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스런 아내” 현실감각이 부족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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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스런 아내” 현실감각이 부족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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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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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3.09 02:15:13 조회: 409 추천: 0 |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새하얀 항공기가 맑고 푸르른 하늘을 날고 있었다. 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닌 스튜어디스가 음료수가 가득 실린 카트를 끌며 선내를 돌았다. 허리라인이 도드라지는 제복패션에 늘씬하게 뻗은 얇은 다리. 깨끗함과 청결함을 중시하는 스튜어디스는 중간 부분에서 잠시 멈춰서더니,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물어왔다.
“손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어디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스튜어디스가 보는 고객의 모습은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아니, 안색도 안색이지만 뭔가 화가 난 일이 있는 듯 했다. 고객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어딘가 편찮으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하나도 스튜어디스가 가져야할 덕목을 저버리는 일은 하진 않았다. 고객서비스에도 불만은 없을 터···
궁금해 하던 마음이 앞설 때 심기가 편하지 않던 손님이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단호하면서 뼈에 사무친 듯 차가운 한마디. 여인이 발산하는 기운에 밀려 스튜어디스는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짤막한 인사만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아··· 예··· 죄송합니다. 그럼···”
스튜어디스가 사라져도 여인이 내뿜는 기운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배가되어 증폭 됐다. 알 수 없는 기운이 항공기 안을 맴돌며 퍼져나갔다. 항공기에 같이 탑승한 손님들은 몸을 옥죄는 기운에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 고객과 스튜어디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탁!
엄지손톱을 깨물며 여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된 건지 확실하게 파헤쳐내겠어!’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본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 맑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여인의 마음은 아름답지 못했다.
‘기다려라, 연성아!!’
여인은 속으로 우렁차게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두뇌를 혹사시켜 생각해보아도 딱히 이렇다 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미칠 지경이었다. 환장하겠다. 머리통이 부셔질 것만 같았다. 이건 대 사건이다. 어둑어둑하게 땅거미가 질 무렵, 연성은 방에 콕 처박혀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한 연성의 방. 커튼도 닫혀있고 불까지 꺼져있는 방은 어둠 그 자체였고 그 어둠 속 한 가운데에 석가모니처럼 정좌를 틀어 앉은 이가 있었다.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와 자연의 섭리, 그리고 인간의 대한 도리와 덕목을 이해하기 위한 행동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부릅!
곱게 감았던 두 눈을 찢어져라 부릅뜨며 거칠게 호흡을 내쉰다. 그 음색은 마치 나이 드신 할아버지들이 뜨거운 온탕에 들어갔을 때 하는 소리와 비슷했다.
“허오오오!”
내면의 명경지수가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쉼 호흡이 이루어졌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
‘난··· 대체 어떻게 하면 좋으냔 말이다!’
답이 안 나온다. 두뇌를 초고속 회전시켜 머리를 굴려봤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학교에서 돌아온 뒤로 하루 왠 종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정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오늘 하루 만에 두 번에 좌절을 맛보았다. 먹어봤자 몸에 해만 끼치지 별 도움이 없으니 노약자나 임산부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면 어린아이도···
쿵!!
두 손바닥이 방바닥과 접촉하자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
한 남자의 처절한 절규가 집안을 가득 메웠다. 앞으로 일어날 미래가 너무나 두려워 그 미래를 어떡해서든 회피하려는 남자와 별 대수롭지 않은 일가지고 호들갑이냐는 듯 소파에 앉아 냉장고에 있던 귤을 꺼내어 하나 둘 집어 먹으며 TV시청을 하고 있는 여인.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다.
“아~ 지겹지도 않나? 벌써 9시다···”
귤을 오물오물 먹으며 지겹다는 듯 말한다. 학교 끝나고 와서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로 그때부터 방안에 처박혀 줄곧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 지금 연성이 하는 짓은 몸 안에 축적된 에너지를 헛되이 낭비하는 짓이며, 두뇌를 혹사시켜 정신의 안정을 흐트러트리는 아주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로제는 생각하고 있다.
엄마가 집으로 찾아온다 치자. 자신들은 부부다. 아무 문제없는 정식적인 부부(로제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우리들이 뭐가 꿀릴게 있다고 지레 겁먹고 저 쓸데없는 짓을 하는가? 우리들은 영혼의 계약으로 맺어진 땔 레야 땔 수 없는 관계다. 비유하자면 달과 별의 존재. 그들은 항상 함께 공존한다. 세계가 창조되고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 지낸 사이.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다.
로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괜히 그 얘기를 꺼냈나? 연성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헛되이 낭비되잖아!”
오물오물 씹던 귤을 아그작아그작 거칠게 씹으며 짜증을 냈다. 남편을 방안에서 끌어내려면 좋은 방법을 물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좋은 방법이 떠오를 때까지 쭉 저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다지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꺄아~ 꺄꺄~”
“아가야, 여기다. 엄마 여기 있어~”
“꺄아~ 꺄꺄아~”
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려 TV를 의식한다. 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예쁜 아이 선발대회라는 제목에 방송이었는데, 16개 참가팀 중 누구의 아이가 가장 예쁜지 겨루는 재미없고 지루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재미없고 지루한 프로그램이라 해도 지금 로제에게 있어 최고의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었다. 로제의 시선이 TV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3초간의 침묵.
·········
“저거다!”
그녀는 확신했다. 저거라면 아무리 완고한 성격에 어머님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을 터! 로제는 당장에 자리에서 일어나 연성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와중에도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흐흐흐흐~ 난 역시 천재야!”
성큼성큼 걸어 연성의 방에 도착한 로제는 손을 들어 노크를 했다.
똑똑
“어···”
즉각 대답이 들려왔다.
“나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들어간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로제가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로제는 저도 모르게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그 어느 누가 석가모니처럼 정좌를 틀고 심오하게 머리털을 뽑는 연성을 어찌 섬뜩하게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주변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로제는 방안에 불을 켜고 연성의 앞으로 다가가 꿀밤을 먹이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으이구··· 화상아. 그렇게 머리를 뜯어낸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냐?”
“그··· 그럼 어떡해···”
울먹이며 말한다. 정말이지 남자면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저 오묘한 눈동자는 가녀린 여자도 울고 갈 만큼 위력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로제는 그를 살짝 끌어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울지마.
“으··· 응·”
로제는 동생을 타이르듯 다독거려주었다.
“내가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어. 이거면 어머니도 납득 하실 거야.”
“정말? 뭔데?”
금세 표정이 바뀐다.
“흠!”
로제는 한 번 헛기침을 해준 뒤 꿀릴 것 없이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아기를 가지자.”
·········
정확하게 15초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 후 연성에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라고?!”
로제에 너무도 황당한 발언에 연성은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이를 가지자니? 누구의 아이를? 나의 아이를? 내 나이 방년 15세에? 말도 안 된다. 로제는 지금 실현될 가능성 제로인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따졌다.
“미··· 미쳤어? 아기라니? 술 냄새는 안 나지만··· 혹시, 술 마신거야?”
“아니, 난 지극히 제 정상. 술도 안마셨어. 그리고 기분 나쁘네. 왜 그렇게 말하는 거야? 만약 내가 너의 아기를 가진다면 어머님도 순순히 납득하시고 상황은 깨끗하고 말끔하게 종결될 수 있어. 더 나아가 우리의 사랑은 나중에 태어날 아기로 인해 더욱더 성장해 나갈 수 있지. 일석이조 아냐?”
만약 아기를 가진다면 그녀에 말대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후 일어날 어머니의 발광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로제는 연성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너무나 해맑은 미소로 입을 열었다.
“가지자.”
“아··· 안 돼!”
“왜? 모든 게 잘 해결될 수 있어.”
“그래도 안 돼! 절대로 안 돼!”
“튕기긴. 누나 믿지?”
“아니, 못 믿어! 못 믿어!!”
엉덩이와 팔을 발 대신 삼아 뒤로 질질 끄는 연성. 그러는 연성을 너무도 매혹적인 눈과 요염한 자태로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는 로제. 기겁하는 자와 기겁하지 않는 자의 싸움.
시간은 그렇게 잘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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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ㅡㅡ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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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재미 있네요. ^^ㅋ |
2006-03-09
11: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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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보다 먼저 본사람이 있다니!
OTL 잘봤습니다~
다음글도 기대되네요~ |
2006-03-09
16: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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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세번// ㅎ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네요~^^
소나기// 잘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2006-03-09
2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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