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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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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7.23 20:07:29 조회: 527 추천: 0 |
창문에 팔을 기대 턱을 받치며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레니엔즈는 오랜만의 안정됨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라는 혼란스럽고 수도는 적군의 군대에 포위당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상황들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평온하게 지내고 있었다. 열차가 지나가자 젖소에게 젖을 짜내던 농부가 허리를 세워 쓰고있던 밀집모자를 벗어 흔들었다. 그런 농부의 모습을 보던 그도 농부와 같은 평온함을 느꼈다.
"하프엘프시군요?"
그런 평온함을 깬건 엘프여성의 빠른고 높은 톤의 엘프어였다. 그러나 레니엔즈는 창문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혹시 자리에 주인이 없나요?"
레니엔즈가 대답이 없자 그녀는 레니엔즈 옆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이번엔 인간들의 언어로 물어봤다. 한참이나 기다려도 레니엔즈는 그녀에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럼 앉아도 되겠죠."
그녀도 인내심에 한계가 드러난걸까? 나가어로 말했지만, 동의를 구한다거나 물어보는 억양이 아니였다. 그녀가 세 마디를 세가지 언어로 말하자. 레니엔즈도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 세가지 언어로 답하였다.
"하프엘프가 맞습니다." 엘프어로
"자리에 주인도 없고요." 인간의 언어로
"물론 앉으셔도 상관 없습니다만, 주위에 비어있는 자리가 꽤 되는거 같은데....."
나가어로 말을 마쳤다. 레니엔즈의 말이 끝나자마자 엘프여성은 그의 빈 옆자리에 앉았다.
"반가워요 내이름은 엘리샤 케이텐이에요 그냥 짧게 엘리샤라고 부르면 되죠. 당신이 제일 잘하는 언어가 인간언어 같으니 앞으로 우리 대화는 인간들의 말로 하는게 좋겠군요."
엘리샤는 밝고 쾌할하게 자기 소개를 마치고 인사를 건냈지만 레니엔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뒤 무미건조한 말투로 대답했다.
"레니.. 아니 레이베른 드 네스라고 합니다."
레니엔즈의 답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 엘리샤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다시 레니엔즈에게 말을 걸었다.
"반가워요 레이베른 저도 아르밀로 갈 예정인데 레이베른도 아르밀로 가는건가요?"
끈질기게 말을 걸어대는 그녀가 맘에 들진 않았지만, 참을성 있게 그녀의 말에 짧게라도 대답해줬다. 그러나 그녀의 수다는 끝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수다가 여러분야를 넘나들며 마침내 정치의 영역까지 들어갔을 무렵 레니엔즈는 그녀의 수다를 제지했다.
"참 폴레네스家도 안되게 됬죠? 역시 저주받은 가문은 몇대가 이어져도 일이 안풀린다니까."
"전장에서 피를 흘리지 않는 여자는 정치에 대해 논할 여지가 없소."
레니엔즈가 처음으로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엘리샤는 당황했지만, 침착함을 되찾고 레니엔즈의 여성비하발언에 항의했다.
"우리 엘베리아에선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지가 벌써 3년이 넘었어요, 만약 당신이 공적인 자리에서 그런 종류의 말을 내벝었다면 당신은 엄청난 벌금을 물거나, 그렇지 못한다면 유치장에 들어가야 했었을꺼에요."
엘베리아가 자신들을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국가라고 소개하는데 선진 사회복지제도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제도가 '여성참정권'이다. 본래 대부분의 가부장적 종족들이 그러하듯 엘프들의 오랜관습에 따라 엘베렌드의 여자들은 어떠한 권리를 갖지 못했고, 따라서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도 없었다. 그러나 7년전 선거법개정을 즈음하여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제출, 거의 통과될뻔 했으나 부결되었고, 이후 이를 계기로 엘베렌드 전역에서 여성참정권위원회가 설립되 여성이 참정권을 갖지 못하는 부당함에 대해 이론적 근거와 사회개혁 운동이 시작되어 결국 그 후 4년뒤엔 여성엘프에게도 참정권이 부여됬다.
"드센 엘프여자들이 정치인남편을 닦달 볶아 겨우 통과된 법을 가지고 여성의 권리, 국가의 개방성 따위의 말도 안되는 말을 하려면 입닥치고 있으시오. 투표를 하고 싶으면 투표용지를 얻을만큼의 대가를 치루던지, 국가가 개방화되길 바란다면, 당신들 먼저 계몽화 되어 있어야 된다는것, 잊지 마시오."
레니엔즈는 광분한것처럼 보였다. 엘리샤는 자신이 그에게 밀리고 있지 않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그를 도발했지만, 레니엔즈가 예상외의 반응을 보이자 당황하였다. 그리고 그가 상체를 일으키자 그녀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저기 내 말은 그게... "
두려움속에서 그녀가 변명을 하려했지만 입술이 그녀를 거부하였다. 변명하기조차 포기한 그녀는 눈을 살짝 감았다. 그러나 차가운 감촉이 느껴져 다시 눈을 뜬 순간, 그녀의 왼쪽이마에 총구가 들이어져 있었다.
"정체를 밝힌다면 목숨만을 살려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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