 그것을 이데아캐논이라 하지. 이데아캐논의 파괴력은······ 」
「 거기까지 하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군. 」
도중에 말을 잘라먹은 매화검선은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중재하고 나섰다. 대체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기관에 있어서 하늘을 우롱한다는 천기관장[天汽罐匠] 하벽수의 백팔멸괴진[百八滅壞鎭]의 파훼법도 이보다는 난해하지 않을 것이다. 매화검선은 발을 때며 그녀의 근처로 다가갔다. 크리제는 경계했다. 알이 디펜시브를 펼쳤다. 하지만 크리제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매화검선은 공격의 의사는 없어보였다.
그는 자상한 미소를 띠며 크리제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 재미있는 아이로구나. 너의 대해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지만 마음에 든다.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면 이 화산에 머물러 주지 않겠느냐? 」
「 ······ 」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이런 감정은 프로그램 되어 있지 않을 텐데···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마음은 편안했다. 레이첼과 그녀의 동료들을 상대할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그녀는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리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 알겠다. 」
밤하늘에 별을 연상케 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미소는 만인에 미소를 절로 자아낼 정도로 반짝였다. 신의 예술성이 최고조로 발휘된 그녀의 모습은 언제보아도 신비롭고 성결함이 가득했다. 매화검선 천지인은 저도 모르게 홍조를 붉혔다. 그건 열두 원로와 유진환, 홍익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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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는 가져다 붙이는 식으로 썼으니 그거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말하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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