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이지만 어빌리저가 남아있었다니..”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아니, 일단 부모부터 처리해. 어벌리저인 아이가 있다면 그 부모 역시 어빌리저일 가능성이 높다.”
철커덕··· 타앙!! 타앙!! 타앙!! 타앙!!
어빌리저(Abiliser) 「Ability User」의 줄임말로 능력자를 일컫는다. 어빌리저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는 약 200년 전 전쟁이 있을 당시였다. 그 당시 처음 나타났던 어빌리저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쓸 줄 몰랐고 컨트롤조차 불가능 했기에 사회의 악. 아니, 악마로 분류되어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 당하기 일 수였다. 친했던 친구, 또는 친족끼리도 박대하며 그들을 멀리했고, 초기의 어빌리저들은 국가에게서 쫓겨나기 직전 스스로들 자신의 나라를 버렸다. 지금 죽이려는 자와 죽을 위기를 맞은 자. 국가에서 보낸 킬러와 숨어 내던 어빌리저였다.
“엄마··아빠..?”
타앙···!
“젠장. 어빌리저가 도망갔다.”
“당황하지 마라.”
“한명은 보통 아이인데·· 어떻게 할까요··”
“후안은 없애야지 않겠나. 둘 다 죽이게나··”
두 아이 중 하나만이 어빌리저. 하지만 그 아이 역시 힘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아이였다. 단순히 아이일 뿐·· 겁에 질린 큰 아이는 자신의 동생의 손을 잡고 자신들의 모습을 감출 곳을 찾고 또 찾고 헤맸다. 자신들의 뒤로 총성이 들려오고 총알이 큰 아이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들킬까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어깨를 붙잡고 혼자서 끙끙거릴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은 울기만 할뿐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다.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고 공포는 더해갔다. 지금 이 상황에서 기적처럼 능력이 발휘된다거나 그런다면 정말 좋겠지만 도저히 그럴 기미가 안보였다. 큰 아이는 이제 죽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떨리는 몸을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형이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자 동생 역시 겁에 질려 형의 몸을 꽉 붙잡고 더 크게 울어댔다. 그게 원인이었다.
“여기 있었군. 꼬마들.”
울음소리로 아이들이 있는 위치를 찾아낸 킬러들은 총을 아이들에게 들이댔다. 겁에 질린 모습. 그런 것 따위 킬러들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명령이니까 할 수밖에 없다. 그게 킬러들의 정신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감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킬러는 어빌리저인 큰 아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푹···
“...”
작은 아이인 동생이 침묵했다. 동생은 형을 지켜주고 싶었을까·· 날아오는 총알을 대신 맞아버린 동생은 신음소리도 한 번 내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비극은 시작되었다. 아니, 그들..킬러들이 행복하기만 했던 이 집에 찾아 온 것부터 비극의 시작이 된 셈이었다. 큰 아이는 점점 차가워지는 동생의 몸을 끌어안고 아무 말이 없었다. 동생의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이미 그 아이의 머릿속은 당장 앞에 있는 녀석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다.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 저 녀석을 죽이겠다. 그런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겁에 질려있던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계기가 있으면 능력을 발휘한다는 말이 있듯·· 지금 이 순간이 이 아이에게 있어 능력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하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킬러는 다 쓴 탄창을 빼고는 새 탄창을 끼워 넣었다.
철컥··
장전까지 확실히 한 킬러는 아무 말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분명 총알은 총구를 빠져나와 아이에게로 향했다. 맞았다는 느낌도 확실히 들었다. 그들은 일류 킬러니까·· 맞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맞아서 쓰러져 있어야 할 아이는 피를 흘리는 채로 일어서 킬러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잡고 있었다기 보다는 비틀고 있었다. 어깨가 완전히 돌아간 킬러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에서 고통도 못느끼고 있었지만 상황이 파악되고 나서 밀려오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으악!!”
그 소리는 그의 보스가 있던 집까지 울려 퍼졌다. 확인 사살을 할 참에 자신의 부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총을 거두고는 부하가 아이들을 쫒아갔던 곳으로 바로 향했다.
“멍청한 놈. 대체 뭐하는 거야··”
그렇게 투덜되고 있는 보스지만 부하를 자식처럼 아끼는 자라 마음을 급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빨리 뛴다고 뛰었지만 보스라는 자가 도착했을 즈음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상태였다. 킬러는 총을 들고 있던 오른 손이 사라진 채로 왼손은 뒤로 완전히 돌아간 채로 벽을 기대고 앉아있었다. 눈을 반쯤 돌아가 도저히 살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헙··”
부하의 처절한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 한 보스는 자기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다. 입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하는 소리를 간신히 막았지만 벌써 들킨 지 오래였다. 도망가려고 하는 보스 뒤에 이미 와 있는 큰 아이는 한 손에 불타고 있는 검을 들고 있었다. 형태도 뚜렷하지 않았지만 분명 그건 그 아이의 능력. 뒷걸음질치는 남자의 몸을 잡은 아이는 굉장히 무서운 표정으로 몸을 잡고 있던 손을 느슨하게 폈다. 그 순간 아이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화염은 남자의 몸을 완전히 휘감았다.
“으아아아악!! 뜨거워!! 뜨거워!!”
“....”
쉬이이익··
아이는 불타고 있는 그의 몸을 들고 있던 검으로 두 동강 내버렸다. 어빌리저. 그들의 능력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것. 유전으로도 나타날 수 있으며 그렇지 아니해도 능력은 어떤 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것. 선천적으로 능력을 가지고 있던 아이는 능력을 지니기만 했을 뿐 각성되지 않아 제대로 사용할 줄도 모르는 아이. 허나 그 아이를 각성 시킨 것은 그들. 그 아이의 부모를 죽인 킬러들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바로 어빌리저를 두려워하고 능멸시하는 그 나라의 정치인들이다.
끼이이익··
“엄마, 아빠··”
“라..라네스. 너..너에겐 혀..형이 이..있···”
아이의 부모는 숨을 거두기 직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하지만 부모의 그 발언은 라네스에게 있어 말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지금 이 곳에 없는 라네스의 형이라면 동생을 자신들의 대시해서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해준 것이겠지만·· 라네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기억도 없는 아기일 때 어빌리저였던 라네스의 형은 집을 나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형의 얼굴조차 기억 못하고 지금까지 있었는지도 몰랐던 라네스는 그렇게 어딘가 있을·· 얼굴도 모르는 형을 찾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3년 전··
얼굴도 모르고 지냈던 형제의 갈등을 만든 계기가 되었다.
이곳은 초창기의 어빌리저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 낸 또 다른 세계. A.L지구. Ability의 A와L을 따와 만든 것으로 이곳에 만들어 진 이후로도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이름이다. 전 세계의 도시와 자연. 모든 것을 전부 다 만들어 낸 곳으로 환상적인 곳이지만 A.L지구는 일반사람으로썬 도저히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어빌리저들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파동을 이용해 입구를 만들 수 있는 데 이 입구가 바로 A.L지구로 들어가는 문이다. 하지만 그런 파동이 발생되지 않는 일반사람으로써는 들어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따라 들어왔다 해도 한순간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일반사람이 견딜 수도 없는 것이다. 덕분에 현재까지 상상도 못할 정도의 어빌리저가 현존하는 것을 전 세계에서는 모르고 있다.
끄으으윽···
‘당신들 누구야!!’
타앙··
‘엄마! 아빠!!’
“으윽···”
악몽을 꾼 남자는 땀에 젖은 옷을 벗어던졌다. 3년 째 계속되는 악몽. 매일은 아니지만 요즘 따라 자주 꾸게 되는 이 꿈은 이 남자를 괴롭혔다. 이제 27살이 되는 이 남자는 3년 전 자신의 부모가 죽고·· 동생마저 죽을 뻔한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던 일이 있었다.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구하지 못했다. 구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이 3년 째 이 남자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더욱이 그랬다. 동생을 만난 직후로 더··
“크아아아~~!!”
아직 밤중이지만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한 번 크게 지른 남자는 바로 화장실의 문을 열고 샤워기를 틀었다. 그의 매끈매끈한 얼굴 위로 물이 떨어지고 유난히 눈에 띠는 은빛 머리를 적셨다. 차가운 덕분에 정신이 바짝 드는 것 같았지만 남자는 뒤늦게 바로 물을 튼 것을 후회했다.
“이런·· 바지를 안 벗었다..”
쾅쾅쾅··!!
“어이! 빨리 문 열어봐!”
동네 다 떠나가라 소리치며 문을 두들기는 남자의 친구. 폭풍의 제커. A.L지구에서는 어빌리저에게 능력과 비례되는 중복되지 않는 칭호의 선택권을 주고 원래 사용하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일종의 닉네임이지만 어빌리저라면 모두 거치는 최초의 의식 같은 것이다.
“지금 몇 시 인 줄 아냐? 이 밤에 소리를 지르고 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금 난리 났어. 네 동생이 또 사고 쳤나봐··”
“그 녀석 대체··”
이 남자의 동생이라면 당연히 라네스. 물론 이쪽에 와서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택했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동생을 보고 있는 형으로써 10여년 만에 만난 17살짜리 동생이 무슨 이유에서 인지 자신에게 반항하고 증오하고·· 그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다만 이해하고 싶지 않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써도 자신의 동생이 자신을 증오하고 싫어해도·· 어떤 이유에서라도 형제간에 갈등이 있을지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가자···”
“오케이~~”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은 남자는 제커를 이끌고 동생이 사고를 치고 있을 곳으로 향했다.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길이 없는 아이의 방황이지만·· 모든 고통을 짊어진 동생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기에 그는 그 아이를 달래주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아이가 짊어진 짐을 모두 자신이 짊어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그 아이가 사고를 치면 자신이 수습하고·· 아무 말 없이 지켜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쾅·· 쾅···
“화염(火焰)의 피날레!(Finale)”
손끝에서 흘러나온 화염이 주위를 감싸고 불태웠다. 그 아이를 둘러싸고 있던 성질 나쁜 어빌리저들이 손도 못쓰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일단 제커가 미리 일어날 일을 파악하고 수습을 해놨던 상태였기에 상황이 아직까지 심각한 것 같지 않았지만 더 이상 했다가는 수습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클라이드, 그만해라.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마.”
“형한테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나에게 명령조로 이야기 하지마.”
자신의 형이 나타나자 난동을 멈춘 클라이드는 올라가 있던 차에서 내려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를 떠났다. 형제간의 갈등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폭주아수라(暴走阿修羅)·· 브레이브와 그의 동생 폭염(暴炎)의 클라이드. 이 둘이 풀어나가야 할 가장 큰 숙제일지도 모른다.
“...”
“언제까지 방황할런지···”
“죄를 지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정리부터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