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기 만한 저 하늘. 끼룩 끼룩- 무리에서 한참 뒤떨어진 갈매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려고 하더니 이내 다시 떨어진다. 포기하겠지. 하지만 갈매기는 오르고 또 오른다. 스물 한번 떨어지면 스물 두 번 올라간다. 고놈 참- 대단한 근성이로다. 인간보다 더 인간답지 않은가? 노력하지도 않고 칭얼대는 이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아라. 허허. 그것 참 우습지 않은가? 왜 인간들은 이렇게 나약하고 의지가 약한 것인가. 수백 번 되물어보아도 내 텅 빈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언제나 같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도 안다. 내가 바보인줄 아느냐? 인간이기 때문에 생각을 하게되고 그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고 좌절하는 것이니라. 무엇 때문에 내가 그것을 모르겠는가. 그런 것을 수도 없이 겪어보았던 본인이니라. 그로 인해 인간은 번창했다가 멸망하는 것이고, 착했다가 악해지는 것이고 악했다가 착해지는 것이니라. 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사귀는 여자를 질투하는 것인가? 왜 돈 많은 사람들을 시기하는 것인가? 왜 약한 이를 보면 괴롭히는 것인가? 왜 사람이 태어나면 기쁘고, 죽으면 슬퍼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의 정답(正答)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모른다.'
그래. 모를 것이다.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지. 그것만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대는 강한가? 왜 난데없이 이 말을 하느냐고? 강하면 약간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지. 약하면 영원히 제자리에서 머물게되는 것이다. 하지만 강하면, 강하다면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죽을 때까지 절대로 다가갈 수 없는 그곳. 신지(神地)!
'그렇군.'
그렇다. 신지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 하하. 그전에 운명이 닿을 수 있는 운명인가가 중요하겠지. 나는 어떠냐고? 나는 그것에 대한 절반을 취하였다. 절대적인 힘을 원하지만 그곳에 도달하기에는 너무 멀고 힘이 든다. 강하지 않느냐고? 그렇다. 나는 강하다. 하지만 나보다 강한 녀석들이 있다. 몇 명이나 있냐고? 모른다. 수십에서 수백, 아니면 수천이겠지. 기하급수적으로 나의 적은 늘어만 갈 것이다.
'아군으로 만들어라.'
후후.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구나.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하지는 않겠다.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 속에서 가장 악한 존재라고만 알려주지. 그들의 입장에서 나는 최악이다. 이세상의 종말을 알려주는 대리인이기도 하지. 그렇다면 보통의 인간보다 강하지 않겠냐고? 물론이다. 난 인간보다 강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이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