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쿠
|
날짜: 2006.08.06 13:26:46 조회: 546 추천: 0 |
몇 년이 지났을까? 류진의 나이는 25살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이미 천하삼십육검(天河三十六劍)을 극성은 아니더라도 7성까지 익히는 데는 성공했다. 아직 무림에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그는, 이번에 사부의 도움을 얻어 무림에 나가게 되었다. 물론 최근 정파가 연합을 결성하여 만든 무림맹(武林盟)에 우리 청룡문의 뜻을 전하기 위해 가는 것 이지만 그래도 초출(初出)이라 그런지 몹시 긴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떨지 말거라, 사내가 그렇게 떨어서야 원......”
류진은 쑥쓰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네 사형들도 처음 나갈 때 너처럼은 떨지 않았다. 으이구, 그래서야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을 제대로 넘을 수나 있겠느냐? 쯧쯧쯧,”
“사부님, 너무 하십니다. 전 아직 나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저를 보고 무림맹에 가라니요. 여기 사형들도 많은데, 하필 왜 저를......”
“크크크, 네 이름을 세상에 알릴 기횐데, 그걸 이 사부가 마다할 이유가 없지. 니 사형들은 그런데로 명성을 얻었지만, 너는 아직 아무것도 없지 않냐. 그러니 이 기회에 너의 실력도 확인하고, 세상의 이치도 확인 하거라. 천천히 돌아와도 되니, 세상 구경 좀 하고.”
하고선 사부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무일푼일 뿐이다. 은자 5냥밖에 안 되는 돈이다. 가면서 비용으로 쓰 거라.”
류진은 천천히 그 돈을 받아들었다. 은자 5냥이면 굉장히 큰돈이다. 한 가족이 1년에 최대한 많이 써도 은자 3냥이 넘지 않는걸 보면 그 돈은 굉장히 큰돈 이였던 것이다.
“그럼 저는 이만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류진은 등에 검 집을 끼워서 매고는 그 안으로 칼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품속에 돈이 들은 주머니를 넣고는 사부와 수년간 함께해온 사형들의 배웅 속에 장안성(長安城)에 위치한 무림맹으로 향하는 첫발을 내디게 되었다.
간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제 막 화타산을 빠져 나가려는데, 어느 한 산적 무리가 류진의 앞길을 막아섰다.
“크흐흐, 이봐 이 자리에서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어서 가진 것 다 내놔. 그럼 이 길을 순순히 지나가게 해주지.”
털이 수부룩하게 난 자가 말했다.
아마도 그가 이 무리의 대장 같아 보였다. 들고 있는 무기로나, 품세로나 말이다.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엄청나게 큰 철퇴였다. 그리고 그 자를 중심으로 10여명이 류진을 둘러쌌다.
“크흐흣, 왜 안주는 거냐? 그래 이 자리에서 죽고 싶다 그거냐? 원한다...... 꺼억!”
류진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검을 뽑아 그자의 앞에 칼을 들이밀었다. 그러곤 말했다.
“가진 것 다 내놔라.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말이지. 그럼 이 칼을 순순히 치워주지.”
두목은 재빠르게 허겁지겁 자신의 품속에서 귀금속등 여러 가지 물품을 류진의 앞에 모셔(?)놨다. 그러자 류진은 순순히 칼을 치워 다시 등에 있는 검 집에 꽂아놓고, 땅에 있는 귀금속을 주워 자신의 품속에 넣어두었다.
“훗, 잘 있거라~”
라는 말과 함께 류진은 산길을 따라 길을 떠났다.
허무한 표정을 지은 산적두목은 자신의 수하들을 보더니, 오히려 수하들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이 녀석들! 다 니 녀석들 때문이야! 이놈들”
-퍽!퍽!퍽!
“어이쿠, 두목 살려주시와요. 어이쿠, 아이구 내 허리야.”
* * *
산적들이 그렇게 두들겨 맞고 있을 때, 류진은 양심에 찔리는 듯, 자신이 훔친 귀금속 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 조금 양심에 찔리지만. 흐흐, 이걸로 포식 좀 하면 그만이지 뭐~ 아, 다음에 또 산적들이나 도적들이 나왔으면 좋겄네. 그걸로 새로 검이나 맞추게. 이 검은 아무리 사부가 해준거라도, 구린 철로 했는지 날이 금방 상한단 말이야. 우선 다음 성에 도착하면 대장간부터 들려야 겠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류진은 벌써 낙양성에 도착을 했다. 낙양성은 과거 한나라의 수도여서 그런지 모든 상업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주변의 치안도 유지가 잘 되어져 있었고, 여러 기물포상과, 음식점들이 줄을 서고 있는 곳이었다. 우선 류진은 자신의 검을 수리하기 위해, 근처 대장간으로 갔다.
“이보시오.”
밖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자 열심히 망치로 두들기던 한 노인이 밖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런데로 생긴 남자가 서 있자, 노인은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 검을 수리하러 왔습니다.”
하고는 등에 메고 있던 검을 풀어 노인의 손에 올려두었다.
노인은 검을 받더니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검을 뽑아들었다. 예리한 살기가 느껴지는 검은 군데군데 날이 상해 있었다.
“날이 상해 있군요. 그래도 합금(合金)으로 만든 것 일 텐데 이정도로 날이 손상한 거라면 꽤 험악하게 쓰신 것 같습니다.”
노인의 말에 류진은 과거를 회상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사부와 검을 맞부딪치고 단단한 고동나무로 만든 허수아비를 베고 또 베었으니 그정도 손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저, 얼마나 걸리겠소? 또 돈은 얼마나......”
노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했다.
“음, 이정도의 손상이라면 지금 당장 고칠 수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니까요. 동냥 닷냥만 주시면 됩니다.”
류진은 너무나 싼 값에, 놀란 표정으로 그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은 류진이 놀란 표정을 짓자, 의아해 하며 물었다.
“노부가 너무 비싸게 불렀나요?”
“아.. 아니요 너무 싸서요.”
류진의 황당한 말에 노부는 미소를 지으며 웃기 시작했다.
류진은 이왕 이렇게 된 거, 검을 새로 살 생각까지 했다.
“저기 혹시 파는 검이 있습니까?”
“하하하하, 예. 있구 말구요. 자 들어오세요.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검이 있습니다.”
류진은 노인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가히 대장간이라고 할 만큼 무수히 많은 검들로 가득 넘쳐 있었다. 류진은 장식이 호화로운 검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중 유난히 검은색의 검을 집어 들었다. 칼날받이도 없이 수수하게 만들어진 검을 들자 노인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류진을 보았다.
“검을 알아보시는 분이시군요. 그 검은 어디서 굴러왔는진 몰라도 대단한 명검입니다. 날이 상당히 날카롭고, 그 가운데에 장인의 솜씨로 새겨진 글씨까지 있는 것으로 봐서 이름난 장인이 만든 검입죠.”
류진은 그 말에 당장 검을 뽑아들었다. 가히 노인의 말대로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듯 했다. 검에는 은은한 백색의 빛이 묻어났고, 가운데에 새겨진 글자에는 ‘무검(武劍)’이라는 짤막한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이 검으로 하겠소. 칼날받이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군요. 얼마입니까?”
노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얘기했다.
“은자 1냥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가격이라고 노부는 생각 합니다.”
류진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말했다.
“좋소. 그렇게 하도록 하죠. 칼날받이는 언제쯤 완성되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칼날받이 부치는건 몇 각(분) 안걸리니 까요.”
하고는 류진이 고른 검을 가지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2각(30분) 정도가 지나자 노인은 칼날받이를 붙인 검을 들고 나왔다.
“검이 좀 수수한것 같은데, 뭔가 장식이라도 넣어 드릴까요?”
노인의 말에 류진은 당혹스러워 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상태의 검에 류진은 만족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여기 은자 1냥입니다.”
노인은 류진이 주는 돈을 받고는, 류진이 대장간을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짤막하게 혼잣말을 했다.
“대단한 고수군, 사문(師門)이 어딘지 물을 걸 그랬구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