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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8.19 00:46:22 조회: 582 추천: 0 |
“여보 드디어 블러드 백작님이 오셨네요.”
드디어? 내가 오길 기다렸단 건가?
“안녕하세요. 백작님? 자 이쪽으로 드시죠.”
작은 체구의 남자가 날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엔 수백 년은 훨씬 넘어 보이는 뱀파이어들의 물건들이 고풍스러움을 풍기며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것들은 조상들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라기 보단 외국 먼 지방에 여행가서 사온 기념품들처럼 여기저기 보기 좋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 귀한 유산들을 이딴 식으로 관리하다니 아무리 무지하다지만 이리도 무지할 수 있는 건가? 난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분노감이 들었지만, 겨우 참아냈다.
“포아나경은 어디 있는가?”
내가 목소리를 높여 말하자. 그가 입에 손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서랍에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 내게 건네줬다. 곰팡이 내가 심하게 나서 자동으로 코를 움켜잡게 됐지만, 편지를 건네준 이의 표정이 워낙 심각하여, 그 편지를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친애 하는 전하. 전하께서 이 편지를 읽으실 때면, 세상은 많이 바뀌었을 겁니다. 아 먼저. 전하께서 가장 궁금해 하실 로메니아의 최후에 대해 말씀해드리죠. 전하께서 관속에서 잠에 드신 후 로메니아는 전쟁에서 패배하여 마왕에 꼭두각시인 전하의 동생에게 왕위가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로메니아의 뱀파이어들은 마왕의 지배에 순순히 복종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마왕은 교황에게 정화의 의식(뱀파이어를 뱀파이어의 권능을 버리고 일반적인 본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의식, 로메니아의 경우 대부분의 뱀파이어의 본모습은 인간이었다.)을 위해 성직자들을 로메니아에 파견해줄것을 요청하며 교황에게 막대한 금을 퍼다주었습니다. 교황은 그런 금을 받고, 전하께서 교황에게 맹세했던 충성도 배반한 채 성직자들을 파견해 로메니아의 뱀파이어들을 모조리 인간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무차별적인 정화의 의식은 뱀파이어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때마침 같이 시작된 종교재판은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심한 공포를 안겨줬습니다. 은십자가에 매달린 채 화형을 당해 타죽어가는 동포들을 본 우리는 결국 정화의 의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핑계라고 비판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제 앞에서 은십자가에 매달려 화형당하는 뱀파이어 동포들을 보고 있자면, 뱀파이어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허망했다. 내가 마왕과 전투를 하기 전에 했던 일은 켄타로우스왕에게 지원약속을 받는것 이외에도 교황의 세력권에 들어가 보호를 받고자 했던 것인데, 교황은 그런 식으로 우릴 배신했다. 적어도 교황이란 존재가 교황령 확장을 위해 마왕의 사주를 받고 뱀파이어들을 척살하다니....... 엄청난 분노심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렇다면 혹시?
“자네도 그럼 뱀파이어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포아나경의 후손이 뱀파이어가 아니다. 그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꺼다. 그러나 너무 하지 않는가? 4백년간 믿었던 유일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에 대한 실망감에 가슴이 아파왔지만, 다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후 로메니아에는 뱀파이어가 없습니다. 적어도 겉으론 말이죠........ 자신이 뱀파이어라고 밝히게 되면 화형 당할게 뻔하기 때문에. 로메니아엔 모두들 보통의 인간이나 고블린, 켄타로우스들 뿐이 없습니다.]
자신의 왕국이 사라졌다. 겨우 마왕과 교황이 손을 잡고 펼친 음모 하나 때문에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해낸 뱀파이어들의 왕국이........
[지금 현재, 전하의 왕국 이외에도 켄타로우스 왕국, 와이트리아 등은 이미 마왕에 손아귀에 넘어갔고, 마왕은 이제 문명세계마저 정복하기 위해 엘브로즈 신성제국의 수도인 웬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웬마져 마왕의 손에 들어가고 황제가 마왕에 굴복한다면, 전하께서 깨어나셨을땐 온통 마왕의 영역으로 전 세계가 뒤덮어 있겠죠?]
끔찍하다. 와이트리아야 워낙 위태위태 했으니 마왕이 충분히 점령할 수 있다 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 같던 켄타로우스 왕국마져 넘어갔으니....... 아무래도 이 곳에서 오래 머물다간 다시 마왕에게 추격당할 것 같다.
[전하, 그러나 희망을 버리고 다시 관속으로 들어가진 마시옵소서. 정화의 의식을 강요받자 수많은 로메니아의 뱀파이어들은 드네실렌과, 엘베리아, 그리고 신성제국 내로 들어갔습니다. 아마도 전하가 깨어나실 때 쯤 이면, 세계 곳곳에서 숨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뱀파이어들이 꽤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마왕의 영역을 벗어나셔셔 후일을 도모하소서.
{전하의 영원하며 끊을 수 없는 피로 이뤄진 충성스런 기사 포아나 1577년 1월. } ]
낡고 냄새나는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런 날 그저 지켜만 보는 포아나 경의 후손. 로메니아의 백성임은 분명하나, 그는 뱀파이어가 아니였다. 확 지금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릴까?
또 다른 뱀파이어에 대한 오해로 뱀파이어에게 물리기만 해도 뱀파이어로 변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건 100% 거짓말이다. 우리 아버지도 뱀파이어였고, 우리 어머니도 뱀파이어였다. 그럼 뱀파이어는 그런 식으로만 태어나느냐? 그것도 아니다. 뱀파이어는 의식을 통해 다른 일반적인 생명체들을 뱀파이어로 만들 수 있지만, 그 의식이란게 매우 힘들기(생명에 무리가 올정도로) 때문에 뱀파이어가 결혼하려는 배우자가 뱀파이어가 아닐 경우에만 뱀파이어로 만든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생판 모르는 남을 뱀파이어로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자네는 그럼 뱀파이어가 될 생각이 없나?”
“전 아내도 있고, 이제 재롱부리는 자식들도 있습니다.”
본인이 싫다는데 어쩌겠나. 내가 좀비되기 싫다는 시체, 억지로 좀비 만들어버리는 리치도 아니고, 내 생명에 무리가 올만큼 힘든일을 해주겠다는데........ 거절하다니 별 수 없다. 그러나 포아나경의 후손이란 놈도 이런식인데 다른 백성들을 어찌할꼬.
“저기 백작님?”
“왜 그러는가? 그리고 난 백작이 아니라 로메니아의 왕일세 처음 받은 작위가 백작이었을뿐이야”
“편지 내용을 읽어보시고 많이 당황하셨겠지만, 이건 백작... 전하께서 관 속으로 들어가신지 백년정도 밖에 안된 내용입니다.”
에이 겨우 백년? 하긴 정화의 의식을 치뤘다면, 더 이상 불사신일 수 없었을테니 인간들보다 조금 더 오래살았을 것이다. 그럼 나머지 삼백년 동안 세상이 더 변했을텐데.......
“그럼 그 삼백년간의 얘기를 해줄 수 있나?”
비록 포아나경과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가 알고있는 삼백여년의 역사는 실로 놀라운 내용의 연속이었다. 양털깎는 섬동네에서 한 엘프여왕의 우수한 지도력으로 대 제국으로 탈바꿈한 엘베렌드, 가장 빨리 종족통일을 이루고 세계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던 드네실렌, 통일한지 10년도 채 되지않은 오크제국, 마도제국의 침략을 막아내고 켄타로우스, 와이트리아, 고블린들의 영토에 이르는 대 제국을 건설한 엘브로즈 제국.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역사들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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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설명
엘베렌드 : 엘프들의 나라로 북부의 요정과 흡고블린들이 거주하는 섬을 합쳐 GE(Great Elves)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나기관을 이용해 산업혁명이 제일 먼저 일어난 나라이며, 세계에서 제일 강한 해군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다. 세계의 모든 문제에 개입하며, 겉으론 엘프 특유의 정의로움을 강조한다.
엘브로즈 제국 : 다민족의 인간황제가 지배하는 제국. 불과 50년전만해도 신성제국의 황제로써 교황의 영향력아래있는 모든 곳에서 황제의 권위를 내세울 수 있었지만 슬라프켄 전투에서 드네실렌의 폴레네스1세에 패한 뒤 신성제국은 멸망시키도록 사인했다. 이후 제국은 넓은 영토에 수많은 민족들이 불안정하게 분포되어 불안정한 제국의 행보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드네실렌 : 인간들이 다수 살고있는 나라로 언제 성립된지는 알 수 없으나 유서깊은 나라이다. 산업시대를 맞이한 후 사회를 안정시키지 못한 왕실은 혁명을 맞이했고 그 결과 공화국이 되었으나 공화국의 잔인한 정치도 민중의 불안정을 해소할 수 없었다. 결국 공화국의 공포정치는 무미아 원정을 떠났던 장교 폴레네스1세의 쿠테타로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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