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스런 아내” 현실감각이 부족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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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스런 아내” 현실감각이 부족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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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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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3.13 00:49:13 조회: 307 추천: 0 |
자고로 가정이 편안해야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라 했다. 화창한 오후의 한때. 달콤한 낮잠이 그리워지며, 꿈속에서 잘생긴 오빠, 혹은 누나가 자신을 유혹하는 이 시간에 온 가족이 모여 그리 아름답지 못한 풍경을 연출한다. 한 남자의 입에서 나온 강 혜정이라는 이름의 여자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이를 쳐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여··· 여보···”
훤칠한 키에 다부진 체격, 또렷한 이목구비에 강직하고 터프한 이미지를 가진 한 남자가 등을 벽에 기대며 서 있었다. 대체적으로 연성과 굉장히 많이 닮았지만 분위기는 틀렸다.
“중간부터서 들었지만 대충 짐작이 가. 로제라고 했나? 무릎 아플 테니 그만 일어나고 자리에 앉거라. 연성이 너도.”
“예···”
둘을 맞은편 소파에 앉게 한 뒤 자신도 부인의 옆으로 가 앉는다. 그의 이름은 유한성. 집의 가장이자 대한기업 총수인 그는 젊은 나이에 너무도 많은 것을 이룩한 성공자이다. 그리고 강 혜정여사의 남편이면서 동시에 연성의 아버지인 그는 오른손을 들어 턱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입을 때었다.
“음··· 난 굳이 이들의 관계를 부정하고 싶지 않은데···”
한성이 그렇게 말하자 연성과 로제의 얼굴에 약간이지만 미소가 맺혔다. 하지만···
“지···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 에요?! 전 반대에요!”
한성의 말에 혜정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혜정의 입장에서 보면 저들은 급하게 만나 급진전하게 된 얼마 안가 헤어질 그런 사이로 보였다. 영혼으로 맺어져? 떨어지면 안 돼? 요즘 젊은 것들은 조금이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 저렇게 지껄이곤 하지···
혜정은 저 둘의 관계를 허락하고 싶지 않았고 더 이상 이 문제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
“내 뜻은 굽히지 않겠어요! 당신이 아무리 뭐라 해도 말이에요!”
“음··· 당신은 저들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데··· 설명해 줄 수 있겠어?”
한성이 그의 의도를 캐물어 왔다. 원인을 알고 있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파헤칠 해결책도 있기 마련. 연성은 생각했다. 아마도 아버지는 자신의 편일 것이라고···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아버지도 꽤나 완고한 성격이기에 자기 자신의 뜻은 절대로 굽히지 않는 성격이다.
만약 반대를 생각하셨다면 더 이상 얘기의 진전은 없다. 아버지가 등장한 그 시점에서 끝이 났을 것이다. 그가 생각을 거듭하고 있을 사이 혜정이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아요! 게다가 저들은 만난 지 겨우 2틀이에요. 그 2틀 사이에 할 짓 안할 짓 다하고, 거기다 한집에서 같이 살고! 더욱더 나아가 내가 보기에도 한 여자의 일방적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해요. 연성이도 로제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연민일 뿐 아무것도 아니에요!”
확고한 대답.
“그게 전부?”
한 번 더 그녀의 의중을 묻는다. 하지만···
“예! 그게 전부에요!”
그녀는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종결지었다. 그녀의 의중은 대충 파악했다. 급 만남, 과도하게 빠른 전개,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아닌 짧고 굵게 끝나는 촛불 같은 사랑. 그리고 고통. 분명 아내는 그것을 걱정하고 저 둘의 사랑을 막아서는 것이다. 그것에 관해선 자신도 의의는 없다.
“당신의 말도 일리는 있어. 급하게 만났고 급하게 진전됐으며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사랑. 분명 사랑이 식어 끝을 바라본다면 둘 중 누군가는 크게 상처받겠지.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아들을 한번 믿어보는 건 어때?”
“네? 지금 무슨 말을···”
“아들조차 믿을 수 없다면 더 이상 누구를 믿을 수 있지?”
“이건 믿고 안 믿고의 성질이 아니에요!”
한성에 말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혜정이 버럭 소리치며 화를 낸다. 솔직히 말해 믿어주고 싶다. 하지만 추후 아들이 상처입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해외출장이 잦은 터라 매일 같이 집에 있지 못하지만 자신이, 그리고 아버지가 없는 사이에 외간 여자를 집에 들이고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대관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혜정은 저렇게 무분별하고 개념이 없는 여자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마치 자기들이 진짜 부부라도 된 것 마냥 행동하는 저 꼴을 눈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벌써부터 저런 거 배우지 않아도 크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 성인의 삶이다.
“아무튼 안 돼요!”
“음··· 곤란 하군···”
한성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강하게 나오면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저 둘의 관계는 성립 될 수 없다. 도와주고 싶지만 이래선···
한성이 안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저기··· 엄마.”
“왜?”
“믿어주면··· 안돼요?”
조심스레 말하지만 그것도 연성이 최대한 용기를 쥐어짜내서 말한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로제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만난 지 이틀이지만 짧지만 그 이틀이 연성에게 있어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부모님 모두 해외출장이다 뭐다 해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겨우 들를 만큼 바쁜 생활을 하고 계신다.
지루하고 하루하루가 덧없이 느껴질 때 로제가 나타났다. 즐거웠다. 그래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 함께 있으면 즐거우니까··· 떨어지고 싶지 않다.
“믿어주세요. 엄마···”
“여··· 연성이 너···”
연성의 결정에 혜정은 많이 놀란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다. 여태껏 자신의 뜻을 한 번도 거스른 적 없는 아이였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내세운 적도 없었다. 연성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에게 가장 필요했으며 가장 원했던 일이 무엇인지 아세요?”
“뭔데?”
의아해하며 묻는다.
“따듯한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그리고 문 앞에서 날 배웅해주는 사람. 바로 엄마에요.”
“······”
혜정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바쁜 업무에 쫒기다보니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도 미안함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엄마면서도 아들에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점이 너무나 미안해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연성은 입을 열어 뒤를 이어 말했다.
“너무도 간절히 원하고 있을 때, 로제가 나타났어요. 다짜고짜 나의 부인이 되겠다고 해서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엄마 말대로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로제는 제 마음 속 허전함을 채워주었어요. 물론 로제의 존재가 저에게 있어 엄마만큼 크지는 않아요. 그리고 엄마는 늘 저에게 이렇게 말씀 하셨죠. 인생은 즐겁게 살아가라고··· 전 지금 즐겁게 살아가고 있어요. 앞으로 지금보다 더 즐겁게 살아갈 거고요. 그러니··· 허락해 주세요.”
“······”
이렇게 진지한 아들은 생전 처음 보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자기의 뜻을 이렇게 말하고 결정할 수 있는 걸보니 다 컸다는 생각을 했다. 한성은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장한 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나오면 혜정도 허락 안 해주고 못 배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성이 쐐기를 박았다.
“묻는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 하냐? 정말로 후회 안할 자신 있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그건 연성뿐만 아닌 로제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둘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서로 입을 때며 말했다.
“예. 후회안합니다.”
“저도 후회안합니다.”
둘의 대답은 확고했다. 이에 한성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혜정에게 말했다.
“15살이라고 해도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건 이제 다 컸다는 얘기야. 어쩔 거야?”
“······”
벌떡···
혜정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현관으로 나가 집을 나섰다.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연성은 놀라 엄마를 따라 나가려 했지만 한성이 손을 들어 그를 자제하며 해맑은 미소로 그녀의 뜻을 대신 전해주었다.
“축하한다. 엄만 너희들의 관계를 허락하신거야. 완전하게는 아닌 것 같지만 말이야~ 하하~”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한성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연성이 물어온다. 이에 한성은 그의 궁금증을 간단히 풀어주었다.
“끝까지 반대했다면 너희들을 밖으로 내쳤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자신이 나갔어. 그 행동의 뜻은 너희들의 관계를 인정하겠다는 이야기지. 알겠냐?”
“아···”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로제가 한성을 바라본다. 기뻤다. 너무나 기뻤다. 연성은 그런 로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한 웃음을 지어주었다. 연성과 로제는 한성을 바라보며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고마워요. 아빠···”
“감사합니다. 아버님···”
“훗, 그런 얘긴 강 혜정여사님께나 하도록 해라.”
연성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엄마가 어디로 갔을 지 고민하다 어렸을 적 엄마랑 자주 놀러갔던 근처 놀이터를 향해 약한 몸을 이끌고 뛰어갔다. 집과 놀이터의 거리는 걸어서10분, 뛰면 5분 정도 걸리는데, 연성은 놀이터까지 도착하는데 무려 20번이나 털썩 주저앉는 기록을 세웠다. 여차저차해서 놀이터에 도착한 연성은 그네에 앉아 있는 엄마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연성은 천천히 걸어가 혜정에 곁으로 다가갔다.
“어쩐 일이야?”
인기척을 깨닫고 고개를 들어 아들을 쳐다보며 말한다.
“그냥···”
얼버무리는 식으로 연성이 입을 열었다. 모자간의 대화가 약간 어색하다. 잠시간의 침묵.
“저··· 저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침묵을 먼저 깬 쪽은 다름 아닌 연성이었다.
“고마워요.”
자신을 인정하고 허락해준 엄마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혜정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연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젠, 다 컸구나. 평생 어린아이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완전히 허락한 게 아니야. 너에게 있어 지금 로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 같기에 임시적으로 허락해 준거야. 그러니 잘해.”
말을 끝마치며 언제 화를 냈냐는 듯 혜정에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화사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소. 연성은 혜정에 품에 쏙 안겼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엄마의 체온과 향기였다. 연성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엄마···”
“응?”
“고마워요···”
“알면 됐어.”
그렇게 오후의 시간은 유유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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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열심히 썼으니 좋게 봐주세요..^^;;;
힘들었습니다~ 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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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봤습니다~ 매일 쿠로사마님 소설 읽으러 들려요 |
2006-03-13
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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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세번// 허!! 감동먹었습니다. ㅠ.ㅠ
제 미흡한 글을 읽기 위해 찾아오시다니..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더욱 분발해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
2006-03-13
1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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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도 잘읽었습니다~
다음에도 열씨미 써주셔요~ |
2006-03-13
16: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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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이번에는 하루세번님하인가....
쿠로사마님 다음 글 빨리 써주면 안돼겠니~~~? |
2006-03-13
17: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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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예~ 감사합니다~
니네집// 빨리 쓰도록 하겠습니다 ㅎ |
2006-03-13
20: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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