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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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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01 21:10:07 조회: 725 추천: 0 |
[1]
닉슨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수있는 남자였다. 소위 마을내에서 방탕아로 불리던 그는 질이 나쁜 측근들과 어울려다니며 마을을 누비며다녔다. 본래 오만한 성격이던 그는 딱히 배운 지식도 없으며, 자신의 관심사 이외의 것들을 경멸했다. 그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음흉한 의도가 담겨있었으며, 마을에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켰다. 이런 아들의 행동을 참지못한 닉슨의 아버지가 그를 추긍하자, 그는 아버지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렀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닉슨에게 아무런 간섭도 하지않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그의 행동은 언제나 주위 사람들의 미간을 찌뿌리게 했으며, 자신의 동료들과 방탕한 생활을 유지해갔다. 문제의 그 날도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이 늦은 밤에 어딜가는거야, 아가씨?"
밤이 깊어지기 시작한 시각에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수면에 들어갔고, 이 시간에 깨어있는 것은 밤산보를 시작하는 고양이 정도였다. 구름이라는 장막이 달을 가린다. 그 어둠 속에서 마을의 방탕아 닉슨과 그의 질나쁜 동료 다섯 명이 모습을 들어냈다. 그들은 사람들의 출입이 비교적 제한되는 빈민가의 골목을 돌아다니던 중 사냥감을 발견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어."
조용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가는 음색의 목소리는 닉슨의 시아에 비친 소녀에게서 들려오고 있다. 닉슨은 순간 흠칫했다. 마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게가 싫어하고, 피하려 했으며, 두려워했다. 대게 보통의 마을 여자에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건냈을 때 들려오는 반응은 '상관하지마.' 라던지 '네가 무슨 상관이야.'라며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닉슨 특유의 기분나쁜 어투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그래? 누굴 기다리고 있었는데?"
닉슨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소녀에게 말을 건넨다. 그 순간, 달빛을 가로막고있던 구름의 장막이 걷어졌다.
"너희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어."
달의 조명이 소녀에게 비춰진다. 화염이 일그러지듯 강렬한 느낌의 보라색 머리카락, 그리고 그것과 같은 색깔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난다. 그런데 반해 그녀의 피부는 창백하다. 대조되는 색체가 풍겨오는 그녀의 모습은 기묘하면서도 병적인 아름다움이 흘러나온다. 회색의 망토를 걸친 채 소녀는 닉슨의 물음에 마치 인형과 같은 모습으로 그에게 답했다.
"그래?"
소녀의 말투는 약간 이상했지만, 닉슨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기다렸다는 의미로 그것을 해석한 그는 곧이어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자 아가씨, 우리랑 같이 가실까?"
닉슨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자신의 방탕한 동료들에게 싸인을 보냈다. 하룻밤을 보낼 파트너를 찾았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모두의 장난감이 생겼다는 의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쪽이 되었든 그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않았다.
"다른 데로 갈 필요 필요없이, 여기선 어때?"
닉슨에게 팔을 잡힌 보라색의 소녀가 제안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않았다고 해도, 야외에서 이런 일을 벌인 적이 없었던 닉슨과 그의 친구들은 순간 당황했다. 그들은 소녀의 파격적인 제안에 뭔가를 고민하다, 결국 거기에 따르기로 했다.
"과감한 아가씨네. 우리야 좋지."
닉슨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뒤로 돌았다. 그는 소녀를 구석으로 몰아가며,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관찰했다. 작고 가녀린 몸은 16-17살 정도로 예상된다. 소녀의 커다란 보라빛 눈동자와 마주친다. 어째서였을까, 닉슨은 순간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뭐, 밖이라 서늘해서 그런 거겠지.'
섬뜻한 느낌을 지운 닉슨은 소녀에게 달라붙었다. 소녀의 가슴에 얼굴을 가져다댄다. 닉슨의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희희덕거리며 다음 순번이 누군지 따위를 주제로 대화 중이었다.
"키득."
"...응?"
소녀의 작은 웃음소리를 제일 먼저 포착한 것은 가장 가까이 있던 닉슨이었다. 그것을 알아챈 동시에 그는 소녀의 이상한 행동을 포착했다.
[투욱-]
소녀의 작은 주먹이 그의 턱에 부딪혔다. 조용한 소리를 내며 닉슨의 얼굴을 스쳤다. 아무것도 아닌 약간 주먹질. 분명 닉슨은 그렇게 생각했다. 약간의 반항이라 생각하고 다시 행위에 열중하려했지만, 곧 그는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변을 눈치챘다. 소녀의 주먹이 닉슨의 턱뼈를 으스려뜨렸던 것이다.
"아윽...?!"
공포가 닉슨의 사고를 지배했다. 이제 음식은 어떻게 먹지, 등의 걱정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닉슨의 그런 걱정은 곧이어 소녀를 향한 분노로 변했다.
"이 망할 년이..."
닉슨은 엉성한 발음으로 추악한 욕설을 내밷으며, 소녀에게 폭력을 휘두르려했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입힌 소녀의 목을 왼손으로 움켜잡고서 그 커다한 오른손을 내리치려했다. 닉슨의 체구는 큰 편이었으며, 주먹도 꽤 매운편에 속했다. 성인남자의 주먹은 소녀의 작은 몸이 견뎌내기엔 너무도 가혹해보였다.
"키득."
그러나 닉슨의 주먹은 끝내 소녀에게 닿지못했다. 소녀의 목을 잡고있던 왼손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있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남자의 손목을 비틀어버린 것이다. 우득, 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피부를 뚫고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틀어진 자신의 손목을 닉슨의 시각세포가 포착하자 동시에 엄청난 고통이 뇌로 전해졌다. 닉슨은 그만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우, 우아아아아악?!"
닉슨은 비명을 질렀다. 관절의 구동력을 상실한 그의 손목의 상태는 이미 제기능이 불가능할 정도로 꺽여있었다. 그가 소리를 지르자, 이야기를 나누고있던 닉슨의 동료들이 시선을 닉슨에게로 돌렸다.
"뭐야, 거길 차이기라도했냐?"
수준낮은 농담을 하며 한명이 조롱하듯 닉슨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곧 그것이 웃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두명이 닉슨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닉슨은 고통때문에 신음하면서도 소녀를 노려보고있었다.
"정말 잘됐지 뭐야."
소녀가 바람과 같이 날카롭고, 고요한 음성으로 말했다.
"마침 배가 고팠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먹을게 없더라구."
소녀가 미소를 짓는다. 달빛에 비춰진 그녀의 머리카락은 주위를 모두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듯하다. 남자들은 그 모습에 한순간 넋을 잃고서 멍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소녀에게 달려들 준비를 한다. 자신들이 한 행동의 선악과 관계없이 그저 '의리'라는 자신들만의 정의를 앞세우고서 소녀에게 동료가 다친 것을 응징하려한다.
"무슨 헛소릴 하는거야, 이 미친년아...!!!"
닉슨의 동료 중 한명인 테드는 항상 안주머니에 10cm정도의 나이프를 가지고 다녔다. 그 용도로 사용한 일은 한번도 없었지만, 위협용으로는 충분했다. 그 작은 흉기의 모습을 드러내며, 그는 천천히 소녀에게 다가갔다.
"수컷의 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말말야."
소녀가 오른손을 휘둘렀다. 아무것도 들려져있지 않는 작은 손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애매한 속도로 움직였다.
"아...?"
남자들은 소녀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테드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푸슛-]
무언가가 높은 압력에 의해서 뿜어져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투둑-]
이번에는 어떤 물체가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도 그 분수와 같은 소리는 끝나지않는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소녀가 테드의 머리와 목을 분리시켜버렸다는 것이다.
"으...으아아...아아아..."
테드의 목이 있던 자리에서 뿜어져나오는 붉은 분수를 보자마자, 그들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3년동안 동거동락한 테드의 머리가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것이다. 곧 그 분수는 액체를 모두 쏟아내며 쓰러져버렸다. 온통 핏빛으로 변해버린 골목의 끝에서 소녀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배가 고프니까 어쩔 수 없지."
소녀가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자 남자들은 그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소녀를 공격하거나 혹은 소녀에게서 도망친다를 놓고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결론는 당연했다. 다들 후자를 선택했다.
"우아아아아악-!!!"
남자들은 골목에서 나가려고 등을 돌렸다. 동시에 소녀가 다시금 오른팔이 허공을 갈랐다. 소녀의 가장 앞에 있던 세명의 남자가 몸통과 함께 팔목까지 일직선으로 몸이 베어지면서,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닉슨을 부축하고 있던 두명은 그 모습을 보자 닉슨을 내팽개치며 죽어라 도망쳐버렸다. 땅바닥에 처박힌 닉슨은 그나마 멀쩡한 왼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필사적으로 일어나려했다.
"뭐야, 뭐냐고... 대체 넌..."
부서진 아랫 턱의 결과인 닉슨의 발음이 우스웠는지, 소녀는 킥킥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한테는 별로 의미 없지만말야."
닉슨의 질문에 대답하려던 소녀가 갑자기 손을 휘둘렀다. 일어나는데 성공한 닉슨이 도망치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닉슨의 도주는 거기서 막을 내려야만했다.
"아아아아악-?!!"
닉슨의 발목과 다리를 연결시키던 부분이 본래의 위치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소녀의 의해서 닉슨의 발이 잘려나가버렸다. 이족보행에 익숙했던 그의 몸은 그것을 잃음으로써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교단 녀석들은 우리들을 이렇게 부르더라."
쓰러진 닉슨의 바로 앞까지 소녀가 다가왔다.
"살려... 살려줘..."
소녀가 오른쪽 팔을 들어올렸다. 오른손을 내리치는 순간, 닉슨을 내려다 보던 소녀의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달빛에 미치는 보라색의 요괴가 입을 연다.
"앙풰(enfer)-지옥-에서 흘러온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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