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스런 아내” 현실감각이 부족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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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스런 아내” 현실감각이 부족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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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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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3.10 14:33:47 조회: 463 추천: 0 |
다음날 아침 해는 밝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쾌청하고 상쾌한 날씨. 따사로운 햇빛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 빛은 생명의 빛과도 같았다. 현관문을 나서며 연성이 배웅하는 로제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단 하루지만 이들의 관계는 그간 꽤나 오랜 사귄 커플처럼 다정하고 행복해 보였다. 로제는 보는 이에 마음을 설레게 할 너무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조심해서 다녀와. 개새끼 조심하고~ 어제 뉴스 봤는데, 광견병 걸린 개새끼가 탈출해서 한바탕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고 하더라. 여기도 예외일 수는 없으니 조심해야해.”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곱상한 얼굴을 해가지고 개새끼라니··· 로제가 걱정하는 멍멍이 발광 사건은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다. 참고로 연성은 경기도에 산다. 그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짧은 인사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으··· 응. 갔다 올게.”
연성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편안한 보폭으로 걸어갔다.
학교에 도착하자 혜선과 길섭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학교 안 교실은 굉장히 떠들썩했다. 남자아이들은 게임하나를 소재로 잡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로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여자아이들은 어제 10시에 방영한 드라마를 보며 그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분석해보고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마 그들은 추후 평론가로 자리 잡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수업준비를 마치고 정각 9시가 되자 수업종소리가 울렸다. 그 종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하나 같이 자리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고 옆구리에 교과서와 출석부를 가지고 선생님이 들어오자 반장 최규식이 벌떡 일어서더니 차렷과 경례를 외치며 아이들을 선동했다.
“차렷!”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경례!”
“안녕하세요!”
반 전체가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선생님도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1교시는 국어다. 연성은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국어시간에도 다른 아이들에게 그리 뒤처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선생님의 단점은 언어의 흐름이 굉장히 느리기에 아이들에게 ‘수면제교사’라고 불릴 정도로 수업이 지루하다.
1교시부터 밀려오는 피곤함과 나른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1교시 45분의 시간은 끝이 났다. 수업이 끝나면 주어지는 10분의 쉬는 시간. 학교에서에 쉬는 시간 10분은 학생들에게 있어 1분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수업시간의 10분은 그렇게 안 가는데, 쉬는 시간의 10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간다.
“아, 너 숙제했냐?”
“맞다! 깜박했다! 어떻하지?”
“어떡하긴! 맞아야지. 별수 있냐?”
2교시는 꼬박꼬박 친절하게도 숙제를 내주는 사하인선생님의 수학시간이었다. 연성이 가장 싫어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수업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숙제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수학선생 겸 학생주임이기 적당히란 말이 존재하지 않으며, 숙제를 해오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엉덩이에 불이난다.
“숙제는 꼬박꼬박 해와야지!”
퍽!
선생님의 강한 일갈과 더불어 엉덩이에서 먼지가 일며 둔탁한 음이 터진다.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은 총 8명. 그중엔 길섭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여줄 테니 하라고 해도 귀찮아서 싫다고 한다. 그렇게 공부를 싫어해도 성적은 만날 상위권이다. 불가사의한 녀석이다.
그렇게 지겹고 재미없게만 느껴졌던 수학시간이 끝났다. 사하인선생에게 맞은 8명의 아이들 중 7명은 아직도 엉덩이가 화끈거린다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길섭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평소와 마찬가지로 혜선의 가슴을 가지고 트집 잡다 방심하던 사이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혀온 혜선에게 복부를 맞고 그대로 KO당했다.
정말 화려한 몸놀림이다. 현직 인파이터복서도 울고 갈 만큼 빠른 대쉬력이었다.
10분간 이루어졌던 해프닝은 뒤로 한 채 3교시가 시작되었다. 3교시는 영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영어를 기피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파악하려는 것과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쉬운 과목이 될 수 있는 것도 영어일 것이다.
그렇게 3교시가 끝나고 10분후 4교시가 시작 됐다. 4교시는 도덕시간이다. 예의범절이란 뜻을 알면 도덕은 그리 어려운 과목이 아니다. 자신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가 도덕의 정답이며, 올바른 마음가짐이야 말로 도덕이란 과목의 참된 뜻이 아닐지 싶다.
그렇게 4교시가 끝이 났다. 그리고 존재하는 점심시간. 학생들에게 있어 전쟁과도 같은 시간. 한천중학교는 규모와 시설은 타 학교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만 급식이란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식당은 있지만 급식전용으론 쓰지 않는다.
왜 한천중학교엔 급식시설이 없는가?
집에서 부모님이 만든 음식이야 말로 최고의 영양식품이라고 생각하는 교장선생님 덕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오거나 혹은 매점에서 빵이나 각종 음식들로 점심을 때운다. 하지만 급식시설가지고 왈가왈부하는 학부형이나 학생들은 없다. 그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급식시설을 설비해준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있으셨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다 시피 점심시간은 전쟁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먼저 먹이를 먹는다는 옛 격언도 있다시피 일찍 도착하는 사람이 맛있는 빵과 음식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기 5분전···
‘길섭아··· 부탁해.’
‘오우! 나한테 맡겨줘!’
혜선과 연성이 길섭에게 시선을 보내며 신호한다. 이에 길섭은 엄지손가락을 멋지게 치켜세우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서로 사인을 보내며 의사를 주고받는다.
4교시가 끝나기 3분전···
‘제발··· 빨리!!’
‘그만 떠들어! 젠장!’
‘밥 못 먹으면 선생님 도시락 강탈 해버릴 테다!’
저마다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도덕선생님의 말씀은 계속되었다.
“도덕에 있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인간에게 있어 잊지 말아야할 덕목이지. 자신이 남에게 선의를 베풀면 언제고 자신에게도 그와 같은 축복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야.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다. 타인과 함께 공존하는 이상 서로 돕고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말 무슨 말인지 잘 알겠느냐?”
“옛!”
‘자! 다 끝났으면 빨리 끝내줘!!’
‘슬슬 시간이란 말이다!’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등등 학생들의 간절한 애원이 선생님에게로 쏠렸다. 하지만 선생님은 오감이 둔한지 그 느낌을 알아채지 못한다.
드르륵!
투타타타타!
‘쳇! 벌써?’
어느 한 학생이 뒷문을 주시하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다. 벌써 출발한 반이 있다니·· 하지만 무리는 아니다. 지금은 수업 끝나기 2분전. 이 시간 때엔 아량이 넓은 선생님들은 일찍 끝내준다. 시간이 없다. 선두는 빼앗겼다. 하지만 승산은 있다. 포기하기엔 아직 너무도 이른 시간이다.
“그러므로··· 에··· 음··· 끝날 시간이군.”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보며 펼쳤던 책을 덮는다.
“수업도중 궁금한 점 있었나?”
“······”
침묵으로 일관한다. 저 뜻은 곧 궁금한 점이 없다는 뜻이다.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그럼 수업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차렷!”
척!
“경례!”
“감사합니다!!”
“아··· 어··· 그래.”
마치 군대를 연상시키는 학생들의 모습은 늠름하기 그지없었다. 선생님이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학생들이 움직인다. 그와 동시에 연성과 혜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렁차게 외쳤다.
“길섭아! 지금이야!”
“오우!!”
파바바밧!!
엄청난 속도로 길섭이 문을 향해 달려간다. 학생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며 연체동물처럼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자신의 앞을 방해하는 이가 있다면 가차 없이 분노의 철권이 날아갔다.
“방해하지마!!”
퍽!
“쿠왁!”
길섭에 펀치를 정확하게 먹은 한명이 쭈욱 미끄러지며 슬라이딩을 한다. 점심시간엔 늘 있는 일이라 학생들도 신경 쓰지 않는다. 길섭은 교실을 나와 복도를 힘차게 내달렸다. 복도엔 학생들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제길!”
저길 뚫으려면 적어도 20초. 최악의 상황엔 40초도 걸릴 수 있다. 그러면 안 된다. 시간은 곧 목숨이다. 1초라도 아끼는 자가 맛있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빵을 차지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두 어깨엔 연성과 혜선의 목숨이 달려있다.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앗!”
길섭은 복도 안쪽 창문에 살짝 나온 콘크리트 난간을 사뿐히 밟으며 학생들 머리위로 올라갔다. 워낙에 운동신경이 좋은 길섭에게 있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길섭은 학생들의 어깨를 발판삼아 막힘없이 질주했다.
“이걸로 10초는 단축했군!”
계단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위에서 내려와 밑을 주시한다.
“꽉 찼군!”
한 번에 여러 반이 동시에 내려가려 하자 계단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찼다. 저길 게다가 계단엔 높낮이가 그리 크지 않아 방금처럼 어깨를 밟고 지나가는 건 불가능 하다. 고민을 시작했다.
‘어떡하지?’
이 고민으로 인해 5초를 손해 봤다. 정확히 교실에서 나와 1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이면 2층에 있는 녀석들은 벌써 매점에 도착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선 무력행사를 하는 수밖에!
“다 비켜!”
길섭이 강제적으로 뚫고 지나간다. 아마 이걸로 소모되는 시간은 못해도 2분. 2층까지만 간다면 창문 너머에 턱을 밟고 뛰어내릴 수 있다. 고양이 같이 유연하고 날렵한 몸을 가지고 있는 길섭에게 있어 그 정돈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겨우겨우 2층까지 도착한 길섭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2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착!
지면에 안전하게 착지를 시도하고 그는 매점으로 냅다 달렸다. 역시, 예상대로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매점 근처에 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매점의 혼란함을 자제시키는 선도부 위원들 때문이다.
“너희들의 그 분별없는 행위는 여기서 끝이다!”
위엄 있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 하지만···
“닥쳐! 새꺄!”
뻐억!
“끼야호~”
저런다고 겁먹을 길섭이 아니다. 전에도 이야기 했다 시피 길섭은 굉장한 실력의 소유자다. 약해빠진 선도부 놈들이 때 거지로 덤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던 남자의 몸이 둥실 허공을 날았다. 그 이유는 길섭이 내지른 주먹이 정확하게 턱에 꽂혔기 때문이다. 단 일격에 무너져 내린 남자는 그대로 혼절하며 정신을 잃었고 방해물이 사라지자 길섭은 빠른 발놀림으로 매점을 향해 냅다 달렸다.
그 뒤를 따라 선도부 때문에 발이 묶여있었던 이들도 덩달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윽! 많군!”
자신이 선두긴 하지만 뒤 따라오는 이는 많다. 길섭은 매점 아줌마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
“아줌마!! 커스터드빵 3개, 햄버거 3개, 딸기우유 3개!! 주세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백이다. 복부에 힘도 안주고 목이 터져라 불러도 아줌만 듣는 척도 안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목소리 큰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아주머니가 주섬주섬 봉지에 빵을 집어넣는다. 자신의 진실된 마음이 아주머니에게 전달 된 것이다.
“고맙구나, 여기 거스름돈.”
“감사합니다!”
빵과 우유가 가득한 봉지를 받고선 마냥 기쁜 얼굴로 여유 있게 매점을 빠져나온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쟁취 감. 성공 감. 이제 이 맛있는 빵을 친구들과 함께 먹는 일만 남았다. 길섭은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교실인 2학년 7반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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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처럼 주먹을 휘두르거나 어깨를 밟고 가거나 창문에서 뛰어내리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저 학교 다닐때 매점에서 음식을 살때 분위기와 너무 비슷해 그때 일을 상기하며 씁니다 ㅎㅎ;;
재미없을지 몰라도 좋게 봐주세요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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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오타있어요~
저런다고겁먹을길섭이아니다 한다음에 연성이아니라 길섭아닌가요..?? |
2006-03-10
16: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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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굉장해요~
특히 로제의 '개새끼' 참 인상적이었어요 ;; |
2006-03-10
1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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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아! 그렇군요.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니네집// ㅎㅎ; 험하죠 ㅋ |
2006-03-10
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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