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인
|
날짜: 2006.08.06 19:26:21 조회: 586 추천: 0 |
..대세는 연참?! 그건 저에게는 조금 불가능한 이야기 ㄱ-. 소게가 활성화 된게 기쁘기는 하군요.
땅바닥에 질질 끌리는 시리아의 다리가 안쓰러웠는지, 결국 시리아는 샤오링이 업고 마리나
가 레이를 부축하는 형식으로 그들은 기숙사를 향했다. 그들이 지나가는 복도 바닥을 뒤덮
고 있는 유리조각들이 화귀의 능력을 대변해주듯 반기고 있었다. 나는 듯이 계단을 올라가
5층에 도달한 마리나는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제일 먼저 시리아를 침대에 눕혔다.
그러는 사이 샤오링은 마리나의 진열대 앞에 서서 담배를 물었다.
“…대단한 수의 총기인데? 개인이 이만큼의 물건을 소유해도 괜찮은 거야?”
샤오링은 마리나의 핸드건 컬렉션을 보고 혀를 내두르고 있었고, 레이는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상처를 보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무시하며 마리나는 책상
옆에 놓여있던 거대한 트렁크를 열어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트렁크의 내용물을 내던
지면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기는 약 1분.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손바닥 크기 정도의
수정으로 만든 병이었다. 안에는 그녀의 눈동자와 마찬가지로 양홍(洋紅)색을 가진 액체가
들어있었다. 그걸 들고서는 부리나케 욕실로 뛰어가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다시 방실로 뛰어오더니, 샤오링을 껄끄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담배를 씹으며
권총들을 구경하고 있던 샤오링은 목덜미를 찌르는 따끔한 시선에 표정을 찌푸렸다
“뭐야, 할 말 있으면 빨리 하라고.”
약간 주저하던 마리나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당신, 정화의 소금정도는 지금 가지고 있죠?”
“소금? 1kg정도라면 차에 실려 있는데.”
“그럼 그것 좀 빌려주세요. 시리아의 치료를 해야 하는데 재료가 조금 부족해요.”
“뭐 못 빌려줄건 없지. 레이! 차에 가서 소금 가져와.”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레이는 스승의 호통에 단잠에서 깨어야만 했다.
과다출혈로 인해 창백해진 그의 얼굴을 보고, 샤오링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하아… 저놈도 환자라 부려먹기도 뭐하고. 알았어. 그럼 좀만 기다려.”
팔랑팔랑하고 손을 흔들며 샤오링은 방을 나갔다. 졸고 있는 레이와 뻗은 시리아. 그리고
급하게 무언가를 찾거나 섞거나 하고 있는 마리나. 사람의 목소리라고 전혀 들리지 않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리나에게 다가갔다.
“제가 도울만한 일은 없어요? 물론 할 수 있는 거라고 해봐야 힘쓰는 일 정도지만….”
“필요 없습니다.”
단칼에 거절한 게 쇼크였는지, 레이는 바닥에 앉아서 또다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남자다. 방금 전까지는 귀신과 같은 모습으로 살기를 뿜고 있었
지만, 지금은 어째서인지 그 박력은 어디가고 단순히 키가 조금 크고 잘 웃는 평범한
동네 청년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마리나는 결국 착잡한 마음
으로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괜찮아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있던 레이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마리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이쪽이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만 있을 뿐, 불을 붙이지는 않고 마리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트레이드
마크의 어딘가 나사 풀린 웃음을 지었다.
“에에. 뭐 돈 문제만 아니라면 대부분….”
장난치는 듯한 그의 태도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는 마리나였다.
“……어느 쪽이 진짜에요?”
“예?”
뜬금없이 어느 쪽이 진짜라고 묻는다면,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한단 말인가. 라고 혼자서
고민하는 레이를 뒤로하고 마리나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방금 전까지 아무런 주저 없이 사람의 형태를 지닌 영체를 베려고 했던 쪽과 지금 이렇게
멍하게 웃고 있는 쪽 중에, 어느 것이 진짜 당신의 태도인지를 묻는 겁니다.“
스스로 질문해놓고도 어이가 없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다른 일면은 있고, 이남
자는 그저 전투시의 감정을 배제한 것 정도라고 생각 하는 게 당연지사지만 눈앞의 이 사람
은 그 변화의 폭이 너무나도 컸다.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애초에 이쪽 일은 잘
못하면 정신이 파괴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신을 유지하는 것은 기초 중에 기초지만.
“…그건 또 어려운 질문이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양쪽 다 라고 하는 게 좋겠지만, 개인적
으로는 역시 치고 박고 싸우는 일보다는 그냥 편하게 쉬고, 웃을 수 있는 일이 좋죠.“
“그렇다면 다른 일을 찾으면 되잖아요? 이 일이 장래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괜히 말투가 퉁명스럽게 변한다. 역시 나는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이정도 밖에 없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힘들 때도 많아요. 정말로
눈물 날정도로 안타까운 사연이 있어서 원령이 된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사연
을 일일이 들어주다보면, 이 세상에 사람이라곤 몇이나 남겠어요?“
정말로 웃기는 사람이다.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해도 그 정도의 신체능력이면 막노동판에서
라도 일하면 될 텐데. 굳이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이런 일을 계속해야 돼는 걸까?
“하아… 그럼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는 당신이 이 일을 하는데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에 휩쓸려서 저랑 시리아를 감싸느라 적을 놓친 점이나, 괜히 상대방을 도발하거나.
그리고 그 사진은 뭐였어요? 원래 아는 사이?“
그러고 보니 저 남자는 사람의 모습을 취한 화귀에게 한 장의 사진을 넘겨줬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는 순간만큼은, 그녀도 분명 분노나 원망을 모두 잊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건 우연찮게 얻게 된 거에요. 죽은 그녀를 찾는 사람이 있더군요. 분명 서로가 서로를
너무 아끼는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사진이라면, 시선을
끌어서 허점을 유도하는 정도에는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를 줄이야….“
“당신은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아요. 싸우는 게 싫다고 말하지만 당신 화귀와
맞붙을 때 웃고 있었어요. 그리고 원령이라고는 해도 원래는 사람이었을 존재의 감정을
그렇게 가지고 놀듯이 망가트려도 괜찮다는 소린가요?“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레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원망이랑 분노를 저한테 돌려놔야지 만약의 경우에 쉽게 대비하죠. 만약에 그 화귀가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노리면 그게 더 고생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계속 웃고 있는
거는 이유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레이는 마리나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콧김이 느껴질 정도로 다가온 그의
얼굴에 당황했는지 뺨이 붉어지는 마리나를 보며 레이는 자신의 볼에 마리나의 손을 가져
갔다. 마리나가 뭐라고 화를 낼 틈도 없이, 레이는 입을 열었다.
“볼에 근육부분을 살짝 만져보세요. 광대뼈 아래쪽에 딱딱한 부분이 느껴져요?”
마지못해 목까지 치밀어온 노성을 눌러 삼킨다.
“……예.”
그러자 그는 마리나에거 떨어지며 웃었다.
“그게 문제에요. 어렸을 때 좀 문제가 있어서 안면근육이 망가 진거에요. 전 그냥 평범하게
있는데도 사람들은 저만 보면 언제나 웃는다고 해서 조금 곤란할 때도 있지만요.“
“뭐, 실실거리고 있으면 사람하고 친해지는 건 금방이니까 문제없겠지.”
언제 돌아왔는지 샤오링이 뒤에서 걸어 나오며 대꾸했다. 양손에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소금 이외에도 무언가를 들고 온 것처럼 보였다.
“오셨어요? 그런데 그 바리바리 싸들고 온건 뭐에요?”
“이거? 소금하고 먹을 거 약간. 혈액보충에는 역시 뭘 먹는 게 최고잖아. 고기 약간
하고 여러 가지 좀 사와 봤어.“
그러고는 봉지에서 커다란 통을 꺼내 마리나에게 넘겨주었다. 내용물은 말할 것도 없이
전부 소금이다.
“이정도면 됐냐?”
마리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가 건네준 소금통을 들고 마리나는 다시 욕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넘쳐나는 욕조에 아까 준비해둔 여러 가지 약초와 소금을 털어 넣고 마지막으로 병
에 들어있던 액체를 한두 방울 정도 떨어트리자, 욕조의 물은 피와 같이 붉은색이 되었다.
“시리아를 이쪽으로 대리고 와주시겠어요?”
마리나의 부탁에 샤오링은 시리아를 업고서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욕조에 넘실거리는
액체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야… 이거 엘릭서(Elixir)잖아? 잘도 이런 귀한 물품을 만들었네.”
시리아를 욕조에다 머리까지 푹 담그자, 옆에서 고기가 질이 안 좋다면서 투덜거리던 레이
가 다가왔다.
“엘릭서?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은데…”
자신의 제자의 무식함에 한숨을 픽픽 쉬며 샤오링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엘릭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의물’이라고 불리는 신비의 액체야. 사자(死者)조차도 살려
낸다는 그 효능 때문에 연금술의 비의인 현자의 돌이라고 착각하는 겨우도 있지. 물론 이건
복제품 수준이지만, 인간보다 훨씬 자연에 가까운 이 녀석이라면 이것에 몸을 담구고 있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상처는 다 치료될걸?“
“우와~ 그럼 저도 조금 주면 안돼요? 팔이 욱신거려서….”
금세 마리나를 돌아보며 웃는 레이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건 보통 인간한테는 효과가 전혀 없거든요.”
“그럴 수가….”
“사실이니까 투정하지 말고 여기 와서 앉기나 해봐.”
샤오링이 들고 온 짐에는 여러 가지 의약품도 있었는지, 상자에서 척척하고 거즈와 붕대,
주사기 같은 것을 꺼내놓는다.
“아아아아아아! 따가워요! 따가워! 오오오오오오오!”
허벅지의 상처에 소독약을 들이붓자 비명을 지르는 레이. 좀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대량의
소독약이 그의 허벅지를 뚫고 들어가고, 그제야 깨끗해진 상처를 보며 샤오링은 그 흰 눈썹
을 찌푸렸다.
“조직이 괴사하려고 하잖아! 도대체 응급처치의 개념은 어디다가 팔아먹은 거야!”
“아니 급한 대로 봉합은 했어요.”
소독도 하지 않고 봉합을 했으니 그게 더 문제라며 레이의 두개골을 강타하는 샤오링의
주먹. 역시 말투는 퉁명스러워도 그녀는 레이를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 아파도 참아.”
그러고는 마취제를 쓰고 혈관부터 봉합을 시작한다. 능숙하게 혈관을 이어붙이는 그녀를
보며 마리나는 혀를 내둘렀다. 필요 이상으로 지식이 뛰어남은 물론, 대량의 영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될 상대로 보였다.
‘그리고… 저건 시리아보다도 커 보이는데….’
그 시선은 샤오링의 가슴으로 향해 있었다. 그녀의 큰 가슴을 보고 자신의 평평한 가슴을
한번 바라보자, 입에서는 절로 한숨을 흘러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마리나도 여자였다. 외모
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설마 영원히 이대로라면 어떡하지…,”
그녀의 작은 혼잣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샤오링이 성격에 맞지 않은 위로를 시도했다.
“아직 어린놈이 별걸 가지고 다 고민하네. 이제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그런 거 가지고
고민하면 괜히 머리만 아프니까 그만둬.“
샤오링의 지적이, 소녀의 뇌를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훌쩍이는 목소리로 마리나는 충
격적인 사실을 입에 담았다.
“저… 지금 스물일곱인데요.”
천둥번개가 치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귀신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마리나를 바라보는
사제콤비.
“거,거짓말! 그런 로리얼굴에 그런 키를 가지고 스물일곱?! 아무리 대세가 로리를 따른
다고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나보다 3살이나 연상이에요! 난 확실하게 중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키 148cm , 몸무게 38kg. 사상 초유의 동안 인퀴지터 마리나의 비밀에, 그들은 경악했
다. 특히나 샤오링은 거의 괴물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아, 의견을 정정하지. 분명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어. 그리고 로리에 대한 마니아는
수도 없을 정도야. 걱정할 필요 없어.“
“끔직한 소리 하지 말아요!!!”
이미 마리나의 비명은 그녀의 귓가에 들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저얼굴에 스물일곱이라고
반복하는 샤오링의 표정은, 말 그대로 경악 그 자체이다.
“저 여자는 그렇다 치고, 당신은 왜 그렇게 놀라는데요!”
분노의 대상을 레이로 바꾼 마리나. 이미 봉합이 끝났는지 깨끗한 흰 붕대를 다리에 감고
있는 그는 어째서인지 울상이다. 그러자 옆에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던 샤오링이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말이지. 레이는 리본으로 머리를 묶은 묘령(妙齡)의 여자아이만 보면 주체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번뇌를 느끼기 때문이지.“
그런 목적으로 나에게 접근한 건가?! 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마리나는 뒤로 물러
섰다. 뒤로 거의 날듯이 10미터는 물러서서, 방문에 얼굴만을 살짝 걸치고 방안을 쳐다
보았다. 그 눈빛은 말 그대로 불신과 혐오의 눈빛. 로리콘은 죄다! 라는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다.
“사람 인생 통째로 망칠 수준의 장난은 그만둬주세요!”
레이는 반 울상을 지으며 샤오링을 보고 소리쳤다. 그러고는 마리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
지만, 이미 불신으로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는 레이를 바라보지 않았다. 결국 그들이 다시
한자리에 앉은 것은 그로부터 약 한 시간이 지나서였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