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프롤로그
|
『레이븐』-프롤로그
|
|
나이트메어
|
날짜: 2006.02.23 21:42:20 조회: 257 추천: 0 |
프롤로그
그 문제의 전화는 9시 걸려왔다. 18번가 골목에서 로슈 패거리가 마약밀매를 하고있다는 정보. 아니, 사실은 누군가가 골목에 모여 있다고만 들었지만 이 시간에 그것도 인적이 없는 장소에 수상한 놈들이 몰려든다는 것은 마약거래나 불법적인 무언가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부근의 악명 높은 마약 판매상 [로슈 에드가]. 그 녀석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30년 경력차의 르포라이터, 나 맥스웰 D 포드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아아, 그러니까 일 때문에 못들어간다니까!"
아내에겐 항상 그렇듯이 적당한 말로 핑계를 대며 핸드폰을 왼쪽 어깨와 목에 고정하고 오른손으론 사무용 책상 옆에 있는 옷걸이를 잡았다. 쉴틈없이 떠들어대는 아내의 목소리에 맞서며 나는 천천히 군청색 바바리 코트와 같은 색상의 중절모를 썼다.
...어떻게보면 18세기에나 쓰던 구식 패션이지만, 르포라이터의 로망-라기 보다는 나름대로 멋지다고 생각한다.-을 위해 쓰고 다니는 것이다.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죠. 오늘이 무슨 날인지나 알아요?"
통화를 하고 있다곤 하지만 내용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약간 화가 난듯한 아내의 목소리에 슬픈 느낌의 흐느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것이다. 오른손으로 옷깃을 다듬고 나서야 나는 아내가 말한 의도를 알아챘다.
"...벌써 그렇게 됐던가...?"
오늘은 딸의 기일이었다.
"당신이란 사람은..."
전화가 끊어졌다. 이미 끊어진 전화를 잠시동안 멍하게 들고있었다. 그랬었다. 너무도 어이없게 떠나버린 딸을 잊기 위해서 미친듯이 일에만 매달렸다. 하긴 딸이...케이시가 살아있었을 때에도 일에만 빠져있었던것은 마찮가지 였지만...
"어라? 맥스선배, 어디 나가시려구요?"
후배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는 핸드폰을 덥었다.
"그래."
탁한 군청색의 중절모를 깊게 눌러썼다.
"특종이야."
내 예상은 틀렸다. 로슈 패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마약 밀매라는 건 어느정도 맞은것 같다. 익명의 제보자가 말해준 18번지 뒤의 인적없는 골목에는 마약에 취한듯이 비틀거리고 있는 말그대로 수상한 인간들이 있었다.
"우...우워어..."
열명에 가까운 남자들이었다. 밤이라 주위가 어두워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느나라 언어인지 알수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그들의 기괴한 소리는 분명하게 들려왔다. 놈들은 아직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것 같았다. 나는 맞은편 벽에 몸을 숨기고 주머니에 넣어온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들었다.
"앗...!"
실수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버렸다. 그 순간 카메라의 백색 플레시가 찰칵 소리를 내며 번쩍였다.
순식간에 공간이 밝아졌다. 그와 동시에 놈들의 시선은 나를 향했다. 그 짧은 순간, 내 눈에는 헛것을 본것만 같은 괴이한 현상이 포착되었다.
"그어어어...!"
열개의 소름끼치는 시선이 나를 향했다. 셔터가 터지는 순간, 나는 보았다. 그것은 살아있는 인간의 형태를 가진 괴물이었다. 얼굴가죽이 벗겨져 얼굴 근육과 두개골, 그리고 부패된 피부가 드러난 얼굴은 실로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ZOMBIE]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들이 입고있던 옷 사이사이에서 보이는 그것은, 차마 이것들이 서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패되어있었다.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사라진 것과 놈들이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다리가 잘못되었는지 괴상망측한 움직임이었다.
입을 쩍 벌리고서 기괴한 괴성을 지르며 살아있는 시체들이 달려들었다. 나도 모르게 쥐고있는 카메라를 떨어뜨려버렸다. 이 영화같은 상황에 머리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린것같았다.
놈들이 1M앞까지 다가와서야 나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느릿느릿하게 걸어오는 듯했던 좀비들의 움직임은 의외로 빨랐다. 긴장으로 수축된 나의 근육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내 다리는 곧 멈춰버렸다.
"우...우아아악!!!"
내 입에서도 해석불능의 기괴한 비명이 세어나왔다. 그 짧은 순간, 내 눈앞에는 딸아이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여러가지 감정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죽는다.'
결국 마지막에 연상된 단어는 [죽음]이었다. 나에겐 해당 사항이 전혀없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만 생각했던 이 단어가 나의 의식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눈을 감고서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비정상적이다 싶은 정도의 고요에 눈을 떳다. 나는 죽지않았던 것이었다. 사실 놈들이 나에게 들러붙어 나의 살점을 뜯어먹는 처참한 광경을 상상했었으나, 어쩌면 그 광경은 좀비들만 북적이는 것보다 더 기괴했을 지도 모른다. 한 남자가 내 앞에 서있었고, 나에게 다가오던 좀비는 머리가 사라진 상태로 땅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다른 놈들은 어째서 인지 그 남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며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좀비에겐 아무런 지능도 없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려버리는 모습이었다. 놈들은 내 앞에 있는 남자는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느껴졌다. 그 남자는 거의 코트라고 부를정도로 길게 내려오는 검은 색 제복을 입고있었다. 주위가 어두워서 착각한 것이 아니었다. 틀림없는 검은 색이었다. 게다가 확실하게 보이는, 등에 그려진 섬뜻한 느낌을 주는 하얀 까마귀 문양. 장인의 솜씨로 새밀하고 섬세하게 수놓아진 하얀색 문양 밑에는 날려쓴듯한 필기체로 [RAVEN]이라는 글씨가 써있었다. 거의 무릅까지 내려오는 검은 제복의 아래에는 군용부츠와 같이 정교해보이는 신발을 신고있고, 오른손에는 기묘한 장식-지그재그로 나아간 형태로 되어있고 구간마다 작을 글씨가 적혀있는-이 있는 손잡이가 붙어있는 가진 푸른색 검날의 레이피어를 잡고있었다. 뒤에서 바라보고 있긴 했지만 남자의 머리카락은 입고있는 옷 만큼이나 시커면 흑발이었다. 시대착오적인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금 일어난 것을 보고서 그 생각은 금방 사라져버렸다. 나는 곧 좀비들의 움직임이 멈춘 이유를 알수있었다. 검은 남자는 레이피어의 손잡이를 가슴까지 들어올렸다. 순간 그 검날에서 푸른색의 섬광이 어둠속에서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가장 가까이 있던 놈의 머리가 사라져버렸다. 눈에 보이지않을 정도도 빠른 공격이라는 것은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상황에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듯이 그것을 보여주었다. 좀비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레이피어로 공격할만한 거리가 전혀 아닌 위치에서 좀비하나를 아무런 소리도 없이 쓰러뜨려버린 것이다.
"자,자네는 대체..."
"...살고 싶다면 움직이지 마라."
남자의 목소리의 생각했던것보다 의외로 젊었다.
"그워어어어어어-!"
떨어져있는 것 정도로는 더 이상 안전한 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한 놈들이 한꺼번에 돌격해온다. 남자는 자세를 크게 잡았다. 이 광경을 보면 좀비들의 지능은 보통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레이피어는 어디까지나 찌르는 무기이다. 그렇다는 것은 양방향에서 동시 동격을 가했을 때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도 본래 레이피어는 일 대 일 대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결투용 무기이기 때문에. 이 살아있는 척 하고있는 괴물들은 그것을 간파해버린것이다.
"..."
하지만 이 남자에겐 레이피어의 최대 약점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거의 동시에 번쩍이는 푸른색의 섬광은 나름대로의 지혜를 갖고서 돌격해오는 좀비들의 머리와 가슴을 순식간에 꿰뚫어버렸다. 어느세 그 남자는 레이피어를 손잡이 장식과 비슷한 칼집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이거 늦어버렸잖아. 혼자서 가버리는게 어디있어, 대장?"
어디선가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남자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약간 어눌한 억양를 가진 말투의 영어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독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수있었다. 곧 있어 어둠 속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그는 눈초리가 약간 처진 2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금발의 남자였다. 그도 검은색 제복을 입고있었는데 오른쪽 가슴에 [R]이라는 글자가 뚜렷하게 보였다. 나를 구해준 이 남자가 입고있는 옷에도 툴림없이 그것이 써져있을 것이다.
"뭐하는 사람이지? 당신네들은...?"
"음? 뭐야, 목격자가 있었어?"
금발의 독일인 청년은 나의 질문을 무시해버리곤 검은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질문의 답을 해준것은 다름아닌 흑발의 청년이었다.
"...우리는 대 언대드(UNDEAD) 말살 부대, 레이븐[RAVEN]이다."
"들었지? 아저씨, 민간인은 그 이상 알 권리가 없다구."
잠깐 뒤를 돌아본 그의 얼굴은 감정을 읽을수 없을 만큼 검은색의 앞머리가 눈을 덥고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배경은 현대. 태초부터 존재했던, 인류와는 다른 진화방식을 선택한 생물. 언데드(UNDEAD)와 그들을 막기위해 십자군 전쟁 말에 만들어진 대 언데드 말살 부대 레이븐(RAVEN)의 싸움.
대략 이런 이야기 일까나요. 일단은 나름대로의 프롤로그지만 다음편은 언제 쓸지는 나메의 의욕에 달린 ㅇ...[<]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