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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연서(月下戀書) -채월(彩月)- C.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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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연서(月下戀書) -채월(彩月)- C.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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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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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1.20 19:15:06 조회: 861 추천: 0 |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몰라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사실은 이 아래로도 좀 이어집니다만,
그거까지 다 쓰자니 오늘 내에 올리기는 무리일 것 같아서요.
모쪼록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determination-
잠든 순간 상경은 꿈의 속편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의 태양은 소년을
편히 재워주려는 듯, 그의 머릿속은 새카만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잠을
자고 있었을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실례하겠습니다. 아침식사를 하시러 내려오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곤히 잠든 탓인지 소년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러자 밖에서 몇 번인가 노크
를 하던 상대방은 문틀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한 손놀림으로 문을 연다. 먼지 냄새와
짐으로 가득한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모던풍의 검은 드레스를 걸친 백금발의 소녀였다.
핏기가 전혀 없는 것처럼 하얀 피부와 유난히도 강한 인상을 주는 푸른색의 눈동자.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밀랍인형처럼 보였다. 그녀는 작은 손을 뻗어 상경의 어깨를 흔든다.
“…?”
아직 잠기운이 남아있는 멍한 얼굴로 상경은 눈을 떴다. 그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
라서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소녀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인사한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에 머물고 있는 아리라고 합니다. 아침식사가 준비
되었으니 괜찮으시다면 내려와 주십시오.”
아리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방을 나섰다. 아직도 멍한 머리
로 침대 위에 앉아있던 상경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창문을 열고 봄바람을 안으로 들인다.
화창한 봄 날씨를 보며 정신을 차린 그는 바닥에 널려있는 상자를 열어 교복을 꺼내 입었다.
교과서는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에 빈 가방만 챙겨서 방을 나선다.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계
단을 통해 1층에 내려선다. 1층에는 갓 구운 빵의 부드러운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아! 이제 나왔어요? 와서 앉아요.”
그러자 식당 쪽에서 미나가 수선을 떨며 뛰어나온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앉은 상경
은 그제야 처음으로 이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어라? 한명 더 살게 된다더니 남자였어?”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있던 소녀가 그를 바라보며 미나에게 묻는다. 포니테일로 가지
런히 묶은 붉은 머리칼과 자수정같이 빛나는 눈동자. 어디에 있던 눈에 띌 것 같은 외모를
가진 소녀였다. 겉모습으로는 아리와 비슷한 중학생 수준의 연령으로 보인다.
“뭐 일단 이곳에 오게 된 걸 환영할게. 내 이름은 페데라스틸리아야. 잘 부탁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상경에게 손짓을 한다. 네 차례라는 뜻이었다.
“정상경이라고 해. 잘 부탁해. 에… 그러니까…”
자기소개를 하던 상경은 입을 우물쭈물한다. 페데라스틸리아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기 때
문이다. 그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 페데라스틸리아는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말해준다.
“페·데·라·스·틸·리·아. 어차피 못 외울 거 같으면 그냥 페디나 페딜리아라고 불러. 어차피
나도 풀네임으로 불려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니까….”
“후훗, 그래도 이사장님이라는 딱딱한 호칭보다는 페디라는 애칭이 더 좋잖아요? 아, 한잔
더 드릴까요?”
미나는 페디의 커피잔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서는 주전자를 가져와 페디의 컵을 채운다.
그러자 상경이 방금 전 들린 한 단어에 반응한다.
“이사장님…? 페디…씨가 이사장님이라구요?”
그 말을 들은 미나는 웃음을 흘리며 상경에게 찻잔을 가져다준다.
“후훗, 페디 씨는 월영고등학교의 이사장님이랍니다. 거기다가 사실은 저보다 연상….”
미나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페디의 손날이 그녀의 목을 찌른다.
“거기까지! …물론! 내가 겉으론 좀 어려 보일지 몰라도 한 꺼풀 벗으면 엄청난…!”
“유아체형입니다. 어느 정도냐고 물으신다면 발육수준이 저보다 낮습니다.”
날카롭게 페디의 말허리를 자르고 그녀의 가슴에 비수를 꼽은 것은 아리였다. 그러더니 아
무 일 없었다는 듯이 따듯한 홍차를 홀짝인다.
“흐으윽… 미나~ 아리가 괴롭혀.”
그런 아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페디는 미나의 품에서 코를 훌쩍인다. 미나는 페디의
등을 토닥이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리. 페디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친구잖니? 친구를 괴롭히는 건 못써요.”
“…한마디 해두자면 페디가 미나보다 연상입니다. 조금은 어른으로써의 자각을 가지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새로 오신 손님이 적응을 못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더니 시선을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상경에게 향한다. 그는 이
혼란스러운 풍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묵묵히 빵을 쳐다보고 있다가 자신에게 주제가 옮겨지
자 당황해서 고개를 내젓는다.
“저는 별로 신경 안 쓰셔도 되니까요. 그리고 미나씨도 저한테 존댓말 쓰실 필요 없어요.”
“후훗, 고마워. 그런데 유나가 늦네…. 또 늦잠인걸까? 아리, 한번 가봐줄래?”
그러자 계단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상경이
오늘부터 다니게 될 월영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소녀였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인사를 한 소녀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레나스의 옆 의자에
앉는다. 짧게 자른 옅은 갈색의 머리칼과 안경의 렌즈를 통해 보이는 갈색의 눈동자. 어딘
가 가냘파 보이는 소녀였다. 그녀는 아침에 약한 것인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
녀의 앞에 토스트가 담긴 그릇과 찻잔을 넘겨주면서 미나는 손가락으로 소녀의 머리를 톡
톡, 하고 두드린다.
“또 늦게 잔거니? 학교에서 고생하니까 제시간에 자야지.”
그녀의 목소리에 그제야 눈을 뜬 소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인지 고개를 휙휙 돌리던
도중, 평소의 자신이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란다.
“아, 아, 아?!”
손가락으로 상경을 가리킨 체, 당황한 표정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인지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소녀에게 상황을 일깨워주기 위해 페디가 나섰다.
“걔는 이번에 새로 이 기숙사에 살게 된 소년이야. 그러니까 좀 진정하고, 일단 자기소개.”
그녀의 명령을 받은 상경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정상경입니다. 앞으로 여기서 살게 되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음. 좋아. 그럼 다음!”
이번에는 그녀의 손가락이 소녀에게로 향한다. 그녀도 상경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조아리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체 인사를 한다.
“이유나라고 해요…. 잘, 잘 부탁드려요….”
내성적인 성격인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유나. 그녀는 잠결에 이리저리 삐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옆에서 '이야~ 청춘이구나‘ 라고 중얼거리는
페디. 그 대사가 자극이 되었는지 두 사람은 묵묵히 식사를 시작했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산더미의 빵은 모두 미나가 만든 것이었는데, 그녀의 솜씨는 매우 뛰어난 것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잠깐 학교에 들를 일이 있었네. 괜찮으면 내 차에 타고갈래?”
식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를 무렵 페디가 상경과 유나에게 제안을 해왔다. 그러자 유나는
두렵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녀의 태도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상경 또한
그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자 페디는 뺨을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흠흠. 내가 말을 조금 잘못한 거 같네. 다시 말할게. 이건 명령이야. 준비가 끝나면 바로
주차장으로 올 것.”
제의가 명령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유나는 크게 한숨을 쉬며 세면실로 사라진다.
그 행동으로 인해 무언의 압박을 느끼고 있는 상경의 어깨에 아리의 작은 손이 올라온다.
“힘내세요. 거리는 멀지 않으니까 눈을 감고 있으면 순식간에 지나갈 겁니다.”
그리고 어째서 자신이 격려를 받았는지, 주차장의 앞에 와서야 상경은 깨달았다.
-칠흑의 어둠과 같은 색으로 빛나는 람보르기니 카운타크 LP 500
차고가 너무 낮아 벌레와 같은 인상을 주는 이탈리아제의 야생마가 거기에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양산 모델이 아닌 특별 주문제작. 거기에다가 튜닝을 거듭한 그 자동차는
자신의 주인을 유혹하듯 검은 빛을 뿜어대고 있었다.
“안타고 뭐해? 시트는 3인승으로 뜯어고쳐놨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당당하게 걸윙도어를 지나쳐 운전석에 앉은 페디는 그대로 손목과 손가락을 가볍게 푼다.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떨던 유나가 먼저 결심을 한 듯, 눈을 질끈 감으며 강제로 붙여진
3인승 시트에 앉는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면허증은 분명 있으신 거죠?”
상경은 불안에 어깨를 떨면서 조수석에 앉는다. 페디는 당연한 걸 묻지 말라고 소리치며
도어를 닫았다. 소년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체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그 직후
이탈리아의 검은 야생마는 낮은 배기음과 함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벌써 7시 45분?! 흠흠. 이건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조금 내야겠는걸?”
누구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마치 혼잣말인 것처럼 중얼거리는 페디. 그러더니 자신의
말에 스스로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인 후, 불쌍한 두 명의 희생양을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안전벨트는 했지? 그럼 출발한다~.”
그 직후, 소년과 소녀는 자신이 바람이 되는 것을 느꼈다. 100km 가속까지 3.9초.
격렬하게 뒤로 젖혀지는 목과 흔들리는 어깨. 그리고 즐거운 듯이 흥얼거리는 페디의 노래.
출발과 동시에 눈을 꼭 감고 안전벨트를 꽉 잡은 체 어깨를 떨고 있는 유나. 언제나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던 상경도 이것에는 견디지 못했는지 식은땀을 흘린다. 소년은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걸까. 몇 번의 격렬한 흔들림과 급회전에 전신을 떨고
나서야 그들은 해방될 수 있었다.
“딱 맞춰서 도착! 어라? 두 사람 다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어?”
조수석에서 백짓장처럼 굳어버린 얼굴로 떨고 있던 두 사람은 엉기적거리며 간신히 몸을
움직여 람보르기니의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나온 것을 확인한 후 도어를 닫은 페디는
시계를 보더니 놀라서 소리친다.
“여기까지 오는데 9분이나 걸렸잖아?! 빨리 안가면 지겨운 회의가 시작되는데…! 그럼 너희
둘 다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 상경이는 전입수속도 해야 돼지? 유나가 좀 알려줘.”
페디는 그렇게 말하며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던
상경과 유나는 자신들도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교사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현관의 신발장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부산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유나도 그 행렬에
참가해서 재빨리 신발을 갈아 신다가 현관에서 멍하게 서있는 상경을 보았다.
“저기…. 시간, 얼마 없으니까. 빨리 가지 않으면 늦어버려….”
그러자 상경은 곤란하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 실내화가 없어. 전의 학교에서는 그냥 돌아다녔는데.”
“그, 그럼 큰일이잖아…. 아! 교무실에 슬리퍼가 있어. 가져다줄게.”
당사자도 아닌데 당사자보다 더 당황해서 고민하던 유나는 교무실로 향하는 복도 쪽으로
몸을 감추더니, 이내 슬리퍼를 들고 현관으로 돌아왔다.
“이거 신어. 저… 정말로 미안한데 시간이 없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교무실은 여
기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복도로 쭉 가면 나오니까….”
“정말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이제 난 괜찮으니까 빨리 가봐.”
유나는 몇 번이고 미안하다며 고개를 조아린 후 교실로 통하는 계단을 허둥지둥 올라갔다.
결국 홀로 현관에 남은 상경은 한숨을 쉬며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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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細月)- 1 - 13 이랑 안이어지는듯 한데 전혀 새로운 편인지요?... |
2007-01-24
10: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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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과 채월은 기본적으로 페러렐 구성이기에 이어지지 않습니다.
몇몇의 접점은 존재합니다만, 그건은 나중에(?) 밝혀집니다. |
2007-01-24
11: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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