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풍요로워졌다. 기상 이변으로 지구가 멸망한다던가 혹은 2036년 소행성 충돌이라던가 그 어떤 것도 지구에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지구는 앞에서 말했듯 풍요롭고 더 아름다워졌다. 기후는 점차 내려가서 예전의 평균 기온으로 바뀌었고 오히려 극지방이 넓어져서 해수면이 내려가 바다 속에 감춰져있던 신대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 인해 97억이라는 세계인들의 새로운 거주지가 생겨났고 자연적으로 인구가 늘어남으로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점이 한번에 해결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불어나는 세계인들을 관리하기 위해 2037년 세계정부에서는 인간의 몸에 바코드를 이식한다는 절대법률을 세계법원에 제출했고 그로 인해 약 2년 간 모든 세계인은 고유의 바코드를 가지고 있는 상태가 된다.
점점 늘어나는 세계인들을 관리하기 위해 바코드는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바코드 하나로 그 대상이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한번에 알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바로 2040 WORLD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관리할 수는 없다. 그 예로 들자면 최근 NPF에서 주요 관심사로 일컬어지는 99명의 세계인의 실종 사건말이다. 아무리 모든 세계인들에게 고유의 바코드가 인식되어있다고 하여도 97억이라는 숫자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그로 인해 여러 포인트를 놓치는 사건들이 아주 가끔씩 존재한다. 그 사건들은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되어 NPF로 넘어가고 그곳의 특수요원이 사건을 해결한다.
카이로스 페이라. 그가 바로 99명의 세계인의 실종 사건을 맡는 특수 요원이다. NPF의 10년 경력인 그는 많은 동료 요원들을 제치고 여러 미해결 사건들을 풀이한 우수 요원이다. 게다가 그는 이 실종 사건이 다른 미해결 사건인 99명의 세계인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짓고 있었다.
"역시 두 사건은 관련이 있어. 99라는 숫자가 괜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지. DNA 분석으로 그 용의자를 못 잡는다면 결국 바코드를 검색해 볼 수밖에 없겠는걸."
바코드 검색은 NPF 만이 할 수 있는 특수 작업이다. 과학수사대에서는 과학 수사만 할 수 있고 NPF는 과학 수사는 물론이고 바코드에 근접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갖고 있다. 만약 특수 요원이라면 그 권한은 더 넓어지고 다양해진다. 카이로스는 즉각적으로 컴퓨터를 부팅 했다. 30THz라는 엄청난 괴물 CPU를 달은 NPF에게만 제공되는 차세대 컴퓨터였다.
"좋아. 일단 피해자들의 바코드를 복사해두자고."
그의 손길이 키보드로 향했다. 탁- 탁- 그의 빠른 타자로 순식간에 바코드가 복사되었다. 곧이어 카이로스는 실종된 99명 세계인의 바코드를 검색했다. 바코드 검색으로 인해 현 지구의 총 인구는 96억 8천7백7십2만 5천8백6십2명.
"그래. 지금 검색되는 바코드의 수가 이렇다? 사건 발생 당시의 총 인구 수는 지금보다 198명이 많았겠지. 좋아. 피해자들의 바코드를 빼면 음... 실종자들의 바코드만 남는군."
정확히 99명의 실종자들의 바코드가 남았다. 그들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로서 한순간에 사라진 자들이다. 직업도 다양하고 나이도 다양하다. 15세부터 47세까지. 과연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카이로스는 곰곰이 살해자들과 실종자들의 특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자, 봅시다."
그러다 뭔가 특이한 사항 하나를 깨달았다. 그 들의 나라는 각각 다르다. 하지만, 살해자와 실종자들 중에 나라가 같은 사람들이 양쪽에 하나씩 존재했다. 즉, 198명이나 되지만 공통되는 나라는 99개국.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왜 이곳에 넘어오기 전에 이것을 발견 못한 것일까 라고 생각하는 카이로스였다.
"분명 99명의 실종자들이 이들을 죽인 것이 분명해. 하지만 어떻게? 게다가 왜 이런 공통점을 이전 수사기관에서 몰랐던 거지? 의아하군. 다섯 살짜리 짱구(20세기 후반, 21세기 초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구-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도 알겠는걸? 그나저나 그렇다면 99명의 실종자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하늘로? 땅으로? 바코드로도 검색이 안 되는 이 자들은 도대체 뭐야?"
분명 바코드에는 검색되었다. 물론 사건 발생 전에 말이다. 일명 NPF 컴퓨터는 하루마다 정확히 자정에 모든 세계인의 바코드를 저장한다. 그것은 데이터에 기록되어 언제든지 원하는 날짜의 인구수를 알 수가 있는 것이고 어떠한 세계인이라도 검색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 이건 미스터리야. 바코드가 검색되지 않는 다는 것은 분명 그들은 죽었거나 사라졌어. 아니야. DL에도 뜨질 않아. 음. 그럼 결론은 지구에 없다...인가?"
분명 바코드에 검색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이 죽어있다면 검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명 DL(DeadMan List)에도 뜨지 않는 다는 것은 뭔가가 이상하다. 카이로스는 사무실 안이 매우 더워진 것을 알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휘이잉- 차가운 바람이 순식간에 들어온다. 창문 밖으로는 새하얀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벌써 1년이 지났다. 맨 처음 일명 299사건(2개의 99명 살해*실종 사건을 뜻함)을 맡은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이다.
"후, 아직 갈피도 못 잡았어. 이 사건들은 결국 완전한 미해결 사건으로 남는 건가?"
NPF로 넘어온 미해결 사건은 1년이 지나면 영원한 미해결 사건으로 남게된다. 최후의 수사기관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들은 그냥 그렇게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바로 오늘이다. 299사건이 NPF로 넘어온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 2041년 2월 12일. 그것을 아는지 오늘따라 눈발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2041년 2월 13일 북극.
잠시동안 휘몰아치던 눈 폭풍이 그쳤다. 극지방이 더욱 넓어져서인지 북극 기지는 많이 늘어났고 그 중 뒤늦게 일행에 합류한 영국의 안소니 프레즈몬은 늦깎이 생으로 영하 -38도라는 기온 속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그리 못마땅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뻐하는 듯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룰루랄라~"
영국 북극 베이스 캠프로 온 지도 벌써 3개월 째. 맨 처음 이곳에 와서 엄청나게 추워서 기지 안에서만 있었던 적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순찰까지도 나서게 된 것이 그를 기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혹독한 추위는 정말로 적응하기 힘든 것이었다. 게다가 눈 폭풍이 막 그친 시점에서의 순찰은 더욱 혹독했다. 눈 폭풍은 그쳤지만 기온은 훨씬 떨어졌기 때문이다.
"후~ 후~ 아! 춥다!"
특수 장갑을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냉기가 느껴지는 것을 느낀 그는 쓸데없는 짓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입김을 훅훅 불었다.
"조금만 참자. 참아."
그렇게 다짐하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금만 하면 순찰을 끝마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막 최종 지점에 다다른 그는 깃발이 잘 꽂아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시 기지로 되돌아가기 위해 몸을 휙 돌렸다.
"엥?"
그러나 방금 있을 수 없는 장면을 본 것 같아 매우 어리둥절해하는 그였다. 안소니는 아니겠지 하며 손으로 머리를 톡 쳤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바람이었다.
"허...헉!!!"
안소니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수십 번 눈을 깜박여도 앞의 장면은 달라지지 않았다. 안소니는 뒷걸음질치며 무전기를 재빨리 꺼내들었다. 입이 얼어붙었음에도 불구하고 목놓아 크게 소리쳤다.
"구, 구조 요청한다!! 반복한다!! 구조 요청한다!"
"무슨 일이야?"
"사, 사람들이 있어!!! 사람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