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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일(Grail) - 3장. 죽은 자는 산 자를 증오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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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일(Grail) - 3장. 죽은 자는 산 자를 증오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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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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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6.07.09 22:51:09 조회: 538 추천: 0 |
바람이 심하게 분다. 비가 오면서 몰아치는 바람은 정말 거셌다. 아침이 오면서 해가 떴지만 비구름에 가린 해는 보기가 힘들었다. 밝아야 할 아침이 밤처럼 어둡기만 했다. 질퍽질퍽한 바닥이 내 발을 붙잡듯이 이런 날씨에 전장에 나서는 녀석들의 발도 만만치 않게 무거울 것이다. 오늘은 그래·· 전쟁이 시작되고 최대의 전투를 치르게 될 날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할 것이었다. 누가 지고 이기건 간에 나와는 관계없는 부분이지만 이 날씨 때문에 전투가 취소라도 되는 날에는 나는 헛걸음을 하게 된 셈이니··.
“얼마나 남았나.”
“1시간 정도면 도착합니다.”
1시간··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을 시간이었다. 현재 시간 오전 8시 17분. 난 전쟁에 참가 하고 있을 때 이런 사생활품은 사용해본 적이 없기에 개발된 지 오래된 손목시계라는 존재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봐도 벽에 걸려있던 시계가 이렇게 까지 작아질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초침이 계속해서 움직이며 분침이 20분을 향해갔다. 입수한 정보로는 9시 경에 전투가 시작된다. 싸움이 격렬할 때 나는 나타나 모두를 주기면 된다. 그것이 계획이었다. 갑옷을 타고 땅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가면 갈수록 두껍게 느껴졌다. 어깨와 가슴 부분은 제외하면 철제부분이 아니니 더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멈출 생각을 않고 더 거세게 쏟아져 내렸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말이다.
“엄청나게 쏟아져 내리는군.”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기 위해 나는 오른팔을 들어올려 얼굴을 반 즈음 가렸다. 다소 시야가 가려지더라도 정면으로 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럴 때 마차하나 준비해두지 않은 에밀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얼마나 달린 건지 숨이 조금 차올랐다.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비 때문인지 몰라도 조금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쉴 수가 없었다. 내가 페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를 자신의 그림자로 만들었던 레밍턴을 죽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허리춤에 찬 두개의 검을 꽉 붙잡고는 요스펠라 숲으로 들어섰다. 죽은 자가 많아 한이 가득차있다는 숲으로 유명하여 일반인들은 잘 들어오지 않는 숲이라 야생동물이 많았지만 지름길이라고는 이 곳밖에 없었다. 다소 위험을 감소해서라도 나는 시간을 축소시켜야만 했다.
촤아악··!
결국 내 오른쪽 허리춤에 있던 검 하나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 웬만해서는 뽑지 않으려 했지만 몇 달간 연달아 계속되는 비에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 야생동물 녀석들이 에밀을 덮치려고 했다. 워낙 무방비한 상태로 돌아다니는 지라 내가 지켜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나는 달려들던 푸른 눈의 늑대의 배를 단숨에 베어버리고는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갔다. 검에 묻은 피가 비에 쓸려 내려갔지만 어깨에 살짝 묻은 피 냄새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매일같이 맡았을 냄새인데 말이다. 하지만 숲을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나는 꽤나 많은 수의 동물들을 죽여야만 했다. 그 덕에 나는 다시 피 냄새를 흐느끼며 쾌감을 되찾을 수 있었고 에밀 역시 내 모습을 보고 즐거워 하는 것 같았다. 내 즐거움은 곧 녀석의 즐거움이나 다름 없으니까··.
“앞으로 5분입니다.”
“숲 한 번 엄청 길게 느껴지는군. 별로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난 대략 50분 정도 걸린 숲을 빠져나오고서야 오른 손에 든 검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었다. 몸 풀기로는 딱 좋았다. 적당한 시간과 적당한 땀. 비에 쓸려나가 끈적거림 하나 남지 않아 더욱 더 최상이었다. 3분..2분..1분. 예상시간이 되서야 도착한 나는 비가 그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두웠던 하늘이 조금씩 개이자 절벽 아래 보이는 제페른과 홀페르트 제국의 병사들이 막 맞붙으려는 것이 보였다. 굉장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양 군은 서로 한 발짝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빈틈이 보이게 되면 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까··. 엄청난 대군은 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나는 다리 하나를 바위위에 걸쳐놓고 녀석들이 싸우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재밌겠군. 엄청난 대군이야. 예상외야.”
“그렇군요. 이 정도의 대군. 제 계획과도 조금 틀립니다. 하지만 무리는 아니겠군요. 그래봐야 두 군대를 합쳐서 3만 4천명 정도니까요. 수적으로 보면 제페른이 역시나 불리해 보입니다.”
3만 4천명. 이라는 말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뱉은 에밀이 신기할 뿐이었다. 3만 4천명의 병사. 내가 군에 있을 때는 양 군을 합쳐도 채 4천명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이런 대군을 보게 되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최후의 결전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것이었다. 나는 입 꼬리를 슬쩍 올리며 손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언제 즈음 시작할까.?”
나는 정말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 스스로도 이렇게 전쟁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만큼은 다르지만 나는 한시라도 녀석들이 붙기만을 바랬다. 넓은 절벽 아래이기 때문에 녀석들이 하는 말을 전부다 들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격 호각 신호정도는 들을 수는 있을 정도였다. 내가 잠시 홀페르트 제국군의 군사를 훑어보는 중 수적으로 조금 불리한 제페른의 총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 내가 죽여야 할 인간. 바로 레밍턴이었다.
“공격!! 쐐기대형으로 간다!”
놈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라지고 1년. 어느새 녀석은 총대장의 계급까지 올라간 듯 했다. 내가 언제나 노리고 있던 자리. 갈망하였지만 가질 수 없던 자리. 녀석은 지금 그 자리에 올라가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더욱 녀석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전진하는 놈의 군대가 퍼지지 않고 한 곳에 뭉쳐 홀페르트 제국군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중심으로 들어간 병사들의 수는 대략 2~3천명. 중심에서부터 적을 치는 전법중 하나인 쐐기대형은 효과하나는 대단했다. 홀페르트의 제국군이 힘도 쓰지 못하고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용맹하게 싸우는 자들 중 단 한 사람만을 주시했다. 레밍턴. 은빛 갑옷을 입고 있는 그 녀석만을 말이다.
제페른의 공격이 거세지자 홀페르트도 반격에 나섰다. 제국군인 만큼 초병기도 존재하는 법. 보기 힘들다는 마법사까지 등장했다. 왠지 점점 재밌어졌다. 마법사가 옆구리에 들고 있던 두꺼운 책 한권을 펼쳐들더니 손가락을 높게 뻗어 올렸다. 얼마나 목소리가 큰지 절벽 위에 있는 나에 귀에도 선하게 들릴 정도로 마법 주문을 외워댔다.
“자비로운 홀페르트 황제시여. 당신의 위대한 이름으로 그들에게 채찍을··! 자신의 무지함을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죽음의 철퇴를··! 저들에게는 심판을 보여주소서.”
콰과광··!
굉장한 소리였다. 낙뢰(落雷)가 마법사가 뻗어 올린 손가락에 내리꽂혔다. 보통 사람이라면 죽겠지만 그는 낙뢰를 이미 부리고 있었다. 마법사는 특이한 사출 음과 함께 낙뢰를 제페른 병사들에게 발사했고 뭔가 번쩍하며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나는 처음 보는 마법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에밀은 이미 알고 있는 마법인 듯 입을 열었다.
“낙뢰(落雷) - 폭풍전야(暴風前夜). 군요. 마법사 본인에게도 굉장한 충격이 온다고 하던데 그 마법을 저 정도까지 컨트롤할 줄 안다면 보통이 아닌 것 같네요. 보세요. 다음이 갑니다.”
에밀의 말대로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아군과 적. 구분할 것 없이 날려버리는 마법의 위력은 눈으로 직접 봐야지만 알 수 있었다. 마법사가 다음 마법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한 지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홀페르트 제국군의 군사로 보이는 자가 마법사에게 뭔가 명령을 내린 듯싶었다. 제페른의 군과 홀페르트 제국군이 엉키로 설키고 하여 마법 공격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마법사는 의외로 냉정했다. 적이든 아군이든 같이 날려버리겠다는 의지 같았다. 하지만 다음 목표는 다름 아닌 내 먹잇감. 레밍턴이었다.
“자비로우 홀페르트 황제시여. 당신의 위대한 이름으로 이들에게 죽음의 빛을 보여주소서.”
이번 것은 꽤나 짧았다. 다시 한 번 그의 손에 떨어진 낙뢰(落雷)는 그의 몸을 전부 휘감자 마법사는 허리에 차고 있던 철제 지팡이를 들고서 레밍턴을 가리켰다. 잠시간의 기다림도·· 망설임도 없이 마법사는 마법을 사출했다.
“낙뢰(落雷)_일망타진(一網打盡) - 죽음을 선사하는 성스러운 빛의 창. 그토록 어렵다는 고위 마법까지 사용하다니. 아무래도 수준이 상당한 것 같군요. 그렇죠. 페리온님?”
에밀 녀석이 분명 낙뢰 어쩌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마법사의 마법이 지팡이를 떠나 사출하기 전 전장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내가 또 다시 레밍턴 녀석을 구하려 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저런 허섭스레기 같은 마법사 따위에게 내 먹이를 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높은 절벽의 얕은안개를 뚫고 나온 나는 땅에 착지하자마자 마법사의 마법을 손으로 받아냈다. 나의 착지로 인해 흩어진 먼지 덕에 마법사는 목표를 맞췄는지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먼지가 개이고 나면 놀랄 것이다. 자신의 마법이 의미 없어진 것에 대해서··.
푸식··!
“뭐, 뭐야!?”
먼지가 개였다. 예상대로였다. 녀석이 발사한 낙뢰 머시기인가. 창의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번개를 난 맨손으로 그곳도 손잡이 부분처럼 보이는 부분도 아닌 날카로운 부분을 잡고 있었다. 단순히 손바닥으로 펼쳐 막았을 뿐인데 창은 내 손바닥조차 뚫지 못했다. 이 것을 보았으니 마법을 구사한 마법사는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 펴고 있던 손을 이내 콱 쥐며 창을 완전히 박살내어 버렸다. 난 마법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착각하는 것 같아서 말하는 것이지만 난 제페른의 병사가 아니다. 숨겨놓은 비밀병기가 아니란 말이지. 어이, 내 뒤에 형씨. 당신도 착각 하지마. 난 너를 죽이기 위해 이 곳에 온 거니까.”
양쪽 다 전부 동요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특히나 레밍턴은 더욱 더 그랬다. 아주 당당하게 자신을 죽이기 위해 왔다고 말하고 있는 내가 황당했겠지. 그것도 자신의 군대 앞에서··. 하지만 나는 그 어떤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고 이 세계에 있어서 절대적인 것이 무엇인지 난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 말은 즉, 난 절대 죽지 않는다 였다. 난 마법사에게 할 말을 다하고는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드디어 나는 레밍턴 녀석의 그 표정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이들의 검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밍턴, 오랜만이군.”
“페, 페리온!!”
녀석의 입에서 나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래. 이 표정이다. 도저히 자신의 감정이 표현이 불가한 이 표정. 나는 이런 레밍턴을 원한 것이다. 그리고 이 녀석의 목숨도! 나는 손을 뻗는 레밍턴을 뿌리치고 뒤로 살짝 물러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 두개를 뽑아 들었다. 에밀이 준 이 검은 본래 하나의 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양쪽 검다 날이 양날이 아니었다. 도의 형식의 검. 이음새 부분까지도 두개의 검은 일치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나는 양손에 꽉 힘을 주고 에밀의 옆으로 비켜 지나가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크게 휘둘렀다.
“One Sword!”
다시 재빠르게 오른 발을 축으로 삼아 방향을 바꾸어 제국군에게 왼쪽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크게 휘둘렀다.
“Two Sword”
파지지직··!
녀석들의 눈에는 2초 정도 만에 생긴 일일 것이다. 뭔가 빠르게 지나간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찢겨져 나갔다는 것을 알 것이고 마지막으로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자신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조용히 검을 칼집에 집어넣고 레밍턴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멍하니 계실건가. 레밍턴.”
“어떻게 된 거냐. 페리온. 무슨 짓을 한 거냐!”
이제 서야 할 맘이 든 건가. 나는 처음부터 이것을 원했다. 녀석을 그냥 죽이는 일 따위 재미없다. 그저 그것은 살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녀석의 발악을 받아주면서 천천히 죽인다면 적어도 조금은 즐길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일그러진 녀석의 얼굴을 보며 즐거워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다 합쳐서 3만 4천명 정도 되는 군대가 나로 인해 모두 쓰러졌다. 전장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는 레밍턴과 나 하나뿐. 그래. 쓰러져 있는 자들은 구경꾼인 것이다. 난 킥킥거리며 녀석에게 비아냥거렸다. 결국 녀석은 분을 참지 못하고 1년만에 만난·· 죽은 줄 알았던 자칭 친구인 나의 멱살을 잡아 끌어올렸다.
“난·· 네가 죽은 줄 알고, 내 탓이라고 생각해서 너를 위해서 최고의 자리. 네가 원했던 이 자리까지 꼭 올라오자고 생각해서 이렇게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너는! 죽은 줄 알고 있었던 네가 내 앞에 나타나서 정말 기뻤는데!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냔 말이다!”
이유를 원하나? 나에게? 이유를 원하고 있는 건가? 죽이는데 뭔 이유가 필요한가. 레밍턴.
“정말 모르는 거냐. 난 네 녀석 덕에 그림자 같은 인생을 살게 됐다. 내가 완전한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면 널 죽이는 수밖에 없어. 알아? 난 너의 동료가 아니다. 신에게 선택 된 자? 웃기지 마라. 어차피 신이 선택한 건 너고 난 그저 그의 계획에서 장기 말에 지나지 않는 것뿐이다. 그래. 맞아. 난 너를 죽이면 그 장기 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거다. 신에게 선택된 넌 모르겠지. 나의 고통을·!나는 오늘 너를 죽임으로서 해방되는 거다. 영원히..”
지금껏 쌓여왔던 모든 말들이 튀어나온 것 같았다.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한 나는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는 일순간에 검을 뽑아 채찍처럼 녀석의 볼에 검을 들이댔지만 역시 레밍턴의 실력은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혼란 속에서도 재빠르게 녀석은 본능처럼 검을 치켜 올려 나의 검을 맞받아쳤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눈. 아무리 봐도 위선에 찬 눈빛이었다.
“이렇게 된 나를 동정하고 싶나? 동정하고 싶다면. 아니 나를 불쌍하게 여긴다면 여기서 죽으면 된다.”
레밍턴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몸이 가는대로 나의 검을 맞받아칠 뿐이었다. 공격 의지 따위는 이미 상실한지 오래인지 오직 방어만 하고 있었다. 단지 방어뿐인데도 내 공격은 쉽게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슬슬 제대로 즐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나는 검 하나를 집어넣고 녀석에게 일격을 가할 자세를 취했다.
「페리온, 쓰시는 겁니까.」
“그래. 쓰는 거다.”
검을 굳게 쥐고 검을 잡은 팔을 뒤로 젖힌 자세. 다소 어정쩡해 보이는 자세일지 몰라도 기술을 발동하는 도중에 공격당하더라도 반격을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자세였다. 난 날카로운 눈으로 녀석을 쳐다보았다. 나의 적 안의 동공의 흔들림이 멈추는 동시에 나의 검은 바람을 뚫고 레밍턴의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리에 나 역시 고통스러웠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공격이다. 난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날아가듯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빈틈도 없었는데도 나는 이 공격을 방해받고 말았다.
챙··!
“음?”
“전투 중에 끼어들어서 죄송하군요. 하지만 이 분은 지금 잃을 수 없는 분입니다.”
“너는 뭐냐.”
「페리온, 돌아오십시오. 위험합니다.」
“다 잡았는데 돌아오라는 거냐!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기회는 다음에도 있습니다. 그녀는 위험합니다. 설명은 나중에··」
“다음은 없다!!”
나도 참 막무가내였다. 에밀 녀석의 충고를 듣지 않고 나는 다시 한 번 공격을 시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의식을 잃었는지 레밍턴은 움직이지 않았고 그를 보호하고 있는 은빛 갑옷의 성녀 같은 얼굴을 한 여자가 내 공격을 대시 받아치고 있었다. 이런 여자가 뭐가 위험하다는 건지 도저히 난 에밀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나는 에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믿지 않으면 안 됐다. 나는 그녀에게 공격을 받는 순간 다시 한 번 신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폭뢰(爆雷)_백호(白虎) - 빛으로 가득 찬 판데모니움(Pandemonium)!”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에 나의 심장이 멎는 줄만 알았다. 전혀 보이지 않는 공격에 난 속수무책이었다. 나를 보호하고 있던 갑옷 덕분에 상처를 그리 많이 않았다. 허나 그 순간 에밀이 날 구하러 내려오지 않았다면 난 레밍턴의 목을 쳐보기도 전에 죽고 말았을 것이었다. 난 다시 한 번 두려움을 느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던 내가··. 검을 들고 있던 내 양손을 보며 손을 떨었다. 에밀은 조용히 바위 위에 앉아 말하기 힘든 듯 머뭇거리다 내게 말햇다.
“그녀는 이 세계가 완성되고 난 후 멸망의 위기에 닥쳤을 때 만들어진 신의 최종병기. 프론테샤 크루세이드. 당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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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워 쓰다보니 빠져들어서 7페이지..ㄷㄷ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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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판타지소설의 꽃 마법사가 나오는군요
역시 판타지소설은 전투!! 아무튼 잘보고가요 |
2006-07-10
15: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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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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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 후후훗 |
2006-07-10
21: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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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최종병기면서 여성체면 얼굴이 매우 이쁠듯. |
2006-07-11
19: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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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면 > 죽이면
오타인가요 ? ㅎㅎ^^ |
2006-07-12
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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