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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R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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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03 05:33:56 조회: 732 추천: 0 |
“타~앙!”
콜트 M1911A1 권총이 표적지를 향해 불을 뿜었다. 치벨라 공화국 대통령궁 지하 3층에 위치한 사격장의 시설은 모든 것이 아프리카의 소국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최신식이었다. 제임스 은구아니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민족간 분쟁, 내전 등으로 엄청난 양의 재래식 무기가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군 장성을 지냈기에, 평소 총기에 대해 관심이 많고 또 그만큼 다양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
그렇게 각종 무기에 해박한 그가 가장 아끼는 총은 아이러니하게도 1백 년 전의 구식 물건인 콜트 M1911A1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총의 왕자야. 이놈을 쥐고 있으면, 총구 너머의 적을 반드시 잡을 수 있다는 무한한 신뢰감이 들지.” 콜트 M1911A1에 대한 은구아니 대통령의 찬사였다.
제임스 은구아니 대통령의 암살 기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통령은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꺼리고 있었다. 이런 비공식적인 대통령의 유고 상황에 대해, 치벨라 공화국 유일의 언론인 네이션 타임스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기사나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었지만(물론 이는 케이가 진두 지휘하는 대통령 경호실의 적극적인 보도 통제 덕분이었다), 치벨라 공화국과 이웃한 나이지리아 등지에 상주하고 있는 해외 유력 언론의 특파원들이 슬슬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이 하이에나 같은 존재들은 ‘대통령이 사소한 지병을 얻었다’는 언급 정도는 전혀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자신들의 문학적 창작력을 막 발휘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앞으로도 얼마간은 공식 행사 참석이 어렵겠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유고가 너무 오래 가서는 안 된다. 케이는 생각했다.
“샌들러 요원은 어떻게 됐나?”
케이가 혼자서 생각하고 있을 때, 스위치를 눌러 표적지를 교체한 대통령이 물었다.
“아, 샌들러 요원은 본사로 이송됐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 거 참 아쉽게 됐군. 괜찮은 친구였는데.”
“그렇습니다만, 새로 각하의 밀착 경호 업무를 맡게 된 호르헤 요원도 회사 내에서는 손꼽히는 인재입니다.”
“그렇군…”
은구아니 대통령은 계속해서 표적지를 향해 탄창을 비웠다. 탕! 타앙! 탕!
“그래,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사건 발생 직후 나이지리아로 망명한 로이 디켐베 대위의 관사에서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나이지리아 당국에 협조 공문을 보낸 상태입니다.”
“증거라면, 어떤 거지?”
“경호실 기밀 사항인 각하의 지난 6개월 동안의 24시간 동선, 그리고 앞으로 3개월 동안 예정된 공식 행사에 대한 내용 전부가 유출되어 그자의 노트북에서 암호화된 상태로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해킹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경호실 책임자로서 면목이 없습니다. 각하.”
케이는 고개를 숙였지만, 대통령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로이 디켐베… 그 친구… 하여튼 아쉽게 됐군.”
“진심으로 책임을 통감합니다. 모든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이 총을 사대에 내려놓았다. 케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책임을 진다고?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
“…첩보를 사전에 입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회사 규정상 의뢰인이 계약 기간 도중 계약을 파기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위약금은 계약 기간 중 일할 계산으로 최저 25퍼센트입니다.”
대통령은 팔짱을 끼며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시 철저하군. 케이 대령.”
케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네가 업무에 충실하고, 또 젊은 나이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군인이라는 사실은 내가 알고 있어. 나는, 여전히 자네를 신뢰하고 있다네. 케이 대령. 아니, 케이.”
잠시 동안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대통령이 다시 사대로 가면서 케이에게 말했다.
“쏴보겠나?”
케이는 반동은 크지만 펀치력이 강한 스미스 & 웨슨 M500을 들고, 보안경과 청각 보호대를 낀 채 사대에 섰다.
“아무래도, 아르곤 네트웍스의 촉망 받는 젊은 요원인 케이 자네를 내가 사격 실력으로 당할 수는 없겠지. 그래서 좀 재미있게 즐겨볼까 하는데, 어떤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과녁의 정가운데, 즉 ‘블랙샷’을 성공시키는 사람의 궁금증을 서로 하나씩 풀어주기로 말야. 어때? 생각 있나?”
케이는 즉각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차피 자네도 나한테 궁금한 게 있고, 나도 자네한테 궁금한 게 있어. 자네 사격 솜씨라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텐데.”
“좋습니다. 대신 저는 핸디캡을 갖겠습니다.”
“물론, 안 그래도 내가 먼저 얘길 하려고 했네. 나는 20미터, 자네는 30미터. 자, ‘블랙샷 게임’을 시작하지.”
첫 승부. 은구아니 대통령이 콜트 M1911A1을 발사했고, 과녁의 정 중앙에 명중하면서 사로 상단에 파란색 라이트가 점멸했다. 다음, 케이의 차례. 케이의 M500에서 발사된 탄환도 과녁의 정 중앙에 명중, 역시 사로 상단의 파란색 라이트가 점멸했다. 대통령과 케이는 서로 마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첫 게임은 무승부로군. 그렇다면 일단 서로 하나씩의 궁금증을 풀기로 하지. 이의 없겠지?”
“이의 없습니다.”
“그럼, 좋아. 내가 먼저 질문을 하겠네… 미국 쪽인가?”
대통령의 엉뚱한 질문에, 케이는 놀랐다.
“미국이라뇨?”
“나를 암살하려 했던 자, 아니, 공범이 여러 명 있을 수도 있겠지. 미국 쪽인가?”
“…그러면 수사 상황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로이 디켐베 대위 건은 좀 전에도 말씀을 드렸고, 대인 저격이 가능한 MESSA급 위성 가운데 당시 치벨라 공화국 상공을 통과하고 있던 위성을 수배하고 있습니다만, 파악이 되질 않습니다. 즉…”
“계속하게.”
“예. 바로 그 시각에, 스페이스 셔틀을 쏘아 올려서 MESSA급 위성이 아닌 일반 정지궤도 위성을 우주 공간에서 급하게 개조한 후 각하에 대한 저격을 시도했고, 저격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역시 급하게 위성 자체를 파기하거나 위성의 궤도를 수정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용의선상에 오른 위성과, 그걸 운영하는 곳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케이는 머뭇거렸다. 대통령의 표정은 단호했다.
“말해보게. 약속은 지켜야지.”
“사건 발생 당시 치벨라 공화국 상공을 통과하고 있던 위성은 세 개가 있는데, 모두 개인간 통신 시스템을 위한 정지궤도 위성입니다. 그 중 하나는 일본의 한 언론사에서 관할하는 위성이고, 규모 자체가 우주 공간에서 개조를 하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이라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대통령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두 번째는 EU에서 작년 10월에 쏘아 올린 DORIA급 위성입니다. 우주 공간에서 용도 변경을 위한 개조는 가능하지만, 사건 발생 당시 외부 개체와의 접촉 흔적이 없습니다. 마지막 위성은…”
“마지막 위성은?”
“…마지막 위성은 미국의 판암 텔레콤 소유의 위성입니다. 2022년에 발사 되었으니 위성으로선 낡은 편이지만, 특정한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LIBERO급 위성입니다.”
케이가 침을 꿀꺽 삼키며 덧붙였다.
“게다가 브레슬 3호라는 이름의 이 위성은 역시 판암 텔레콤 소유의 스페이스 셔틀과 접촉을 한 내역이 있습니다. 각하에 대한 첫 저격 시도가 있기 3시간 전이며, 그에 관한 내용은 이곳 사격장으로 오기 전에 보고를 받았습니다.”
은구아니 대통령은 팔짱을 낀 채,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난 후, 대통령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케이를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케이, 자네도 궁금증을 풀어야지? 나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
“궁금한 게 있기는 있습니다만…”
“그래, ‘블랙샷 게임’에서는 속임수를 쓰지 못하지. 뭐든지 물어보게나.”
“저와 아담이 4개월 전 오캄포를 처리한 건, 그곳 케골 고원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광산 때문입니까?”
대통령은 적이 놀라는 표정이었으나, 곧 표정을 풀며 친근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케이 자네, ‘루팡 작전’의 최종 목표물이었던 ‘짐짝’을 본 게로군.”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블랙샷 게임’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 나도 부인하지 않겠네. 사실이야. 당시 오캄포는 그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나에게 흥정을 하려고 했지. 완전한 자치권을 갖는 독립 국가를 선포하겠다고 했어. 밀사를 통해서 말야.”
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말을 이었다.
“오캄포를 무력으로 제거하는 건 사실 내가 바라던 바는 아니었어. 어떻게든 오캄포를 설득하고 싶었는데… 그 친구가 젊은 혈기에 너무 나선 것도 문제였지만, 자네 회사의 대표 미스터 바벤코가 회사의 정보망을 통해 오캄포의 아지트 부근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사실을 알고, 그 내용을 해외 언론에 흘리려고 했다네.”
“지난 번에 미스터 바벤코가 이곳을 찾아온 건 단순한 위문 차원이 아니었군요.”
“그래. 사실 4개월 전의 작전 때, 나는 그 작전에 대해 재가를 하지 않았네. 누가 봐도 바벤코 쪽 라인임이 분명한… 음… 이건 현재로선 말하기가 곤란하군. 하여튼 육군의 누군가가 당시 작전은 ‘실행 작전’이 아니라 단순한 훈련 차원이라고 나에게 사전 보고를 했고, 또 당시 나로서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을 뿐이야. 물론, 결과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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